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34 화. 어리석은 군주는 백성들만 죽이는가.

서 휴 2022. 7. 25. 17:26

134 . 어리석은 군주는 백성들만 죽이는가.

 

다급해진 전황戰況에 대부 영속寜速이 자원하여 앞으로 나가 싸우려

하였으나, 위의공衛懿公은 결연한 각오로 단호斷乎 하게 고개를

내저었으며, 직접 나가 싸우겠다는 말을 하게 된다.

 

      아니 오, 과인이 친히 나아가지 않으면

      군사들이 싸움에 전력戰力을 다하지 않을 것이오.

 

      과인이 나아가 직접 싸울 터이니

      석기자石祁子와 영속寜速은 궁실과 성을 지켜주시오.

 

위의공衛懿公이 친히 중군中軍을 이끌겠다, 하면서, 전대와 후대는

물론 모든 군사와 병거대兵車隊를 직접 지휘하겠다고 말하며

한가운데에서 손수 북채를 쥐고 함께 싸우겠다고 힘차게 말한다.

 

      대부 거공渠孔을 장수로 삼고

      장수 우백于伯을 부장으로 삼으며,

      선봉장은 대부 황이黃夷가 맡도록 하라.

 

      장수 공영제孔嬰齊는 후대後隊를 이끌도록 하고

      공자 백은 나의 차우車右 가 되어라.

 

      우리 모두는 다함께 힘을 합쳐

      저 북적北狄 놈들을 섬멸시켜야 한다.

 

이렇듯 위의공衛懿公은 죽음을 각오하면서, 도성을 떠난 지 이틀이

되는 날에 형택熒澤에 도착하여 진채를 세우고 저녁 식사를 하였다.

 

위의공衛懿公은 홀로 고심하며 늦은 밤이 되자, 야영하는 위군衛軍

군막에서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귀를 기울였다.

 

      주공, 주공께서는 왜 주무시지 않나이까.

      그렇지 않아도 잠이 오지 않는구나.

 

      군막軍幕에서 군사들이 노래를 부르는구나.

      무슨 노래인지 다가가 보자.

 

위의공衛懿公이 노래를 부르는 군막軍幕에 다가가자, 군사들이

화톳불 주위에 모여 앉아 노래를 부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鶴食祿民力耕 (학식록민력경)

       학은 국록國祿을 받아먹고

       백성들은 힘써 농사를 짓네.

 

       鶴乘軒民操兵 (학승헌민조병)

       학은 대부가 타는 수레를 타는데

       백성들은 호미 대신 무기를 들었네.

 

       狄鋒厲兮不可攖 (적봉려혜불가영)

       오랑캐의 창끝이 매우 날카로운데

       어찌 감히 그들과 겨룰 수 있겠는가.

 

       欲戰兮九死而一生 (욕전혜구사이일생)

       싸우면 열 중 아홉은 죽을 터인데

       왜 앞서 나아가 싸워야만 하는가.

 

       鶴今何在兮 (학금하재혜)

       지금 학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리고

 

       而我瞿瞿爲此行 (이아구구위차행)

       우리만 남아 두려움에 떨며 싸우려 하는가?

 

정작 사기가 높아야 할 위군衛軍은 부모 형제와 처자식을 생각하며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모두 눈물을 글성이며 맥이 풀려 있었다

 

       위의공衛懿公은 군사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자,

       너무 부끄럽고 괴로워하였으며

       밤새 몸을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른 아침이 되자, 선봉장 장수 황이黃夷가 서둘러 형택熒澤 들판에

나갔다가, 북적北狄의 진채陣寨에 사람도 별로 없고 허술하게 보이자,

한 번 더 살펴보며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돌아왔다.

 

      주공. 선봉장 장수 황이黃夷 옵니다.

      수만瞍瞞 부족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1천여 명밖에

      보이지 않으며, 질서도 전혀 잡혀 있지 않고

      진채陣寨도 엉성한 것이 싸울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북적北狄 오랑캐가 강맹强猛 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역시 오랑캐는 오랑캐입니다.

      이참에 나아가 모두 전멸시키고 말겠습니다.

 

위군衛軍의 장수 황이黃夷는 자신감을 가지고 갑자기 쳐들어 갔으며

북을 울리며 북적北狄의 진채를 습격하자, 북적北狄은 대항을 하지

못하며 패한 듯 달아나면서, 매복 군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여 갔다.

 

       저놈들, 위군衛軍을 포위하라.

