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54 화. 제사 지낸 조는 어떻게 나눌까.

서 휴 2022. 8. 8. 20:19

      50.봉선 행사

 

154 . 제사 지낸 조는 어떻게 나눌까.

 

회맹會盟 일이 되자, 제후들은 의관을 정제整齊 하였기에 제단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에 매달린 환패環佩가 아름다운 소리를

울리면서 천천히 제단으로 몰려들어 올라갔다, 제단의 상에는

왕실에서 제사 지내고 가지고 온 제육祭肉 인 조가 놓여있었다.

 

      . 태재 공은 주양왕周襄王의 말씀을 전하겠소.

      천자께서 문무의 일이 바쁠새라,

      태재 공을 대신 보내, 태묘太廟에 제사를 올리고,

      이에 가져온 이 조를 백구伯舅에게 하사하노라.

 

백구伯舅 , 천자가 성이 다른 큰 제후국의 군주를 부를 때

쓰는 말로, 여기서는 물론 강성姜姓을 가진 제환공을 가리킨다.

 

       성이 다른 작은 제후국의 군주를 부를 때는

       숙구叔舅라 하며, 같은 성의 큰 제후국 군주에게는

       백부伯父 라는 말을 썼다.

 

천자인 주양왕周襄王이 제사 고기인 조를 하사하는 일은 매우

드문 경우이므로, 제환공齊桓公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영광이었다.

 

      태재 공의 낭랑한 음성이 울려 퍼지자

      제환공齊桓公은 조를 받기 위하여

      앉았던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

 

천자가 물건物件을 하사할 때는 일단 아래 뜰로 내려갔다가, 다시

제단 위로 올라와 받아야 하므로, 제환공齊桓公 역시 그러한

를 따르기 위하여 제단祭壇 아래로 내려가려 몸을 일으켰다.

 

      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제환공齊桓公은 공이 크고

      연로함으로 특별히 작위爵位를 한 등급 높이노니

      계하階下로 내려가 절하지 말라고 명하셨소.

 

제환공齊桓公의 작위는 후작侯爵 이었기에 작위를 한 등급을

높인다면, 공작公爵이 되는 것이며, 더구나 제단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조를 받으라는 파격적인 특전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제후 중에 이만저만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천사天使 인 태재 공의 말이 떨어지자,

      순간 제환공齊桓公은 우쭐하여지며,

      얼굴에 거만스러운 빛마저 감돌기 시작했다.

 

      아무렴 이렇게 우대優待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나의 공로는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낼 만도 하도다.

 

제환공齊桓公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자, 일어나 제단을 아래로

내려가려다 말고, 그 자리에서 조를 받으려 멈춰 서려 하였다.

 

이때 관중管仲이 다른 제후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제환공에게

재빨리 다가가 부추기는 척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주공께선 겸손하시어야 합니다.

      신하로서 존경하는 예를 갖추셔야 합니다.

 

제환공은 관중의 말에 퍼뜩 제정신이 들어와 태재 공을 바라보며

즉시 허리를 공손히 굽히면서 예의 바르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천자의 위엄이 내려다보고 있음인데

      어찌 이 소백小白이 왕명을 탐하여

      신하의 직분을 잃을 수 있겠소이까.

 

제환공齊桓公은 그 즉시 계하階下로 내려가 재배를 올리고, 다시

제단 위로 올라와 태재 공이 내미는 하사품인 조를 받았다.

 

제후들은 제환공齊桓公은 끝까지 겸손하면서 역시 하나부터

예를 잃지 않는다며, 감복하는 얼굴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많은 조가 어찌 나 혼자만의 것이겠소.

      연회를 열고자 하니 모든 제후는 모여주시오.

 

제환공齊桓公이 베푼 잔치가 10여 일 만에 끝나자, 태재 공

여덟 군주가 회의를 열고 우호 관계를 맺는 맹세를 하고

나라를 받들기 위해 아래 다섯 가지 금기 사항을 정했다.

 

       그동안 고생한 끝에 태평 시대가 오고 있소.

       우리 모두 주나라를 세우신 뜻을 기리기 위하여

       오금법五禁法을 낭독하겠소.

 

       毋雍泉 (무옹천)

       우물을 메우지 말라.

 

       毋遏冞 (무알미)

       곡식을 사고파는 일을 막지 말라.

