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3 화. 덕을 베풀어 굴복 시킨다.
그제야 영척(寧戚)은 품속에서 관중(管仲)이 써준 편지를 꺼내며
공손히 제환공(齊桓公)에게 바치면서 엎드려 큰절을 올리었다.
주공, 신이 주공께 편지를 남기옵니다.
주공께서 읽어 보시옵소서,
신이 먼저 이 길의 요산(猺山)을 지나다가
위(衛) 나라 사람 영척(寧戚)을 얻게 되었나이다.
이 사람은 보통의 소먹이는 촌부가 아니오라
당대에 찾아보기 힘든 인재이옵니다.
주공께서는 마땅히 그를 등용하시어
나랏일에 도움을 받으시옵소서.
만일 그가 다른 나라에 등용되면
다음날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편지를 읽자마자, 매우 놀라면서,
영척(寧戚)을 바라보면서 큰소리로 꾸짖기 시작한다.
그대는 어찌하여 편지를 처음에 보이지 않았는가?
이제 말씀드리겠나이다.
어진 임금은 신하를 골라 쓰시고
어진 신하는 주인을 골라 섬긴다고 하였나이다!
만일 주공께서 바른말을 싫어하시고
아첨하는 것만을 좋아하시어
오르지 노여움으로 신을 대하셨다면?
이 영척(寧戚)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중보(仲父) 재상의 편지를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허 허. 좋소! 자, 어서 내 수레에 올라타시오!
제환공은 친히 손을 내밀어 영척(寧戚)을 잡아끌어 수레에 태우고
송(宋) 나라로 향하다가 밤이 되자 한곳에 머물게 되었다.
수초(竪貂) 야. 횃불을 밝혀 관복을 찾아라.
수초(竪貂) 야. 그래 바로 그 관복이다.
너는 어서 영척(寧戚)에게 내어 줘라.!
주공, 신 수초(竪貂) 이옵니다.
영척(寧戚)에게 벼슬을 내리시려 하옵니까?
그렇다. 무슨 일이 있느냐?
주공, 위(衛) 나라에 사람을 보내어 영척(寧戚)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알아보고 난 후에
벼슬을 내리시어도 늦지 안 사 옵니다.
영척(寧戚)은 보기 드문 인재이니라!
소소한 범절(凡節)에 구애받을 성격이 아니노라.
혹여 과거에 허물이 있었다, 한들
그런 것까지 조사해서 벼슬을 준다면
그의 영광이 빛나지 않으리라!
만일 허물이 있었다, 한들
버리지 않을 바에는 알아서 무얼 하겠느냐?
앞으로 너는 이러한 일에 상관하지 말라!
제환공(齊桓公)은 뜻하지 않게 뛰어난 인재를 새롭게 얻게 되자,
너무 기뻐하였으며, 영척(寧戚)을 대부로 삼고, 관중(管仲)과 함께
나랏일에 참여시키려고 생각하였다.
제환공(齊桓公)은 영척(寧戚)을 어가(御駕)에 태우고, 행군 도중 내내,
천하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조금도 지루한 줄 몰랐으며,
어느새 제군(齊軍)과 선백(單伯)이 이끄는 왕사군과 함께 송(宋)나라
국경에 다다르게 되었다.
주공. 이제 오시나이까?
이곳이 송(宋) 나라 국경이옵니다.
선백(單伯)께서도 왕사군(王師軍)과 함께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진선공(陳宣公)과 조장공(曺莊公)이
제후(齊侯)께 인사 올립니다.
허 어. 먼저 와주시어 고맙소이다.
이 젊은이는 누구요?
조장공(曺莊公)의 아들 석고(射姑) 이옵니다.
허, 아주 건장하고 잘 생겼구먼!
제환공(齊桓公)은 선백(單伯), 진선공(陳宣公), 조장공(曺莊公)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고 난 후에 모두 자리에 앉게 하였으며
차를 마시면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 시작한다.
