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홍 시
紅 柹
서 휴
한적한 시골의 넓은 마당
큰 감나무에 까치가 날아왔다
아이들 즐겨 뛰놀고 밤이 깊어
우리사랑 퍼런 감 홍시 만들었다
또 먼 바닷길 떠나는 내님 입술 부비며
내 좋아하는 빨간 홍시 남겨놔요
먼 뱃길 닫는 곳
울긋불긋 엽서 편지 사랑실고 와
내님 사랑에 웃고 울고
지나가는 한겨울 눈 내리는 창
긴 편지 만지며
어느 항구에 서있는 내님 보면
내리는 눈은 나의 눈길을 덮는다.
홍시 너무 익어 오래 되었는데
편지 다시 아니 올까
집에 다시 아니 올까
헤지도록 읽은 편지
너무 읽어 붉은 홍시 되어
눈에 메 달린 까치밥 홍시 하나
눈에 메 달려 밤만 깊어간다
누가 왔나. 대문 두드리는 소리
반가워 얼결에 방문열고
뛰쳐나가 마루에 서니
눈 쌓여 하얀 이른 아침마당
까치 발자국 듬성듬성
하얀 마당, 하얀 편지, 하얀 발자국
먼 길 돌아온다며
미리 발자국 남겨 보여주나.
까치 야. 까치 야.
크게 소리 내 울어 봐라.
까 아 깍. 까 아 깍
네 큰소리에 내님 오셨었어.
오시려나 오시려나.
감나무 까치밥 홍시
마음에 메 달려 눈물 고이게 하네.
오늘은 오실거야
광문 열고 쌀 꺼내 까치 발자국 씻고 또 씻고
홍시. 홍시 꺼내는데 까치가 큰 소리 한다.
까치가 소리 지른다
아. 내님 오시나
홍시 반가워 대문 열려다
홍시쟁반 떨어졌다
내님. 들어오며 얼싸 끌어안으며
깨진 홍시 바라보며
내님. 입맛 다시며 또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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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무역선타고 오랜 기간 다니시며
많은 편지를 남겨두고 가신님
가신님의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 시키시는
어여쁘시며 아름다운 그 여인
그 여인과 이야기 나누다 이글을 만들었습니다.
부디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