 

       毋易樹子 (무이수자)

       자식을 바꾸어 후사를 세우지 말라.

 

       毋以妾爲妻 (무이첩위처)

       첩을 본부인으로 삼지 말라.

 

       毋以婦人與國事 (무이부인여국사)

       여자는 국정에 간여시켜선 안 된다.

 

       우리가 이렇게 맹세함은

       서로 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함이오.

 

       여기에 아울 태재太宰

       제후들께 말씀드리고자 하오.

 

       이번부터 삽혈歃血의 관습을 철폐하면 어떻겠소.

       단지 맹세를 위하여 가축을 죽이는 것과

       피를 입술에 바르는 것은 좋은 행위라 볼 수 없소이다.

 

삽혈歃血은 가축의 피를 입술에 바르는 것으로, 이는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온 관습이었는데, 제환공齊桓公은 이를 없애자고 갑자기

제안하면서 여러 제후를 둘러보며 말하였다.

 

        제후들은 나의 제안을 어찌 생각하시오.

        옳으시고 지당한 말씀이기에 모두 신복信服 합니다.

    

       삽혈歃血은 하나의 형식일 뿐인데,

       좋은 일을 앞두고 가축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이며,

 

       피를 입술에 바르는 것은 보기가 너무 흉하고

       역겨운 맛으로 정신을 흐리게 합니다.

 

제후들이 모두 찬성하니, 태재太宰 이 이를 인정하였으며,

규구葵丘 때부터 삽혈歃血 이 없어지는 마지막 회맹이 되었다.

 

       무조건 따르며 신봉信奉 하던 시대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시대로 변해가며

       상징적인 제례 형식은 그 막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맹세문이 적힌 죽간竹簡에 제후들의 이름을 올리고,

희생犧牲다시 잡아 올리게 한 후에, 사람을 시켜 서장에 적힌

제후들의 이름을 크게 외쳐 알리게 했다.

 

       그러나 회생 물의 피를 입술에 바르는

       삽혈歃血의 의식은 반복하지 않았다.

 

제후들은 비록 삽혈歃血의 의식을 행하지 않았지만, 모든 열국의

제후는 제환공齊桓公의 제안에 공감하며 감복했다.

이에 염옹髥翁이 시로써 다음과 같이 읊었다.

 

       紛紛疑叛說春秋 (분분의반설춘추)

       춘추를 일컬어 반란과 의심의 시대라고 하지만

 

       攘楚尊周握勝籌 (양초존주악승주)

       초를 물리치고 주를 받들어 천하를 호령했도다.

 

       不是桓公功業盛 (부시환공공업성)

       제환공이 공업을 크게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誰能不歃信諸侯 (수능불삽신제후)

       어느 제후가 삽혈도 없이 믿고 따랐겠는가?

 

이때가 제환공齊桓公의 생애중에 가장 절정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광이 지나치면 자만과 교만해지기 마련으로, 뭇 제후의

추앙을 받으며 왕실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하게 되자, 제환공

겸손한 마음은 사라지고 엉뚱한 욕심을 내게 되었다.

 

        그렇다. 제환공齊桓公, 그의 마음에

        또 다른 욕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회맹의 맹세가 끝나자, 제후들이 모여 연회가 열린 자리에서,

제환공齊桓公은 엉뚱한 이야기를 태재 공에게 물어보았다.


      봉선封禪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계시오.

      봉선封禪에 대해 말하라니 갑자기 무슨 일이오.


      봉선封禪은 천자만이 지낼 수 있는 제사지요.
      왕실에 전해오는 전적典籍을 통해 다소는 알고 있소이다.


      아시는 대로 말씀해보시오.

      허허, 그래요, 아는 대로 답하겠소이다.


      예로부터 천자는 하늘과 땅을 위하여 제사를 지냈는데

      높은 태산泰山에서 제사지내는 것을 봉이라 하고

 

      낮은 양보산梁父山에서 지내는 제사를 선이라 하오.

      이 봉과 선을 합하는 것이 바로 봉선封禪 입니다.

 

      태산泰山에는 흙으로 하늘 높이 제단을 쌓고

      으로 만든 간책簡策에 봉선문封禪文을 써서

 

      금칠을 한 상자에 넣고 제단에 올린 뒤에

      하늘의 공로에 보답을 드리는 것이지요.

