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25 화.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에 몰아넣어라.

서 휴 2022. 7. 15. 18:08

125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에 몰아넣어라.


      한해旱海에 대해서는 나도 들어 알고 있소.

      그런데 그 땅이 어떻다는 것이오.


      한해旱海를 적극 이용해 보자는 것입니다.

      우리 편에서 한 사람이 거짓 항복을 하여

      제군齊軍을 그곳으로 유인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싸우지 않고도 적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답리가答里呵 임금임

      이 어찌 묘책이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오호그렇기도, 하구나.

      재상 올률고兀律古의 묘책이 좋도다.


답리가答里呵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의문疑問이 일어나서

재상 올률고兀律古 와 장수 황화黃花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나라 군사가 그 위험한

      한해旱海 라는 곳으로 들어갈리 있겠는가?


      임금님, 그곳으로 들어가게 만들어야 하지요.
      임금님께선 잠시 도성을 버리시고 양산陽山으로 가시면,

 

      백성들도 역시 모두 떠나며 피난避難 하게 됩니다.

      성을 완전히 비워두고 유인誘引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거짓 항복降伏 할 사람이 제환공에게 가서

      우리 주공이 멀리 도망갔으니 군사를 빌려주면

      뒤를 쫓아가 무찌르겠다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리되면 제환공齊桓公은 군사를 몰아

      우리 임금임을 죽이러 추격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제군齊軍을 무찌를 힘이 없는바
      재상 올률고兀律古 의 계책이 좋고 좋도다.

      과연 기막힌 사항계詐降計 로다.

 

      하지만 누가 이 일을 맡아 거짓 항복降伏 하여

      제환공齊桓公과 제군齊軍을 유인할 수 있겠는가?


      임금님,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이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을 속이고

      그 모래사막인 한해旱海로 끌어들이겠습니다.

이렇게 큰소리로 자청自請 하고 나선 사람은 첫 싸움에 패배하고

돌아온, 장수 황화黃花가 패배를 설욕하고자 자원하여 나선 것이다.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

      과연 그대의 항복을 믿어주겠는가?


      제가 이미 제환공을 속일 방법을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런가, 속일 방법이 무엇인가?

 

      임금님, 차차 보시게 될 것입니다.

      임금님께서는,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황화黃花의 자신만만한 말에 답리가答里呵1천의 기병을 내주게

되었으며황화黃花는 모든 준비가 끝나자 무체성無棣城을 출발하여

제환공齊桓公이 진을 치고 있는 단자산團子山으로 향하였다.

 

      황하黃花는 사항계詐降計를 실행하기 전에

      마편산馬鞭山에 올라가 밀로密盧를 죽이고

      밀로密盧의 머리를 가지고 가리라.

 

이렇게 작심한 황하黃花는 단자산團子山으로 직행하지 않고

서둘러 밀로密盧가 있는 마편산馬鞭山으로 올라갔다.

 

      그 무렵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

      제군齊軍과 대치하기도 몹시 힘들면서

      군량미마저 떨어지려 하자

      눈이 빠지게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중에 황화黃花 1천의 군마를 거느리고 오자몹시 반가워하며

얼른 영채營寨 밖까지 달려 나가 황화黃花를 영접하였다.


      장군께서 먼 길을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황화黃花는 밀로密盧가 반가워하며,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일 때

그 기회를 놓칠세라 재빨리 칼을 뽑아 밀로密盧를 내려쳤다.

 

      밀로密盧가 굽혔던 허리를, 펴기도 전에

      목에 칼을 맞아 쓰러져 죽는 것이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밀로密盧의 심복 장수

      속매涑買가 노성怒聲을 내지르며 덤벼들자

 

      양편 군사들도 한데 어울려 죽고 살기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가운데 속매涑買

      황화黃花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므로

 

      얼른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으며

      호아반虎兒班의 영채에 가서 항복하였다.

 

그러나 호아반虎兒班은 속매涑買의 말을 믿지 않고, 무종국无終國

백성들의 원한을 풀어주려는 듯, 그대로 목을 베어 죽여 버렸다.

