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35 화. 위 나라는 망하는가.

서 휴 2022. 7. 26. 18:03

135 . 위 나라는 망하는가.

 

       전쟁으로 죽은 이 많은 시체가 흩어져 있으며

       흐르는 피는 시내를 이루고 있구나.

 

       형택熒澤 전장戰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자.

       어서 주군의 시신을 찾아야 한다.

 

굉연宏演은 형택熒澤 들판에 가까워질수록 길가에 시체가 수없이

널려 있는 참담한 광경에 가슴 아파 하였다.

 

이에 혹시 위의공衛懿公시신이나마 수습하려고 전장戰場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게 되었으며, 격렬하게 싸운 흔적이 있는 곳에서

북적北狄 발에 짓밟혀있는 위衛 나라의 대기大旗를 찾게 된다.  

 

        아니. 우리 위나라 대기大旗

        여기에 쓰러져 있구나.

 

        대기大旗가 여기에 있는 걸 보아

        주공도 이 근처에 계시리라.

 

        여기 있어요. 어서 이리 오세요.

        아니. 너는 누구냐.

        저는 주공을 모시는 내시內侍 입니다.


        너는 어찌하여 누워 있는 것이냐.
        다리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합니다.


        너는 주공이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아는가.
        예에, 저기, 저기에 있습니다.

 

        저것이 주공의 시신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주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게 주공의 시신이란 말이냐.

        , 정말, 주공의 시신이 맞습니다.


어린 내시內侍가 손가락을 들어 먼 발짝 떨어져 있는 고깃덩어리

하나를 가르쳐 주자, 굉연宏演이 가까이 가보니, 시신은 얼마나

난도亂刀 질을 당하였는지 성한 곳은 하나도 없었으며, 오르지

하나만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주공. 이 굉연宏演의 통곡 소리가 들리시나이까.

        주공. 나라에는 잘 다녀왔나이다.

        서로 위급할 때는 서로 돕기로 하였나이다.

 

        조금만 시간을 끌고 기다리셨더라면

        과 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나이다.

 

굉연宏演은 무릎을 꿇고 크게 통곡했으며, 굉연宏演의 행동은 실로

살아 있는 군주에게 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굉연宏演은 슬픈 울음을 그치고, 위의공衛懿公의 시신을 살펴보고는

거느리고 온 시종들을 돌아보며 힘주어 말하였다.

 

        그래도 주공의 몸에 간은 남아 있도다.

        주공의 시신을 잘 거두어

        마땅히 장사 지낼 사람이 없으니

        내가 주공의 관이 되어 주고자 하노라.

 

        내가 죽거든 너희들은 나를 저 숲속에 묻어라.

        그리고 새 주군에게 이 일을 알리도록 하라.

 

굉연宏演은 거느리고 온 시종들을 돌아보며 엄격하게 말을 마치자,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자기 배를 갈라 위의공衛懿公의 간

자기 배 속에 집어넣고, 땅 위에 반듯하게 드러누워 숨을 거두었다.

 

시종들은 눈물을 흘리며 위의공衛懿公의 간이 들어있는 굉연宏演

시신을 숲속에 묻었고, 부상한 내시를 수레에 태우자마자, 황하黃河

향해 달려가며, 석기자石祁子를 만나러 찾아가게 된다.


        북적北狄의 수만瞍瞞 에게 공격을 받아

        위의공衛懿公이 형택熒澤 싸움에서 전사하고

 

        나라 백성들이 공실公室 도성都城을 버린 채

        황하黃河 동쪽으로 달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급속히 중원中原의 여러 나라에 퍼지고 있었다.

지난날 산융山戎을 격파하고 돌아온 제환공齊桓公, 곧이어 벌어진

나라 궁실宮室의 변을 정리해주고, 모처럼 잠시 쉬면서 위

나라 구원을 미루고 있었는데, 이 처참한 소식을 듣게 되자 깜짝

놀라며, 방백方伯으로써 주변 제후들에게 긴급한 명령을 내리었다.

 

        신료들은 다들 들으시오.

        큰아들 무휴無虧는 더 잘 듣도록 하라.

 

        너는 병거兵車 2백 승과 갑사甲士 3천을 이끌고

        나라를 구원토록 빨리 떠나라.

 

        부중府中의 신료들은 각 나라에 사자를 보내어,

        모든 제후에게 속히 달려와

        위기에 처한 위나라를 돕게 하시오.


