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관중의 사상.
제 120 화. 큰 인물은 어떻게 얻을까.
포숙아(鮑叔牙)는 제환공(齊桓公)이 관중(管仲)을 용서해준 것에
고맙게 생각하였으므로, 이때부터 당부(堂阜)에 있는 관중(管仲)을
매일같이 자기 집으로 영접했으며, 저녘까지 담론(談論)을 하고는,
다시 당부(堂阜)에 있는 역관(驛館)으로 돌려보냈다.
제환공(齊桓公)은 노(魯) 나라와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안정되자,
조례를 열게 하였으며, 조례 석상에서 논공행상을 시행한다
이번에 과인을 군위에 오르도록 공을 세웠으며,
또한, 대를 이어 재상(宰相)을 역임하셨던
원로대신인 고경중(高敬仲)과 고혜(高傒)의
두 집 안에게 식읍(食邑)을 더하여 주며,
신료들의 공로를 표창하여 토지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논공행상에서 포숙아(鮑叔牙) 만을 남겨놓는 것이다.
조정(朝廷)의 모든 신료는 포숙아(鮑叔牙)를 상경에 임명하여
국정(國政)을 전반적으로 맡기려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스승께서는 상경(上卿)의 자리를 맡아
국정을 전반적으로 잘 이끌어 주시 오!
주공, 신 에게는 나라 살림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리 큰 재주가 없사옵니다!
과인은 경(卿)을 잘 알고 있는 바이오.
어찌하여 사양만 하려 든단 말이오?
스승님. 스승님이 계시온데
관중을 굳이 왜, 추천하려 하십니까.
주공. 제(齊) 나라 하나만을 다스린다면
이 포숙아(鮑叔牙) 하나만으로 충분하오나?
천하를 다스리려면, 관중(管仲)이 필요하나이다.
포숙아(鮑叔牙)가 사양하면서 국정을 운영할 인재로 관중(管仲)을
천거하자, 제환공(齊桓公)은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아시는 바처럼, 이 포숙아(鮑叔牙)는 매사에 조심하고,
근신할 뿐이며 그저 법도만을 잘 지키고 있사옵니다.
이것은 신하 된 자로 당연히 갖추어야 할 도리이오나
큰 나라를 다스리는 재주로는 부족하옵니다.
허 어. 어찌하여 자꾸 사양만 하는 것이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말해보시오?
주공. 신이 말씀 올리겠나이다.
무릇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주공을 공경하며
안으로는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며,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를 어루만지면서
우리나라에 병합시키는 공적(功績)을 세운 후에
무릇 제후(諸侯) 들에게 덕을 베풀면서
천하를 저 태산처럼 안정시키는 것이며,
공적(功績)을 금석(金石)처럼 탄탄하게 드리우면서,
군주에게 한량없는 복을 누리게 할 뿐만이 아니오라,
군주의 이름을 천추에 전할 수 있는 자가
우리 제(齊) 나라의 재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군주를 보좌하는 소임을
다할 수 있사온데, 신에게 어떻게 이런
막중한 소임을 감당하라 하시나이까?
제환공(齊桓公)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흔연(欣然) 한 기색이
되어 무릎을 당기며 포숙아(鮑叔牙)에게 정중하게 물어본다.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정말 있다는 것이오?
그러한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이오?
주군께서 구하지 않으려하지 않기 때문이지
만일 구하려 하신다면 바로 얻을 수가 있나이다.
허 허, 그런, 그 사람이 누구요?
그 사람이 바로 관이오(管夷吾) 입니다.
허 어, 또 관중(管仲)을 말하는 것이오?
주공, 관중(管仲)은 사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을 가려서 아는 사람이 되옵니다.
사람이 이룰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을 말함이오?
공명(功名)을 크게 세우는 것을 천명(天命)이라 하오나
어찌 천명으로 공업(功業)을 이룰 수 있겠나이까?
하늘의 천명(天命) 뒤에는 반드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이 따라야만 하옵니다.
은(殷) 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이
이윤(伊尹)을 만난 것은 천명(天命)이요,
이윤(伊尹)이 하(夏) 나라를 멸하고
천하의 백성을 구한 것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또한, 주문왕(周文王)이 태공망(太公望)을
만난 것은 천명(天命)이라 할 수 있으나
태공망(太公望)이 은(殷) 나라를 멸하며
어지러움 속에서 백성을 구한 것은
태공망(太公望)의 능력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주공, 이제 막 군위에 오르신 주공께서는
걸왕(傑王)이나 주왕(紂王)이 되고자 하십니까?
탕왕(湯王)이나 주문왕(周文王)이 되고자 하십니까?
이제 제(齊) 나라에 관중(管仲)이라는 기재(奇才)를
내리신바 주공! 이것은 천명(天命)이 되옵니다.
