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황천에서 모자 상봉.
제 42 화. 치효는 어떤 새일까.
경숙(京叔) 단(段)은 군사들이 적다 보니, 공성(共城)의 성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밖을 내다보면서, 정군(鄭軍)의 동정만을 살피게 되었다.
주공. 이제 오시나이까?
오. 공자, 려(呂), 그간 고생이 많았소!
공성(共城)은 어떻게 하고 있소?
성문을 굳게 잠그고 꼼짝하지 않습니다.
주공, 성이 작아 한나절이면 점령할 수 있사옵니다.
경숙(京叔)의 군사들이 이곳 공성(共城) 출신이긴 하나
500여 명에 불과한 적은 숫자입니다.
내일 아침 공격을 감행하겠습니다!
잠깐, 기다리시오!
단(段)이 용서를 빌도록 편지를 보내고
이삼일 시간을 주어보시오?
경숙(京叔) 단(段)은 형님인 정장공(鄭莊公)이 항복하라며 삼일의
시간을 주자, 크게 한탄하며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리었다.
어머니가 나를 망하게 한 것인가?
무슨 면목으로 형의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경숙(京叔) 단(段)은 하룻밤 나절을 탄식하다가 스스로 자결하였다.
호증(胡曾) 선생이 이 일을 두고 시를 지었다.
寵弟多才占大封 (총제다재점대봉)
동생을 총애하사 큰 성에 봉하게 하고
況兼內応在宮中 (황겸내응재궁중)
궁중에 있으면서 서로 내통하기로 하였다네.
誰知公論難容逆 (수지공론난용역)
공론이 반역을 용서하지 않을 것을 알지 못했나.
生在京城死在共 (생재경성사재공)
경숙은 경성에 살다 공성에서 죽었다네.
이 일에 대하여 한편에서는 정장공(鄭莊公)이 동생을 죽이려고
경숙(京叔) 단(段)이 악행을 조장하게 하여, 죽이면서 모친의 입을
봉한 것이라며, 진실로 천고의 간웅(奸雄)이라고 비방한 시도 있다.
子弟全凭敎育功 (자제전빙교육공)
자식은 모두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달렸건만
養成稔惡陷在凶 (양성임악함재흉)
악을 쌓게 하여 흉계에 떨어지게 하였구나.
一從京邑分封日 (일종경읍분봉일)
경성(京城)에 봉해진 날 이후부터는
太叔先操掌握中(태숙선조장악중)
태숙은 이미 형의 손아귀에 들어갔도다.
정장공이 영채(營寨)를 세우고 사흘을 기다리자, 공성(共城)의
성문이 조용히 열리며, 군사들이 백기(白旗)를 들고나오고 있었다.
떠메고 온 것이 무엇인가?
경숙(京叔)께서 자결(自決)하셨나이다!
뭐라고, 아니 자결을 다 한다니?
아니, 무슨 유언이라도 없었느냐?
주공인 형님께 민심이 모여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하시었사옵니다.
또한, 모후께서 그릇 되게 만들었다며
형님에게 용서를 빈다고 하셨습니다.
동생아. 이 어리석은 동생아!
용서를 빈다면 살아서 빌어야지
어찌 죽음으로 벌을 면하려 했단 말이냐?
어릴 적부터 형의 말을 잘 들었어야지.
이렇게 죽다니. 이 못난 동생아!
공손(公孫) 활(活)은 어디 있느냐?
야밤에 위(衛) 나라로 떠났습니다.
용서를 빌지 않고 어찌 도망쳤다더냐?
주공, 경숙의 품에서 밀서가 나왔나이다.
이리 가져와 보라.
아니 이건 며칠 전에 모후께서
경숙(京叔)에게 보낸 밀서가 아니냐?
자, 모두 정리하여라!
자, 이제 어서 신정(新鄭)으로 돌아가자!
정장공(鄭莊公)의 속마음은 동생인 경숙(京叔) 단(段)을 잘 타일러
살려두려고 생각하였으나 이미 자결하고 말았으므로,
자기의 처신이 너무 과격하지 않았나를 후회하게 되며, 동생의
시체를 붙들고 한참을 대성통곡하다가, 핏발선 눈으로
고함지르듯 명령을 내리었다.
자식을 편애(偏愛)하여 형제간에 서로 죽이게 하다니
동생을 죽게 한 건 오르지 모후(母后)로다!
내가 황천(黃泉)에 갈 때까지는
결코, 모후(母后)를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
모후(母后)와 동생 단(段)과 주고받은 밀서를
모두 모후(母后)에게 보여주어라!
또한, 멀고 한적(閑寂)한 시골의 강가인
영곡(潁谷) 땅에 거처를 만들어 주도록 하라!
정장공은 신정(新鄭)으로 돌아왔으나, 모후를 영곡(潁谷)으로
쫓아내고 없었으니, 아침마다 문안 인사를 올리던 습관에, 궁궐이
텅 빈 듯 쓸쓸해지며, 연민(憐憫)의 정에 우울하게 지내게 된다.
