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23 화. 신이 도와야! 성공할 수 있는가.

서 휴 2022. 7. 14. 16:08

123 . 신이 도와야! 성공할 수 있는가.


        제환공은 산이 너무 험하고 숲이 너무나

        울창하여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유황硫黃과 염초焰硝를 뿌려

        일제히 불을 지르자, 때마침 불어오는

 

        북방北方 대륙大陸거센 겨울바람에

        불길은 온 산으로 번져나가며

        삽시간에 모든 초목의 뿌리까지 태우고 있다.

 

불길은 무려 닷새 동안 온 산을 불태우고 있었으므로, 그 산에 살고

있던 들짐승은 다 도망가고, 마침 내리는 비에 조용히 잦아들었다.


        이제 불이 꺼지는구나.

        길이 좁으면 산을 깎아 넓혀라.

 

        바위가 가로막으면 길을 내어

        앞서 병거兵車를 나아가게 하라.


험하고 좁은 산길을 가다 보니 힘이 곱으로 들며, 부상자負傷者

속출續出 하고 자연히 행군 속도가 늦어지게 되자, 여기

저기서 장수와 군사들의 불평 소리가 몹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길이 이렇게 험한데 멀리까지 가야 한다니

        이 험한 산에 어찌 병거兵車를 몰고 갈 수 있겠는가?


        고죽국孤竹國에 당도하지도 못하고

        우리가 먼저 해골骸骨이 되고 말갰도다.

 

        여러분, 우리 군사들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오랑캐는 말을 타고 기마병騎馬兵 으로 싸운다.

 

        우리는 병거兵車 라야 오랑캐와 싸울 수 있다.

        힘들더라도 병거兵車를 꼭 끌고 가야 한다.


관중管仲이 앞으로 나서서 달래었으나, 그러나 모두 힘겨워하였다.

그러자, 그는 무언가를 읊조리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중보仲父는 무얼 하시오?
        주공, 노래를 짓는 중입니다.
        아니, 노래라니요?


        산길이 워낙 험악하여 군사들이 행군할 의욕을

        잃어버려 앞으로 나아가질 못합니다.

 

        그래서 군사들의 힘을 돋우고자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하려는 것입니다.


        노래를 부른다고 힘이 솟을 리 있겠소?
        주공께서는 한번 지켜보십시오.

관중管仲은 모든 군사를 불러 모아놓고 두 곡의 노래를 외우도록

하면서, 크게 합창合唱 하도록 열심히 가르쳐주는 것이다.


        산에 오를 때 부르는 상산가上山歌

        산에서 내려갈 때 부르는 하산가下山歌 라는 노래는

        쉽고도 경쾌輕快 하여 부르기가 좋았다.


군사들은 일제히 상산가上山歌를 부르며, 비이산鼻耳山 고갯길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였다. 상산가上山歌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山嵬嵬兮路盤盤 (산외외혜로반반)

        산은 높아 까마득하고, 길은 빙빙 휘감아 도는구나.

 

        木濯濯兮頑石如欗 (목탁탁혜완석여란)

        나무들은 아름답게 반짝이고
        빽빽하고 험한 바위가 난간처럼 막는 도다.

 

        雲薄薄兮日生寒 (운박박혜일생한)

        구름이 희미하니 날씨마저 쌀쌀해지는 구나.

 

        我驅車兮上纔岏 (아구차혜상재완)

        나는 수레를 몰아 가파른 곳을 오르려 하누나.

 

        風伯爲馭兮兪兒操竿 (풍백위어혜유아조간)

        풍백風伯이 수레를 밀어주고
        유아兪兒가 깃발을 잡아 주니

 

        如飛鳥兮生羽翰 (여비조혜생우한)

        우리는 날개 돋친 새처럼 날아가누나.

 

        陂彼山嶺兮不爲難 (피피산령혜부위난)
        저 고개를 넘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네.


풍백風伯은 바람의 신이며, 유아兪兒는 고갯길의 신이다.

험한 산을 오르는 데 너무 힘이 들어 모두 불평하다가, 경쾌한 노래

상산가上山歌에 힘이 실리어 병거兵車 바퀴가 힘차게 굴러가게 되니,

병거兵車를 밀고 올라가는 모든 군사들의 발걸음이 새의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여졌다.

 

이전 같았으면 이틀 걸릴 노정路程을 단 반나절 만에 돌파하고,

이번에는 내리막길을 만나자, 하산가下山歌를 부르며 내려간다.

