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19 화. 큰 그릇은 얼마나 클까.

서 휴 2023. 5. 24. 16:56

119 . 큰 그릇은 얼마나 클까.

 

      나를 살려서 함거(轞車)에 싣고 가는 것은

      이는 포숙아(鮑叔牙)가 꾸민 일일 것이다.

 

      노장공(魯莊公)이 비록 나를 풀어주게 했지만,

      그러나 시백(施伯)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

 

      혹시 그 마음을 바꾸어, 나의 뒤를 쫓아와서

      죽이려 한다면 내 목숨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관중(管仲)은 자기를 살려 보내주는 노장공(魯莊公)에 이어

모사 시백(施伯)에 대해 잠깐 생각하더니, 급한 마음이 생겨났다.

 

이에 황곡(黃鵠)이라는 노래를 급하게 만들자, 곧바로 수레를 모는

군사들에게 이 노래를 힘차게 부르게 하면서 빨리 달아나게 하였다.

 

      黃鵠黃鵠 戢其翼 縶其足  (황곡황곡 집기익 집기족)

      노란 고니. 노란 고니 왜 날개를 접고, 있느냐

      다리가 묶여 있구나.

 

      不飛不鳴兮 籠中伏 高天何跼兮 

      (불비불명혜 농중복 고천하국혜)

 

      날지도 울지도 못함이여 초롱 속에 엎드려 있구나.

      하늘은 높은데 왜 나는 몸을 구부리고 있는가.

 

      丁陽九兮 逢百六 引頸長呼兮 繼之以哭

      (정양구혜 봉백육 인경장호혜 계지이곡)

 

      뜻밖의 불행한 일을 당하여 백육의 액운을 만났도다.

      목을 늘어뜨려 길게 울더니 또 곡을 하며 우는구나.

 

      黃鵠黃鵠 天生汝翼兮能飛 (황곡황곡 천생여익혜능비)

      노란 고니. 노란 고니, 하늘이 날개를 주어 날 수 있는데

 

      天生汝足兮能逐 (천생여족혜능축)

      하늘이 다리를 주어 능히 달릴 수 있는데

 

      遭此網羅兮與贖 (조차망라혜여속)

      어쩌다 이런 그물에 걸린 나를 누가 구해줄까.

 

      一朝破樊而出兮 (일조파번이출혜)

      하루아침에 새장을 부수고 나가서

 

      吾不知其升衢 而漸陸 (오부지기승구 이점륙)

      큰길을 타고 올라만 가는데 점점 언덕만 나오니

 

      嗟彼弋人兮 徒旁觀而躑躅 (차피익인혜 도방관이척촉)

      누가 죽일까 안타까워하는데 어찌 옆을 보며

      머뭇거릴 수 있겠는가.

 

수레를 모는 사람들에 노래를 가르쳐주자, 즐거운 곡에 흥이 나서

힘껏 달리니, 사흘이나 걸릴 먼 길을 단 하루 반 만에, () 나라

경계를 벗어나 제() 나라의 국경을 넘어 들어가게 된다.

 

      황곡(黃鵠)은 고니처럼 큰 새이면서 누런빛을 띠며

      한 번 날면 천 리를 간다하여 신선이 타고 다닌다고 한다.

 

      신선(神仙)은 소위 속세를 떠나 은거하는 뛰어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여기에서는 능히 하늘 높이 날 수 있음에도

      함거(轞車)에 갇히어 꼼짝 못 하는 안타까운 신세가 된

      관중(管仲), 자신을 비유한 노래일 것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모사(謀士) 시백(施伯)은 조정에

들어가자마자, () 나라 공손 습붕(隰朋)이 관중(管仲)을 함거에

싣고 떠나간 사실을 알게 되자 깜짝 놀라 노장공(魯莊公)을 만난다.

 

       주공, 호랑이를 풀어주었나이다

       새로이 군위에 오른 제환공(齊桓公)은 인재를 알아보며,

       그 곁에는 포숙아(鮑叔牙)라는 현신이 있사옵니다.

 

       관중(管仲)은 천하를 경영할 기재(奇才)라고

       이미 제() 나라에 소문이 나 있는 자며

       제환공(齊桓公)은 절대로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자가 만약 지략을 편다면 그로 인해

       우리 노() 나라는 고단해지게 됩니다.

 

       과인이 그대의 말을 듣지 않고,

       공손 습붕(隰朋)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이오.

 

       시백(施伯)내가 잘 못 판단하였소

       인제 와서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추격대를 보내어 관중(管仲)을 잡아 오십시오.

 

       만일 여의찮다면 죽여버려야 하옵니다.

       으음. 대부 시백(施伯)의 말이 옳도다

 

       공자 언()은 빨리 쫓아가 관중(管仲)을 잡아끌고

       오거나, 부득이하다면 죽이고 돌아오라.

       빨리 문양(汶陽) 쪽으로 쫓아가라

 

공자 언()은 가장 날쌘 기마병으로 급히 추격대를 만들었으며

()나라 공손 습붕(隰朋)이 몰고 가는 함거(轞車)의 뒤를,

아주 빠른 속도로 쫓아가기 시작했다

 

       주공. 신 공자 언() 이옵니다.

       얼마나 빨리 달아났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주공, 문양(汶陽) 땅의 제군 진지로 들어가지 않고,

       이미 제()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가 버렸나이다

 

       아니. 그리 빨리 달아날 수 있더란 말이냐?

       허 어, 하늘이 관중(管仲)을 살려 준다는 말인가?

