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8 화. 반란의 뒤에 여자가 있는가.
노장공魯莊公은 제환공齊桓公을 전송하고 난 얼마 후에 뜻하지
않은 병에 걸린다.
병이 깊어지면서, 이제는 시의侍醫 마저 가망성이 없다고 안타깝게
고개를 흔들면서 나가게 되는 결과가 오고 말았다.
내 나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너무 안타깝구나.
아무래도 나의 병이 회복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누구에게 군위君位를 물려줘야 한단 말인가.
여러 아들이 있긴 하나 적자嫡子 소생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다 후궁後宮의 소생들이 아닌가.
후사後嗣가 정말 걱정되는구나.
그래, 맏아들인 공자 반般이 제일 똑똑하지 않은가.
반般에게 당연히 군위를 물려주어야 하겠다.
그런데 경보慶父와 숙아叔牙가 만만치가 않구나.
그 둘은 동복형제同腹兄弟가 아닌가.
그 둘은 벌써 합세하여 당黨을 이루고 있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들은 공실公室 제일의 당黨이 될 것이며
앞으로 틀림없이 혼란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노장공魯莊公은 경보慶父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아들 반般을
군위에 올려도 위태롭게 된다고 생각하며 대비할 생각을 하게 된다.
공자 숙아叔牙를 부르도록 하라.
주공. 부르셨나이까.
동생 아, 나의 병세가 심상치 않도다.
장차 이 나라를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는가.
동생은 무얼 망설이느냐.
동생은 깊은 생각은 하지 마라.
형님, 형제를 말해도 되옵니까?
아니면, 아들을 말해야 하옵니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다니 무엇 때문이옵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후계자상속에 대한 일이로다
아들이던 형제 던 누구 간에
이 나라를 잘 끌고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의견을 묻는 것뿐이니 마음 놓고 말해보라.
다만 형제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하는 것이니라.
형님. 꼭 부자 상속만을 하시려는지요.
사직社稷의 장래를 보아서는 경륜이 있고
덕을 갖춘 사람이 군위를 이어받아야 합니다.
경륜과 덕을 갖춘 사람이 누구인가.
경보慶父 형님이라면 능히 우리 노魯 나라를
든든하고 편안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국법에도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보위를 잇기도 하고
또한, 현명한 형제가 있다면 그 형제가 잇기도 합니다.
좋은 말이로다. 동생의 의견을 잘 들었노라.
깊이 생각하여 볼 터이니 그만 물러가거라.
숙아叔牙 야, 고맙다.
네 말뜻을 깊이 새겨들으마.
숙아叔牙는 기분이 좋아져 돌아갔으며, 병이 든 노장공魯莊公은
죽기 전에 순리順理 대로 아들 반般에게 군위君位를 물려주려고
어두운 천정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침이 되거든 계우季友를 불러들여라.
주공. 부르셨나이까.
주공 형님, 병의 차도는 어떠신지요.
계우季友 야. 아마도 나의 병세가 심상치 않도다.
내가 죽은 후 이 나라를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냐.
형님은 어째서 맹임孟任을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형님께서는 맹임孟任을 정실부인으로 삼겠다.
하시고는 결국 낮은 품계로 머물게 하셨습니다.
인제 와서 또 그 아들까지 내치려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맏아들인 반般을 버리려 하십니까.
저는 죽음으로써 반般 공자를 받들겠습니다.
숙아叔牙는 경보慶父 형님을 추천하던데
숙아叔牙의 생각을 어떻게 보는가.
그건 아니 됩니다.
경보慶父 형님은 경박할 뿐만 아니라
인색하여 덕이 없는바 군주의 재목이 아니옵니다.
숙아叔牙 형님은 경보慶父 형님과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서는 절대로 아니 됩니다.
계우季友 야. 아버님께서는 너의 이름을 우友라
지어주셨는데 그 뜻을 알고 있느냐.
계우季友는 태어날 때부터 손바닥에 우友 라는 글자 모양의
손금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의 이름을 우友라 지었다.
어찌 제 이야기를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계우季友 야. 아버님께서는 단순히 손금 때문에 이름을
지어준 것은 아니고 우友는 우右와 통한다고 하셨다.
군주의 오른편에 서서 보필輔弼 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우友 라는 이름을 내리셨단다.
