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44 화.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서 휴 2023. 4. 28. 13:38

 44 .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장공(鄭莊公)의 술수에 말려들면 천하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는

주공(周公) 흑견(黑肩)의 말에 주환왕(周桓王)은 간담이 서늘해져,

그 후 정장공(鄭莊公)에게 아무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후 왕실 땅에 흉년이 들었다며 정장공을 뺀 나머지

제후들에게 양곡 지원을 요청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정() 나라에

대한 소문만 나쁘게 자꾸 퍼져나가자, 이에 정장공(鄭莊公)

몹시 화가 나게 되었다.

 

       주상은 위() 나라 저놈들이 쳐들어와서

       우리를 괴롭힌 건 생각지 않고

       우리가 위() 나라를 괴롭힌 것으로 오해하고

       오히려 우리 정(鄭) 나라만 나쁘게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 왕실의 움직임을 살피고 난 후에

       위() 나라를 반드시 주저앉히고 말겠노라

 

정장공(鄭莊公)은 왕실에 들어가 주환왕(周桓王)의 의중을 살피고

난 후에 위() 나라에 복수하겠다며, 군비(軍備)를 모두 갖추고

왕실로 향하고자 막 출정하려고 할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갑자기 제() 나라에서 사신이 찾아왔다.

 

       주공. () 나라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무슨 일인가? 어서 들라 하라

 

       제() 나라 희공(僖公)의 말씀을 전하옵니다.

       정() 나라와 우호를 맺고자 희망하신다며

       석문(石門) 땅에서 회합을 갖자고 제안하시었나이다

 

       허 어, 그러한가?

       내 기꺼이 석문(石門)에 가기로 약속하겠노라

 

정장공은 왕실로 가려던 차에, 큰 제() 나라에서 먼저 우호를

맺자고 제안해오자, 크게 기뻐하며 제희공과 만나기로 하였다.

 

석문(石門)에서, 정장공과 제희공은 소의 피를 입술에 바르고,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고 나자, 환담을 하게 되었다.

 

       정장공鄭莊公 우리는 이제 형제가 되었소이다

       왕실과 가까이 있는 정() 나라와

       우호를 맺게 되어 너무나 기쁘오

 

       정() 나라를 좋아하는 연유(緣由)라도 있으신지요?

       정백(鄭伯) ()의 용기를 흠모(欽慕)해서이지요

       저의 할아버지를 알아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귀국의 세자 홀()은 마땅한 혼처가 있소

       그동안 바빠 아직 정하지 못하였소이다.

 

       내 아끼는 딸이 있는데, 아직 어린 나이나

       그저 지혜와 용모를 갖추고 있는 듯하오.

       싫지 않으면 나중에 며느리로 삼아 주오

 

정장공(鄭莊公)은 석문(石門) 회합에서 돌아오자마자, 세자 홀()

불렀으며, 그리고 제희공(齊僖公)의 혼인 제안을 물어보게 되었다.

 

       세자야 () 나라의 사위가 된다면

       장차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바마마. 가문이 비슷하여야

       부부간에도 서로 부담이 적사오며

       행동거지가 자유로 울 수 있사옵니다

 

       제() 나라는 큰 나라이오라 부담스럽나이다.

       소자, 또한 처가의 도움을 원치 않나이다

 

       아바마마, 소자의 소신을 아뢰겠습니다.

       대장부는 자립하는 데 뜻을 두어야지

       어찌 처가에 기대어 살 수 있겠사옵니까?

 

       허 어, 그도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울타리도 필요한 법이다.

 

정장공(鄭莊公)은 세자 홀()의 자립에 대한 의지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이때 마침 제() 나라 사신이 정() 나라에 왔다가,

세자 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돌아가 자세히 보고 하자

다 듣고 난 제희공(齊僖公)에게 오히려 칭찬하였다.

 

       주공, ()의 세자 홀()은 처가에 기대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힘으로 살겠다고 하옵니다.

 

       오, 세자 홀()은 정말 훌륭하도다

       세자 홀()은 겸양할 줄 아는 젊은이로구나

 

       내 여식이 아직 어리지 않은가?

       훗날에 다시 얘기해보기로 하자

 

정장공은 석문(石門) 회합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왕실에 들어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막 떠나려 하는데, 이때 또 위() 나라에서

위환공(衛桓公)의 부음(訃音)을 가지고 온다.

