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31 화. 남느냐, 떠날 것이냐.

서 휴 2023. 4. 25. 18:36

31 . 남느냐, 떠날 것이냐.

 

       주상, 신 위무공(衛武公) 이옵니다.

       치욕이 두려워 원수를 피하면서 천도한다는 것은,

 

       장차 더 큰 우환(憂患)을 불러들일 수 있사오니

       깊이 유념하시어야 하옵니다

 

       요()와 순() 임금께서는 초가집에 사시면서

       흙으로 제단(祭壇)을 쌓아 제사를 올렸으며

 

       우() 임금께서는 작고 낮은 궁실(宮室)

       사시며 누추하다. 말씀하지 않았사옵니다.

 

       궁궐은 사시면서 정사(政事)를 보는 곳일 뿐으로

       크거나, 작거나, 화려하거나, 누추하거나,

       결코. 볼거리로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주상께서는 시간을 가지고 국력을 회복하시면서

       차차 궁궐을 복구하시고, 군사를 조련하시어

       지난날의 원수를 기어이 갚아야 하며

       또한, 호경(鎬京)을 지켜 내셔야만 하옵니다.

 

       주상, 신 소주공(小周公) () 이옵니다.

       노() 사도(司徒)의 말씀은 모두 옳으시나?

       단지 현실에 부합(附合)하지 안 사 옵니다.

 

       선왕께서 불행히 정사를 게을리 하시어

       도적 떼를 불러들인 결과를 만들었으나,

       이미 지나간 일이므로 추궁할 수도 없사옵니다.

 

       사고(司庫)가 텅 비어 재원이 없사온데

       무엇으로 궁궐을 복구할 것이며

       무엇으로 군사를 조련하겠나이까?

 

       이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견융이 서융과 합세하여

       수많은 기마병이 또 갑자기 쳐들어온다면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나이까

 

       이리되면, 민심은 흉흉해져 떠날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사직의 보존이 잘 못 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입니까

       책임져 본들 망하고 난 뒤에 무얼 합니까

 

       신후(申侯)가 승냥이 같은 견융(犬戎)을 불러들였으니

       승냥이를 물리칠 계책도 가지고 있을 것이옵니다.

       어서 신후(申侯)를 부르시옵소서?

 

조당(朝堂)에서 의견이 분분할 때 국구(國舅)인 신후(申侯)

갑자기 견융(犬戎)이 쳐들어와 몹시 위급하다면서 표문(表文)

만들어 파발 편에 올려 보내 왔다.

 

       견융(犬戎)이 멈추지 않고 침략하옵니다.

       이제 아마도 신()나라가 망할 것 같사옵니다.

 

       왕께서는 이 신() 나라를 어여삐 봐주시어

       왕사군(王師軍)을 보내주시길 간절히 바라나이다.

 

신후(申侯)는 갑자기 쳐들어온 견융(犬戎)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다면서 긴급히 구원 군을 요청하였으며, 이에 주평왕(周平王)

올라온 표문(表文)을 뜯어보며 아래와 같이 말하게 된다.

 

       신후(申侯)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소.

       견융(犬戎)의 침범으로 신후(申侯)의 표문(表文)

       급히 올라온바 구원 군을 빨리 보내줘야 하겠소

 

       제후 군을 속히 신() 나라로 보내주시오

       알겠습니다. 각 제후는 적은 호위군을 빼놓고

       제후군을 어서 빨리 신() 나라로 보냅시다.

 

       자, 다시, 하던 회의를 계속합시다.

       주상, 신 태사(太史) 백양보(伯陽父) 이옵니다.

       허 어, 어서 말해보시오.

 

       주상. 14년 전의 꿈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무슨 꿈 이야기가 있었는지 어서 말해보시오?

 

       선왕(宣王)의 꿈속에 문득 아름다운 여인이

       궁궐 서쪽에서 걸어 들어와

       사당인 태묘(太廟)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인은 태묘(太廟) 안에서 크게 세 번 웃더니

       또 큰소리로 세 번 슬픈 곡을 하고 난 후에

 

       칠묘(七廟)를 걸어 다니며, 일곱 신주(神主)

       한 다발로 묶어 동쪽으로 나가 버렸다는

       이야기를 상기(想起)하여 보시옵소서

 

       그때가 선왕(宣王) 43(기원전 784)이었으니

       이미 14년 전에 동쪽인 낙읍(洛邑)으로

       천도하도록 예측하신 것이나 다름없사옵니다.

 

       짐()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으나

       오늘에야 새롭게 상기(想起)시켜 주는구려.

 

       칠묘(七廟)의 위패(位牌)를 모두 가지고

       동쪽으로 갔다는 것은

       나라를 동쪽으로 옮기라는 뜻이 아니겠소

 

       주상,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더 논의해봐야 소용없으니

       이제 낙읍(洛邑)으로 천도하기로 정하시오!

