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3 화. 원한 맺힌 혼은 정말 나타나는가.
제사 의식을 끝낸 호돌(狐突)은 고원(高原)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뽀얀 안개가 밀려오면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데,
수많은 깃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한 수레가 가까이 다가왔다.
국구(國舅), 호돌(狐突) 어른 반갑습니다!
아니, 태부(太傅) 두원관(杜原款)이 아니시오?
세자께서 국구(國舅) 어른을 모셔오라 하십니다.
호돌(狐突)은 백발이 성성한 두원관(杜原款)이 진헌공(晉獻公)에게
죽임을 당한 걸 미처 생각지 못하고 따라가 한 수레 앞에 멈췄다.
호돌(狐突)이 수레에 다가가자, 신생은 머리에 관을 쓰고, 허리에는
칼을 차고 앉아있는데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생했다.
국구(國舅)께선 아직도 이 몸을 생각하십니까?
세자, 세자의 원통함은 모든 이가 다 알고 있사오며
지금까지도 눈물을 흘리고 있사옵니다.
이 어찌 호돌이 감히 잊을 리 있겠나이까?
두원관(杜原款)이 안내한 곳의 큰 수레에는 세자 신생(申生)이 앉아
말하며, 호돌(狐突)은 묻는 말에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고 있었다.
상제(上帝)께서 나를 가상히 여기시어
나에게 교산(喬山)의 주인으로 명하셨소.
이오(夷吾)가 어머니 가군(賈君)에게 무례를 범함에,
나는 그 불결함을 싫어하는 바이라
내 시신을 개장하는 일을 물리치려 악취를 풍겼으나,
여러 중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중지시킨 바이오.
진(秦)의 군주는 지혜와 덕을 두루 갖춘 현인이라 하오!
내가 이 진(晉)나라 땅을 진(秦)의 군주에게 주고는
그에게 나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고자 하오!
세자 신생(申生)의 이 말은 진(晉)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었으므로,
호돌(狐突)은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만류하게 된다.
국구(國舅)의 생각은 어떠시오?
세자, 세자께선 비록 이오(夷吾)를 싫어하시나!
이 백성들은 무슨 죄가 있겠나이까?
또한, 진(晉)나라의 선조들은 무슨 있사옵니까?
세자께서는 동성(同姓)을 버리시고
이성(異姓)에게 음식을 얻어 드시려 하는 것은
세자의 어진 마음과 효에서 벗어나는 일이 되옵니다.
세자께선 진(晉)나라에 계속 머물러 계셔야만 하옵니다.
어느 나라나 이성(異姓)의 제사는 지내주지 않나이다.
국구(國舅)의 생각이 그러한 것이오?
세자, 조상의 나라를 먼저 생각하시옵소서!
국구(國舅)의 마음을 잘 알겠소!
그러나, 이미 상제에게 고한 바이라
다시 상주하여 국구(國舅)의 말에 따르도록 해보겠소.
국구(國舅)는 이곳에서 7일간만 머무시오.
포성(袌城) 서쪽의 한 무인(巫人)이 찾아갈 것이오.
그때 그 무인(巫人)이 찾아가 말해줄 것이오.
세자님, 정말로 고맙사옵니다!
국구(國舅)는 이제 돌아가십시오.
두원관(杜原款)이 헤어지자고 말하자, 호돌(狐突)은 세자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수레에서 내리려다가 실족하여 땅에 떨어졌다.
그사이에 신생(申生)과 두원관(杜原款)의 수레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호돌(狐突)은 외관(外館)에 누워있으면서 꿈을 꾼 것이었다.
어찌하여 내가 이곳에 누워있는가?
국구(國舅)께서 제사가 끝날 무렵 축문에 불사르고
마지막 절을 올리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나이다.
흔들어 보아도 깨어나지 않으시어
이곳 외관(外館)에 모시고 왔나이다.
이제 무사히 깨어나시니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호돌(狐突)은 기이한 꿈을 꾸게 되었으나,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몸이 아프다면서 외관(外館)에 계속 머물렀다.
