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55 화. 천하를 어떻게 차지하는가.

서 휴 2022. 8. 9. 17:22

155 . 천하를 어떻게 차지하는가.

 
관중管仲은 다음날 이른 아침에 부리나케 일어나, 제환공齊桓公

별궁으로 찾아갔으며,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된다.


      어제 주공께서 봉선의 대전大典을 올리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지요.


      사실이오. 그런데 중보仲父께서는

      어째서 아침 일찍이 그 일을 묻는 것이오.

 

      주공께서는 진심으로 봉선封禪을 올리려 하십니까.

      그렇소. 어찌 진심이 아니겠소.

 

      옛날에 봉선封禪을 올린 임금은 무회씨無懷氏에서

      주성왕周成王까지 자세히 살펴보아도

 

      지금까지 상고詳考 할 사람이 모두 72명이라고 하나?

      제가 알아본 바는 12명뿐이옵니다.

      이들은 모두 천명을 받은 뒤에 봉선封禪을 올렸습니다.

 

      의 주성왕周成王은 태산泰山에서 제사를 지내고

      두수산 杜首山에서 땅에 제사를 지냈나이다.

 

      그 후로 봉선封禪의 대전大典

      올린 왕은 한 명도 없었나이다.

 

      주공께서는 이 점을 아시고 계시는지요.
      중보仲父는 나의 뜻을 막지 마시오.

 

제환공齊桓公은 비로소 관중이 찾아온 뜻을 알고 안색이 변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던 제환공齊桓公이 이번

봉선封禪의 일로 너무 기분이 상했던 모양으로 고함을 쳤다.

 

      과인은 일찍이 북으로 산융山戎을 정벌하여

      영지국令支國과 고죽국孤竹國을 평정하였고

 

      西로는 유사流砂를 건너 태항산太行山에 이르렀고

      으로는 초를 치고자 소릉召陵까지

      정벌하여 장강長江과 한수漢水를 바라보았소.


      과인이 병거兵車를 거느리고 회맹을 한 것이 세 차례요.

      그리고 정식 의관을 갖추고,

      우호의 회맹會盟을 여섯 차례 하였으므로,

 

      모두 아홉 차례로 열면서

      이로써 천하를 하나로 바로잡았소.

 

      비록 삼대의 제왕들이 천명을 받았다 해도

      어찌 이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소.

 

      이러한 중에 나를 거역한 제후는 하나도 없었소.

      어찌 하3대의 공에 미치지 못한단 말이오.

 

      과인이 태산泰山에 봉제사를 올리고

      양보산梁父山에 선제사를 올리면서

 

      자손들에게 이 성대한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어찌 불가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나 관중管仲은 제환공齊桓公의 고함에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조리 있게 천천히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하늘에 미친다, 함은

       하늘을 감복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공, 어찌 영토를 넓히는 것만으로

      하늘을 감복시켰다 할 수 있겠나이까.

 

      주공, 옛날 천명을 받은 제왕帝王

      먼저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옛날 제왕帝王은 징조가 있고 난 뒤에야,

      이를 확인하고, 온갖 제물을 갖춰

      태산에서 매우 융숭한 제사를 올렸나이다.

 

      주공, 땅에서의 기장 쌀은 한 줄기에

      여러 개 이삭이 달려 나타났으므로,

      이에 기장 쌀을 거두어 제기祭器에 담아 올렸으며

 

      또 장강長江과 회수淮水 사이에서는

      포모苞茅 한 뿌리에서 세 개의 줄기가

      돋아나고 있어, 그것을 영모靈茅라 불렀나이다.

    

      이 영모靈茅는 임금이 천명을 받으면 자란다고 하며

      그것으로 자리를 만들어 제사 지낼 때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동해에서는 비목어比目漁가 몰려왔고

      서해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날아다녔습니다.

 

      상서로운 짐승을 부르지 않아도

      몰려온 것이 열다섯 차례나 되었사옵니다.


무회씨無懷氏는 고대古代 중국 신화神話에 나오는 제왕帝王 이며,

비목어比目漁는 암수가 각각 눈이 하나뿐인 물고기로, 암수가 서로

합하여야! 앞을 정확히 볼 수가 있고, 비익조比翼鳥는 암수가 각각

날개가 하나뿐인 새로, 서로 합해져야만 나를 수가 있다.


      주공. 이러한 징조는 결코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하늘이 감복하여야만 되는 일입니다.

 

      주공,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하옵니까.

      봉황鳳凰 이나 기린麒麟은 나타나지 않고

      대신에 솔개와 올빼미만 날아들 뿐이고

 

      들판에는 곡식穀食의 풍성豊盛 한 이삭 대신에

     힘써 가꾸지도 않아도 되는 잡초雜草가 자라나며

     제 멋대로인 쑥대만이 무성茂盛 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런 암흑 세상에 주공께서 태산泰山에 올라

      봉선封禪을 행하신다, 하면 세상 사람들은

      반드시 주공을 비웃고 말 것입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는 기원전紀元前 770년부터 403년까지 267년간

이며, 그동안은 중국 역사상 가장 큰 혼란기였다.

 

      제환공齊桓公은 그 춘추시대春秋時代 동안에

      첫 번째로 패업覇業을 이룩하여,

      패공覇公의 자리에 오를 만큼

      아주 특출特出 한 인물이었다.

 

관중管仲 또한 제환공齊桓公에게 이처럼 사례를 들어가면서도

직설적이면서 독한 표현을 써가며, 간언을 올려,

 

제환공齊桓公이 천자 자리를 넘보려는 마음을 철저히 막는

것이었으나, 두 사람이 정치적 공조 체제를 이룬 이래, 아마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봉선封禪에 대해서는 없었던 일로 하겠소.

