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후계자의 모습
제 148 화. 후처를 위해 전처 자식을 버리는가.
다음날 아침에, 제환공齊桓公은 정문공鄭文公을 만나자 하였으며.
정鄭 나라 대부 신후申侯를 부르게 하면서 수초竪貂에게 명령한다.
진陳 나라 대부 원도도轅濤塗를 붙잡아
진중陣中의 옥獄에 가두어 놓도록 하라.
패공께서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정문공鄭文公은 아시었소.
이번에 우리가 동쪽으로 회군하지 않게 된 것은
모두 귀국의 대부 신후申侯 덕이오.
허 어 참, 신후申侯 대부,
가르쳐 주어 참으로 고맙소.
잘못 판단하였다면 연합군 모두 고생할 뻔하였소.
정후鄭侯는 신후申侯에게 땅을 내리도록 하시오.
정문공鄭文公은 영문도 모르고 나왔다가 제환공齊桓公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거절할 수 없어, 일단 신후申侯에게 호뢰穫擂 땅을 주었다.
신후申侯는 원도도轅濤塗를 역으로 이용하여 땅을 얻었으나, 갑자기
제환공齊桓公으로 부터 이야기를 들은 정문공鄭文公은 아무 의논이
없었던 신후申侯에 대해 건방지다며 괘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패공霸公. 진선공陳宣公 입니다.
어서 오시 오. 무슨 일이 있소이까.
진陳 나라 대부 원도도轅濤塗를 풀어주십시오.
그자는 큰일을 그르치게 할 뻔하였소.
패공霸公. 다 좋은 뜻으로 건의한 것뿐이옵니다.
그의 말대로 이행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알겠소. 풀어주겠소.
그러나, 그자를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이오.
제환공齊桓公은 원도도轅濤塗를 용서하여 주었으며, 마침내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하였다.
제齊 나라에 돌아와서는 국내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공이 없는
대부 백씨伯氏의 변읍駢邑 땅 300호를 빼앗아, 이번 원정에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관중管仲에게 주며, 그의 봉토封土에 보태게 하였다.
왕이시여. 화친조약和親條約을 지키시옵소서.
왜 포모苞茅를 낙양洛陽으로 보내지 않나이까.
제齊 나라에 신용을 잃어선 아니 됩니다.
우리 초楚 와 주왕周王과의 사이가 나쁠수록
이익을 보는 것은 제齊 나라뿐이옵니다.
앞으로 주왕과 서로 잘 통通 하게 되면
우리도 제齊 나라처럼 세력을 키울 수 있나이다.
굴완屈完은 과인의 말을 듣도록 하라.
과인도 왕인데 어찌 왕에게 공물을 바치겠는가.
왕이시여, 작위爵位는 쓰지, 마시옵소서,
그저 먼 곳의 신하라고만 서명하시옵소서.
굴완屈完이 말한 대로 초성왕楚成王은 상표上表에 서명하며,
초楚 나라의 풍족함을 과시하겠다면서, 포모苞茅와 비단과
황금과 고기 등, 열 수레를 싣고 주周 왕실로 가져가게 하였다.
포모苞茅 중에 포苞는 면화綿花 로 짜서 옷감 등으로
사용하는 포목布木 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며,
모茅는 길고 깨끗한 풀로써, 초楚 나라인 형荊 땅에서
많이 자라나는 청모靑茅를 말한다.
청모靑茅는 옛날부터 길상吉祥 이나 신기神奇의 뜻이
들어있다고 하여, 신성시神聖視 하는 풀이었으며
나라의 제사祭祀, 봉선封禪, 봉사封社, 봉국封國 등의
중요한 행사에 사용되므로 매년 공물로 바쳐졌다.
청모靑茅로 물건을 묶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 하였으며,
또한, 점복占卜으로 길흉吉凶을 점칠 때도
흔들며 사용하는 등, 좋은 용도가 다양한 풀이다.
청모靑茅 문화文化는 중국의 전통민속문화 傳統 民俗 文化로써,
오늘날에도 전승傳承 내용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왕이시여, 초楚의 대부 굴완屈完 이옵니다.