 

      양보산梁父山에서는 땅을 깨끗이 쓸고 제사를 지내는데

      이는 낮은 곳을 상징하는 것이며

 

      부들 풀로 수레를 만들고

      풀과 볏짚으로 자리를 만들어

      제사를 지낸 뒤에 덮어버리는데,

      그것은 땅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 , , 삼대에 천명天命을 받고 일어난

      제왕帝王은 하늘과 땅에서 도움을 받았기에,

      이 아름다운 보은의 의식을 융숭하게 시행하였소.

 

      이제 과인이 말을 할까 하오.

      제환공齊桓公, 어서 말해 보시 오.

 

      옛날 하왕조는 안읍安邑에 도읍하였고

      왕조는 박에 도읍하여 좋았으나

 

      우리 주왕조는 풍호酆鎬에 도읍을 정하였기에

      태산泰山 과는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소.

 

      그래서 서로 멀다보니 주나라 천자들은

      봉선封禪을 올리기가 매우 힘들었소.

 

      태산泰山과 양보산梁父山

      모두 우리 제나라 안에 있소이다.

 

      이제 과인이 천자의 은총을 받음에

      천자 대신 몸소 봉선封禪의 대례大禮를 올리고 싶소.

 

      여기 모인 제후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서슴없이 말씀들 해보시오.

 

자신이 세운 공이 높다고 자부한 나머지 기고만장한 제환공보고

있던 태재 공이 이외로 침착하게 말했다.

 

        허 어, 이 태재 공이 말하겠소.

        제후齊侯께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누가 감히 불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은 연회장에서 술도 취하고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 일을 의논議論 하여 봅시다.

 

태재 공은 제환공齊桓公이 갑자기 하는 이외의 질문에 깜짝

놀라면서도, 물어오는 저의가 무엇인지 속셈을 파악하려 얼굴을

들어 제환공을 쳐다보면서, 당장에 반대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태산泰山은 지금의 산동성 제남시 남쪽으로

      250리가량 떨어져 있는 중국의

      오악五嶽 중의 하나로, 높이는 1,524m이며,

      중원中原의 동쪽 일대에서는 제일 높은 명산이다.


      중국의 조상 때부터 최고 권위 있는 정통 의식인

      봉선封禪이 행하여졌기 때문에 유명해진 산이며,

      태산泰山을 성산聖山으로 외경敬畏 시 하는 산이다.

 

태재 공은 제환공齊桓公이 봉선封禪을 행할 의향이 있음을 알고,

또한 제후들도 묵시적默示的 으로 동조하는 것 같아,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천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음이다.
      제환공齊桓公은 능히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대로 주周 나라가 망할 수는 없지 않은가.

 

태재 공은 여기서 제환공齊桓公으로 인하여 왕실이 무너지게

할 수는 없다며, 한 가지 묘책이 생각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 이 문제는 중보仲父 만이 해결할 수가 있도다.

      중보仲父를 찾아가 깊이 의논을 하여 보자.

 

제환공齊桓을 제어制御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관중管仲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태재 공, 밤이 깊었지만 관중管仲을 찾아간다.

 

      중보仲父. 밤이 많이 늦었습니다.

      태재 공. 어서 들어오십시오.

 

      밤이 늦었는데, 침상寢牀에 들지 않고 책을 보고 있는 거요.
      하하, 태재太宰께서 여기까지 왼 일이십니까.

 

      찾아온 뜻을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말하겠소.
      아까 제환공께서 봉선封禪에 관한 일을 물으셨소이다.

 

      도 아시다시피 봉선封禪은 천자가 하는 것이지

      제후가 입에 담을 말은 아니지 않소.

      가 지나치면 덕을 잃기 마련입니다.

 

      제환공齊桓公께서 혹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께서 간언해 주십사하고 부탁하러 온 것이오.

      아니, 그런 일이 다 있었습니까.

      잠깐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군요.

 

      주공께서는 이따금 엉뚱한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또 그 병이 도진 모양입니다.

 

      태재太宰께서는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우리 주공께 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이해하여 주시어 고맙소. 잘 부탁하오.

      이만 안녕히 주무십시오.

 

155 . 천하를 어떻게 차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