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37 화. 형을 배신하게 만드는가.

서 휴 2023. 4. 27. 13:05

37 . 형을 배신하게 만드는가.

 

어머니 무강(武姜)의 권유대로, 공숙(共叔) ()을 경성(京城)

봉하게 되니, 이제는 경숙(京叔) ()이라 고쳐 부르게 된다.

 

경숙(京叔) ()은 형인 정장공(鄭莊公)에게 사은 숙배하고,

내궁(內宮)에 들어가 어머니 무강(武姜)에게 큰절을 올렸다.

 

       어마마마. 고맙사옵니다.

       그래. () , 고생 많이 하는구나.

 

       네 형은 친형인데도

       너를 심하게 박대(薄待)하고 있구나

 

       내가 재삼 간청(懇請)하였느니라

       소자, 어마마마의 마음을 알고 있나이다.

 

       경성(京城)에 가거든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비밀리에 군사를 잘 조련하고 있어야 한다

 

       이곳 신정(新鄭)의 사정은 내가 알려줄 터이니

       언제든 쳐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둘이 힘을 합하면 뭔들 못하겠느냐?

       네 에. 어마마마. 알겠나이다.

       네가 군주가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도다

 

경숙(京叔) ()은 어릴 적부터 항상 감싸주는 어머니 무강의

지나친 편애를 받다 보니, 형인 정장공(鄭莊公)을 무시하면서,

자기가 군주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경성(京城)으로 부임하자마자, 큰 고을의 촌장인 읍재(邑帝)

들을 불러 모아 놓고, 다짐을 받는 듯이 명하였다.

 

       읍재(邑帝) 들은 나의 명에 따르도록 하라

       예에.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경숙(京叔) , 어서 말씀하시옵소서.

 

       신정(新鄭)에 받치던 공물은 어느 것이나

       모두 이곳 경성(京城)으로 보내라

       병적(兵籍)과 병거(兵車)도 내가 징발할 것이다.

 

       경숙(京叔) () ,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무슨 말인가. 어서 해보아라.

 

       이렇게 큰 결정을 말씀하시다니

       이번 일에 신정(新鄭)이 조용하겠습니까?

 

       금방 말한 자가 누구냐?

       소인. 늠연(廩延)의 읍재(邑帝) 이옵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한다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모였던 읍재(邑帝) 들은 경숙(京叔) ()이 모후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 작은 공성(共城)에서 더 큰 경성(京城)으로 옮겨왔으므로,

언젠가는 보위를 이어받을 것으로 짐작하여 그저 따르게 되었다.

 

이때부터 경숙(京叔) ()은 경성(京城) 안의 젊은이를 모으면서,

사냥을 핑계 삼아 성 밖에 자주 나가며 훈련을 열심히 시켰다.

  

       주공, 경성(京城) 일대의 공물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으음. 그러한가. 그냥 기다려 보라

       기다리면 무슨 연락이 오지 않겠는가?

 

신료들이 심각하게 보고 드렸으나, 정장공(鄭莊公)은 어떠한 조치도

명령하지 않자, 오히려 경숙(京叔) ()은 어머니로 인하여 형도

자기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는 엉뚱한 판단을 하게 되었다.

 

       내가 경성(京城)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는가?

       벌써 삼 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군사의 조련은 어떠한가?

       군사의 조련도 많이 되었사옵니다.

 

       좋도다. 겨울이 오기 전에 큰 사냥을 하며

       우리 군사의 진용을 점검하여 보자

 

       경숙(京叔) () . 아뢸 게 있사옵니다.

       무슨 일이냐?

       늠연(廩延)과 언() 땅에서 공물을 올리지 않습니다.

 

       늠연(廩延)의 읍재(邑帝). 그놈이렷다

       처음부터 이상하더니 말썽을 일으키는구나.

 

       언()은 어디에 있는 곳이냐?

       늠연(廩延) 옆에 있사옵니다.

       두 놈이 서로 짜고 항명(抗命)하는 것이로다

 

경숙(京叔) ()은 즉시 늠연(廩延)과 언()에 쳐들어갔으며,

두 읍재(邑帝)의 가족을 몰살시키고, 오히려 이러한 일들을

소문으로 퍼트리면서, 그 누구도 반항치 못하도록 큰소리쳤다.

 

       주공. 울며 하소연하는 두 읍재(邑帝)가 있사옵니다.

       어디서 온 누구이던가?

 

       늠연(廩延)과 언() 땅의 두 읍재(邑帝) 이옵니다.

