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사랑
떠나가는 사랑
서 휴
아내는 아름다웠습니다
잉태한 아이를 어루만지며
불룩한 배를 만져보라며 손을 당기던 그녀
나를 닮은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쿡쿡 웃어가며
유난히도 나를 닮은 아이를 바라던 그녀
그녀를 닮은 여아를 바라는 나
반씩 닮으면 더 좋겠다며 환하게 웃던 우리
그리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입덧이며 부대껴하는 모습에
항상 일찍 퇴근하여
함께 있는 게 그리 좋았습니다.
유난히도 겁이 많은 아내
오르지 나만을 바라보며 사는 아내
곁에 있으면 손을 놓지 못하는 아내
어느 날 우리의 사랑을 낳고자
나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힘차게 끌어당기던 그녀가
나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몸부림치던 그녀가
손에 힘이 빠지며 눈을 감았다 다시 떠
하염없이 바라보다 주르르 눈물을 흘립니다.
사랑하였다고 너무 사랑하였다고
살 프시 손을 잡았다 사르르 놓아버리는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있겠노라고
내 품에 안기어 마냥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맑은 얼굴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눈을 뜨고 있는 아내를 흔들며
목이 메어 부르는 사이 아내는
우리의 사랑을 가지고 떠나갔습니다.
아이와 함께 떠나갔습니다.
덩그러니 홀로남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도
그리움만 쌓일 뿐 대답이 없습니다.
웃으며 기다리고 쫒아와 끌어 앉던
따스한 손길은 그녀의 눈길이 되어
내 품에 안기어있습니다
둘만의 인연으로 찾아와 뜨겁고
더 깊은 사랑을 하며
꼭 끌어안고 오래도록 살아가려 하였는데
아내는 혼자서 떠나갔습니다.
인연 속에는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었나.
그걸 우리는 운명이라 하여야하나
그걸 두고 우리는
애달픈 사랑이라 하여야하나
******* 쓰고 있는 '가거도의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