송환공(宋桓公)은 북행(北杏) 회맹에 참석하였다가
그 이익(利益) 만을 취하고 떠나간 자요!
맹세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자에게는
엄한 벌을 내려주어야 합니다.
대군을 휘몰아 송(宋) 나라 도성을 단숨에 칠 것인가?
아니면? 사자를 보내어 먼저 항복을 권할 것인가?
제후(諸侯) 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저희 들은 제후(齊侯)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모든 병거(兵車)를 동원하여
송(宋)나라 도성을 향해 쳐들어갑시다!
제환공(齊桓公)이 격앙(激昻)되어 동맹 군주들을 선동(煽動)하는데
대부 영척(寧戚)이 신중하게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간한다.
주공, 신 영척(寧戚) 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이미 주왕(周王)의 명을 받아
이미 모든 제후를 규합하였으므로
힘으로 싸워서 이기기보다는 덕(德)으로
이기도록 하심이 옳을 것이옵니다
어떻게 하면 덕(德)으로 이기는 것인가?
주공께서 송(宋) 나라를 치려 하시는 것은
송(宋) 이 동맹을 배반하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신이 재주는 없사오나, 송환공에게
지난날의 배신을 사죄케 하고, 다시 동맹에
참여하도록 말로써 달래고 오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영척(寧戚)의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의심하는 눈빛으로 미덥지 않은 듯이 물어본다.
한 번 배신하고 떠나간 자를
어떻게 말로 달랠 수 있단 말이오?
송환공은 오히려 그대의 목을 치려들 것이오.
주공, 신은 한낱, 소치는 촌부에 불과하였사오나?
이제 주공의 은혜를 입어 광영(光榮)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어, 더는 신의 목숨이 아까 울 게 없나이다.
신은 오로지 주공이 뜻하는 바가
천하에 두루 펴지기만을 바랄 뿐이옵니다.
송후(宋侯)가 목을 친들 무엇이 아깝겠나이까?
주공, 염려치 마시고 신을 보내주시옵소서.
제환공(齊桓公)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관중(管仲)을 바라보자
관중(管仲)은 제환공의 뜻을 눈치를 채고 조용히 아뢴다.
주공, 영척(寧戚)을 믿어보시옵소서.
주공께서 요산(猺山) 밑에서 영척(寧戚)을 만난 것은
하늘이 내리신 복이 되옵니다.
허 어. 중보(仲父)까지 믿어주는구려!
군사를 쓰지 않고 굴복시킬 수 있다면야!
더는 바랄 것이 무엇이겠소?
영척(寧戚)은 조심스레 송(宋) 나라에 다녀오고
모든 군사는 각기 영채(營寨)를 지키도록 합시다.
영척(寧戚)은 조그만 수레를 타고 서너 명의 시종(侍從) 만을
거느린 채, 조촐하게 송(宋)의 수양(睢陽) 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척(寧戚) 이란 자가 과인을 만나자고 하는데
그자는 어떠한 사람인가?
주공, 신 대부 대숙피(戴叔皮) 이옵니다.
영척(寧戚)은 본래 소를 치던 촌부 이었사온데
제환공이 새로 등용하여 벼슬을 내린 사람입니다.
영척이 주공을 뵙고자 하는 것은, 뛰어난
구변(口辯)으로 주공을 설득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자를 만나야 하겠는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주공께서는 우선 그자를 불러들이되
일절 대접하지 마시고 그냥 놔두십시오.
그가 주공을 설득하는 중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말이
나오면 제가 옷 띠인 신(紳)을 올려 흔들겠나이다.
(신(紳)은 예복에 갖추어 입을 때 매는 허리띠이다.)
그때 주공께서 그자를 사로잡아 옥에 가둬버리면
제환공(齊桓公)의 계책은 수포가 될 것입니다.
내, 그대 대숙피(戴叔皮)의 말대로 하겠노라!
좌우에 무장한 군사들을 배치하라.
자, 이제 영척(寧戚)을 부르라!
제 144 화. 말로써 나라를 굴복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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