꿈에서 이야기한 7일째 되는 날, 미시(未時) 인 늦은 저녁 8시가
되자, 외관(外關)의 문을 시키는 사람이 와서 보고했다.
포성(袌城) 서쪽에 사는 한 무인(巫人)이
찾아와 꼭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허 어, 어서 빨리 모시어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물러가거라.
외관(外館)의 방으로 인도된 무인(巫人)은 호돌(狐突)에게 정중한
인사를 올리고 나서는 조심스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소인은 귀신과 말을 통하는 사람입니다.
고원(高原)이 있는 이곳 교산(喬山)의 산신(山神)은
지난날 진(晉)나라의 세자 신생(申生) 입니다.
세자께서 국구(國舅)께 말씀을 전해라 하셨나이다.
세자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셨던가?
천제께 다시 상주하여 국구(國舅)의 청원대로
진(晉) 나라에는 아무런 해도 없을 것이니
안심하라면서! 그대로 전하라 하셨나이다.
다만, 천륜을 욕되게 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 하시며
그 죄인의 후세를 참하여 교훈을 주리라 하셨나이다.
벌을 받을 사람은 누구라고 하던가?
단지 이 말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소인은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옵니다.
호돌(狐突)은 세자 신생의 말을 전해 듣고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며
물었으나 더는 말을 못 하자, 황금을 무인(巫人)에게 주면서,
이 모든 이야기를 타인에게 함부로 발설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무인(巫人)이 물러가자, 호돌(狐突)은 곧바로 외관(外館)을 떠났으며
강성(絳城)으로 돌아오자마자, 비정보(丕鄭父)의 집을 찾아갔다.
비정보(丕鄭父)는 집에 있는가?
진(秦) 나라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호돌(狐突)은 비정보(丕鄭父)의 아들 비표(丕豹)를 만나 확인하고는,
곧바로 태사 곽언(郭偃)을 찾아가 포성(袌城)의 고원(高原)에서
일어났었던 꿈 이야기를 했다.
지금의 주공은 하는 일마다 도리에 벗어나니
반드시 명대로 살지 못할 것입니다.
다음 군위는 중이(重耳) 공자에게 돌아갈 듯싶소이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성(絳城)에서는 이상한 노래가
퍼져나가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누가 이 사람을 냄새나게 하였는가.
예를 갖추어 개장해도 좋은 보답은 없을 것이네.
나라에 법도가 서지 않으니
자리를 훔친 자가 요행히 살아있구나.
백성들은 신생(申生)을 그리워하며
새 군주가 귀의하길 바라고 있다네.
아아, 나라를 생각하니 마음이 슬프구나.
14년의 세월에 후사(後嗣)가 끊기리라.
책(翟)에 있는 공자가 돌아오는 날
우리는 그에게 의지하리라.
백성들 사이에 이런 노래가 자꾸 퍼져나가며 유행하자, 이상하게
생각한 호돌(狐突)은 태사 곽언(郭偃)을 찾아가 물어보게 된다.
14년의 세월은 무엇이며,
책(翟)의 공자란 누구를 말함이오?
책(翟) 땅에 머무는 중이(重耳) 공자가 돌아올 것같소.
진(晉) 나라는 14년 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며
지금의 주공이 망한다는 뜻이지요!
아마도 진(秦)나라에 곤욕을 치를 것입니다.
그 장소는 한(韓) 이란 땅이 될 것입니다.
진(晉)과 진(秦)이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말이오?
그렇소. 진(晉)나라는 진(秦)에 패할 것이오.
그 싸울 장소가 한(韓)이란 곳입니까?
허, 정말, 그렇소이다.
한(韓) 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함이오?
한(韓)의 들판은 한원(韓原)을 말하는 것 같소!
원로대신 호돌(狐突)은 태사 곽언(郭偃)의 해몽과 더불어 장차의
예언을 듣고 나오며 중이(重耳) 공자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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