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4 화. 지피지기가 무슨 뜻인가.
그 무렵 진목공(秦穆公)은 신료들과 함께 조례를 열며, 여러 사안을
올려놓고 검토하면서,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요즘 진(晋) 나라는 어찌 돼가오?
공자 칩(縶)은 대답해보시오!
공손 칩(縶)이 앞으로 나서며, 난진(欒軫)을 시켜 진(晋)나라의
동정을 살핀 내용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파발이 들어온다.
주공. 파발이옵니다.
진(晋) 나라에서 사신이 도착하였나이다.
그래. 어서 들라 하여라.
진(秦)에 도착한 비정보(邳鄭父)는 밀봉된 진혜공(晉惠公)의 국서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진목공(秦穆公)에게 올린다.
이오(夷吾)가 진후(秦侯)에게 아룁니다.
하서(河西)의 5개 성을 진후(秦侯)께 주기로 약속한바
다행히 진(晉)에 들어와 사직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진후(秦侯)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갚기 위해
약조를 지키려 했으나,
이곳의 대신들이 말하길 무릇 나라의 영토란
선군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인데
망명 중의 공자 신분으로 어찌 나라의 땅을
함부로 떼어준다고 황망하게 약조하였냐며
대신들 모두가 지극히 반대하여 한동안
논쟁했으나 그 뜻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료들이 논쟁하며 동의하지 않는 바라
부디 진후(秦侯)께서 얼마간의 말미를 주신다면
그 은혜를 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진목공(秦穆公)은 진혜공(晉惠公)이 보낸 국서를 다 읽고 나자,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비정보(邳鄭父)를 보며 크게 분노했다.
하서(河西)의 땅을 내주지 않겠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당분간 연기하자는 뜻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이오(夷吾)는 군주의 자질이 없다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기만할 줄은 몰랐도다!
이오(夷吾). 이 간특(奸慝)한 놈이
기어이 나를 배신한단 말이지!
네 놈이 비정보(邳鄭父) 라 하였느냐?
네놈부터 참(斬)하여 본때를 보여주리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 참수시켜 버려라!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이는 비정보(邳鄭父)의 잘못이 아니옵니다.
몇 명의 대신이 잔꾀를 부리는 것입니다.
어떤 놈이 이오(夷吾)를 배신토록 만들었느냐?
비정보(邳鄭父)는 어서 말해보라!
비정보(邳鄭父)는 잘못하면 진목공의 노여움으로 참수당할 수도
있다는 직감을 느꼈으나, 노련한 외교관답게 정중히 제안하였다.
진후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나이다.
죄송하오나, 좌우를 물리쳐주시옵소서.
신이 비밀리에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진목공(秦穆公)이 좌우를 물리치며 화기를 가라앉히는 듯 하자,
비정보(邳鄭父)는 급히 무릎을 꿇으며, 침착하면서도 비장하게
간곡하게 말씀을 올리게 된다.
진후(秦侯)의 은혜에 모두가 감사하고 있나이다.
하서(河西)의 땅을 약조대로 드리려 하였으나
다만,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단 두 사람이
반대하여 일이 이렇게 어지럽게 된 것입니다.
진후(秦侯)께서 한 번만 더 진(晋) 나라를 도와주십시오.
한 번 더 도와달라니 무슨 뜻인가.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이 나라를 움켜쥐고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사오니
만약 진후(秦侯)께서 예물로 사신을 보내시어,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두 사람을 초대하시어
이들이 진(秦)에 당도하면 잡아 죽이시옵소서.
그리하시면 저와 이극은 이오를 몰아낼 것이며
진후(秦侯)께서 중이를 진(晉)의 군주로 보내신다면
저희는 칠여대부와 함께 이오를 몰아내고
강성(絳城) 안에서 진후(秦侯)께 호응하겠나이다.
저희의 계획이 성사된다면 저희는
대대로 진후(秦侯)를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진후(秦侯)의 뜻은 어떠하시온지요?
으흠, 대단히 좋은 계획이오.
좋소. 그건 과인이 원래 바라던 바이오!
그러하옵니다. 도와주시옵소서.
좋다. 그대는 대부 영지(鈴至)와 상의하여
차질 없이 진행토록 하라.