 

        上山難兮下山易 (상산난혜하산이)

        산을 오르기는 어려워도 내려가기는 쉽구나.

 

        輪如環兮蹄如墜 (륜여환혜제여추)

        병거 바퀴는 옥반지처럼 잘도 구르고
        말발굽은 떨어지기 바쁘게 달리는구나.

 

        聲轔轔兮人吐氣 (성린린혜인토기)

        수레 소리 덜컹덜컹 사람은 헐떡헐떡

 

        歷歷盤兮頃刻而平地 (역역반혜경각이평지)

        몇 바퀴를 굽어 도니 어느새 평지일세.

 

        擣彼戎盧兮消烽燧 (도피융로혜소봉수)

        오랑캐 천막天幕 짓부수고 봉홧불을 끄나니

 

        勒勳孤竹兮億萬世 (륵훈고죽혜억만세)

        고죽국을 무찌르고 세운 공을 억 만세에 전하세.


제환공齊桓公은 군사들이 병거兵車를 끌면서 비이산鼻耳山

오르고 내려가는 광경을 지켜보며, 입을 벌린 채 다물 줄을 모른다.

 

        중보仲父, 내가 오늘에야 비로소 노래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과인은 노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안 것이오.

        그 이유가 무엇이오.

 

        주공, 몸을 과도히 부리면 정신이 피곤해지며

        심신이 즐거우면 몸의 피로를 잊게 합니다.

        주공, 노래의 효과는 이리도 크나이다.


        주공, 예전에 신이 함거轞車에 갇혀 잡혀 올 때

        추격하는 노군에 잡히면 죽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적이 있었지요.

 

        신은 그때 황곡黃鵠 이라는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하니,

        군사들이 즐거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 피로를 잊고

        두 배나 빠른 속도로 수레를 몰아 빨리 올 수 있었나이다.

 

        그 덕분에 신이 지금 주공 곁에 있게 되었나이다.
        중보仲父의 노고가 참으로 컸습니다.
        중보仲父는 참으로 인간의 마음에 달통達通 하셨구려.


노래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주며, 스트레스 해소, 우울증 예방,

자신감을 상승 시키며, 폐기능을 향상시키며, 기억력을 자극시켜

주며, 치매 예방에도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로 보아 관중은 아마도 사람의 심리에

        통달 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은 끝없이 이어지며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타나더니
별안간 앞서가던 수레들이 멈춰 서버리고 말았다.

 

        주공. 길이 좁아 더는 나갈 수가 없나이다.
        집채보다 더 큰 바위들이 솟아있나이다.


        중보仲父. 이곳에 적의 복병伏兵이 숨어있다면

        꼼짝없이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겠소이다.

        아니 저것은 또 무엇인가?

        주공, 무엇을 보셨나이까?

        중보仲父는 안 보이는 거요.

 

        산 윗편에서 이상야릇하게 생긴 짐승 하나가 튀어나왔는데,

        언뜻 보면 사람인 것처럼 보였으나 사람은 아니고,

        또 어찌 보면 원숭이 같으나 분명히 원숭이가 아니로다.

 

        키는 1척 남짓으로 작고

        주홍빛이 도는 옷에 검은 관을 썼도다.

 

        두 발에는 붉은 빛의 천 자락을 걸치고 있나니

        사람도 짐승도 아니란 말인가?

        비인비수非人非獸의 괴물怪物 이란 말인가?

괴물怪物은 자기 가슴에 팔을 올리며 세 번 허리를 숙여 읍을 올리고,

제환공齊桓公을 마치 영접하는 자세를 취하더니, 갑자기 오른손으로

바지 옷을 걷어 올리더니, 석벽으로 뛰어오르며 사라져버렸다.

 

        중보仲父 도 보았지요?
        주공, 무엇을 말씀하시나이까?

        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며, 방금 본 괴물怪物

생김새와 하였던 행동을 관중管仲에게 자세히 이야기하여주었다.

        주공. 제가 지은 상산가上山歌 에도 나옵니다.

        그것은 유아兪兒 라는 신으로 보입니다.


        유아兪兒가 무엇이오.

        북방에는 산이 많아 산을 오를 때 만난다는

        이 있다는데 그 이름이 바로 유아兪兒 입니다.

 

        예로부터 유아兪兒는 아무 눈에는 뜨이지 않으나

        천하 패권覇權을 잡을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하나이다.