       두 사람이 어찌 되었다는 것이냐?

 

       경숙(京叔) ()이 군사를 이끌고 와 불문곡직하고

       가족을 몰살시켜 겨우 도망쳐왔다고 합니다.

 

       이유(理由)가 있을 것이 아닌가?

       신정(新鄭)에 받치던 공물을 모두

       경성(京城)에 보내라 하여 모두 받혔사온데

       올해엔 홍수(洪水)로 받히지 못하였다 하옵니다.

 

       그러한가. 알겠도다.

       집을 마련하여주고 잘 보살펴주도록 하라

 

       하오나. 주공. 어찌하시렵니까?

       왜 경숙(京叔) ()을 꾸짖지 아니하시옵니까?

 

       주공, 경숙(京叔) ()을 죽이시옵소서

       지금 큰 소리로 말한 자가 누구인가?

       주공. 신 공자 려() 이옵니다.

 

       주공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주공, 독대(獨對) 하고 싶사옵니다.

 

       나 혼자 꼭 들어야 할 말인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그럼 별도로 연락을 보내겠노라.

 

정장공(鄭莊公)은 상경(上卿)인 공자 려()와 단둘이 마주 앉아,

찻잔을 앞에 놓고 격론을 벌이기 시작하게 되었다.

 

       주공, 경숙(京叔)이 모후의 사랑을 너무 믿고

       밤낮없이 군사를 조련하고 있습니다.

 

       주공, 그 뜻이 무엇이겠나이까

       이는 군위를 찬탈하려는 반역이옵니다

 

       주공, 신하 된 자는 가병(家兵)만이 가능합니다.

       군사(軍士)를 두는 신하는 죽여야 합니다

 

       조용히 군사(軍士)를 풀어 후환이 없도록

       경숙(京叔) ()을 죽이시옵소서.

 

       악행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죽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삼 년 동안 공물도 바치지 않고,

       허락 없이 군사를 조련하는 것은

       보위를 찬탈하려는 역적 짓이옵니다

 

       어찌 그걸 그냥 보고만 있으시옵니까?

       단()은 모후(母后)께서 사랑하는 아들이며,

       과인(寡人) 또한 아끼는 아우요

 

       땅을 잃을지언정 모후를 거스를 수는 없소

       땅이 아니오라, 나라를 잃게 생겼사옵니다

 

       단()은 형님인 주공의 너그러운 마음을 이용하여

       보위를 찬탈하려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사옵니다.

 

       허 어, ()은 말을 삼가시오!

       내 동생이니 나에게도 생각이 있지 않겠소?

       경()은 지나친 말을 하지 마시오

 

상경인 공자 려()는 정장공(鄭莊公)과 의논을 하고 나오자,

몹시 답답하다며, 평소 믿으면서 또한 현상을 잘 꿰뚫어 볼 줄

아는 정경(正卿) 제족(祭足)을 찾아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주공은 경숙 단()이 보위를 찬탈할 짓을 하고

       있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소이다

 

       주공은 정()에 약하여 큰일이 일어나겠소이다.

       우리 주공은 아무리 봐도 아둔한 것 같소.

 

       말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요

       허 어, 그렇지 않을 것이오!

 

       주공께서는 침착하시오며 재주가 있어.

       어떤 계책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목이 많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속마음을 알아보시지요

 

       그럴까요? 다시 독대(獨對)를 청해보겠소이다.

       조용히 체계적으로 잘 말씀드리세요.

 

다음날 공자 려()는 또 정장공에게 독대를 청하자, 간단한

안주에 곡차(穀茶)를 마시면서 어제의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다.

 

       주공, 주공을 보위에 오르시게 한 건

       모후의 뜻이 아니란 걸 생각하시옵소서

 

       모후와 경숙(京叔) ()이 안팎에서 조이고 있어.

       주공께서는 외로워진 상태이옵니다.

 

       경숙(京叔)께서 군사 조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바

       이에 만약 어떤 변고가 일어난다면

       주공께서는 어떻게 감당하려 하시옵니까?

 

       그렇소, 모후(母后)의 문제라 고민이 많은 것이오

       주공은 만백성의 어버이이옵니다.

       정()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시옵소서

 

       베어내야 할 떡잎을 그냥 놔두면

       헝클어진 넝쿨이 크게 자라나며 밭을 망치듯

 

       혈육(血肉)의 정() 또한 그와 같사오니

       정()을 떠나 베어내시어야 하옵니다

 

38 . 편애하는 사랑은 어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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