왕이시여, 만세萬歲. 만세萬歲. 만세萬歲. 하시옵소서.
초楚 나라에서 찾아오다니 너무 반갑소.
초楚 가 오랫동안 신하의 직분을 버리더니
이제야 비로써 효순孝順 을 하는구나.
이는 선왕의 영靈 이 돌보심이라.
주혜왕周惠王은 기쁜 마음으로 선왕의 사당에 고하고, 제사지낸
고기를 초楚 나라의 굴완屈完에게 주면서 한마디를 더 하였다.
너희 초楚 나라는 남방을 잘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중원中原을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예에, 유념하여 그리하겠나이다.
초楚 나라의 대부 굴완屈完이 주혜왕周惠王에게 재배再拜를 하고
돌아가자, 이번에는 제齊 나라의 대부 공손습붕恭遜襲封이 사신
일행을 이끌고 주周 왕실에 찾아왔다.
왕이시여, 신. 제齊의 대부 공손습붕恭遜襲封 이옵니다.
우리 주공께서는 초楚 나라가 왕실에 복종하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회군하였나이다.
방백方伯의 고생이 정말로 많았도다.
며칠 전에 초楚 나라가 조공을 바치고 갔노라.
방백方伯에게 영광이 있기를 바라 노라.
과인이 방백方伯의 수고에 답하고자,
제齊의 사신단에게 만찬晩餐을 열고자 하니
모두 빠짐없이 참석하도록 하라.
기왕이면 태자 임도 배오면 영광이겠나이다.
허허. 그렇다면 참석시키겠노라.
초楚 나라 원정遠征에 대한 보고를 자세히 받았고, 더구나 초楚 나라
사신마져 다녀가자, 주혜왕周惠王은 왕실의 부흥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면서 너무나 기뻐하였다.
왕실은 오랜만에 성대한 잔치를 벌였으며
제齊 나라 사절단이 모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주혜왕周惠王이 들어오며,
그의 뒤를 따라 태자 정鄭 과 그의
이복동생異腹同生 인 왕자 대帶가
연회장에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잔치가 시작 될 무렵에 공손습붕恭遜襲封은 주혜왕과 태자 정鄭과
왕자 대帶가 들어오는걸 보며, 일어나 공손히 예禮를 올리게 되었다.
이때 이들이 가까이 지나가는 순간에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아니. 이상하구나.
아니. 이럴 수가 있더란 말인가.
분명히 태자는 정鄭 이 맞는데
차자인 왕자 대帶가 앞장서 당당하게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태자 정鄭은 움츠리고 들어오다니.
태자 정鄭 은 왕자 대帶 보다 형兄 이며
더구나 태자가 아닌가.
당연히 앞장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손습붕恭遜襲封은 태자 정鄭에 앞서 차자인 왕자 대帶가 앞장서
당당하게 들어오는 걸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에 곁눈질로 주혜왕周惠王의 기색을 살펴보았으나, 주혜왕周惠王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면서, 그들을 그렇게 그 자리에 앉게 하였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
아니. 이미 마련하여 놓은 자리마저도
왕자 대帶가 태자보다 더 높지 않은가.
공손습붕恭遜襲封은 낙양洛陽을 떠나 제齊 나라로 돌아가자마자,
왕실의 보고 사항과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복명復命 하게 되었다.
주공. 장차 주周 왕실이 어지럽겠나이다.
허 어. 왕실이 어떻기에 그런 말을 하는가.
주공. 주혜왕周惠王의 장자는 정鄭 이옵니다.
더구나 태자가 아니겠습니까.
하온데. 서자庶子 이며, 동생이 되는 왕자 대帶를
더 앞세우는 바 예사롭게 볼일이 아니옵니다.
태자 정鄭은 주혜왕周惠王의 첫 번째 왕후인 강씨姜氏 소생이며,
반면에 왕자 대帶는 후궁인 진규陳嬀의 소생이다.
왕후 강씨姜氏가 일찍 죽자, 진규陳嬀는 주혜왕周惠王의 총애를
받아, 일약 왕후의 자리에 올라 혜후惠后가 된 것이며, 세자 정鄭은
이미 태자의 위位에 올라 동궁東宮을 차지하고 있었다.
