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17 화. 나라의 위험을 막아라.

서 휴 2023. 4. 21. 13:54

제 17 화. 나라의 위험을 막아라.

 

       주상, 두백(杜伯) 장수이옵니다.

       두백(杜伯)은 빨리 청수하(淸水河)를 샅샅이 뒤져

       그 여자아기를 찾아내 꼭 죽이도록 하라!

 

다음날 태사(太史) 백양보(伯陽父)는 오후의 조용한 시간이 되자

하(夏)나라 시절에 있었던, 용(龍)에 관한 옛날이야기를

주선왕(周宣王)에게 자세히 들려주게 되었다.

 

       하(夏)나라 걸왕(桀王) 말년이었다, 하옵니다.

       포성(袌城)의 두 신(神)이 용(龍)으로 변하여

       궁궐의 뜰에 내려와 말하였답니다.

 

       우리 둘은 포성(袌城)의 두 군주였노라!

       그대는 나라를 잘 다스리면 안 되는가?

 

       아무쪼록 선정을 펼치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벌을 내릴 것이다!

       걸왕(桀王)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용(龍)의 고함에 화가 난 걸왕(桀王)은 당장 두 용(龍)을 죽이려

칼을 뽑았으나, 점괘(占卦)에 불길하게 나오니 안 된다고,

그 당시 태사(太史)가 아뢰었다고 한다.

 

       주상, 신(神)이 하강(下降) 한 것은

       반드시 상서(祥瑞) 러운 일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용(龍)의 침은 바로 용(龍)의 정기(精氣) 이오니,

       침을 잘 받아, 잘 보관하시오면,

       앞으로 반드시 복락(福樂)을 얻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 그 말이 맞는지 다시 점을 쳐보라!

       주상, 침을 저장하면 복을 얻는다고 나옵니다.

       좋도다. 그리하도록 하라!

 

이에 그때의 태사(太史)는 화려한 비단을 깔아 놓고 용(龍)에게

많은 재물을 바치고, 황금 쟁반에 두 용의 침을 받아, 붉은 상자

안에 정갈하게 넣었다고 한다.

 

       그제야 두 용은 하늘나라로 올라갔다고 하옵니다.

       지금 그 상자는 어디에 있는가?

 

       그 상자는 하(夏)에서 상(商) 나라로,

       상(商)에서 주(周) 나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오며, 잘 보관되어 있사옵니다.

 

태사(太史) 백양보(伯陽父)의 말을 다 듣고 난 주선왕(周宣王)은

여자아기를 낳은 궁녀를 불러오게 하였다.

 

       궁녀는 잘 듣도록 하라!

       네가 여자아이를 낳은 게 분명한가?

 

       주상, 그러하옵니다.

       아이를 낳았다면 사내가 있을 것이 아닌가?

 

       사내는 없었사오며 용(龍)의 침이옵니다.

       용(龍)의 침과 너와는 무슨 상관이 있더란 말이냐?

 

       주상, 40년 전의 일이옵니다.

       그때 소녀 나이 겨우 열두 살이었습니다.

 

       보물 창고를 정리하다 빛이 새 나오는

       이상한 상자를 발견하게 되었사옵니다.

 

       귀중한 보물일 거로 생각하며, 상자를 든 순간에

       상자가 스스로 활짝 열려 깜짝 놀랐나이다.

 

       소녀가 놀라서 붉은 상자를 떨어트리자

       용(龍)의 침이 흘러내렸습니다.

 

       허 어,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용(龍)의 침이 큰 도마뱀으로 변하더니

       궁궐에 숨어 있다가, 소녀가 잠을

       자는 사이에 배 안으로 들어왔사옵니다!

 

       쯔 쯔,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 날부터 임신(妊娠)을

       한 듯 안 한 듯 배가 불러왔사옵니다.

 

       사내 없이 애 밴 거나 다름없이 되었으므로

       괴이하게 여긴 선왕(先王)께서 골방에 가두었나이다.

 

       그렇게 지내다 며칠 전에 배가 몹시 아파지더니

        40년 만에 계집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궁을 지키던 시자(侍者) 들이 이 사실을

       숨길 수 없다 하여 보고하게 되었나이다.

 

       허 어. 모두가 사실이렷다!

       주상, 이 모두가 사실이옵니다.

 

       이는 선군 때의 일이라 네게 무슨 죄가 있겠느냐?

       궁녀(宮女)는 어서 물러가 쉬도록 하라!

 

주선왕(周宣王)은 충신 두백(杜伯)에게 돗자리에 싸서 버린,

갓난아기가 비록 죽었더라도, 시신을 반드시 찾아오라 하면서

청수하(淸水河) 일대를 빠짐없이 수색하도록 또다시 명하였다.

 

       태사(太史)를 들라 하라!

       신. 태사(太史) 백양보(伯陽父) 이옵니다.

 

       불길한 일들은 이제 어떻게 되었는가?

       갓난아기. 요녀(妖女)가 죽었는지 점을 쳐보라.