진목공(秦穆公)은 즉시 대부 영지(鈴至)를 답례 사절로 정했으며,
진(晉) 나라의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두 사람을 유인해
진(秦) 나라에서 참수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비정보는 영지(鈴至)와 함께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에게
줄 많은 선물을 가지고 강성(絳城)까지 다가갔으며, 그때야
비로소 이극(里克)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도 들어가 이극(里克)처럼 잡혀 죽는 건 아닐까.
내가 이대로 진(秦) 나라로 달아난다면,
강성(絳城)에 있는 내 아들 비표(丕豹)를 비롯한
내 가족은 몰살당하고 말 것이다.
비정보(邳鄭父)는 크게 망설이는데, 때맞추어 비밀리에 소식을 전해
듣고 마중 나온 대부 공화(共華)와 여러 가지를 의논하게 되었다.
죽은 이극(里克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소!
저들은 이극(里克), 한 사람만 노렸던 것 같소이다.
만일, 미리 겁을 내어 타국으로 달아난다면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 되지 않겠소?
성안으로 들어갑시다.
우리 함께 힘을 합해 후일을 기약합시다!
비정보(邳鄭父)는 단단하게 각오하고, 강성(絳城)으로 들어갔으며
진혜공(晉惠公)을 알현하자, 진(秦) 나라에 다녀온 결과를 보고한다.
비정보(邳鄭父)는 잘 다녀왔는가?
사신까지 데리고 오다니 무슨 일이오?
진(秦)의 사신인 영지(鈴至)가 대답하옵니다.
우리 주공께서 하서(河西)의 땅은 귀국의 요청대로
당분간 연기한다고 하시면서,
진(晉)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극예(郤芮) 와 여이생(呂飴甥)의 노고를 위로하시겠다며
초청장과 선물을 보내시었습니다.
진혜공(晉惠公)은 하서(河西)의 땅 할양을 연기 해준다고 하며,
더구나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을 초청까지 한다고 하자,
의도한 대로 잘 성사되었다고 대단히 만족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하였다.
진목공(秦穆公)이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을
초청까지 한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오.
그대들은 그간의 우리 사정을 잘 이야기하고
천천히 돌아오도록 하시오!
영리한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저녁이 되어 함께 궁에서
나오자마자, 저녁 식사와 더불어 술을 마시면서, 진(秦) 나라 사신
영지(鈴至)가 말한 내용에 대해 가졌던 의문을 논의하게 된다.
참. 이상하지 않소이까?
무엇이 이상하단 말이요?
우리는 예물도 적게 보내며, 하서(河西) 땅 헌납을
연기하겠다는 나쁜 소식을 가져간 것이 아니겠소?
그런데 진목공은 너무 선선히 승낙하였고
우리 둘에게 너무 과분한 선물까지 보내다니
무언가 숨은 계략이 있는 것 같지 않소이까?
아무래도 비정보가 음모를 꾸민 것 같소이다.
진목공과 짜고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지 않소?
진(秦) 나라에 갔다가는 살아 돌아오기가 어려울 것이오.
진(秦)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참수를 당할 것 같소이다!
사태를 꿰뚫어 본 극예 와 여이생은 비정보와 진목공이 꾸미고 있는
음모를 짐작하였으므로, 다음날 진혜공을 찾아가 대책을 논의한다.
주공. 사신 영지(鈴至)에게, 저희는 급한 일을
정리하고 뒤따라간다고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이번에 이극(里克)의 잔당을 모두 처치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소! 반드시 처결토록 하오!
진(秦)의 사신 영지(鈴至)가 어쩌지 못하고 진(秦) 나라로 돌아가자.
극예와 여이생은 비정보(邳鄭父)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나는 진목공과 틀림없는 약조를 하였소이다.
극예와 여이생이 진(秦) 나라에 가게 되면
곧바로 참수되고 말 것이오!
이제 우리는 진혜공(晉惠公)을 몰아내고
중이(重耳) 공자를 모셔와 군위에 올려야 하오.
극예는 비정보(邳鄭父)의 집에 자주 칠여대부(七閭大夫) 들이
모여드는 걸 알아차리고, 심복 부하에게 감시시키면서,
궁리하다가 도안이(屠岸夷)를 생각해내어 불러들인다.
부르셨습니까. 도안이(屠岸夷) 옵니다.
어서 오시 오. 도안이(屠岸夷)!
그대 신상에 큰 변화가 생기겠어!
아니 변화라니 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극(里克)이 두 군주를 주살시켰는데
하수인인 자네를 가만 놔둘 수 없다는 거야!
그대의 공이 크다며 만류시켰지만!
주공께선 민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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