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곡직
서 휴
불문곡직(不問曲直)
아니 불(不), 물을 문(問), 굽을 곡(曲), 곧을 직(直).
굽어지고, 곧은 걸 묻지 않는다.
사리의 옳고, 그름을 따져 묻지 않는다.
본래는 불문가부 불론곡직(不問可否, 不論曲直) 이라 했다.
사기(史記) 열전(列傳)에 나오는, 이사(李斯)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진시황(秦始皇) 즉위 10년 때, 초(楚)나라 사람
이사(李斯)는 진(秦)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다.
종실 사람들과 대신들이 진(秦)나라 사람을 제외한 다른 제후국의
신하들은 믿을 수 없으니 쫓아내야 한다는 간축객서(諫逐客書)의
상소문을 진시황(秦始皇)에게 올렸다.
이사(李斯)는 자신도 그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알고는
상진황축객서(上秦皇逐客書)라는 상소문을 올린다.
지금 폐하께서 곤륜산의 옥과 수(隨)와 화(和)의 보배를 갖고 계시며,
명월주(明月珠)를 드리우고,
태아검(太阿儉)을 차시며,
섬리마(纖離馬)를 타시며,
취봉기(翠鳳旗)를 세우시며,
영타고(零鼉鼓)를 세우시니
이런 좋은 것 중에 진(秦)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폐하께서 그것을 좋아하시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반드시 진(秦) 나라에서 생산된 것만 좋다고 하신다면,
야광벽(夜光壁)으로 조정을 꾸미지 못하며,
서상기(犀象器)를 애호하지 못하며,
정(鄭)과 위(衛) 나라의 여인들로 후궁을 채우지 못하며,
준마(駿馬)로 마구간을 채우지 못하며,
강남 (江南)의 금석(金錫)을 사용하지 못하며,
서촉(西蜀)의 단청(丹靑)으로 꾸미지 못합니다.
또한, 후궁을 꾸미고, 진열하며, 마음을 즐겁게 하고 이목을 기쁘게
하는 것들이 반드시 진(秦)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이어야 한다면,
완주(宛珠)의 비녀와 부기(傅璣)의 귀걸이, 아호(阿縞)의 옷,
금수(錦繡)의 장식을 주상께 드릴 수 없으며,
아름다운 조(趙) 나라 여인을 곁에 세울 수 없습니다.
옹(甕)을 치고, 부(缶)를 두드리며, 쟁(箏)을 타고 허벅지를 두드리며
노래하여 이목을 즐겁게 하는 것만이 본래 진(秦) 나라의 음악이요,
정위(鄭衛)의 음악과 소우(昭虞)와 상무(象武)는 다른 나라의
음악이거늘 버리지 않고 연주하게 하는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지금 사람을 쓰는 것은 가부를 묻거나(不問可否) 곡직을 가리지도
않고서 (不問曲直), 진(秦) 나라 사람이 아닌 자는 떠나가게 한다면
중시하는 것은 여색과 음악과 주옥(珠玉)이요, 경시하는 것은 인민에
있는 것이니, 이는 천하를 통치하고 제후를 다스리는 방책이 아닙니다.
이사(李斯)는 진(秦)나라 대부들과 종실 사람들이 다른나라출신의
벼슬아치들을 내쫓으라는 상소를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훌륭한 물산과 미인과 음악 등은
수입해 이용하면서, 유독 사람에게만 굽고 곧은
곡직(曲直)의 가부(可否)를 따져 보지도 않고서
내쫓는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진시황 (秦始皇) 은 축객(逐客), 상소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