 

       위환공(衛桓公)은 평소 건강하였는데

       갑자기 죽다니 알 수가 없구나?

 

       다음은 누가 이어받았는가?

       예, 공자 주우(洲吁) 이옵니다.

 

       주우(洲吁)가 이어받다니, 순서가 맞는 것인가?

       뭔가 좀 이상하구나 자세히 알아보아라.

 

       주우(洲吁)가 군위에 올랐다면,

       반드시 우리 정() 나라에 쳐들어오겠구나

 

       주공, 주공께서는 그걸 어찌 아 시 옵니까?

       그동안 주우(洲吁)가 하는 행동을 보지 않았는가?

 

       위환공(衛桓公)은 원만하여 경우를 알지만

       주우(洲吁)는 성격이 과격하여 싸움만 좋아한다.

 

       주우(洲吁)가 올바른 승계를 받지 않았다면

       백성들의 민심이 흉흉해질 것이며

 

       백성들의 민심을 얻고자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면

       제일 먼저 우리 정() 나라에 쳐들어올 것이다.

 

       중신(重臣)들의 생각은 어떠시오?

       위환공(衛桓公)의 장례식에 가야만 하겠소?

       앞으로 주우(洲吁)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소?

 

그날 공자 려()는 제족(祭足), 고거미(高渠彌), 영고숙(穎考叔)

의논하고 난 후 저녁이 되자 연회를 베풀면서 위() 나라 사신을

초청하여, 위환공(衛桓公)이 죽은 내막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위() 나라 사신은 어서 오시오.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조촐하나 작은 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렇게 연회를 베풀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위환공(衛桓公)이 왜 죽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소?

       허 음. 혼자만 알고 있으시오.

       공자 주우(洲吁)에게 시해(弑害)당했습니다

 

       어떻게 형을 죽이는 일이 생길 수 있소이까?

       안타까운 일이나 그리된 과정이 있었지요.

 

() 나라 12대 군주인 위장공(衛莊公)은 제() 나라 세자

득신(得臣)의 누이인 장강(莊姜)과 혼인했으며, 장강(莊姜)

어여뻤지만 자식이 없었다. 다음에 진()나라 여규(厲嬀)

불러들였으나 거기서도 아들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 여규(厲嬀)의 동생인 대규(戴嬀)에게서

       공자 완()과 진(), 두 형제가 태어났다.

 

       장강(莊姜)은 너무 기뻐하면서 공자 완()

       자기 아들처럼 정성껏 키워주었다.

 

       또한, 위장공(衛莊公)은 또 사랑하는 시녀에게서

       주우(洲吁) 라는 막내아들을 얻게 되었다.

 

       위장공(衛莊公)은 늙은 나이에 아들을 보게 되자

       너무 기뻐하였으며, 특히 사랑하는 여인의

       아들인 막내 주우(洲吁)를 더욱 어여뻐하였다.

 

주우(洲吁)는 성격이 과격하며 유별나게 무예와 사냥을 즐겼으나,

위장공(衛莊公)은 오히려 남아답다면서 더욱 귀여워하였다.

 

       주공. 신 상경(上卿) 석작(石綽) 이옵니다.

       자식을 사랑하시어 잘되길 바라신다면

       아들에게는 반드시 대의(大義)를 가르치시옵소서.

 

       총애가 지나치시오면 교만해질 것이며

       교만은 변란을 일으킬 수 있사옵니다.

 

       주공께서 주우(洲吁)에게 보위를 물려주려 하신다면,

       마땅히 세자로 책봉(冊封)하셔야 하오며

       그도 아니면 교만을 억제해야 하옵니다.

 

이때 상경 석작(石綽)은 위장공(衛莊公)이 주우(洲吁)의 교만한 못된

버릇을 고쳐주지 않자, 주우(洲吁)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주우(洲吁)의 예의 없이 노는 행동은

       위장공(衛莊公)도 말리지 못하는구나

 

       주우(洲吁)는 반드시 반역을 일으킬 것인바

       이를 어찌 대비해야 하겠는가?

 

이에 상경 석작(石綽)은 미리 피해를 막을 생각도 하여 보았으나,

위장공(衛莊公)이 계속 간청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세월만 보내자,

때가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닿게 되며, 이에 나이가 많아 늙었다는

이유를 들어, 조례도 나가지 않으며 집에만 칩거하기 시작했다.

 

 44 . 반역은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