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6 화. 전투는 전술이 필요한가.
아니. 왼 호적(胡笛) 소리냐?
속매(涑買)! 이놈이 복병을 숨겨두었구나!
갑자기 호적(胡笛)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양 사방의 숲과
바위 뒤에서 산융(山戎)의 군사가 물밀듯 쏟아져 나와 호아반과
그의 군사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에워싸며 공격해 들어왔다.
모두 포위망(包圍網)을 뚫어라!
왔던 길로 퇴로(退路)를 열어라!
산융이 철통같이 에워싸며 다가오자, 젖먹던 힘까지 다해 포위망을
뚫으려 하였으나 산융은 점점 더 호아반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저 배신자 호아반(虎兒班)을 사로잡아라!
점점 좁혀 들어가 꼭 사로잡도록 하라.
호아반은 죽을힘을 다해 철과추(鐵瓜錘)를 휘두르며 대적하였으나.
타고 있던 말마저 화살을 맞아 잘 뛰지를 못해 잡힐 지경이었다.
속매(涑買) 장수임. 제군(齊軍)이 쳐들어옵니다.
제군(齊軍) 저놈들.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구나.
아깝도다. 자 모두 철수하라!
그때 천만다행으로 제군의 장수 왕자 성보(成父)가 산융(山戎)의
용사들을 풀 베듯 해치며 달려와 산융(山戎)을 쫓아내는 바람에
호아반(虎兒班)과 그의 군사들은 겨우 살아나 돌아올 수 있었다.
선봉에 섰던 호아반(虎兒班) 장수가
매복계(埋伏計)에 걸려 너무 피해가 컸구나.
호아반 장수, 전력(戰力)이 어떻게 되어있는가?
2천 중에 살아남은 자는 1천 기가 조금 넘습니다.
패공(霸公). 신 호아반(虎兒班)이
선봉대로서 패하여 면목이 없나이다.
괘념치 마라. 누구나 지기도 하는 것이니라.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호아반(虎兒班) 장수의 말이 큰 상처를 입었구나.
내 준마(駿馬)를 가지고 열심히 싸우면 되겠노라.
이 준마(駿馬)는 날쌔고 힘이 좋다.
자, 호아반(虎兒班)은 이 준마(駿馬)를 가져가라!
패공! 감사하나이다!
호아반은 제환공의 너그러움에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렸다.
제군(齊軍)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 후에 동쪽으로 30리가량
더 진군하여 높은 복룡산(伏龍山) 밑에서 멈추게 되었다.
주공. 신, 관중(管仲) 이옵니다.
이곳 주변 지형을 살펴보건대
이곳은 가히 진채(陣寨)를 세울 만한 곳입니다.
두 군주께는 높은 곳에 영채(令寨)를 세우시고
군사들은 산 아래에 진채(陣寨)를 세우겠나이다.
군사들은 모두 들어라!
수레들을 서로 연결하게 하고 큰 나무들로
틈틈이 보강하며 성 모양으로 탄탄한
요새(要塞)를 만들도록 하라.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는 속매(涑買)가 첫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오자 자신감이 붙게 되었기에, 친히 1만여 군사를 이끌고 나와
제군(齊軍)에게 싸움을 걸어오면서, 요새(要塞)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주공. 아직 싸울 때가 되지 않았나이다.
산융(山戎). 저놈들을 지치게 만들어야 하옵니다.
군사들은 모두 들어라.
산융(山戎) 족들이 쳐들어오더라도
나가 싸우지 말고 진채(陣寨)를 지키기만 하라.
관중(管仲)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우려는 장수들을 거듭 말리며
제군(齊軍)은 오로지 진채(陣寨) 만을 철통(鐵桶) 같이 지키게 했다.
속매(涑買)는 또 공격해 보아라.
아무리 공격하여도 저들은 요새(要塞) 만 지킬 뿐입니다.
꼭 굳건한 성벽처럼 수레를 연결해 놓았구나.
저걸 뚫지 못하면 아무리 공격해도 소용이 없겠다.
속매(涑買) 야. 어느덧 사흘이 지나갔다.
속매(涑買) 야. 또 열심히 공격해 보아라.
이번에는 저 요새(要塞)를 꼭 격파해야 한다.
밀로(密盧)와 속매(涑買)는 계속해서 제군(齊軍)을 열심히 공격했으나,
제(齊)의 요새(要塞)는 성벽처럼 굳게 연결되어있어 뚫을 수가 없었다.
관중(管仲)은 산융(山戎)이 쳐들어왔다가 돌아가자, 장수들과 함께
높은 곳에 올라가, 산융(山戎)의 진지를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자들, 자세히 보시 오.
산융(山戎)의 군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소.
보이는 산융 놈들은 말에서 내려 드러눕기도 하며
우리에게 욕설만 퍼붓고 있소이다.
저들은 복병(伏兵)을 숨기고 우리를 유인하려는 것이오.
호아반(虎兒班) 장수. 어떻소?
이제 패배를 설욕할 때가 왔소.
한번 나가 싸우되 아주 천천히 공격하시오.
패공, 기다리던 바입니다.