왕자 대帶 야. 명심하여라.
이 어미가 왕실의 세력을 은밀히 모아줄 터이니
너는 꼭 태자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어라.
네 에, 어마마마, 고맙사옵니다.
혜후惠后는 주혜왕周惠王의 비위도 잘 맞추었으므로, 어느새 왕자
대帶를 왕실 내의 지위에서 태자 정鄭 보다 앞서 있게 만들었다.
주상 마마. 왕자 대帶의 늠름함이 돋보입니다.
하긴. 태자 정鄭은 왜 저리 나약한지 모르겠소.
저러다 대통大統 이나 이을까 걱정이오.
주상 마마도 그렇게 보시었나이까.
모든 사람도 왕자 대帶를 더 존중하나이다.
알겠소. 좀 더 두고 봅시다.
왕실 사람들도 왕후인 혜후惠后의 뇌물을 받아먹게 되면서, 힘없는
태자 정鄭을 폐하고, 왕자 대帶를 세우는 데 동조하고 있었다.
주공. 주周 왕실의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 적서嫡庶 분쟁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주공께서는 대책을 마련하심이 좋겠나이다.
이는 모두 왕실의 문제로다.
과연, 과인이 끼어들어도 괜찮겠는가.
주공은 모든 제후의 맹주盟主이며 방백方伯 이십니다.
방백方伯은 천하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나이다.
본가인 왕실에 어지러움이 생기려 하옵는데
모르는 척 그냥 계시는 것은,
맹주盟主 나 방백方伯으로써 그 직분을
소홀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옵니다.
주공, 신. 관중管仲 도 깊이 생각한바
공손습붕恭遜襲封의 말이 옳다고 봅니다.
이제 바야흐로 천하가 하나로 모이고 있나이다.
왕실이 어지러우면 천하가 하나가 될 수 없나이다.
제齊 나라의 영향력을 더욱 확고히 하여야만
주周 왕실을 정신적 지주로 지켜나갈 수 있나이다.
관중管仲도 정신적 지주격인 왕실을 안정시킴으로써, 제齊 나라가
제후국 들에 대한 영향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힘주어 말하였다.
중보仲父. 무슨 좋은 계책이라도 있소.
주공, 신이 짐작하건대 태자 정鄭은
몹시 외롭고 위태로운 처지에 있을 것이옵니다.
주공, 주공께서는 먼저 태자 정鄭의 마음부터
안정시키고 위로해드리십시오.
어떻게 하면 정鄭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겠소.
제후들을 소집하여 회맹을 여시되
왕실에 태자를 참석하게 해달라고 청하십시오.
주혜왕周惠王에게 왕실을 존중하는 뜻을 밝히신다면,
태자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제야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말뜻을 이해하였으며, 곧바로
격문을 보내며, 내년 여름 5월에 수지首止 땅에서 왕실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자며, 왕실을 비롯한 중원의 제후들에게 통보하였다.
제환공齊桓公은 대부 진경중陳敬仲을 수지首止로 보내
행궁行宮과 별궁別宮을 짓게 하였으며,
이듬해 여름이 되자, 왕실에 사자를 보내면서
태자 정鄭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주혜왕周惠王으로 서는 태자 정鄭을 보내기가
꺼림칙하였으나, 워낙 명분이 분명하였기에
거절할 명분이 없어 할 수 없이 보내게 된다.
회맹 일이 가까워지면서 중원 여러 나라의 제후들이 수지首止 로
몰려들었고, 마지막으로 왕실의 대표인 태자 정鄭이 당도하였다.
신 소백小白 제환공齊桓公 이옵니다.
열국列國의 제후들이 태자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러 군후君侯는 편히 앉으시오.
신들은 한갓 번실藩室에 있는몸입니다.
태자를 뵈옵는 것이 바로 왕실을 대하는 것입니다.
어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군후君侯 들은 나에게 과한 대접을 하는 것이 아니오.
너무나 감격스럽고, 정말로 고맙소이다.
태자 정鄭은 성대한 영접에 너무 감격하였으며, 그날 밤이 되자,
주변이 조용한 가운데 제환공齊桓公을 은밀히 행궁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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