이로써 영지국令支國은 모두 죽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황화黃花 장수라고 하였느냐.

      그대는 고죽국孤竹國 장수가 아닌가?

 

      그대가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는가?

      방백方伯께 밀로密盧의 머리를 바치나이다.

 

      목함木函열어보아라

      밀로密盧의 목이 맞는가 확인하여라
      틀림없이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의 목입니다


      패공覇公이신 제후齊侯 임께,

      이 황화黃花가 말씀드리겠나이다.

      

고죽국孤竹國 장수 황화黃花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영지국令支國 임금인 밀로密盧머리를

가지고 제군齊軍을 찾아가 열변을 토하며 유인하려 하였다.

 

      신은 중원中原의 패자국覇者國 

       나라와 싸우는 것이 무모하다고 생각하여,

      먼저 밀로密盧의 목을 끊어서 이리로 온 것입니다.

 

      신의 충정을 불쌍히 여기시고거두어 주신다면

      신이 길잡이가 되어 답리가答里呵를 잡아 오겠나이다.

      패공霸公께서는 신의 충정忠情을 받아 주십시오.

 

      고죽국孤竹國  답리가答里呵는 항복하자는

      신의 말을 듣지 않다가 마침내

      무체성無棣城을 버리고 모래사막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는 달아나면서 다른 나라 군사를 데리고 와서

      원수怨讐를 꼭 갚겠다고 눈물을 뿌리며 떠났습니다.

 

      중보仲父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본시 북쪽 오랑캐는 속임수가 많사옵니다.

 

      하지만, 호아반虎兒班 장수의 말에 의하면,

      황화黃花는 믿을 만한 장수라고 하나이다. 

 

      빨리 추격하여 답리가答里呵의 목을 가져오게 된다면

      이렇게 힘들었던 북벌北伐의 원정 행군도

      이로써 이제 끝이 나게 되옵니다.

 

      중보仲父의 말대로, 영지국令支國은 이제 망했고

      고죽국孤竹國의 답리가答里呵 만 잡으면

      이로써 북벌北伐 행군은 끝이 나게 되겠도다.


제환공齊桓公은 고죽국孤竹國의 황화黃花의 말을 믿게 되었으므로

곧 전군全軍에 명령을 내려답리가答里呵의 뒤를 쫓도록 하였다.

 

      황하黃花 장수그대의 말대로

      과연 무체성無棣城 성안이 정말 텅 비어 있구나.

 

      이곳 백성들은 다 어디로 피난 간 것인가?

      백성들은 양산陽山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으나

      답리가答里呵 분명히 모래사막으로 달아났습니다.

 

      연공燕公, 이곳 무체성無棣城

      연공燕公께서 지키는 게 좋겠소이다.

 

      나는 답리가答里呵의 뒤를 쫓겠소이다.

      제공齊公, 좋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제환공齊桓公은 더욱 황화를 믿게 되었으며그 사이 답리가答里呵

아주 멀리 달아나지나 않았을까만 염려하여 바로 뒤쫓기로 하였다.

 

      황화와 그 군사들이 앞장을 서서 가도록 하고

      우리는 그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도록 하라.


      패공霸公삼 일을 오게 되었나이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복잡합니다.

 

      신이 먼저 가서 답리가答里呵가 어느 방향으로

      달아났는지 잘 알아보고 오겠나이다.

 

      혹시나 답리가答里呵의 기습을 받으면 어찌하겠는가?

      위험하니 장수 고흑高黑과 같이 가도록 하라.


제군齊軍 은 황화黃花가 떠나간 방향을 따라 진군하는데, 20

리가 지나자황량荒凉 한 모래사막이 나타났다. 그러나 계속하여

한해旱海 라 불리는 사막 속으로 20여 리를 더 들어가게 되었다.

 

      곧 돌아온다던 황화黃花는 왜 오지 않는가.