 

哭又笑 笑又哭 (곡우소 소우곡)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羊被鬼吞 (양피귀탄) 염소가 귀신에게 잡아먹히고

馬逢犬逐 (마봉견축) 말이 개를 만나 쫓겨 다니니

慎之慎之 (신지신지) 조심하고 조심할지어다

檿弧箕箙 (염호기복) 뽕 활과 산죽(山竹) 화살집이여.

 

       도대체 무슨 말인지 영 알 수가 없구나!

       알아듣도록 쉽게, 풀이하여 보라?

 

       울고 웃는다는 것은 희비(喜悲)가

       엇갈린다는 뜻이 되옵니다.

 

       십이지(十二支)에 양(羊)은 미(未) 요,

       말(馬)은 오(午)입니다.

 

       궁시(弓矢)의 변은 오(午)와 미(未)의

       두 해 동안에 일어난다는 뜻이 되옵니다.

 

       점괘로 보아 요사한 기운이 궁에서 나갔으나,

       아직 죽지 않았나이다.

 

주선왕(周宣王)은 며칠이 지나도 갓난아기를 찾아오지 못하자,

또다시 급하게 상대부(上大夫) 두백(杜伯)을 부르고 또한,

하대부(下大夫) 좌유(左儒)까지 불러 다시 다짐 주며 명하였다.

 

       두백(杜伯)은 청수하(淸水河)를 샅샅이 뒤지도록 하라!

       사내 없이 갓 태어난 여자아이는 철저히 찾아내어

       모두 죽이고 그 기록을 올리도록 하라!

 

       갓난아기가 죽었더라도, 시체를 받히는 자와

       고발하는 자에게도 비단 100필을 주도록 하라!

 

       갓난아기를 숨기거나 키우는 자는

       그 일가족을 모두 참수(斬首)시키도록 하라!

 

       좌유(左儒)는 성 안팎과 시장의 점포를 샅샅이 뒤져

       궁시(弓矢)를 만들거나 판매하는 자를 잡아들여라!

 

두백(杜伯)과 좌유(左儒)는 왕명에 따라 철저히 수색하게 되었으며,

이에 호경(鎬京) 성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알게 되었으나, 성 밖의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소식이 퍼지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다.

 

       여보, 머리에 얹은 게 무겁지 않소?

       무겁긴 해도 빨리 가야지요.

       당신은 수레나 열심히 잘 끄세요!

 

       여보(女寶). 좀 쉬었다 갑시다!

       여보(女寶), 힘들지 않아요?

       당신(堂身)도 잠깐 쉬었다 가면 좋겠네요?

 

       이번엔 정말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올겨울엔 활과 전통(箭筒)을 정말 잘 만들었지요.

 

       그래요. 한겨울 동안 열심히 많이도 만들었소!

       올 한해는 넉넉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다 팔리면 내 청하나만 들어주세요?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앞으로, 아니(葩濔)를 시집보내야 하는데

       예쁜 옷 한 벌이라도 사줘야겠어요?

 

       아무렴요. 아니(葩濔) 뿐 아니라!

       여보(女寶), 그동안 고생만 하였잖소?

       자기 옷도 꼭 사도록 하시오!

 

       아이 좋아라! 이제 빨리 가야겠어요?

       그래요. 성문이 곧 닫힐 것 같소.

 

호경(鎬京)에 가까이 온, 활 장인(匠人) 부부는 조용히 마중 나온

판매 상인에게서 뜻밖의 놀라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만다.

 

       큰일 났소! 빨리 도망가시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요?

       아니 예까지 오면서 방(榜)도 못 보았소?

 

       궁시(弓矢)를 만들거나 사고파는 사람은

       무조건 참수(斬首)를 시킨다. 하며

       고발 자에게도 상금을 준다고 하오.

 

       이거 큰일 났소이다!

       궁시(弓矢) 장인(匠人)도 이제부터는

       활과 전통(箭筒)을 만들면 당장 잡혀가게 되오!

 

       이렇게 많은 궁시(弓矢)를 싣고서

       고향에 돌아가도 잡혀갈 것이란 말이오?

 

       그렇소! 정말이오! 어서 활과 화살집을

       빨리 버리고 일단 멀리, 빨리 도망가야 하오!

 

       어디로 가야 하겠소?

       어디로든 빨리 도망가시오!

 

활을 만드는 장인(匠人) 부부와 판매자가 몰래 만나 이야기하는데,

성 밖을 순찰하던 성문(城門) 경비들에게 발각되어 잡힐 찰나였다.

 

       남편 되는 장인(匠人)은 잽싸게 달아나 버리고,

       그 부인과 판매자가 붙들렸으나? 판매자는

       얼른 뇌물을 주고 빠져나와 달아나고 만다.

 

하대부(下大夫) 좌유(左儒)는 이 사실을 주선왕(周宣王)에게 급히

보고하여 승낙을 받자, 저잣거리에 나아가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활과 화살집(전통箭筒)을 만든 여인을 참수시키고, 이를 싣고 온

수레마저 모두 불살라버렸다.

 

제 18 화. 홧김에 충신을 죽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