송환공宋桓公나라 사자의 말을 듣자, 1군을 거느리고 가장

먼저 달려와 위구성衛邱城 동쪽의 황하黃河 강변에 도착하였으며

뒤이어 허목공許穆公이 구호물자를 싣고 긴급히 달려갔다.


        이들 두 군주는 모두 위나라 공녀公女가 부인이었다.

        송환공宋桓公의 부인은 선강宣姜의 첫째 딸이고,

        허목공許穆公의 부인은 선강宣姜의 둘째 딸이었다.

그보다 앞서 수만瞍瞞의 북적北狄 군을 피하여, 위구성衛邱城

버리고 동쪽으로 달아나던 석기자石祁子와 위나라 백성들은

황하黃河 나루터에 겨우 도착하여 사방을 살펴보게 된다.

 

        우리는 황하黃河를 건너가야 살 수 있다.

        급하게 황하黃河를 건너가야 하는데,

 

        아, 그러나, 건너 줄배가 한 척도 보이지 않는구나.

        아 아, 큰일이다. 큰일이야.

 

앞에는 황하黃河의 넓고 누런 물결이 거대하면서도 도도하게

출렁이고 있었으며, 뒤에는 흉악하기 짝이 없는 수만瞍瞞

북적北狄 군이 뒤따라 추격해오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위나라 사람들이 수만瞍瞞의 북적北狄에게

잡히어 모두 다 몰살당할 위기에 처하고 만 것이다.

 

        석기자石祁子 장수, 어찌하면 좋겠어요.

        공자 신에게 무어라 말하겠습니까.


        아 아. 하늘이시여.

        우리 위나라를 이처럼 버리시나이까.

 

        아 아. 너무나 억울하나이다.

        이 불쌍한 백성만이라도 구해주시옵소서.

 

대부 석기자石祁子는 공자 신의 손을 부여잡고 몹시 탄식하며.

절망 상태에 빠져 하늘을 향하여 울부짖는다.


        아니 저기. 저기를 보십시오.

        아 아. 저기 배들이 옵니다.

 

        아 아, 나라 깃발들이오.
        와 아, 나라 깃발도 보인다.

 

        . 살아났구나.

        , 정말 천만다행千萬多幸 이로구나.


대부 영속寜速이 소리치며 가리키는 곳을 모두가 바라보자, 끝없이

펼쳐진 망망한 황하黃河의 물결 저편에서 검은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그것들은 빠른 속도로 위나라 사람들을 향해

미끄러져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하였다.

        그 배들은 제환공齊桓公과 송환공宋桓公

        나라 피난민을 구하기 위해 급히 찾아온 배들이었다.


석기자石祁子와 백성들이 모두 처량한 피난민이 되었으나,

의 배들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 감사드리며

어느덧 눈에는 이슬이 맺히며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밤을 새워서라도 모두 황하黃河를 건너게 하라.

        먼저 공자 신과 궁중宮中 권속眷屬을 태워라.

 

        뒤이어 백성들을 수습收拾 하여 배에 오르게 하라.
        자, 어서, 모두 들 서둘러라.


나라 사람들이 구사일생으로 황하黃河를 건너오게 되었으며,

제환공齊桓公의 큰아들인 공자 무휴無虧가 마지막 피난민을 실은

배를 지휘하며 겨우 황하黃河의 강물 위에 떠 오르게 되었다.

 

그때 마침 동이 트면서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저 먼 뒤편에서 한때의 검은 먼지가 꺼멓게 일어나며, 한 떼의

군마軍馬가 숨 가쁘게 쫓아 달려오는 것이다.

 

        그렇다. 일부는 위구성衛邱城을 점령하고

        일부는 나라 공실과 피난민 들을 추격해온

        수만瞍瞞의 북적北狄 군이었다. 이들은 이제

        황하黃河 강변에 멈춰 서서는 바라만 보는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위나라 공실公室과 피난민들은 겨우 도륙屠戮

면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수만瞍瞞 의 북적北狄 군이 황하黃河

인하여 쫓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드디어 황하黃河를 건너 강변에 닫자,

        그제야 모두 배에서 천천히 내리며

        각자 자기 짐을 챙기고는 다시 힘겹게 걸어간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얼마 후 황하黃河 동편의 조라는 땅에

이르러서야, 비로써 행렬을 멈추며 겨우 숨을 돌리게 되었다.