       앞으론 편안히 쉬며 쉽게 살까 하니 그리 아시오.


역시 그릇이 큰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고

봉선封禪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규구회맹葵丘會盟에서 돌아온 이후로는 자기가 천하제일

이라는 듯이, 아주 교만해졌으며, 그 정도가 지나칠 만큼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궁실宮室을 천자의 왕실王室 처럼 대규모로 꾸며라.

       모든 예법도 천자의 예에 따라 하도록 하라.

 

       수레라든지, 복장이라든지,

      시중드는 내관들의 제도까지도

      왕실과 비슷하게 바꾸어버리도록 하라.

 

제환공齊桓公의 행동에 대부들 사이에 말이 없을 수가 없었으며

여론이 이러한 중에 더욱 이상한 것은 관중管仲의 태도였다.

 

      여러분, 주공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소이다.
      주공은 예에 어긋나는 일을 너무 하고 있소이다.

 

      그런데 관중管仲은 또 뭘 하는 짓이오.

      관중管仲은 시종 침묵만을 지키기만 하고

 

      제환공齊桓公의 행동을 일절 모르는 척하면서

      오히려 그가 사치와 교만을 더하고 있는 것이오.


여론이 이러한 중에, 더욱 이상한 것은 관중管仲의 태도였으며

시종 침묵을 지키면서, 제환공의 행동을 일절 모르는 척하며,

오히려 관중管仲이 더 사치와 교만을 더 부리는 것이었다.

      아니, 아무리 중부仲父 라도 그렇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큰 저택에

      화려한 3층의 누대樓臺를 높이 쌓아 올리고

      삼귀지대三歸之臺 라며 현판을 붙였다 하오.

 

      백성이 귀의歸依 하고 제후들이 귀의歸依 하며

      사방의 오랑캐가 귀의歸依 한다는 뜻이 아니겠소.

 

      제후가 아니면 세울 수 없는 색문을 세워

      안과 밖을 가렸을 뿐만 아니라

 

      제후만이 설치할 수 있는 반점反坫을 설치하여

      술잔을 올려놓고,

 

      열국列國의 사신 들을 집안에서

      맞이하다니, 교만과 월권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모든 비난이 제환공보다 모두 관중管仲 에게로 쏟아지자, 참다못한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을 찾아가 싫은 소리를 하게 된다.

 

      포숙아鮑叔牙, 어서 오게나.
      중보仲父, 자네에게 크게 실망을 하네.
      포숙아鮑叔牙,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주공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먼져 막아야 할 자네가,

 

      그에 편승하여 주공과 함께

      사치와 무례를 자행하고 있으니

      이 어찌 옳은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허 어. 포숙아鮑叔牙내 말을 좀 들어보게.

      주공께서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갖은 고난을 겪고

      애써서 오늘의 공업功業을 이루셨네.

 

      을 이루면 그것을 누리려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이 이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내가 예법으로써 주공을 구속하면

      주공은 모든 것이 귀찮아지며, 지금까지

      이뤄낸 공업功業에 회의 마저 느끼게 되네.

 

      그리되면 주공은 게을러질 것이요. 또한

      공실은 타락하고 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주공의 사치와 예

      어긋나는 행동을 막지 않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자네가 사치와  교만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생각에서인가.

 

      그렇다네, 주공이 사치하고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당연히 세상 사람들은 주공을 비판하게 되네.

 

      비판받으면 덕을 잃고 덕을 잃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주공보다 더 사치하고

      더 교만한 행동을 하게 되면

 

      세상 사람들의 모든 비판은 모두

      이 관중管仲인 나 하나의 몸으로 쏠리게 되네.

 

      내가 더 사치하고 더 교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바로 그 비난을 내가 받음으로써

      주공을 온전히 지켜드리기 위한 충심에서이네.

이 말을 들은 포숙아鮑叔牙는 비로소 관중管仲의 깊은 속마음의

뜻을 알게 되었으므로, 관중管仲을 뚫어지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하늘을 우러르며 경탄해 마지않는 것이었다.


      아 아. 우리 주공은 정말로 복이 많으시도다.

      어찌 하늘 아래 관중管仲 같은 사람을 둘 수가 있으리오.

 

한편 태재太宰 은 규구葵丘 회맹을 마치고 돌아가는 도중에

회맹에 참석하고자 달려오는 진나라 진헌공晉獻公을 만나게 된다.

 

       태재太宰 오랜만입니다.

       진헌공晉獻公은 어디를 가시는 중이 오.

 

       우리 진나라는 황하黃河 북쪽의

       아주 먼 곳에 있다 보니

 

      의관衣冠을 갖춘 성대한 회맹會盟

      한 번도 참석해본 일이 없소이다.

 

      모처럼 참석하고자 열심히 달려오는데

      이레 동안이 걸려 이제야 왔소이다.

 

      이제 규구葵丘 회맹會盟에 참석할 수 있겠소

      허 어. 규구葵丘 회맹會盟은 이미 끝났소이다.

 

      정말입니까. 너무 아쉽게 되었군요.

      의 군후君侯께선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재太宰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제나라 제환공齊桓公은 스스로 공이 높다고

      큰소리치며, 교만한 마음을 밖으로 내보이고 있소.

 

      대저 달이 차면 기울고 물이 가득 차면 넘친다, 하였소.

      이제 제나라도 기울고 넘치는 때가 닥칠 것이니

      어찌 애석하다, 말하지 않을 것이오.

 

나라 진헌공晉獻公은 수레를 돌려 돌아가는 도중에 큰 병을

얻게 되며, 나라로 돌아가자마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나라를 오랫동안 엄격하게 다스리던 진헌공晉獻公이 죽자,

나라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 이제 진나라로 가보자.

 

156 . 씨는 뿌린 대로 자라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