      , 모두 더는 가지 말고 이곳에 멈추어라.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에 해가 저물자, 갑자기 냉기冷氣가 엄습하며

싸늘한 안개가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뿐만 아니라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귀신鬼神 울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 허어지러운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춥고 무서워 머리털이 곤두서는구나.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바람은 점점 더 미친 듯이 땅을 할퀴는구나.

 

갑자기 독 기운氣運을 품은 음습한 바람이 불어오고귀신鬼神 

울음소리에 사람과 말이 다 같이 놀라 비명悲鳴을 질러댔으며,

게다가 독 에 쏘인 듯, 군사들과 말들이 픽픽 쓰러지기도 하였다.

      주공진정하십시오.

      신이 들은 바로는 북쪽 땅에 한해旱海 라는

      사막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해旱海 라는 그곳은 흉악凶惡 한 독기가 있어,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나 해를 입어 죽는다 하였나이다.

 

      이곳이 바로 그 한해旱海 인 듯 합니다.

      주공,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겠습니다.
      주공어서 서두르십시오.


제환공은 대경실색大驚失色 하여 즉시 군사들에게 큰소리로 뒤로

물러나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어버려 군사의

태반太半이 흩어졌으며 죽거나 행방불명行方不明이 된 뒤였다.

 

모래사막인 한해旱海는 음습陰濕 하면서도 무서웠고군사들이

모두 횃불을 켜 들었으나황량한 벌판에서 세차게 몰아치는 강한

바람에 횃불은 번번이 꺼져버리고, 귀신과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더욱 공포에 빠지게 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헤매게 되었다.

      주공진정하시옵소서

      주공, 신이 처리하겠나이다.

      군사들은 일제히 금을 울리고 북을 두드려라.

 

      중보仲父적과 싸우는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을 울리고 북을 두드리라 하는 것이오.


      을 울리는 것은 사악한 음기를 막는 것이며

      북을 두드리는 것은 그 소리를 듣고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옵니다.

한해旱海 사막의 어둠은 작은 빛마저 완전히 삼켜버리고하늘과

땅이 모두 캄캄해졌으므로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제군齊軍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

      과 북소리만 듣고 따라가라.

 

제군齊軍은 어디를 얼마나 달려가며 되돌아왔는지 알지 못하였으나
이윽고 바람이 멈추고 안개가 흩어지기 시작하였으며하늘에서는

조각달이 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겨우 멈춰 서게 되었다.


계속 금을 울리고 북을 두드리자모든 장수와 군사들이 금金과

북소리를 듣고 속속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곳에 모여 군막軍幕을 치고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졸면 안 된다. 귀신 들에게 홀린다.
      아침이 될 때까지 참도록 하라.

 

      동이 트기 시작한다.

      모두 일어나 상황을 점검하여 보아라.

 

      군사들과 말들이 반 이상이 없어졌으며

      장수 중엔 공손습붕恭遜襲封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겨울철이라 독사毒蛇가 없었고쇠와 북소리에

사막의 맹수들이 모두 숨어버렸다는 점이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모두가 죽거나 찾을 수가 없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관중管仲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에 보이는 건 모두 황량하였으며

모래언덕과 험한 바위산뿐으로 길이라곤 찾을 수 없어 난감해졌다.

 

      몸이 날랜 군사들을 뽑아 길을 찾도록 하라.

      주공동쪽이 막히고 서쪽도 막혀있나이다.

 

      우리가 미로迷路 속에 갇히고 만 것인가.

      모래사막인 한해旱海 미곡迷谷 이라 부른다더니
      아 아우리가 이곳에서 갇혀 꼼짝없이 죽게 되는가.


      주공불안하시나이까

      신이 알기로는 늙은 말은 길을 잃지 않는다, 하였나이다.

 

      무종국无終國과 산융山戎 접경지대의 말들은

      대부분 사막 북쪽에서 온 것들이므로왔던 길을

      뒤돌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호아반虎兒班은 산융山戎의 말 중에서

      그중에 늙은 말 십여 마리를 풀어그 말들이

      가는 곳으로 뒤따라가도록 하여 보라.

 

126 . 늙은 말의 지혜에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