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패왕지도
제 130 화. 이 어지러움을 누가 막으랴.
경보慶父와 애강哀姜은 계우季友의 등장으로 눈치를 보면서 초조한
나날을 보내게 되며, 어느덧 노민공魯閔公 재위 2년으로 접어들었다.
노민공魯閔公을 하루빨리 해치워야!
내가 군위君位를 차지할 수 있을 터인데
노민공魯閔公은 제환공齊桓公의 생질甥姪 이며,
계우季友가 가까이 보좌하고 있으니
좀처럼 기회가 오질 않는구먼.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좋다. 몸조심하며 좀 더 기다려보자.
경보慶父가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대부 복의卜齮가 찾아와 험악한 표정으로 하소연을 늘어놓게 된다.
대부께서 예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무슨 일로 거친 숨을 내쉬는 것이오.
경보慶父 공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씀해보십시오.
본시 내 땅은 주공의 태부太傅 인 신불해愼不害 라는
자의 전장田莊과 인접해 있소이다.
그런데 갑자기 태부太傅 신불해愼不害가 그 땅을
자기 땅이라며 빼앗아버리는 것이 아니겠소.
그래, 하도 억울하여 주공께 이 일을 호소하였더니
주공께서는 오히려 신불해愼不害의 편만 들어주며
내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소.
주공이 아무리 어리다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거지요.
내 참을 수가 없어 공자를 찾아왔으니
공자께서 제발 내 땅을 좀 찾아주시오.
복의卜齮의 말을 듣고 있던 경보慶父는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에
입술을 굳게 깨물며 , 대부 복의卜齮를 한참 지그시 바라보다가
한결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듯이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신불해愼不害는 주공의 스승인 태부太傅 입니다.
주공은 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
내가 말해도 듣지 않을 게 분명하외다.
그러지 말고 이 기회에 큰일을 해보시지요?
아니, 큰일이라니요.
복의卜齮 대부께서 그만한 일을 하실 수 있겠소?
허 어, 나를 정말 그렇게 모르십니까?
나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오.
복의卜齮 대부, 주공이 저렇게 철이 없는데
우리 노魯 나라가 잘될 수 있겠소?
지금처럼 명맥 만을 이어가기도 바쁠 것이오.
그렇다면. 허 어. 그렇다면.
어찌 하는 게 좋겠소.
그렇소. 그대는 주공을 제거하시오.
나는 그대를 위해 신불해愼不害를 제거하겠소.
하지만 계우季友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소이까?
그 점은 이미 모두 준비하여 놓았소.
그렇다면 좋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방법을 자세히 말해주시오.
주공은 아직 어린애라 이따금 저녁이면
궁 밖 거리로 나가 아이들과 뛰어놀기를 좋아합니다.
자객刺客을 무위문武闈門 근처에 숨겨 놓았다가
주공이 나오면 일거에 해치워버리시오.
그리고, 그 일을 도둑의 소행이라고 소문낸다면
누가 저질렀는지 누가 어떻게 알겠소.
그다음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오.
일이 잘되면 그대는 재상宰相이 될 것이오.
주공이 언제 무위문武闈門을 나설지
어떻게 알 수가 있더란 말이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공이 미복微服으로 갈아입고 나서는 날
내궁內宮에서 미리 알려줄 것이오.
좋소이다. 경보慶父 공자를 믿고, 우리 노魯 나라
사직社稷을 위하여 뜻을 함께하겠습니다.
자 좋소. 손을 잡고 굳게 맹세합시다.
좋습니다. 맹세하겠습니다.
대부 복의卜齮는 경보慶父의 사주에 반역을 함께 하기로 맹세하고
곧바로 몰래 자객을 뽑아 다짐을 받은 후에 무위문武闈門 근처에
숨어있으면서, 어린 노민공魯閔公을 기다리고 있도록 만들었다.
며칠이 지나자, 어스름한 저녁에 무위문武闈門 밖에서 한 건장한
사내가, 마침내 미복으로 변장한 노민공魯閔公을 따라가게 된다.
으음. 이제야. 나타났구나.
천천히 따라가며 한적한 곳에서 찔러버려야지.