부모가 비록 부모답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식은 자식의 도리를 버려서는 안 된다.
주공의 이번 처사는 자식의 도리에 어긋난 일이다.
그때 영곡(潁谷) 땅의 읍재(邑帝)로 있는 영고숙(潁考叔)이 정장공의
처사를 보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위처럼 깊이 탄식하였다.
영고숙(潁考叔)은 정직하여 무사하게 살며, 천성적으로
효성이 지극하며, 친구 사귀는 일을 낙으로 삼았다.
그는 백성을 사랑해 영수(潁水)의 물을 끌어와
논밭에 대주는 공사를 벌여 백성들을 기쁘게 했다.
정경 채족(祭足)은 조례 시마다 정장공(鄭莊公)의 얼굴에 수심(愁心)이
가득 드리워져 있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며, 해결 방법을 찾고 있었다.
주공. 신 채족(祭足) 이옵니다.
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오?
영곡(穎谷) 땅의 읍재(邑帝) 영고숙(穎考叔)이
고기 맛이 좋은 새라며,
올빼미 몇 마리를 잡아 왔다고 하옵니다.
영고숙(穎考叔)을 본 지도 오래되었구려?
어서 들라고 하시오!
주공, 소신. 영고숙(穎考叔) 이옵니다.
변방(邊方)에 멀리 나가 있어 고생이 많겠소?
성은(聖恩)에 보답고자 열심히 살고 있사옵니다.
이 큰 새가 올빼미란 새인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올빼미는 어떤 새인가?
낮에는 큰 말이나 소도 보지 못하오나,
밤이 되면 작은 버러지도 볼 수 있사옵니다!
작은 것엔 밝고 큰 것에 어두운
참으로 이상한 새이옵니다!
어릴 때 어미가 키워주어 다 자라고 나면
힘없고 늙은 어미를 쪼아 먹는 나쁜 새이지요!
성질이 포악하여 남의 것을 빼앗는다고 하여
치효(鴟梟) 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나이다.
치효(鴟梟)는 시경(詩經) 국풍(國風) 빈풍(豳風) 이라는 시가(詩歌)
에서 나오는 올빼미 새를 말한다. 이 치효(鴟梟)는 포악하여 남의
것을 빼앗는 간악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과인이 별궁에 양고기를 준비하라 하였소!
공자 려(呂)와 채족(祭足)과 영고숙(穎考叔)은
과인과 함께 별궁(別宮)에서 술이나 한잔합시다.
오랜만에 술상을 차리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맛있게 구운
양고기가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먹음직하게 상에 차려져 들어온다.
그간 고생들 하였소!
내가 멀리서 온 영고숙(穎考叔)에게 먼저
술을 따르겠으니, 모두 마음 놓고 들도록 합시다.
주공, 성은(聖恩)이 망극하옵니다.
자, 양고기가 먹음직스럽소.
자. 어서들 드시오!
양고기는 뒷다릿살이 맛있는 거요!
자. 영고숙(穎考叔)! 이 다리 하나를 드시오?
아니 다리 한 덩어리를 다 주시다니요?
허허. 괜찮소. 어서 드시오.
허허. 영고숙(穎考叔)은 왜 쳐다만 보고 있는 거요?
예에. 먹겠사옵니다.
영고숙(穎考叔)은 양고기를 한 입 먹다 말고 먼 하늘을 우러르며,
양고기를 자잘하게 뜯어 싸더니 품속에 집어넣는다. 이에 모두
으아 해하며, 정장공(鄭莊公)도 영고숙(穎考叔)을 쳐다보게 되었다.
어찌하여 먹지 않고 품에 넣는 건가?
주공, 신의 집에 늙으신 모친이 계시오나?
소신이 미천(微賤)하여 가난하게 사는바,
산야(山野)에서 짐승을 잡을 때만
겨우 고기 대접을 올릴 수 있었사온데?
이처럼 맛있는 고기는 오늘이 처음이오라?
어머님 생각이 절로 났사옵니다!
가져가 어머님께 드릴까 하오니
주공,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호오. 만고(萬古)의 효자(孝子)로 구만!
영고숙(穎考叔)! 마음껏 먹어도 괜찮소!
내관을 시켜 한 마리를 보내주도록 하겠소!
주공, 성은에 정말 감읍(感泣) 하나이다.
제 43 화. 황천에서 모후를 만난다.
'(수정) 열국지( 001∼94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44 화. 할머니가 손자를 살린다. (0) | 2023.03.23 |
---|---|
제 43 화. 황천에서 모후를 만난다. (0) | 2023.03.23 |
제 41 화. 형제의 싸움이 벌어진다. (0) | 2023.03.22 |
제 40 화. 편애 하는 사랑이란. (0) | 2023.03.22 |
제 39 화. 나라를 크게 만드는가. (0) | 202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