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8 화. 상대를 알고 전쟁을 준비하는가.
진문공은 처음으로 대규모 전쟁을 치르게 되는바,
아무래도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다가,
그날 밤 잠자리에 들어 꿈을 꾸게 되었다.
옛날 유랑생활 중에 진문공과 가신 일행이 초나라에 들어가 몸을
맡기고 있을 때였다.
진문공과 초성왕은 서로 친하게 지내며
수박(手搏) 놀이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진문공이 힘이 다하여 땅에 넘어져서
하늘을 향하여 드러눕게 되었다.
그때 초성왕이 진문공의 배 위에 올라타고서는
그 큰 주먹으로 진문공의 머리를 내리쳤다.
진문공의 머리가 깨지며 하얀 뇌가 비치자
초성왕이 손으로 뇌수를 꺼내 먹는 꿈이었다.
진문공은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으나
상서롭지 못한 꿈이란 걸 알고 두려워했다.
진문공은 자기와 같은 막사 안에서 머물러 자고 있던 호언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꿈속에서 초왕과 싸웠는데 이기지 못하고
또 초왕에게 나의 뇌수를 먹히게 되다니
몹시, 좋지 않은 징조 같아 걱정되오!
주공, 신 호언이 말하겠나이다.
주공, 그 꿈은 정말로 크게 길할 징조입니다.
주군께서는 이 번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아니, 그 꿈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오?
주공, 들어 보시옵소서.
주군께서 땅에 넘어져 하늘을 쳐다보고 계셨으니
이것은 곧 하늘의 보살핌을 받으신다는 뜻이며
초왕이 몸을 엎드린 것은 곧 땅에 꿇어앉아
주군께 죄의 용서를 비는 형상이 되옵니다.
주공, 뇌(腦 )라는 것은 본시 부드러운 것이라
주군께서 부드러운 뇌(腦)를 초성왕에게 준 것은
곧 부드러운 것으로 강한 초(楚) 나라를
부드럽게 복종시킨다는 뜻이 되옵니다.
주공, 초왕이 주군께 절하는데 어찌
성복(城濮) 전투에서 이기질 못하겠나이까?
호언(狐偃)은 진문공(晉文公)의 꿈을 해몽해 주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해시켜 주었다. 이에 진문공은 불안감이 일시에 사라지고 또한,
자신감과 용기도 일어나게 되었다.
이에 진문공(晉文公)은 어둡던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으며,
이윽고 날이 밝자, 군리(軍吏)의 보고를 받게 되었다.
주공, 초군(楚軍)에서 전서(戰書)를 보내왔나이다.
호언(狐偃)은 어서 읽어보시오.
소장은 진후(晉侯)의 군사들과 전쟁놀이를 하고 싶소이다.
진후(晉侯)께서 수레의 횡목(橫木)에 기대어 관전하신다면
이 성득신(成得臣) 또한 멀리서 바라보며 즐기겠소이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전쟁이란 나라의 흥망이 달린 매우 위태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놀이라고 경망스러운 말을 쓰고 있으니
성득신(成得臣)은 전쟁을 벌이는 일에 신중하지 않나이다.
주공, 저런 생각으로 어찌 전쟁에 이길 수 있겠습니까?
주공, 성득신(成得臣)은 분명히 망할 것입니다.
란지(欒枝)는 성득신(成得臣)의 전서(戰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서를 보내도록 하라.
과인은 옛날 귀국의 왕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잊지 못하는
바이라, 초왕 과의 약속대로 삼사를 후퇴하여
감히 장수의 군사들과 싸움을 피하려 하였노라!
이에 불과하고 그대가 기어이 전쟁을 벌이고
싶어 한다니, 과인이 어찌 그 모습을 보이지 않겠는가?
좋도다, 내일 아침 성복(城濮) 벌판에서
서로 출진하여 대진토록 해 보자!
초군(楚軍)의 사자가 답서(答書)를 갖고 돌아가자, 진문공(晉文公)은
선진(先軫)을 시켜 다시 3군의 사열을 하게 하였다.
진문(공晉文公)은 호언(狐偃)과 함께 성복(城濮) 땅의
높은 곳에 있는 옛날 유신씨(有莘氏)의 유적에 올라
진군의 군용(軍容)을 살펴보았다.
유신씨(有莘氏)는 하(夏) 나라 말기에 있었던 작은 제후국이며,
지금의 하남성 조현(曹縣) 북쪽 10㎞ 지점에 있었다고 한다.
호언은 우리 진군(晉軍)의 군용을 어떻게 보시 오?
주공, 우리 진군(晉軍)은 상, 하의 구분이 뚜렷하고
앞으로 나가고 뒤로 물러나는데 절도가 있나이다.
그렇소, 모두 극곡(郤穀)이 잘 조련한 덕이오!
극곡(郤穀)이 잘 훈련해 넘겨준 우리 진군이라!
이만하면 초군(楚軍)과 한번 싸워볼 만하지 않겠소?
주공, 그렇사옵니다.
비록 죽었지만 극곡(郤穀)의 공이 너무나 크옵니다.