       위군衛軍은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어어. 이게 뭐냐.

       북적北狄의 매복埋伏 군이 아닌가.

       모두 북적北狄의 포위망을 뚫고 나아가라.

 

한순간에 숲속에서 신호가 오르자, 숨어있던 북적北狄의 매복 군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며, 위군衛軍의 선봉대를 삽시간에 포위하였다.

 

       우리 선봉대先鋒隊가 포위 당했다.

       우리 중군中軍은 선봉대先鋒隊를 구하라.

       대부 거공渠孔 부대는 빨리 진격하라.

 

이를 본 위의공衛懿公이 손수 북을 쳐 사기를 돋우며 일대 혼전이

일어났으나, 그러나 위나라 군사들은 처음부터 싸울 마음이

없었던바이므로, 점차 북적北狄에게 기선을 제압당하고 있었다.

 

       공격하라. 물러나지 말고 싸우라.

       위군衛軍은 왜 도망가느냐.

 

       위군衛軍은 도망가지 마라.

       한 사람도 도망가지 말고 싸우라.

 

위의공衛懿公이 목청 돋우어 소리 높였지만, 이미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위군衛軍의 군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으며,

 

어느덧 위의공衛懿公의 주변에 있던 군사들마저 뿔뿔이

흩어지고 있으면서, 병거대兵車隊 마저 많은 숫자가 줄고 있었다.

 

       위의공衛懿公의 주변에는 위군衛軍의 병거대兵車隊

       갑옷 입은 갑사甲士 군들이 별로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대신에 북적北狄의 기병騎兵 들은 속속 모여들면서,

       위의공衛懿公의 병거대兵車隊 주변으로

       첩첩이 에워싸기 시작하며 달려들었다.

 

위의공衛懿公이 군후君侯를 상징하는 대기大旗를 집어 들어,

지휘하려고 하자, 그때 옆에 있던 장수 거공渠公이 황급하게

고함을 지르면서 만류하였다.

 

      주공. 사태가 매우 급박합니다.

      주공께서는 대기大旗를 버리시고, 수레에서

      내리시어 적군을 속이고 달아나십시오.

 

      알겠노라.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대기大旗를 버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거공渠公 장수는 잘 들으라.

      나는 죽음으로써 백성들에게 사죄하겠노라.

 

      우리 위군衛軍은 물러서지 마라

      우리 위군衛軍은 계속 공격하라

 

위의공衛懿公 큰소리로 외치면서 끝까지 대기大旗를 흔들어대자,

마침내 북적北狄의 오랑캐들은 위의공衛懿公을 에워싸며, 칼과 창을

마구 휘두르면서, 점점 더 덤벼들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적北狄에 포위된 선봉대와 후군은 완전히 궤멸

당하였고, 선봉장 장수 황이黃夷는 전사하였으며, 후군 대장

공영제孔嬰齊 장수는 자기 칼로 자기 목을 치고 자결하고 말았다.

이제 위의공衛懿公과 얼마 안 되는 친위대만 남게 되었다.

 

       차우車右 공자 백이 적병의 칼에 죽었단 말이냐.

       병거를 지휘하던 거공渠公 마저 사살되었단 말이냐.

 

탄식하던 위의공衛懿公이 마지막으로 화살을 맞고 병거兵車에서

굴러 떨어졌다, 이에 북적北狄의 군사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 개의 창과 칼 들이 위의공衛懿公의 몸을 난자亂刺 하였다.

 

       그때는 해가 저무는 석양이었다.

       저무는 석양 저편에서 때 아닌 학이 모여들며 

       위의공衛懿公의 영혼 위를 빙빙 돌다가

 

       어느 사이에 그의 영혼靈魂을 다 같이 떠메고

       길게 울부짖으며 울음을 터트리고는

 

       황혼이 짙은 저편의 붉은 저승길로

       한없이 날아가는 것이다.


한나라의 군주가 되는 복록福祿을 받으며 태어난 위의공衛懿公

백성을 돌보지 않으며 만을 사랑하다가, 뒤늦게 깨달으면서

몹시 후회하였으나, 끝내 많은 백성을 죽도록 내버려 두고서는,

과 어울려 먼 곳으로 떠나가고 말았다.

 

북적北狄의 적반狄班인 수만瞍瞞은 포로로 사로잡은 위나라

태사太史 화용활華龍滑 대부 예욕禮欲, 그 두 포로를 앞세우고

위구성衛邱城으로 쳐들어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수만瞍瞞의 적반狄班 , 나를 좀 보시 오.
      나는 위나라 태사太史 화용활華龍滑 이오.

