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7 화. 지은 만큼 죗값을 받는가.
정여공(鄭厲公)은 빈수무(賓須无)와 제군이 돌아가자마자, 이번에
그의 복위(復位)에 큰 공을 세운 부하(傅瑕)를 불러들였다.
부하(傅瑕)를 부르라!
주공, 신 부하(傅瑕) 이옵니다.
어깨를 쫙 편 채로 당당히 들어오는구나!
주공, 포상을 주시려는 것이옵니까?
부하(傅瑕). 저놈을 묶어라!
아니. 신은 큰 공을 세웠는데 왜 이러시나이까?
너는 지난 17년 동안 대릉성(大陵城)을 지키면서
전력을 기울여 과인에게 대항하였다!
너는 분명히 전 군주(君主)에게는 충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여
다시 나를 위해 전 군주(君主)을 죽였도다!
너의 진실 된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나는 동생 의(儀)의 원수를 갚고자 너를 죽이노라!
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저놈을 끌어내 목을 베도록 하라!
아아. 내가 스스로 죽음을 불러들였구나.
정말 원통하고 애통하도다!
부하(傅瑕)는 끌려가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歎息) 하였으나
그날 바로 끌려가 저잣거리에서 목이 잘리는 참수(斬首) 당한다.
여 봐라. 원번(原繁)을 아는 자가 있는가?
요즘 공족(公族) 대부 원번(原繁)은 무얼 하고 있는가?
주공. 노환이 심하여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옵니다.
어 허. 그러한가, 원번(原繁), 저자를 어찌할꼬?
지난날 내가 신정을 떠나갈 때도 원번(原繁) 대부는
정든 말 한마디 없더니, 이제 내가 다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구나!
원번(原繁)은 정여공(鄭厲公)의 말을 전해 듣고는 그날 밤이 되자
간략하게 술잔을 놓고는 조금 마시면서 혼자 탄식한다.
나. 공족(公族) 대부 원번(原繁)은
공자 의(儀)의 옹위(擁衛)에 찬성했었다.
세상이 변하는 걸 어찌 막을 수가 있으랴?
아아. 내 목숨이 위태하구나!
원번(原繁)은 술잔을 다 비우고 난 후 자기 집의 대들보에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공자 알(閼)을 잡아 오너라.
저자는 나를 쫓아낸 자이다. 죽여라!
주공, 신 숙첨(叔詹) 이옵니다.
대부 강서(强鉏)가 신의 집에 찾아왔사옵니다.
크게 죄를 짓지 않은바 살려주시옵소서.
강서(强鉏)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말리지도 않았으니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자이다. 두 다리를 잘라라!
숙첨(叔詹)은 나의 말을 들어라.
너는 나를 도울 수 있음에도 외면하였다.
신은 주공을 세우려 고집하였으나
이미 죽은 제족(祭足)의 반대가 컸었사옵니다.
그때 정(鄭) 나라 백성들은 숙첨(叔詹). 도숙(堵叔). 사숙(師叔)의
어진 인품에 삼량(三良)이라 부르며 존경하고 있었다.
이에 정여공은 숙첨(叔詹)의 다리를 잘랐으나,
다시 정경(正卿)으로 삼았다.
정여공(鄭厲公)은 도숙(堵叔)과 사숙(師叔)도 새롭게 대부(大夫)로
삼으면서 숙첨(叔詹)을 돕게 하고, 정(鄭) 나라의 안정(安定)을
가져오기 위해 여러 일을 수습(收拾)하게 만들었다.
공보(公父) 정숙(定叔)은 신변의 위험을 느껴
위(衛) 나라로 오래전에 달아났다고 하였느냐?
이제 3년이나 지난바이니 용서하겠노라!
공숙(公叔)의 대를 끊어지게 할 수는 없도다.
숙첨(叔詹)은 공숙(公叔)을 불러들여 벼슬을 주어라.
제환공(齊桓公)은 정여공(鄭厲公)이 복위한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때 위(衛)와 조(曹)가 회맹을 청해온바, 이번 기회에 모든 제후를
불러 성대하게 회맹 행사를 열고 싶어했다.
중보(仲父), 제후(諸侯) 들을 모두 불러 모아
회맹(會盟)을 하면 어떻겠소?