 

관중(管仲)은 제()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가자 겨우 안도하면서,

이제는 황곡(黃鵠) 노래를 천천히 여유롭게 부르게 하니, 더욱

듣기도 좋아 웃으면서 큰 소리로 부르면서 가고있다.

 

       어휴!  이제 겨우 살아났구나

       하늘이시여. 고맙사옵니다

       다시 태어나게 해주시어 감사하나이다.

 

공손 습붕(隰朋)이 함거(轞車)를 이끌며 당부(堂阜) 땅에 당도했다.

이때 먼저 와서 기다리던 포숙아(鮑叔牙)가 관중(管仲)을 보자마자,

마치 다시없는 보물을 대하는 듯이 매우 반가워하였다.

 

       관중(管仲)은 그동안 무량(無量) 하신가?

       , 함거(轞車)를 부셔서라도 빨리 꺼내드려라.

 

       그대는 군명(君命)을 받지도 않고, 어찌하여

       함부로 함거(轞車)에서 꺼내주려 하는가?

 

       사람이 상하지 않아야, 내가 주군께

       천거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포숙아(鮑叔牙)가 좌우에 명하여 즉시 함거(轞車)를 열었으며

관중(管仲)이 밖으로 나오자, 서로는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공자 규()가 죽어 군위에 모실 수가 없게 되었네.

       또한, 내가 죽지 못하고 절개가 꺾였다고 할 수 있네.

 

       이제 얼굴을 바꿔 내가 모셨던 주인을 죽인 원수를

       어떻게 군주로 모실 수가 있단 말인가?

 

       자결해버린 소홀(召忽)이 이 일을 알면

       지하에서 나를 얼마나 비웃고 있겠는가.

 

       , 별소릴 다 하는가? 큰일을 도모하는 자는

       조그만 수치에 개의치 않으며,

       큰 공을 세우고자 하는 자는

       ()에 구애받으면 안 된다고 하였네.

 

       소홀(召忽)이 죽음을 택한 것은 사는 것보다 훌륭하고,

       관중(管仲)이 살아남은 것은 죽음보다 훌륭하네.

 

       자네는 천하를 경영할 재주를 갖고 있음에도

       아직 그때를 만나지 못하였음을 내가 알고 있네.

 

       내가 모시고 있는 소백(小白)은 그 품은 뜻이 크고 높아

       만약에 자네가 잘 보좌하여 제() 나라를 다스린다면

       천하 패업(覇業)을 이루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네.

 

       자네의 공()이 천하를 덮을 수 있고

       자네의 명성이 천하에 울려 퍼질 수가 있는데

 

       어찌하여 필부의 절개만을 운운하며

       세상사에 아무 이익이 안 되는 말만 하고 있는가.

 

       관중(管仲)은 눈물을 보이지 말게나.

       포숙아(鮑叔牙), 그대는 내 진정한 친구일세.

       그대가 없었다면 내가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관중(管仲)자 우리 손 한 번 잡아보세

       우리 함께 앞으로 힘차게 살아보세나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 즉시

당부(堂阜)의 역관(驛館)에 머물게 하고는, 곧바로 수레를 타고

임치(臨淄) ()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관중(管仲)은 제() 나라로 돌아왔으나,

       지은 죄를 사면(赦免) 받은 것이 아니므로,

       제환공(齊桓公)의 명이 떨어지기 전에는

       임치(臨淄)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

 

포숙아(鮑叔牙)는 혼자만 성안으로 들어가 제환공(齊桓公)에게

()나라에 다녀온 일을 보고 하면서, 엉뚱한 인사를 올리고 있다.

 

       주공. 포숙아(鮑叔牙) 이옵니다.

       다녀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주공, 먼저 조의(弔意)를 표하옵고

       다시 경하(慶賀)의 말씀을 올리나이다.

 

       어찌하여 조의(弔意)를 표하시오?

       주공, 공자 규()는 주군의 형님 되시는 분인데

       주군이 나라를 위하여 대의멸친(大義滅親)하시니

 

       주공, 비록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시지만, 신이

       감히 조의(弔意)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조의(弔意)는 그렇다 치고 경하(慶賀)는 무슨 일이오?

       주공, 관중(管仲)은 천하의 기재라 소홀(召忽)과는

       비할 바가 못 되어 신이 살려 데려왔나이다.

 

       주군께서 현신을 한 명 얻었사온데

       신이 어찌 경하(慶賀)드리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관중(管仲)이라는 놈은 나를 죽이려고 활을 쐈으나

       하늘이 나를 도와 허리띠에 맞아서 내 목숨을 건졌소.

 

        내가 그때의 원한을 잊지 못하여

        분을 참지 못하며 아직도 그 화살을 갖고 있소.

 

        내가 그놈만 생각하면 이가 갈려

        그의 고기를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은데

        항차 불러서 쓴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겠소.

 

        주공, 신하 된 자는 각기 그 주인을 위하는 법이옵니다.

        주군의 허리띠를 맞출 때는 관중(管仲)은 오로지

        그 주인인 공자 규()만을 생각하고 있었나이다.

 

        주공, 만약 관중(管仲)을 불러 쓰신다면

        주군께서는 천하를 향해 활을 쏠 수 있사온데

        어찌하여 허리띠만을 말씀하시나이까.

 

        내 경()의 말에 따라 죽이지는 않으리다.

        이제 관중(管仲), 그자는 경()이 알아서 하시오

 

120 . 큰 인물은 어떻게 얻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