앗. 어느 놈이 노민공魯閔公을 찔렀다.
저놈 잡아라. 야 아. 저놈 잡아라.
가냘픈 비명悲鳴 소리를 지르며 노민공이 쓰러지자. 뒤따르던
시종侍從이 깜짝 놀라 악을 써대니, 그때 마침 시장市場에서
하루 일을 보고 돌아가던 상인商人 들이 지나가다가 재빨리
옆으로 벌여서 도망가는 자객刺客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잡았다. 이 나쁜 놈을 묶어라.
야, 이놈들아.
죽지 않으려거든 저리들 비켜라.
뭐라고,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이냐.
그들이 막 자객을 밧줄로 결박 지으려 하는데, 무기를 든 한 떼의
괴한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자객을 구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저놈들은 복의卜齮의 가병家兵 들이 틀림없다.
복의卜齮의 가병家兵 들이 정말 맞느냐.
허 허, 내가 잘 안다.
이 모두 대부 복의卜齮의 소행이다
같은 시각에 경보慶父도 역시, 가병家兵을 거느리고 신불해愼不害의
집을 습격하여 신불해愼不害를 비롯한 가족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신申 공자. 무얼 하오.
어서 일어나시오.
경보慶父가 난을 일으켰소.
큰일 났소. 속히 달아나야 하오.
작은아버지.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지요.
자. 앞뒤 따지지 말고 얼른 따라 나오시오.
계우季友는 소식을 듣자마자, 공자 신申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신申 공자를 발길로 차서 벌떡 일어나게 하여
일어나자마자 함께 달아나게 되었다.
작은아버지. 이곳은 산속입니다.
작은아버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요.
어 휴, 이제 한숨 돌리게 되었구나.
그냥 빨리 가봅시다.
아참, 주邾 나라에 아는 사람이 있소.
급한 대로 주邾 나라로 가봅시다.
어린 노민공魯閔公이 경보慶父와 복의卜齮의 자객에 의해 피살되고,
또 재상인 계우季友가 주邾 나라로 망명하였다는 소문은 시종들의
입으로부터 삽시간에 곡부성曲阜城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시장 상인들이 크게 분노하며 점포 문을 모두 닫고
시장 밖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시장市場 거리로 엄청나게 모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는가? 우리도 가보자.
자. 여러분 다들 이리 모이시오.
주공을 살해한 자는 복의卜齮 입니다.
복의卜齮를 죽이러 갑시다.
좋습니다. 어서 죽이러 갑시다.
복의卜齮를 사주한 자는 경보慶父 요.
자. 다 같이 경보慶父도 마저 죽여 버립시다.
곡부성曲阜城 성민들까지 모두 합세하여 떼로 모여들었으며, 저마다
식칼과 창과 곡괭이를 들고는 모두 대부 복의卜齮의 집으로 몰려가
순식간에 복의卜齮와 그 가족을 몰살시켰으며, 또한 경보慶父의
집으로 몰려가서 가족들을 죽이며 짓밟고 있었다.
그 시간에 경보慶父는 애강哀姜과 함께 노민공魯閔公이 피살되고
계우季友가 달아난 일에 기뻐하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차후의 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가노家奴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를 하게 된다.
나리, 큰일 났습니다.
성난 백성들이 복의卜齮의 가족을 다 죽이고
나리의 집안도 짓밟고 있사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냐.
이거 큰일 났구나.
나리, 어서 달아나야 합니다.
집으로 갈까. 어떡하면 좋겠냐.
아닙니다. 나리.
나리, 어서 딴 곳으로 가야 합니다.
내궁에서 나온 경보慶父는 백성의 함성에 도저히 집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재빨리 곡부성曲阜城을 빠져나가려 하였다.
가노家奴 야. 거莒 나라로 빨리 가자.
거莒 나라는 제齊 나라와 인연이 깊다.
애강哀姜은 제환공齊桓公의 조카이다.
애강哀姜이 앞장서면 좋은 일도 생길 것이다.
거莒 나라에 찾아가 사정해보자.
어서, 거莒 나라로 떠나자.
잠깐. 부고府庫에서 보물 좀 꺼내 가지고 가자.
나리.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자, 무조건 보이는 데로 실어라.
