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화. 군주가 편협하면 쫓겨난다.

제 80 화. 군주가 편협하면 쫓겨난다.

 

        신. 정(鄭) 나라 상경 제족(祭足)이옵니다.

        송후(宋侯)께 안부 인사를 올리나이다.

        약소(略少) 하오나 예물을 받으시옵소서.

 

       정소공(鄭昭公)의 즉위를 축하하오！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

 

       내일 이야기하기로 하고

       공관에서 좀 편하게 쉬도록 하시오！

 

제족(祭足)이 공관에서 옷을 갈아입고 잠시 쉬려던 때였다. 그때

난데없이 군사들이 몰려들어와 이유를 조금도 말하지 않고 갑자기

꽁꽁 묶어버리고는 끌고 가더니 옥에 처넣는 것이다.

 

       당신 들은 누구요？

       송(宋) 나라 장수 남궁장만(南宮長萬)입니다！

 

       사신으로 온 나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이거 무슨 짓을 하는가? 어서 말해보라！

       저희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제족(祭足)은 난데없이 옥에 갇히게 되자 크게 당황하게 되었으며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사흘째 되는 날에야 비로써, 

태재(太宰) 화독(華督)이 모시고 나오며 안거(安居)로 가게 되었다.

 

      그동안 때아닌 고생을 하시었소이다.

      여기 주안상을 차렸으니 이야기나 나눕시다.

 

      나는 사신으로 온 사람이오！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었소이까？

 

      아니면. 우리 주공께서 예의를 저버린 일이 있었소？

      아니요！ 이도 저도 아니오！

 

      귀국의 공자 돌(乭)이 송(宋) 나라 옹(雍) 땅에

      와 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바이오.

 

      우리 송후(宋侯)께서도 공자 돌(乭)의 품성을

      어여삐 여기고 계시오！

 

      이번에 정소공(鄭昭公)이 된 세자 홀(忽)은

      우유부단(優柔不斷)하고 의심이 많은 자라

      나라를 이끌 재목이 못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소！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세자 홀(忽)은 적자로써 군위에 오른 것이오！

 

      선군인 정장공(鄭莊公)께서도 공자 돌(乭)을

      보위에 올려놓자고 말하지 않았소이까？

 

      아니. 어찌 거기까지 알고 있었소？

      돌(乭)의 모친 되는 옹길(雍姞)은

      우리 송(宋) 나라 옹씨(雍氏) 가문의 사람이오.

 

      그대가 정소공(鄭昭公)을 폐위 시키기만 하면

      우리는 그대를 끝까지 보호해줄 것이오！

 

      정소공(鄭昭公)은 선군의 명에 따라 즉위한 것이오！

      신하로서 자기 주공을 폐위시킨다면

      천하가 나를 먼저 응징하려 할 것이 아니겠소？

 

      이거 보시 오！ 상경 제족(祭足)！

      공자 돌(乭)을 보위(寶位)에 올리고자 한 것은

      이는 정장공(鄭莊公)께서도 바라던 일이었잖소？

 

      귓속 말을 좀 해봅시다！

      오늘날. 자기 주공을 폐위시키는 일은

      어느 나라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겠소？

 

      우리 송장공(宋莊公)께서도 겪어본 바라

      적극적으로 도우려 하고 있소이다！

 

      하기야, 송장공(宋莊公)께옵서는 공자 시절

      공자 풍(馮)으로, 우리 정(鄭) 나라에 머무시다가

      우리 선군의 덕으로 군위에 오르셨지요？

 

      송후(宋侯)는 어찌 우리 선군의 공을 모른단 말이오？

      자. 말을 바꾸지 마시오！

 

      그대가 망설이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많은 병거(兵車)와 군사들이 쳐들어갈 것이오！

 

      그대도 알다시피 요즘의 우리 군사력은 막강하오！

      우리 정(鄭) 나라도 무시 못 할 군사력이 있소！

 

      그대의 정(鄭) 나라는 그대도 알다시피

      논공행상 후 사분오열 (四分五裂)이 되어있지 않소？

 

      쳐들어가기 전에 그대를 먼저 참형시킬 것이오！

      그대를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오.

 

      정소공(鄭昭公) 이냐？ 공자 돌(突) 이냐？

      어서 선택하시오！ 어떻게 하시겠소？

 

      헛되이 죽임을 당하려 하시오？

      그보다는 사는 것이 나을 거요！

 

송장공(宋莊公)과 태재 화독(華督)은 정소공(鄭昭公)의 성격과

정(鄭) 나라의 실정을 이미 훤히 파악하고 있기에, 제족(祭足)은

답변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제족(祭足)은 송장공(宋莊公)과 태재 화독(華督)이 공자 돌(乭)을

군주로 세우라며 옥에 가두는 등으로, 공갈과 협박을 끊임없이

하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제안을 응낙하고 말았다.

 

      허 어, 내 참！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지 않겠소！

      좋소！ 그렇다면 맹세문을 쓰도록 하시오.

      자, 제족(祭足)은 아래와 같이 받아쓰시오.