        그가 취한 행동은 무슨 뜻이오?
        유아兪兒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린 것은

 

        주공께서 오랑캐를 이길수 있다며

        용기를 권고勸告 하는 행동으로 보이며

 

        옷을 걷어 올린 것은 앞에 물이 있다는 뜻이며

        특히 오른손으로 옷을 걷어 올린 것은

        물의 오른편이 깊다는 뜻 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공께서는 물의 왼편으로 가셔야!

        무사하다는 뜻이 아니겠는지요.

무엇이든 물으면 모르는 것 없이 척척 대답하는 관중의 식견識見

제환공은 또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또 관중이 말을 한다.


        유아兪兒의 몸짓으로 보아 필시必是

        이 산 너머에는 깊은 강 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강을 건너지 못 할 것으로 짐작하여

        이 지역에는 매복병을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공, 이곳에다 진을 치고 척후斥候를 내보내

        강의 형세形勢 부터 자세히 살핀 후에

        앞으로 진군進軍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중보仲父, 맞는 말이요.

        아장 연지름連摯凜은 정찰병偵察兵과 함께 살피고 오라.

 

        주공. 신 아장 연지름連摯凜 하루 만에 다녀왔나이다.

        고생하였다. 어떻던가? 어서 말해보라.

 

        산을 넘어 5리쯤 내려가면 비이계鼻耳溪 라는

        큰 강이 하나 있사오며 물은 넓고 깊어서

        겨울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뗏목으로 건너 다니는데

        얼마 전 고죽국孤竹國 임금이 뗏목을 모두 거두어 가버려

        이제는 건널 수 없다고 합니다.

 

        오른편으로 가면 물이 깊어 사람의 몇 길씩 되지만

        왼쪽으로 3리를 더 올라가 보니

        무릎 정도까지 밖에 닿지 않았습니다.

 

        중보仲父의 말 그대로가 아닌가?

        참으로 신통神通 한 일이로다.

 

아장亞將 연지름連摯凜의 자세한 보고를 받자, 제환공齊桓公

얼굴 빛이 상기上氣 되어 관중管仲의 식견識見에 찬탄讚歎 하였으며,

이때 옆에 서 있던 연장공燕莊公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비이계鼻耳溪 강은 얕은 곳은 없다고 하였는데

        얕은 곳으로 쉽게 건너갈 수가 있다니

        이는 하늘이 도우시는 것입니다.

 

        제환공齊桓公께선 이번 정벌에 반드시

        오랑캐를 무찌르는 일에 성공이 따르겠습니다.

 

        연공燕公, 유아兪兒가 가르쳐 준 대로 군요.
        연공燕公, 비이계鼻耳溪를 건너면 고죽국孤竹國 입니까?


        아닙니다. 비이계鼻耳溪를 건너 동쪽을 향하다 보면

        처음에는 단자산團子山 이 나오고

        다음에는 마편산馬鞭山 이고

        그 다음에 쌍자산雙子山 이 나오게 됩니다.

 

        이 세 산 사이가 각각 30리가 되며, 이를 지나

        다시 25리를 가면 무체성無棣城에 이릅니다.

        무체성無棣城 이 바로 고죽국孤竹國의 도성입니다.

 

대나무를 베고 칡덩굴로 얽어매어, 삽시간에 수백 개의 뗏목을

만들어 모두 준비準備가 끝나자, 이제 도강渡江을 하려 할 그때

무종국에서 파견 나온 장수 호아반虎兒班이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패공霸公, 중원中原의 군사보다는 제가

        이곳 지형地形에 익숙한바, 소장이 선봉先鋒이 되어

        먼저 강을 건너가고자 합니다.


        잠깐, 호아반虎兒班은 내 말을 들으시오.

        나, 관중管仲이 말하겠소이다.


        군사가 한곳으로 건너다가 적을 만나면

        진퇴양난進退兩難이 되기 쉬우니

        반드시 두 길로 나누어 살피면서 건너야 합니다.

 

진퇴양난進退兩難

나아갈 진, 물러날 퇴退, 양쪽 양, 어려울 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궁지窮地에 빠졌다.

 

       유아兪兒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 진나라 사람

       장화張華(기원후 233300)

       세상의 기문이담奇聞異談을 집록集錄

       박물지博物志에 나온다.

 

124 . 속이는 자에게는 속기가 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