(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9 화. 상나라를 망하게 하는가.

서 휴 2023. 3. 10. 16:00

  4. 상나라의 멸망.

 

9 . 상나라를 망하게 하는가.

 

       왕이시여. 달기(妲己)를 멀리하시고,

       나라를 바로 세우셔야 하옵니다

 

       숙부(叔父). 무어라고 하시었소

       숙부(叔父)도 간땡이가 부은 것이오

 

       주상, 선왕의 전법(典法)을 따르시옵소서

       어찌 아녀자의 말만 따르시나이까

       이리하시면 머지않아 재앙이 따라옵니다

 

       호호호. 주상. 성인(聖人)에게 왜 그러십니까

       호호,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들었사온데 정말 그렇사옵니까

 

       허허, 그게 정말 그러한가

       어서 간을 꺼내 보아라. 구경 좀 해보자

 

숙부인 비간(比幹)은 또 직간(直諫)하다가 끝내 가슴이 짜개지게

되며, ()을 드러내는 극형(極刑)을 당하고 말았다.

 

       어 허, 어찌 이리 흥이 나지 않느냐

       좋도다. 원대(苑臺)에 비빈(妃嬪) 들을

       모두 이곳에 불러모아라

 

       비빈(妃嬪)들이 다 모였는가

       왕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좋다. 비빈들은 다 옷을 벗고 빨가벗은 체로

       배꼽춤이든 고상한 춤이든 알아서 추어보아라.

 

주왕(紂王)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하나둘 옷을 벗기 시작하며,

빨가벗은 채로 저마다 자기의 솜씨로 춤을 추자, 이를 지켜보던

달기(妲己)가 크게 웃으니, 주왕(紂王)도 따라 즐거워하였다.

 

       좋구나. 하하, 잘 추는구나

       너희들은 왜 옷도 안 벗고 그러고 있느냐

 

       허 어, 울기는 왜 우느냐

       뭣이라. 명에 따를 수 없다고 하였느냐

       허허, 죽고 싶은 게로구나.

 

       주상, 감히 왕명을 거역하다니 가르침을 주소서!

       달기(妲己) , 어떤 가르침을 주어야 하겠느냐

 

       원대(苑臺)의 숲에 다섯 장 깊이로 웅덩이를 판 후

       그 웅덩이에 많은 독사와 전갈을 집어넣은 다음,

       저년들을 같이 밀어 넣는 것입니다.

       독사나 전갈에 물리면 꽤 나 아플 것입니다.

 

달기(妲己)는 벌거벗은 비빈(妃嬪)들이 구덩이에 떨어져 독사와

전갈에 물리며 이리저리 뛰면서 비명 지르는 모습들에 손뼉

치면서 즐거워하다가 또, 다시 주왕(紂王)을 쳐다본다.

 

       주상, 소첩은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있사옵니다.

 

       허 어, 어찌 그 심오한 이치를 안다는 것이냐.

       달기(妲己)는 망설이지 말고 어서 말해보라.

 

       주상, 남녀가 교접할 때 남자의 정액이

       먼저 여혈(餘血)에 닿은 후 내려가면

       음()이 양()을 안고 있는 형태가 되어

       반드시 남자아이를 낳게 돼 오며

 

       반대로 여혈(餘血)이 남자의 정액에

       먼저 이른 다음에 내려가면, ()

       음()을 안는 형국이 되어 여아를 낳나이다.

 

       허허, 달기(妲己)는 모르는 게 없구나

       태아의 성별을 맞추어 불 수 있다는 말이냐?

 

      호호, 그렇습니다. 한번 보여주게 하시옵소서?

      좋도다. 임산부를 열 명만 끌고 오너라

 

달기(妲己)의 말을 들은 주왕(紂王)은 즉시 도성 안의 만삭이 된

임산부 십여 명을 잡아 오게 하여, 달기(妲己) 앞에 세워 놓았다.

 

       임산부들은 몸에 걸친 걸 모두 벗어라

       흐흐, 빨가벗은 모습이 음욕을 솟게 하는구나

 

       달기야, 이 여자는 아들을 베고 있는 것이냐?

       아니옵니다. 여아입니다.

 

       정말이냐. 저 여자의 배를 갈라보아라

       오호, 과연 여자아이이구나.

       허 어, 정말 신통한 일이로다.

 

       이 여자는 아들이냐 딸이냐?