 

       주상, 신의 벼슬이 사도에까지 이르렀사온데

       왕께서 도읍을 옮긴다면, 백성들의 생활이

       어지럽게 되는바 신의 허물도 면하기 어렵나이다.

 

       위무공(衛武公)의 충정은 알겠으나

       나라의 운명이 이러한 걸 어찌하겠소

 

       태사(太史) 백양보(伯陽父)는 천도(遷都)하기

       좋은 길일(吉日)을 택하여 올리도록 하시오.

 

       그동안 연일 회의하느라 수고들이 많았소

       이제 천도(遷都)를 위한 회의는 끝냅시다.

 

       주상, 신이 사도(司徒)의 직에 있는바

       만약 주상께서 먼저 가버리시면,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사도의 직에 있는 신의 직분도 잃게 되나이다.

 

       마땅히 방문(榜文)을 붙이게 하여,

       백성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옵니다.

       알겠소, 경의 말에 따르리다.

 

주평왕(周平王)은 모월 모일 낙읍(洛邑)으로 천도한다는 연유를

축사(祝辭)로써 칠묘(七廟)에 고 하였으며, 나라 곳곳에 방()

붙이면서, 긴급하게 모든 제후에게 연락하였다.

 

       백성들에게 알리노라.

       이제부터 낙읍(洛邑)을 새 도읍지로 정하노라.

 

       어가(御駕)를 따라 동쪽으로 가려는 자는

       속히 준비하여 길을 떠나 따라오도록 하라.

 

태사(太史) 백양보(伯陽父)는 자기가 친 점괘를 되돌아보며,

지나간 날들을 회상해보았다.

 

옛날 주선왕(周宣王)이 제궁(祭宮)에서 잠이 들었을 때, 흰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태묘(太廟)의 서쪽에서 들어와 크게

세 번 웃고, 또 크게 세 번 곡을 하고는, 태묘(太廟)7

신주를 모두 묶어서, 동쪽으로 나가버린 꿈이었다.

 

       크게 세 번 웃은 것은 여산(驪山)에서 포사(褒姒)

       봉홧불로 제후들을 세 번 희롱(戱弄)한 것이며

 

       크게 세 번 울었다고 한 것은 주유왕(周幽王)

       포사(褒姒)와 아들 백복(伯服)이 모두

       전란 중에 죽은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주를 묶어서 동쪽으로 가버린 것은,

       동도(東都)인 낙읍(洛邑)으로 천도하라는 것이니

       그의 꿈은 하나도 맞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한, 주선왕(周宣王) 때 태사 백양보(伯陽父)가 물러나면서,

점을 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점괘를 바친 일이 있었다.

 

       哭又笑 笑又哭 (곡우소 소우곡)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羊被鬼呑 馬逢犬逐 (양피귀탄 마봉견축)

       양이 귀신에게 잡아먹히고

       말이 개를 만나 쫓겨 다니니

 

       愼之愼之 檿弧簊箙 (신지신지 염호기복)

       조심하고 조심할지어다.

       뽕나무 활과 산죽(山竹) 화살집이여.

 

()이 귀신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은 기원전 782년 주선왕이

재위 46년 기미년(己未年)에 귀신을 만나 죽는 것을 말한다.

 

       말()이 개()에게 쫓기게 되었다는 것은

       기원전 771년 주유왕(周幽王) 재위 11

       경오년(庚午年)에 견융(犬戎)이 쳐들어왔었다.

 

이때에 이르러 서주(西周)가 망하면서, 하늘이 정한 수명을

다하였다고 한 것이므로, 태사 백양보(伯陽父)의 점괘가

얼마나 신통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견융(犬戎) () .

       주() 나라 왕실이 동쪽의 낙읍(洛邑)으로 옮긴다고.

       방()을 붙이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게 모두 사실입니다

 

       좀 더 밀어붙여 박살(撲殺)을 냈어야 했었는데

       이제 떠난다니 섭섭하기도 하구나.

 

       저들이 떠나면 우리는 어찌해야겠는가

       만야속(滿也速)과 패정(孛丁)은 좋은 의견을 말해보라.

 

       저들이 옮겨간다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저들의 풍경(豊京)과 호경(鎬京)을 지키는

       주력부대도 떠날 것이니,

       이 지역을 점령하기가 매우 수월해질 것입니다.

 

       점점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천천히 점령하셔도 되겠습니다.

 

       좋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 좀 쉬었다가 다시 쳐들어가자.

 

견융반(犬戎班)은 주() 왕실이 낙읍(洛邑)으로 떠나고 나면,

한 번에 침공하기로 하고, 좀 쉬면서 떠나가는 걸 보기로 하였다.

 

       주() 왕실이 떠나는 날,

       대종백(大宗伯)이 칠묘(七廟)의 신주(神主)를 안고

       앞장서서 가며, 주평왕(周平王)의 어가(御駕)

       뒤를 따라 왕실인 들의 수레가 따르고

 

       백성들은 우마차를 끌고, 남정네는 지게를 지며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장관을 이루었다.

 

32 . 동주 시대가 열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