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과 사과
누님과 사과
서 휴
늦가을 따가운 햇살 밟으며
읍내로 가는 시오리 사과밭 길
온 들녘의 사과 향은
매혹적인 향기가 되어 온몸에 스며들며
이 들녘 저 산들 그리고 이 사과밭 길을
누님은 고향 이야기를 엮어가며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얼굴로
방긋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찾아 왔다 곧바로 떠나는 나를
누님의 이야기는 코끝을 시리게 한다.
네가 멀리 나가있으니
부모님 제사는 내가 모셔야지
누님. 고마워요
언제 또 오겠냐.
빨간 사과가 떨어져 나가는 양
아쉬운 듯 이슬 맺힌 눈으로 나를 보며
어머님이 아끼시던 반지야
네게 주라고 하셨어.
아버님이 청혼할 때 주신 반지래
굵은 반지에 이 모양 좀 봐
참 아름답게 세공하였지
어머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어
아버님은 어머님을 엄청 사랑하시었어
어머님은 아버님만을 생각하시며
떠나시며 도 이 반지만 아끼셨어.
너도 잘 알잖아
누님. 나도 잘 알아
하나 더 만들어 나도 끼면 좋은데
자. 반지 받아
아니야. 누님이 가져도 돼
아니야. 네게 주라고 하셨어.
누님은 내손에 반지를 건네며
눈물 젖은 눈으로 차비까지 쥐어 준다
괜찮아. 누님. 나 차비 있어
그래도 받아
아니야. 나 있어
우리는 서로 주고받으며 걷는 길에
고향 길 사과는 더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손을 잡고 옛날을 이야길 하며
읍내로 가는 시 오리 사과밭 길
그리고 먼 훗날
누님이 준 차비 봉투를
누님 사진과 함께 바라보며
빨간 사과처럼 반가이 맞아주던 우리 누님
누님이 그리도 갖고 싶어 하던 어머님의 금가락지
누님. 어머님이 준 것과 꼭 같은
누님이 좋아할 금가락지 새로 만들어 놨어.
누님이 좋아하며 끼워보는
모습 쳐다보려 만들어 놓았는데
선물을 받아야 할 우리 누님은
빨간 사과처럼 방긋이 웃고만 있으니
누님 정말 미안해. 너무 늦게 찾아 와
아니 괜찮아
그래도 누님. 선물은 받아야지.
누님이 갖고 싶어 하던 금가락지야
빨간 사과처럼 방긋이 웃는 우리 누님
선물 놓고 누님 무덤에 절을 하며
누님. 상석 밑에 반지 묻어 두었어.
누님. 언제든지 꺼내어 끼면 되
누님. 잘 있어
이제 또 다시 떠나는 고향 길
이제 누님이 안계시니 언제 다시 오려나.
누님. 그때 둘이서 걸을 때처럼
빨간 사과 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누님.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