형님, 저도 성장成長 한 후에야 그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형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겠습니다.
형님. 이 동생이 반般 공자의 오른편에 서겠습니다.
알겠노라, 동생을 믿으리라.
내시는 숙아叔牙 공자에게 나의 말을 전하도록 하라.
숙아叔牙는 대부 침계鍼季의 집에서 기다리도록 하라.
내 곧 특별한 분부를 내릴 것이다.
내관으로부터 말을 전해들은 숙아叔牙는 어제 건의한 자기의 뜻을
받아주는 것으로 짐작하였고, 더구나 대부 침계鍼季는 노장공이
아끼는 심복 중의 한 사람이기에 침계鍼季를 자기와 깊은 인연을
맺어줄 것으로 짐작斟酌 하여 더욱 기분이 좋았다.
어서 오십시오. 숙아叔牙 공자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안녕하시었는지요.
조촐히 반주를 장만하였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침계鍼季 님. 고맙습니다.
숙아叔牙가 술상 앞에 앉아 주공이 어떤 분부를 내릴지 궁금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중에 궁에서 나온 내관內官이 들어온다.
숙아叔牙 공자님. 주공의 편지입니다.
어서 읽어 보시옵소서.
숙아叔牙에게 죽음을 명命 하노니
숙아叔牙는 이 술을 마시도록 하라.
그리하면 그대의 자손은 대대로 위位를 지킬 것이나
만일 복종하지 않으면, 그대는 물론
그대 일가까지 모두 도륙屠戮을 면치 못하리라.
청천벽력과 같은 편지를 다 읽고 난 숙아叔牙는, 안색이 돌변하며
재빨리 도망을 치려하였으나, 그러나 이미 대부 침계鍼季는 힘센
장정들을 문밖에 배치해놓았기에, 계단을 뛰어내리는 숙아叔牙를
붙잡아 머리를 움켜쥐고, 짐주鴆酒를 귓구멍 속으로 들이부었다.
중국 광동성廣東省 지방에서 사는 산 까마귀 중에
음鷣 이라는 새는, 천년을 묵으면 짐새鴆鳥가 된단다.
그 새는 자록紫綠 색이며 크기는 올빼미만 하고
목은 길이가 7-8촌寸 정도 되며,
주로 살모사殺母蛇 나 독사毒蛇를 잡아먹고 살기에
독성毒性이 강하다고 한다.
짐조鴆鳥 라는 새의 수컷 이름은 운일運日 이고
암컷의 이름은 음해陰諧 라고 한다.
짐조鴆鳥 라는 새의 배설물이나
새 깃으로 담근 술을 짐주鴆酒 라 하며
이는 주로 살인용殺人用 술로 쓰인다.
마침내 숙아叔牙는 온몸을 뒤틀며 몸부림치다가, 아홉 구멍으로
피를 쏟으며, 그의 몸뚱이는 삽시간에 검푸르게 변하고 말았다.
숙아叔牙가 죽은 지 며칠 후에 노장공魯莊公도 세상을 떠나니,
그는 열세 살에 군위에 올라 재위 32년이며, 45세에 죽은 것이다.
공자 반般을 상주로 삼고 주군으로 받들기로 하였소.
여러 나라에 조문 사절을 파견할 것이오.
나. 계우季友는 재상宰相으로써 반般 군주를 받들 것이오.
공자 반般이 제위에 오르니 애강哀姜과 경보慶父는 움츠릴 수밖에
없었으며, 이로써 노魯 나라 공실은 안정되는 듯싶었다.
두 달 후가 되는 그해 10월이다. 반般은 외조부인 대부 당씨黨氏가
죽었다는 부고가 급히 오자, 어릴 적부터 외조부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므로, 조상弔喪을 위하여 지체하지 않고 문상을 떠났다.
애강哀姜은 무얼 하시오.
주공이 낭대郎臺의 외가에 문상을 갔다면서요.
시숙媤叔, 낭대郎臺가 얼마나 머나요.
궁에서 낭대郎臺 까지는 하룻길의 거리가 되지요.
애강哀姜, 뭐 좋은 방법이 없겠소.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던 참이었어요.
내 동생 숙아叔牙가 죽은 것도, 재상으로 있는
계우季友 놈이 사주使嗾 하여 죽인 것이오.
