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왕과 제후의 갈등
제 43 화. 왕실의 보복이 시작되는가.
태자 호(狐)는 아버지 주평왕(周平王)의 관을 보자, 곧바로 관에
엎드리며 대성통곡(大聲痛哭)을 그치지 않고 울고 울었다.
그의 울음 속에는 단순히 선왕의 죽음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란 걸 어찌 모를 수 있으랴!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만류해도 소용없었으며
태자 호(狐)는 사흘 밤낮을 관 위에 엎드려 울었다.
사흘이 지날 무렵이 되자, 태자 호(狐)의 울음소리가 멈춰지면서
주평왕(周平王)의 상을 치르기도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니
빈청은 몹시 소란해졌다.
아니, 태자가 세상을 떠나다니요?
아니, 어찌 이럴 수가 있더란 말이요?
태자 호(狐)께서 낙양으로 도착하기 전부터
부왕의 병구완도, 임종도 보지 못하였고,
염(殮)하는 자리에도 없었다고 하시며,
내내 우시다가 관(棺)을 보자,
관(棺)에 엎드려 애통(哀痛)해하시다가 그만
갑자기 숨이 막힌 듯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주평왕(周平王)에 이어 태자 호(狐) 마저 죽자 갑자기 조정은 몹시
혼란에 빠졌으나, 다행히 주공(周公) 흑견(黑肩)이 왕족들과 조당에
의논하여 태자 호(狐)의 아들 왕손 임(林)을 왕위에 올리기로 하였다.
이에 정장공(鄭莊公)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제후들도 달려와 장례를 치르고,
장례 절차가 모두 수습되면서 왕실이 안정되자,
비로소 세손(世孫) 임(林)을 보위에 오르게 하니,
이때부터 제14대 주환왕(周桓王)이라 부르게 된다.
이때가 기원전 719년이며 정장공(鄭莊公) 25년이다.
새로 보위에 오른 주환왕(周桓王)은 부친인 태자 호(狐)가
죽게 된 일은 할아버지 주평왕(周平王)에게 정장공(鄭莊公)이
맞서게 되어 생긴 일이라면서, 몹시 정장공을 원망하게 되었다.
주공(周公) 흑견(黑肩)을 빨리 왕실에 들게 하라!
주상. 부르셨나이까?
정백(鄭伯)이 부친을 인질로 잡고 있었던 일은
군신 사이가 몹시 편안하지 않았던 일이었소.
그러나, 왕과 제후는 동등한 지위가 아니지 않소?
더구나 태자를 동등하게 인질로 교환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오!
이에 부친이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한 것이오!
이 억울한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정장공은 짐까지도 무시할 것이 아니겠소?
정장공의 경사직을 그만두게 할 것이오!
이제 짐(朕)은 괵공(虢公)을 경사(卿士)로 삼을 것이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오.
정장공(鄭莊公)을 어찌하면 좋겠소?
신, 주공(周公) 흑견(黑肩) 이옵니다.
정백(鄭伯)은 사람됨이 원래 각박하여
왕실의 은혜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바,
결코, 충성으로 순종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낙읍(洛邑)으로 동천(東遷) 할 때
진(晉), 진(秦), 정(鄭), 세 나라의 공로가 매우 컸던바
주상께서 개원(改元)하자마자 멀리하시오면
정백(鄭伯)은 반드시 분노할 것이옵니다.
짐(朕)은 정백(鄭伯)의 제어(制御)를 받을 수 없소!
짐(朕)의 뜻은 이미 확실하게 선 바이오!
괵공(虢公) 기보(忌父)를 경사(卿士)로 삼을 것이오.
주환왕(周桓王)은 주공(周公) 흑견(黑肩)을 깊은 심궁(深宮)으로
불러들여,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난 후에, 조당의 조례석상에서
정청(政廳)의 신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경사(卿士)도 모두 할바마마의 신하가 되는바
지금처럼 경사(卿士)를 부린다면
왕실이나 짐(朕)에게 큰 욕이 될 것이오!
짐은 반료(班僚)에 허리 굽혀 지낼 수 없소!
경(卿)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신, 정백(鄭伯)이 주상께 아뢰오!
신은 경사직을 오래전에 사양한 바 있었으므로,
이제 사직(辭職)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옵니다.
신은 오직 왕실의 안녕을 바라올 뿐이었습니다.
주상, 앞으로 건 안 하시옵소서!
주환왕(周桓王)의 등극을 전후하여 정장공(鄭莊公)의 독주에
제동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예로써
위(衛) 나라의 정(鄭) 나라 침공과 주환왕의 정장공(鄭莊公)에
대한 경사직 박탈 사건이 바로 그러한 일들이었다.