       이 여자는 아들을 배고 있나이다.

       그래, 어서 배를 갈라보아라.

 

달기(妲己) 앞에 일렬로 서있던 임산부들은 기겁하며 울부짖었다.

주왕과 달기는 피투성이가 된 채 비명을 지르는 임산부들의 배를

가르며, 깔깔거리면서 오직 알아맞히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달기(妲己)는 어여쁘고 총명하여, 주왕(紂王)의 총애를 독점하면서

죄악을 저지르는 모습을, 이처럼 지나치게 비과학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라 하지만, 이는 그만큼 잔인하게 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상. 충신들이라는 자들은 모두 잔소리꾼입니다.

       들려오는 잔소리는 듣기도 싫사오며

       그 자들 모두의 얼굴도 보기 싫사옵니다.

 

       주상, 이 달기(妲己)의 소원을 풀어주시옵소서

       주상, 충간한다는 기자(箕子)와 태사(太師) ()

 

       충신이라고 떠드는 자들은 모두다,

       유리옥(羑里獄)에 가두어 아예 못 나오게 하소서

 

달기의 말에 따라 주왕 곁에는 쓸 만한 인재가 거의 없었으나,

주왕은 그저 달기의 비위를 맞추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550년 동안 때때로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상()나라는, 주왕(紂王)의 대에 이르자,

       달기(妲己) 라는 여인과 함께 퇴락하기 시작한다.

 

       무려 높이가 1천 척이 넘을 높은 사구(沙丘)

       언덕 위에 화려한 원대(苑臺)를 짓고,

 

       그안에 녹대(鹿臺)라는 궁궐을 지으면서,

       아울러 경궁(慶宮)과 경실(慶室)은 값비싼

       옥으로 장식하면서, 7년이나 걸렸다.

 

이런 공사의 노역에 시달리는 백성들은 턱없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여 도탄에 빠져들며, 참다못해 폭동이 일어나려고 하였다.

 

       사상보(師尙父), 들어보시오!

       우리 선군께서 작고하신 지 10년이나 지났소

 

      이제 상() 나라를 정벌할 때가 이미 지났소

      이제 더는 기다릴 수가 없소이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어서 구해야 하며

       우리 주() 나라가 천하의 한을 풀어주어야 하오

 

       사상보(師尙父)를 사()로 삼고

       동생 주공(周公) ()을 보()로 삼노라

 

       나머지 동생들인 소공(召公) (), 필공(畢公)

       고(). 등은 모두 선두에 서야만 한다

 

       공자들이 앞장서서 목숨을 아끼지 말아야

       군사들 또한 용맹해지고, 전심전력을 다 하게 된다

 

       누구도 죽고 사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모두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주무왕(周武王)은 아버지 주문왕(周文王)의 유업을 잇기 위하여,

정성껏 제사를 올리고 군사를 일으켰으며, 이에 주군(周軍)

() 나라의 읍과 성을 파죽지세로 함락시켜나갔다.

 

       마침내 황하(黃河)의 중류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커다라면서도 새하얀 물고기가

       풀쩍 높이 뜨더니 배 안으로 튀어 들어왔다.

 

주무왕(周武王)은 하얗고 큰 물고기를 높이 들어 올린 후, 정성껏

()를 지냈는데, 그런데 또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것이다.

 

       사해(四海)의 해신(海神)이시여!

       황하(黃河)의 신()인 하백(河伯)이시여!

       우리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시옵소서!

 

정성껏 기도를 올리자 홀연히 신들이 나타나, 눈보라와 세찬 바람을

잦아들게 하여주어, 배를 계속 저어나가며 황하(黃河)를 안전하게

건너가게 되어 황하 동북쪽의 옛 나루터인 맹진(孟津)에 도착하였다.

 

       우리 군사들을 이곳 맹진(孟津)에 모두 모이게 하라

       우리 주군(周軍)은 다 모였는가?

 

       좋도다. 이제 포악(暴惡)한 주왕(紂王)을 죽여야 한다!

       이제 이웃 제후들과 그 군사들을 모두 모아야 한다!

       자, 여기서 하룻밤 머문 후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자!

 

황하(黃河)의 옛 나루터인 맹진(孟津)의 날씨는 햇빛이 쨍쨍했으나,

주군(周軍)이 도착하여 군막을 치고 나자, 그 좋던 날씨가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하더니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렸다.

 

10 . 상나라를 멸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