내 반드시 반般과 계우季友를 죽여
숙아叔牙 동생의 원수를 갚을 것이오.
아아, 군권이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
시숙媤叔 임, 남의 손을 빌려보세요.
경보慶父는 애강哀姜의 은밀한 말에 골똘히 생각하다가 지난해
반般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얻어맞고 자신의 당원黨員으로
자청하여 들어온 마구간 지기 어인圉人 낙犖을 생각해내었다.
반般이 문상을 갔다니 절호의 기회가 왔도다.
비밀리에 마구간지기 어인圉人 낙犖을 불러라.
공자님. 어인圉人 낙犖 이옵니다.
너는 곤장을 그렇게 맞았던 일을 잊었느냐.
잊다니요. 제가 어찌 그 날을 잊을 수 있겠나이까.
너는 어찌하여 지난날의 원한怨恨을 갚지 않는 것이냐.
필부匹夫 라도 물 밖에 나온 교룡蛟龍 즘은 능히
제어制御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너는 힘도 세고 무예武藝도 깊은 장사로써
그 놀라운 용력勇力을 어디에 쓰려 하느냐.
내 너를 가상히 여겨 자세히 알려주는 바이다.
새 군주가 된 반般이 외가外家 인 당씨黨氏 집에
문상을 갔는데 그 경비가 어찌 궁중하지 않겠느냐.
공자께서 도와만 주신다면
제가 어찌 그 일을 망설이겠습니까.
너는 장수가 될 자질이 충분히 있지 않으냐.
알겠노라. 네 뒷일은 걱정하지 마라.
그 날 밤으로 어인圉人 낙犖은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당씨黨氏
대부 집으로 찾아가서 밤이 깊어 삼경三更이 넘도록 기다리다가
날랜 몸으로 담을 넘어 중문 옆의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마침 어린 내시內侍 하나가 반般의 잠자리를
차려주고 문을 열고 나오자
그 틈을 이용해 낙犖은 침실로 뛰어 들어갔다.
마침 반般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신발을 벗으려던 참이었으나
별안간 문이 열리며 낙犖이 뛰어 들어오자 깜짝 놀라 물었다.
이놈. 네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왔느냐.
지난날 곤장 맞은 원한怨恨을 갚으러 왔소.
그 순간 반般은 침상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보검을 뽑아 낙犖을
후려치자, 일격을 당한 낙犖의 머리가 3분의 1쯤 베어져 나갔다.
피가 흐르며 뇌수腦髓가 허옇게 비쳤다.
그러나 낙犖은 소문대로 대단한 역사力士 였다.
어인圉人 낙犖은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반般을 넘어뜨려 올라타고,
품속의 비수匕首를 뽑아 옆구리를 세차게 찔러대기 시작하였다.
아악. 사람 살려.
아이고, 나 죽는다.
외마디 비명悲鳴 소리와 함께 반般은 그 즉시 절명絶命 하였고,
내시가 재빨리 달려 나가 당黨 대부 집안사람들에게 고함을 지른다.
반般을 죽인 어인圉人 낙犖은 도망치려 하였으나,
이미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터였으므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여 엉거주춤 서있었다.
그때 달려온 당씨黨氏 일가의 가병家兵 들에게 짓이겨 죽었으며,
곧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재상宰相 인 계우季友에게 뛰어가 알렸다.
뭣이라고 주공께서 죽다니
어인圉人 낙犖에게 죽었다고 하였느냐.
이일을 어떻게 수습收拾 할 수가 있겠느냐.
아아, 정말 큰일이로다.
반般의 참변 소식을 들은 계우季友는 경보慶父의 소행所行 임을
직감하였으나, 수습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자, 깊이 한탄하면서
할 수 없이 재빨리 집을 빠져나와 진陳 나라로 달아나고 만다.
아니. 주공이 시해弑害를 당하였단 말이오.
어인圉人 낙犖이 일을 저질렀답니다.
재상 계우季友가 망명亡命을 떠났답니다.
배후背後가 누구이겠소.
그야. 그게. 다 짐작 가는바 아니겠소.
모두 들 경보를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경보는 시치미를 딱
뗀 채로 오히려 앞장서서 어인圉人 낙犖의 가족을 몰살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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