      여기 예욕禮欲은 위衛 나라에서 신망받는 대부요.

 

      나는 모든 제사를 관장하므로 많은 사람이 나를 따르고

      대부 예욕禮欲의 말은 중신들이 잘 듣소이다.

 

      그대들이 위나라 도성을 얻고자 한다면

      우리를 먼저 위구성衛邱城 으로 보내주시오.

 

      우리 두 사람이 먼저 위구성衛邱城에 들어가

      조정朝廷 중신 들에게 항복을 권유 하겠소.

 

      그대들이 아무리 강맹強猛 하다고는 하나?

      쉽사리 위나라 도성인 위구성衛邱城

      그리 쉽게 점령하기는 어려울 것이오.

 

      정말 그리 할 수 있겠는가.

      우리 둘이라면 가능 하오.

 

      설득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는가.

       3일간 만 기다려 주시 오.

 

      저자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적반狄班 , 저들은 위나라의 무당들이오.

 

      적반狄班 , 무당의 말은 사람들이 듣소이다.

      저들을 풀어줘 위구성衛邱城으로 들여보냅시다.


태사太史 화용활華龍滑과 대부 예욕禮欲이 꾀를 내어 큰 소리로

말하자, 북적北狄의 수만瞍瞞과 그 휘하 장수들은 두 사람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겨우 위구성衛邱城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때 성을 지키고 있던 석기자石祁子는 화용활華龍滑과 예욕禮欲

성문 밖에 당도하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왔으며, 급한 마음에

성문을 열어줄 생각도 하지 않고 먼저 묻기부터 하였다.


      주공은 어디 계시오.

      주공께서는 죽임을 당하셨소.

 

      우리 군사들은 어떻게 되었소.

      우리 군사들은 모두 전멸 당하였소.

 

      오랑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오.

      속히 다른 곳으로 피신해야만 하오.


      성문을 열어드려라.

      어서 모시고 들어오라.

 

      나는 대부 예욕禮欲 이오.
      주공을 모시고 싸움터에 나갔다가

      주공과 함께 살아 돌아오지 못하였으니

      어찌 신하 된 도리를 다하였다고 할 수 있겠소.

 

      나 예욕禮欲은 칼을 빼 자결할 것이오.

      죽어서 지하에서 라도 주공을 섬겨야 하겠소.


      예욕禮欲은 주공을 따라가겠다, 하나

      나 화용활華龍滑은 사관史官으로서 할 일이 남아 있소.

 

      나는 사관史官으로서 우리 전적典籍을 지켜야 하오.

      석기자石祁子와 여러분은 나를 이해하여 주시 오.


예욕禮欲은 칼을 뽑아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으며, 화용활華龍滑

부중府中에 들어가 위衛의 전적典籍 들을 모두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 사이 석기자石祁子는 영속寜速과 더불어 대책을 의논하게 된다.

 

      이제 여기서 더는 견딜 수 없소이다.

      궁중의 모든 권속眷屬을 거느리고

      빨리 피난을 가야 하겠소이다.

 

      우리는 공자 신을 모시고 위구성衛邱城을 나와

      황하黃河를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나루터에서

      황하를 건너야 살 수가 있소이다.

 

공자 신은 공자 석과 선강宣姜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로,

궁실宮室의 권속眷屬을 이끌고 맨 앞장에 서서 나아가게 된다.

 

백성들은 공실公室을 믿고, 각기 자기 짐을 꾸려 그들의 뒤를 따라

위구성衛邱城 성문을 나서게 되며, 피난길에 오르게 되었다.

 

      피난을 떠나는 모습은 처량하기가 그지없었으며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성안의 백성들은

      쳐들어온 북적北狄에게 모두 죽임을 당하였다.


나라 대부 중에 굉연宏演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북적北狄

쳐들어 오자, 위의공衛懿公 명을 받고 진나라와 제나라에

사절로 갔다 귀국하던 중에 위의공衛懿公의 전사 소식을 듣게 된다.


      나라가 한순간에 이처럼 망가지다니 되는 말이냐.

      어떻게 이 짧은 순간에 나라가 망한단 말이냐.

 

      우리 주공이 형택熒澤에서 정말로 전사하셨단 말이냐.

      아, 슬프고 슬프도다.

 

      어서 형택熒澤으로 가보자.

      우리 주공의 시신이나마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135 화. 위 나라는 망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