정장공은 그날로 수레를 급히 몰아 신정(新鄭)으로 귀국하자,
세자 홀(忽)을 비롯한 신료들이 성 밖에까지 나와 환영하였다.
아바마마. 어서 오시옵소서.
아바마마. 어찌 갑자기 귀국하셨나이까?
아바마마. 기색(氣色)이 왜 밝지 않으신지요?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으신지요?
허 어. 그 어린 것이 보위에 오르자마자
부친 호(狐)에 대한 원망을 나에게 하는구나.
주공, 신 고거미(高渠彌) 이옵니다.
우리는 2대 동안 왕실을 돕는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더욱이 세자 호(狐)가 인질로 와있을 때도
결례를 한 바가 하나도 없었사옵니다.
이는 우리 주군을 무시하는 처사이옵니다.
우리 정군(鄭軍)이 낙읍(洛邑)의 성곽을 쳐부수고
금왕(今王)을 폐(廢)하고 새로이 왕을 세워야 하며
천하가 우리 정(鄭) 나라를 두려워하게 만드시고
더 나아가 천하의 정(鄭) 나라를 세우시옵소서!
주공, 신, 영고숙(穎考叔) 이옵니다.
군신 간의 도리란 모자(母子)간의 도리 이온데
섬기던 임금과 원수가 되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시간을 두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시다가
1년이나 지난 후 주상을 다시 뵙게 되면,
주상도 분명히 후회하고 계실 것입니다.
주공, 신 제족(祭足) 이옵니다.
고거미(高渠彌)와 영고숙(穎考叔),
이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옳사옵니다.
이 두 가지 방안을 모두 함께 시행하시옵소서!
갑자기 정(鄭) 나라 조정은 고거미(高渠彌)의 말과 같이 군사를
일으켜, 지금의 주환왕(周桓王)을 폐(廢)하고 새로운 왕을
세우면서 천하에 위세를 떨쳐보자는 의견과
영고숙(穎考叔)의 말과 같이 군신 간의 도리를 다하느냐로 거듭
회의를 열다가, 제족(祭足)의 제안으로 일단 왕실을 건드려보아,
주환왕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먼저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주상, 온수(溫水)와 낙수(洛水) 땅의
두 대부(大夫)가 긴급한 보고를 드리옵니다.
정(鄭)의 제족(祭足)이라는 자가 정(鄭) 나라에
흉년이 들었다며, 온 들판의 곡식을 남김없이
베어가 백성들이 굶주리게 생겼사옵니다!
왜 만류하지 못하였느냐?
정(鄭) 나라 군사가 강하여 막지 못하였나이다.
허 참. 알겠노라. 그에 대해 조치할 것이니라!
어서 주공(周公) 흑견(黑肩)을 부르라!
주환왕(周桓王)은 왕실에서 식량을 직접 조달받기 위한 농경 지역이
얼마 안 되어, 여유가 전혀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정장공(鄭莊公)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정군(鄭軍)을 시켜 곡식을 거두어 갔다면서,
이는 왕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하면서 몹시 화를 내었다.
주상, 주공(周公) 흑견(黑肩)이옵니다.
주상. 어떤 일로 이리 급히 부르셨나이까?
온수(溫水)와 낙수(洛水)의 곡식을
정(鄭) 나라가 갈취해갔다는 것이오!
이는 정장공이 짐을 능멸하는 짓이오!
내 반드시 왕사군(王師軍)을 일으켜 문책하겠소!
주상, 왕사군(王師軍)을 일으키면 소문이 날 것이며
그리되면 정장공의 술수에 말려들게 되옵니다.
주상, 잘 못 하다간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며, 천하가 어지러워질 수도 있사옵니다
천하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니, 무슨 말이오?
정(鄭) 나라는 제후국 중에서 제일 막강한바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옵니다!
주상, 이번 일은 변방의 작은 일로 보시옵고
차분히 노기를 가라앉히시옵소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주상. 다행으로 생각하시옵소서!
아니, 다행이라니요?
정장공이 주상을 시험하고 있사옵니다!
짐(朕)을 시험 해 보려고 건드렸단 말인가?
주상, 그러하옵니다.
경사직(卿士職)을 그만두게 한 섭섭함을
이렇게 보복하는 것으로 보이오니,
조용히 지나가면 어떤 반응이 올 것이옵니다!
백성들의 식량은 어찌하면 좋겠소?
왕실도 흉년이 들어 어렵다고 하시면서
여러 제후에게서 도움을 받으시옵소서.
주상, 온수(溫水)와 낙수(洛水) 땅의 곡식을
정(鄭) 나라가 갈취해갔다 말하지 않아도
소문이란 금방 퍼지게 마련이오니,
정장공(鄭莊公)이 이 소문을 듣는다면
몹시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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