주공께서 천하 제후들을 호령하는 방백이 되고자
하신다면, 하늘을 알고 때를 알고 사람의 일을 아는
관중(管仲)인 관이오(管夷吾)를 부르심이 옳사옵니다.
주공. 관이오(管夷吾)가 신보다 뛰어난 점이
다섯 가지가 있사옵니다.
첫째로 너그럽고 부드러운 태도로
백성을 다스리면서 은혜를 베푸는 점이 남다르며
둘째로 나라를 다스리되, 그 근본을 잃지 않으며
한 결같이 그 근본을 지켜나가옵니다.
셋째로는 충성심과 신의로써
백성을 단결(團結) 시키는 점이 남다릅니다.
넷째로는 변방의 오랑캐에게 예의를 가르치며
교화(敎化)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사옵니다.
다섯째로 북채를 한번 잡으면, 군사들이 감히
후퇴할 생각을 못 하게 하는 지혜가 있사옵니다.
경(卿)은 과인을 감복하게 하는구려.
경(卿)은 관이오(管夷吾)를 데려와
과인에게 만날 수 있도록 하여준다면
과인이 그의 배움을 한번 시험해보겠소이다.
그러나 포숙아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잠시 가만있다가
제환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음 같은 말을 이어나간다.
주공. 천(賤)한 몸은 귀(貴) 한자리에 앉을 수 없사옵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부리지 못하오며
소원함은 친근함을 따르지 못한다, 하였사옵니다.
주군께서 만약 관이오(管夷吾)를 쓰고자 하신다면
재상(宰相)의 자리에 앉히시고,
그 봉록(俸祿)을 후(厚)하게 내리시어
부형(父兄)의 예(禮)로써 융숭하게 대하지 않으면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옵니다.
주공, 재상(宰相) 이란 사람은
군주의 다음 자리에 있는 사람이옵니다.
재상(宰相) 될 사람을 가볍게 부른다면
이는 그 사람을 가볍게 보는 행동입니다.
재상(宰相)이 가볍게 보이면 군주도 역시
가볍게 보이게 되므로, 천하의 기재를 대할 때는
반드시 예(禮)로써 대하여야 하옵니다.
주군께서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시고 현사를 존중하여
예로써 맞이하였다는 소문이 천하에 퍼진다면
제(齊) 나라에 와서 쓰임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자꾸 많아질 것으로 짐작되옵니다.
경(卿)의 말이 참으로 옳소이다.
경(卿)의 말이 옳은바 과인이 따르겠소이다.
주공, 주군께서는 점을 치시어 길일(吉日)을 택하여
성문 밖으로 나가 영접하시어야 하옵니다.
제환공(齊桓公)은 그제야 포숙아(鮑叔牙)가 의도하는 말에 크게
감복하면서 모두 다 깨닫게 되었다.
그 즉시 태사(太卸)에게 점을 치게 하였으며, 길일(吉日)이 되면
임치(臨淄) 성 밖으로 나가 관중(管仲)을 맞이하기로 하였다.
포숙아(鮑叔牙)는 태사(太卸)가 정해준 택일(擇日)이
다가오자, 관중(管仲)을 당부(堂阜)에서 불러와
성문 밖의 공관(公館)에 머무르도록 하였다.
또한, 조당(朝堂)에서는 재상(宰相)에 어울리는
의관(衣冠)과 포홀(袍笏)을 관중(管仲)에게 보내주며
제환공(齊桓公)을 맞이하도록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길일(吉日)이 되자, 제환공(齊桓公)은 목욕을 세 번 하고, 세 번 향을
뿌려, 몸을 정결하게 하고, 친히 성문 밖으로 나가 공관으로 갔다.
관중(管仲) 또한, 세 번 목욕하고 세 번 향(香)을 뿌렸으며,
재상(宰相)에 해당하는 의관을 쓰고 포홀(袍笏)을 걸쳤다.
곧이어 어가(御駕)가 도착하자, 관중(管仲)은
제환공(齊桓公)과 함께 어가(御駕)를 타고
조당(朝堂)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많은 백성이 몰려나왔으며,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이 탄 어가(御駕(를 따라오는 행렬이 구름을 이룬 듯이
하였다고 한다. 이에 한 사관(史官)이 시(詩)를 지어 노래하였다.
爭賀君 侯得相臣 誰知卽 是檻車人
(쟁하군 후득상신 수지즉 시함거인)
군주가 재상을 얻었음을 서로 다투어 축하하는데
누가 알았으랴. 재상은 함거에 실려 온 죄수인 줄을
只因此 日捐私忿 四海欣 然号覇君
(지인차 일연사분 사해흔 연호패군)
이것은 단지 사사로운 감정을 버렸기 때문인지라
많은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패자의 행동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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