애강哀姜은 내궁에서 경보慶父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다음날 거莒 나라로 달아난 것을 알고 불안하여 몸을 떨고 있다.
나도 떠나야 하겠다.
수레를 준비하여라.
나도 경보慶父를 따라 거莒 나라로 가리라.
군부인郡夫人께서는 백성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어쩌시려고 이렇게 떠나려 하나이까?
이제 또 그의 뒤를 쫓아 거莒 나라로 가게 되면
다시는 노魯 나라로 돌아올 수 없게 되나이다.
그보다는 주邾 나라로 가시어
계우季友 공자님께 용서를 빌고
후사後嗣를 정하는 일을 도우시는게 났습니다.
으음, 듣고 보니 그 방법이 더 나을 것 같구나.
거莒 나라로 가지 말고 주邾 나라로 방향을 돌려라.
어서 빨리 주邾 나라로 가자.
며칠 후 주邾 나라에 도착한 애강哀姜은 계우季友가 머물러 있는
집을 간신히 찾아내어 신중하게 문을 두드리며, 계우季友와 면담을
간곡히 요청하였다.
부인은 어찌하여 예까지 찾아왔소.
나는 부인을 만날 일이 없소이다.
부인은 어서 그냥 돌아가시오.
애강哀姜은 낙담하였으나 면식이 있는 주邾 나라 대부 집으로 찾아가
전후 사정을 모두 털어놓게 되었고, 이를 모두 알아들은 그 사람은
계우季友를 찾아가 현재의 노魯나라 사정을 모두 알려 주었다.
경보慶父와 애강哀姜이 모두 달아나고
노魯 나라 궁실宮室이 텅 비어 있다고 하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돌아갈 수 있겠소.
어서 귀국歸國 준비를 서둘러야 하오.
고맙소. 그렇다면 빨리 귀국하겠소이다.
제齊 나라에도 사자를 보내 알리겠소이다.
우리 일에 더 좀 도와주시오.
알겠소. 수레와 말을 잘 타는 가병 10명을 붙여주겠소.
그럴 때 제환공齊桓公은 계우季友가 보낸 사자의 얘기를 듣고서야!
노魯 나라에 변란이 일어난 것을 알고 급히 조례를 소집하였다.
듣자 하니, 노魯 나라에 군주가 없다 하오.
이럴 때 곡부성曲阜城을 점령占領 하여
노魯 나라를 우리와 병합倂合 시키는 것이 어떻겠소.
제환공齊桓公은 노魯 나라가 어려움에 부닥친 걸 알고는, 지난번
노민공魯閔公과 회담할 때와는 전연 딴판의 의견을 말하며,
관중管仲을 비롯한 중신들을 불러놓고 동의를 구하려 하는 것이다.
어린 군주는 살해당하고 실권을 잡았던 경보慶父는
거莒 나라로 망명하여, 노魯 나라 궁실이 텅 비어 있소.
노魯 나라는 건국 이래로 우리와 항상 경쟁국競爭國 이었소.
이제, 우리 제齊 나라가 우월優越 한 위치에 서게 된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오겠소.
우리 제군齊軍이 쳐들어가기만 한다면,
노魯 나라를 차지하기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소.
이제 노魯 나라를 우리와 합병合倂 시켜
앞으로의 우리 근심 걱정을 아예 없앨까 하오.
자. 모두 들 의견을 말해보시오.
제환공齊桓公은 중신들의 동의가 있기만 한다면, 당장 제군齊軍을
출동시켜 노魯 나라에 쳐들어가 점령할 생각을 보이는 것이다.
제 131 화. 그대는 패왕지도를 아는가.
'(초안) 열국지 101∼200 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32 화. 잘못된 사랑의 종말을 아는가. (0) | 2022.07.22 |
---|---|
제 131 화. 그대는 패왕지도를 아는가. (0) | 2022.07.22 |
제 129 화. 손바닥 하나만 들면 무슨 뜻일까. (0) | 2022.07.21 |
제 128 화. 반란의 뒤에 여자가 있는가. (0) | 2022.07.18 |
제 127 화. 노나라, 반란이 일어나는가. (0) | 2022.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