주공, 신. 관중(管仲) 이옵니다.
제후 들은 참석할 때마다 부담을 갖게 되나이다.
주공께선 패업(覇業)의 큰 뜻을 세우고 계시오니
모든 일을 간편(簡便)하게 하시옵소서!
간편(簡便)이란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진(陳), 채(蔡), 주(邾)는 북행(北杏)에서 동맹을
맺은 후로 우리 제(齊)를 배신하지 않았으며
특히 조(曹) 나라는 회맹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송(宋) 나라를 침공할 때 함께 거사(擧事) 하였나이다.
이 네 나라는 번거롭게 두 번 오라 할 것 없이
다만 송(宋)과 위(衛), 두 나라만 부르시옵소서.
차후(此後)에 모든 나라가 한마음이 되었을 그때
모든 제후를 불러 맹약(盟約)을 하도록 정하소서!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으며, 얼마 후에
모든 신료(臣僚)를 불러 모으며 조례(朝禮)를 열게 하였다.
주공. 오늘 조례(朝禮)에 모두 참석하였나이다.
중보(仲父)는 어서 하고 싶은 말을 해보시오.
주공, 그간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제 중원(中原)의 모든 제후들을 하나로
규합(糾合) 하는 데 성공하였나이다.
이제 남은 일은 주공을 패공(覇公)으로
추대(推戴) 받으면서 새로운 규약(規約)을 정하여
맹세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호 오, 그래 요, 알겠소!
그 모든 일은 경(卿) 들이 알아서 하시오!
이리하여 관중(管仲)을 중심으로 포숙아(鮑叔牙), 전손생(顓孫生),
영척(寧戚), 공손습붕(恭遜襲封), 중손추(仲孫湫), 동곽아(東郭牙),
등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이 일을 추진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주공. 밖에 왕실의 사신이 와 있나이다.
허, 웬일인가. 어서 들게 하여라.
왕실(王室)에서 아뢰나이다.
송환공(宋桓公)이 주왕(周王)을 알현하였나이다.
이를 알리고자 선백(單伯)께서 사신으로 오는 도중에
중간에 있는 위(衛) 나라를 잠시 들리러 가셨나이다.
이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이옵니다.
주공, 신. 관중(管仲) 이옵니다.
이리되면 송(宋) 나라는 우리와 동맹(同盟) 맺게 되나이다.
주공께서는 이참에 위(衛) 나라의 견(鄄) 땅에서
세 나라 제후를 불러, 함께 회맹(會盟) 하도록 하십시오.
제환공(齊桓公)은 송(宋), 위(衛), 정(鄭), 조(曹) 나라에 사신을
보내 위(衛) 나라 견(鄄) 땅에 모일 것을 일일이 통보하였다.
이 네 나라가 모이자, 제환공(齊桓公)은 삽혈(歃血) 행사를
강요하지 않았으며, 대신에 차(茶)를 마시며 환담으로
간단히 끝내며 모두에게 부담(負擔)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모두 기분 좋게 헤어지게 되었다, 이일로 제환공의
모습이 너무 인자하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게 되면서, 중원의
제후들에게 큰 감동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제 모든 제후가 진심으로 나를 복종하고 있소!
중보仲父! 이제 송(宋), 위(衛), 정(鄭), 조(曹), 노(魯),
채(蔡), 허(許), 진(陳) 등의 모든 나라를 유(幽) 땅으로
불러 모아, 동맹(同盟)을 맺으면 어떻겠소?
주공, 그리하시옵소서!
제환공(齊桓公)은 이 행사로, 드디어 맹주(盟主)의 칭호(稱號)를
받게 되는 뜻 깊은 날이 되었으며, 드디어 패공(霸公)이 되었다.
이때가 주희왕(周僖王) 3년 겨울이며 기원전 678년의 해였다.
제(齊) 나라에서는 신료들이 모두 조당(朝堂)에 모여, 관중(管仲)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천하태평 시대를 추진하고 있으면서,
기원전 678년의 그해 7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때 남방의 초(楚) 나라가 느닷없이 채(蔡) 나라를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천하는
다시 뜻하지 않은 일로 시끄러워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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