이번에는 꼭 승리하고 오겠소이다.
허 어, 급하게 쫓지 말고 천천히 공격하라.
호아반(虎兒班)이 제환공(齊桓公)의 명령을 받자마자, 그 즉시
군사를 이끌고, 산 아래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때 공손습붕(恭遜襲封)이 급하게 제환공의 앞으로 나서며,
안 된다며 큰소리로 말리는 것이다.
주공, 저것은 산융(山戎)의 계책(計策) 입니다.
어서, 호아반(虎兒班) 군사를 되돌아오게 하십시오.
염려 마시오. 내가 다 생각해놓은 바가 있소.
성보(成父) 장수는 왼쪽으로 나가고
빈수무(賓須无) 장수는 오른편으로 소리 없이 나가라.
숲속과 바위 뒤편에 숨어있는 산융의 복병들을
소리 없이 잡아내 섬멸(殲滅) 시키도록 하라.
공손습붕(恭遜襲封) 장수는 빨리 준비를 하여
호아반(虎兒班) 군사를 뒤따라가며 도우라.
원래 산융(山戎)은 험한 산 지세(地勢)를 이용한 매복계(埋伏計)를
즐겨 쓰고 있었으나, 관중(管仲)은 이를 단번에 간파하였으므로,
호아반(虎兒班)과 성보(成父)와 빈수무(賓須无) 장수를 내보내고,
뒤이어 공손습붕(恭遜襲封 ) 장수도 군사를 이끌고 나가게 하였다.
이른바 적의 작전을 역으로 이용하는 장계취계(將計就計)였다.
속매(涑買)는 매복(埋伏)을 잘 시켜 놨는가?
염려 마십시오. 감쪽같이 숨겨 놨습니다.
신호를 주면 매복병이 일제히 덤벼들 겁니다.
제군이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하는구나.
제군은 첫 부대가 나오면 계속 따라 나올 것이다.
좀 있다가 한바탕하고 난 후에 후퇴하도록 하자.
후퇴하면서 매복병에게 신호를 주도록 하라.
밀로(密盧)는 호아반(虎兒班)이 군사를 이끌고 달려 나오는 것을
보고, 또 뒤이어 공손습붕(恭遜襲封)의 부대가 따라서 나오자,
자신들의 계책이 먹혀들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산융(山戎)의
용사들에게 일제히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게 하였다.
호아반(虎兒班), 저놈이 군사를 끌고 나왔도다.
저, 무종국(无終國) 겁쟁이 놈들을 죽여라.
호아반의 군사들이 달려들자, 산융 군은 힘차게 달려들어 수합을
싸우다가 밀리는 척하면서,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호아반은 그들을 놓칠세라 산융의 뒤를 쫓아가 그들을 막 치려
하는데, 제(齊)의 영채(令寨)에서 돌아오라는 징 소리가 들려오므로,
하는 수 없이 말머리를 돌려 진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어, 저놈들이 돌아간다.
속매(涑買)는 매복 병들에게 공격 신호를 보내라.
밀로(密盧)는 호아반(虎兒班)이 더 쫓아오지 않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산기슭에 숨겨놓은 매복병에게 빨리 공격하라며 휘파람을
불었으나 아무 반응이 없자 더욱 세차게 연이어 불기 시작하였다.
아니. 어찌 된 일인가? 왜 복병 들이 움직이지 않는가?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응하지 않습니다.
빨리 쫓아가 보아라.
밀로(密盧) 임금임. 큰일 났습니다.
우리의 매복 군들이 제군(齊軍)의 습격을 받아
모두 죽거나 도망쳐 버렸습니다.
산융(山戎)의 매복병 들이 모두 죽거나 흩어지자, 밀로의 용사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대패(大敗)를 당하여 돌아갔다.
속매(涑買) 야. 어찌하면 좋겠냐?
저들이 우리 계책을 미리 눈치챘기에
우리가 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게 또 다른 좋은 계교(計巧)가 있습니다.
어서 말해보라.
제군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복룡산(伏龍山)을
넘어가, 황대산(黃臺山) 골짜기를 지나가야 합니다.
그 골짜기를 나무와 돌로 막아놓고
또 구덩이를 파서 함정(陷穽)을 만든 뒤,
우리가 그곳을 지키고 있기만, 한다면
하늘로 날아서 가는 것 외에는 한 사람도
황대산(黃臺山)을 통과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구나 제군(齊軍)이 머무는 복룡산(伏龍山) 주변에는
샘물이 없으며, 유수(濡水) 만이 조금 흐를 뿐입니다.
만약 그 유수(濡水)를 막으면서 딴 대로 돌리면
제군(齊軍)은 물이 없어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제군(齊軍)이 어지러워져 어쩔 줄 몰라 할 때
그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들이치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기지 못하면 어쩌겠는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사자를
고죽국(孤竹國)에 보내어 구원병을 요청하십시오.
고죽국(孤竹國)이 달려와 우리를 돕는다면
우리 편의 수가 훨씬 많으니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호 오. 그거 좋은 방법이로다.
속매(涑買)는 어서 시행토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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