 

      공자 돌(乭)을 정(鄭) 나라 군주에 올리지 못하면

      천지신명께서도 용서하지 않으리라！

 

제족(祭足)은 송장공(宋莊公)의 협박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하여

이에 후세의 사람들이 제족(祭足)을 많이 비난하게 된다.

 

제족(祭足)이 할 수 없이 맹세문을 쓰자, 태재 화독(華督)은 곧바로

보고하게 되고, 송장공(宋莊公)은 이를 읽고는 엉뚱하게도 탐욕이

일어나서, 갑자기 공자 돌(乭)을 송궁(宋宮)의 밀실로 불렀다.

 

      어서 오시 오！ 공자 돌(乭)은 잘 있었소？

      송후(宋侯)께선 안녕하시었나이까？

 

      공자, 이곳은 밀실이라 우리 둘만이 있소.

      정(鄭) 나라의 정소공(鄭昭公)에게서 밀서가 와 있소！

      그대를 죽이면 세 개의 성(城)을 주겠다고 하오.

 

      그대도 알다시피 과인은 정장공의 은혜를 입은 바이며

      또한, 옹씨(雍氏) 문중과 언약한 바도 있는지라

 

      어찌 세 개의 성(城)을 탐하여

      정소공(鄭昭公)이 시킨 대로 그대를 죽일 수 있겠소！ 

      미리 알려주노니 그리 알도록 하라！

 

      송후(宋侯)께옵서는 큰절을 받으시옵소서！

      이 돌(乭)의 생사는 송후(宋侯)께 매인 몸인지라

 

      송후(宋侯)의 덕으로 정(鄭) 나라에 돌아가게

      된다면 어찌 세 개의 성(城) 만을 드리겠나이까！

 

      허 어. 세 개의 성(城)은 꼭 주겠다는 말인가？

      그 이상을 드리겠나이다！

 

      공자, 사신으로 온 제족(祭足)을 붙들어 놓고 있소！

      공자를 보위에 올려놓겠다는 맹세를 하지 않으면

      죽여버리려고 붙들어 놓고 있는 것이오！

 

      이제 다행히 제족(祭足)이 맹세문을 쓴 바라

      공자와 함께 확실하게 맹세토록 하여 주겠소.

 

송장공(宋莊公)은 바라던 욕심대로 일이 돌아가자,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옹(雍) 대부를 불러, 제족(祭足)과 돌(乭)과 함께

셋이서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게 하며 맹세를 하게 만들었다.

 

      나. 공자 돌(乭)이 정(鄭) 나라의 보위에 오르면

      송장공(宋莊公)에게 세 개의 성(城)과

      벽옥(璧玉) 100쌍과 황금 3000 일(鎰)을 먼저 보내고

      또한, 해마다 곡식 3만 종을 보내주기로 맹세하노라！

 

공자 돌(乭)이나 제족(祭足)도 할 수 없이 맹세문에 서명하게 되자,

송장공(宋莊公)은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하는 것이다.

 

      공자 돌(乭)은 듣도록 하라！

      정(鄭) 나라에는 제족(祭足) 만한 현신이 없느니라.

 

      이번 일이 성사되면 나라의 모든 정사는

      제족(祭足)에게 맡기도록 하라.

      군위에 올라서도 제족(祭足)에게 잘해주어야 할 것이오.

 

      상경 제족(祭足)에게 여식이 있다니 공자의 외가인

      옹(雍) 대부의 아들 옹규(雍糾)와 혼인을 시키고

 

      제족(祭足)은 사위인 옹규(雍糾)에게

      반드시 대부 벼슬을 주도록 하라！

 

      공자 돌(乭)과 제족(祭足)은 확실하게 약속하겠는가?

      예에. 말씀대로 이행하겠사옵니다！

      이제 정(鄭) 나라로 돌아가 대사(大事)를 잘 이루시오.

 

      태재 화독(華督)과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는

      적극적으로 공자 돌(乭)을 도울 것이며

      반드시 정(鄭) 나라의 군주가 되도록 만들라！

 

제족(祭足)은 송장공(宋莊公)에게 곤욕을 치르면서 9월이 되어서야,

송(宋)의 답례품을 싣고, 미복(微服)으로 갈아입은 공자 돌(乭)과

옹규(雍糾) 일행을 장사치로 가장하여 수레 뒤를 따라오게 하였다.

 

      모두！ 내 집에 머무시오！

      절대 소문이 나면 아니 되오！

 

      절대 소란을 피워선 더욱 아니 되며

      마음대로 밖에 나가거나 티를 내지 마시오！

 

제족(祭足)은 돌(乭) 공자와 옹규(雍糾)와 따라온 100여 명의

날쌘 송(宋) 나라의 군사들도 모두 자기 집에 숨겨 놓고서는, 

 

정소공(鄭昭公)에게 송(宋) 나라에 다녀온 경과만을 의례적으로

보고하고, 몸이 불편하다며 조례(朝禮)에 나갈 수 없다고 알렸다.

 

제 81 화. 욕심에 따라 군주가 바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