진문공은 선진의 사열한 결과를 보고받은 후에 진군의 군사들을
동원하여 산 위의 나무들을 베어 진지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등으로
전투에 필요한 준비를 충분히 하게 하였다.
주공, 원수 선진(先軫)이 보고드립니다.
우리 병거(兵車)는 모두 700승이며 보졸은 5만이옵니다.
어찌하여 그것밖에 안 되오?
주공, 제(齊)와 진(秦)의 지원군은 포함하지 않았나이다.
진(秦)의 진군(秦軍)은 1만여 명이며
제(齊)의 제군(齊軍)은 3천여 명으로
성득신의 초군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되옵니다.
선진(先軫)은 진군의 사열을 끝마치고 사열 결과를 보고 하자마자
바로 3군의 장수들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군령을 내린다.
호모(狐毛), 호언(狐偃) 형제께서는 상군을 이끌고
진(秦)의 건병(蹇丙) 장수와 함께 나아가며
초(楚)의 투의신(鬪宜申)이 지휘하는 좌군을 맡으시오.
난지(欒枝)와 서신(胥臣)은 우리의 하군을 맡으며
제(齊)의 부장 최요(崔夭)와 함께 군사를 이끌고
초(楚) 나라 투월초(鬪越椒)의 우군과 대적하시오.
본관은 극진(棘津), 기만(祁滿) 장수와 함께 중군을 이끌며
성득신이 이끄는 초군(楚軍)의 중군과 대적할 것이오.
순림보(荀林父)와 사회(士會)는 다른 부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기동부대로 편성하면서, 좌익과 우익으로
나눌 것이오!
각기 5천의 군사를 배치하니 잘 이끌 것이며
임무에 충실토록 명심하시오!
제(齊)의 귀국보(國歸父)와 진(秦)의 소자은(小子憖)은
자기 나라의 군사를 인솔하여 지름길로 나아갈 것이며
초군(楚軍)의 배후로 돌아가 매복하고 있다가
초군(楚軍)이 싸움에 지고 퇴각할 때를 기다려
그들이 그들의 대채(待寨)로 가도록 유도해야 하오!
원수님, 나 위주(魏犨)는 왜 빼놓는 것이오?
위주(魏犨) 장수는 가슴의 상처가 어떻소?
허허, 뭔 말이오, 선봉은 내가 서겠소이다!
위주(魏犨) 장수는 별도의 임무를 맡아야 하오.
이곳 유신(有莘)에서 남쪽으로 가다 보면
공상(空桑) 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그곳은 초나라의 연곡(連谷) 땅과 통하여
초군(楚軍)이 철수할 때 초(楚) 나라로 가는 길목이오.
위주(魏犨) 장수는 그곳에 매복해 있다가
패주하는 초군(楚軍)의 퇴로를 끊게 되면
틀림없이 성득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장수 주지교(舟之僑)는 하수(河水)의 남쪽 강 안에
배들을 모아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초(楚)에서 얻은 치중(錙重) 들을 실어 나르는데
착오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시오.
또한, 우리 진군(晉軍)이 돌아갈 배도 준비해야 하오!
선진은 그 밖의 장수에게도 각기 맞는 임무를 상세히 일러주고
각자의 배치를 끝내자, 제일 먼저 위주(魏犨)가 즐거운 마음으로
물러 나와 군사를 이끌고 공상(空桑)을 향해 달려갔다.
조쇠(趙衰), 손백규(孫伯糾), 양설돌(羊舌突), 모패(茅茷) 등
일반 문무 대신들은 옛 유신씨(有莘氏)의 유적이 있는
산상에서 전투를 관전하는 진문공을 호위하게 했다.
이윽고 다음날이 되어 아침 해가 밝아지자, 진군은 유신(有莘)의
북쪽에 진을 펼쳤으며 초군은 그 반대편인 남쪽에다 진을 쳤다.
양군이 모두 삼군으로 편성되어 있었으며, 각기 작전계획대로
각 군을 배치함으로써 대진(對陣)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 성득신이 먼저 영을 내리노라.
좌군과 우군이 먼저 진군(晉軍)을 공격하라!
중군이 그 뒤를 받쳐줄 것이다.
우리 초군은 진군(晉軍)을 모조리 짓밟아버려라!
진문공(晉文公)을 사로잡는 자에게는
나의 영지의 반을 상으로 내리겠노라!
한편 진(晉)의 하군 대장 란지(欒枝)는 초(楚)의 우군이 진(陳)과
채(蔡)의 군대를 전대(前隊)로 삼는 걸 보고는 몹시 기뻐했다.
장수들은 들으시오. 선진(先軫) 원수께서
나에게 비밀로 알려준 바가 있소이다.
진(陳)과 채(蔡), 두 나라 군사들은 겁이 많아
쉽게 흩어질 것이다. 라고 하였소.
먼저 진(陳)과 채(蔡) 나라의 군대를 꺾는다면
초(楚) 나라의 우군은 스스로 무너질 것이오.
진(秦)의 건병(蹇丙) 장수는 진군(秦軍)을 이끌고
나아가 초군(楚軍)에게 싸움을 걸도록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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