 

        다들 멈추시고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북적北狄은 황하黃河를 건너오지 못하오.

        , 이제 살아남은 백성들을 세어봅시다.

 

        석기자石祁子 , 다 세어봤습니다.

        강을 건넌 백성의 수는 겨우 720명에 불과합니다.


        수만 명에 달하던 우리 백성들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이냐.

 

        모두가 수만瞍瞞의 북적北狄에 포로가 되었거나

        칼에 맞아 죽었단 말이더냐.


석기자石祁子와 영속寜速은 조읍漕邑에 이르게 되고서야, 비로소

따라온 백성들의 수효를 세어보자, 눈물을 뿌리며 탄식하였다.

        이 석기자石祁子가 말하겠소이다.

        나라에는 하루라도 군주가 없을 수 없소이다.

 

        그러나 1천 명도 안 되는 백성만으로는

        나라의 체면을 세울 수가 없는 것이오.

 

        영속寜速은 빨리 마을로 내려가 보시 오.

        여러 인근 마을에서 백성들을 모아보시오.

 

영속寜速이 인근 마을에서 백성 4천여 명을 모아오게 되자, 그제야

석기자石祁子는 조읍漕邑을 도성都城으로 삼겠다고 발표하였다.


        나라 백성은 그 어려움 속에서 공자 신

        군위에 세워 위대공衛戴公이 되게 하였다.

 

나라 허목공許穆公의 부인은 선강宣姜의 둘째 딸이며 또한

위대공衛戴公의 동생으로써 어릴 때부터 오빠를 잘따랐다.


       허목공許穆公의 부인은 친정인 위나라가

       성곽城郭 도 없는 좁은 조읍漕邑에 도성都城을 차리고,

 

       오라비인 위대공衛戴公5천 명도 안 되는 백성으로

       군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몹시도 슬퍼하며 노래를 지어 부르게 되었다.


그녀가 지은 재치載馳 라는 시는 수레여 달려라, 하는 뜻으로,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용풍편鄘風篇에 실려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載馳載驅 歸唁衛侯 (재치재구 귀언위후)

        달리고 달려라 수레여. 위후를 조문하겠노라.

 

        驅馬悠悠 言至于漕 (구마유유 언지우조)

        머나먼 길 쉬지 말고 달려라. 조읍에 이르러 말하리라.

 

        大夫跋涉 我心則憂 (대부발섭 아심칙우)

        산 넘고 물 건너 조문했으나, 내 마음은 근심뿐이네.

 

        旣不我嘉 不能旋反 (기불아가 불능선반)

        이미 나를 반가워 않으니 되돌아갈 수도 없구나.

 

        視爾不臧 我思不遠 (시이불장 아사불원)

        그대는 착하지 않게 보지만 나는 멀지 않게 생각하네

 

        旣不我嘉 不能旋濟 (기불아가 불능선제)

        이미 나를 반가워 않으나 내 마음 돌이킬 수 없네.

 

        視爾不臧 我思不閟 (시이불장 아사불비)

        그대 반갑지 않아 하지만 나는 우리사이를 안 끝내려 하네.

 

        陟彼阿丘 言采其蝱 (척피아구 언채기맹)

        저 높은 언덕에 올라 패모貝母를 캐보세.

 

        女子善懷 亦各有行 (여자선회 역각유행)

        여자는 근심을 잘하지만, 각자 행함이 따로 있다네

 

        許人尤之 衆穉且狂 (허인우지 중치차광)

        나라 사람들은 나를 나무라지만

        그건 어리석고 유치한 짓이라네.

 

        我行其野 芃芃其麥 (아행기야 봉봉기맥)

        들판에 나가면 푸릇푸릇 싱싱한 보리가 무성하구나.

 

        控于大邦 誰因誰極 (공우대방 수인수극)

        큰 나라에 도움을 청해도 누가 구해줄지 모르겠네.

 

        大夫君子 無我有尤 (대부군자 무아유우)
        세상의 군자들이여, 나를 허물치 마세요.

 

        百爾所思 不如我所之 (백이소사 불여아소지)

        백 가지 그대 들의 생각도 내 생각만 못 하다오.

 

패모貝母는 한약재로 쓰이는 약초를 말한다. 제목題目을 보아 알 수

있듯이, 친정 나라인 위나라로 어서 빨리 달려가 오빠를 위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나타나 있다.

 

136 . 한 여인이 위 나라를 구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