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휴 이야기 시 1

육십갑자

서 휴 2025. 4. 7. 09:47

육십갑자

서 휴

 

간지
천간(10)
 
지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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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간(天干)은 하늘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10가지 기운의 형상으로

십간(十干)이라고도 부르며, (), (), (), (), (),

(), (), (), (), ()로 구성되어 있다.

 

지지(地支)는 땅을 지탱하는 열두 신을 십이지() 또는

12지신(十二支神)이라고 한다.

 

12지신(十二支神)은 자() , () , () 호랑이,

() 토끼,  () , () , () , () ,

() 원숭이, () , () , () 돼지이다.

 

천간(天干)의 십간(十干)과 지지(地支) 12신이 만나 어울리면서,

60개의 간지(干支)를 만들어 낸다. 이를 육십갑자(六十甲子)

육십간지(六十干支)라 하며, 흔히 육갑()이라고 한다.

 

천간과 지지는 짝수와 홀수를 조합하지 않으므로, 120 갑자가

아닌 60갑자가 된 것이다. 하나의 60갑자는 갑자(甲子)년부터

시작해 계해(癸亥)년까지 총 60년을 말한다.

 

이는 길고 긴 세월을 60년 단위로 헤아리게

하는, 기본 단위로 쓰이게 했다.

 

상원갑자(上元甲子), 중원갑자(中元甲子), 하원갑자(下元甲子)

60년씩 세 개로 이루어진 180년짜리 주기(週期)가 된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60년이 3천 번이나 된다니

아마 18만 년을 살았다고 봐야 할까.

우주의 나이로 본다면 가능도 할 것 같다.

 

61세가 되면 환갑(還甲) 혹은 회갑(回甲)이라 부르는데, 작년부터

만으로 치니, 앞으로 모든 잔치는 만 나이로 치러야 하겠다.

 

60년이면 첫 번째 갑자가 지나간 것이다.

80이면 두 번째 갑자에 한참 접어들었다.

 

나이가 80이 넘었다면 평균수명보다 많이 살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2 갑자 이상산 사람도 많다.

 

어찌 남보다 오래 살길 바라며

어찌 풍요로움만 누릴 수 있겠는가.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바라는 건 사람의 심리 현상일 것이다.

 

떠난다는 승천을 말하게 되니, 이는 훌훌 털고 가볍게 가라는

말일 것이다. 먼저 가신 성인과 현자들은 승천하는 날짜와

시간까지 미리 말해 주고, 조용히 빈 몸으로 떠났다.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도 지나가나 보다.

우리가 한성을 졸업한 지도 60년 지나.

60회 기념식을 하게 되는 날짜가 다가왔다.

 

60주년 기념식 준비 위원들이 부족한 속에서도 열심히 준비하느라,

많이 애쓰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60회 기념식 비용이 얼마나 될까.

행사 비용만 대충 2천만 원은 넘지 않겠어.

 

별도로 은사님들에게 기념품을 드린다거나.

모교에 발전 기금도 많이 내야 할 거야.

 

모교 운동장에 그 흔한 인조 잔디도,

안 깔려 있어. 너무 큰 걸 말했나,

 

13회 모두, 각자 순 자산의 0,1를 내게 한다면,

 10억 원은 넘을 거야.

 

허허허, 현실에 부합하는 소릴 해야지.

북한의 정은 이도 아니고. 하하하.

 

60회 기념 단체 여행은 안 가나.

모든 비용을 합한다면 얼마나 될까.

 

액수 제한이 어디 있겠어. 많을수록 좋겠지.

최소한 5천만 원 이상은 돼야 할 거야.

5천 이상이면 13회 체면이 그나마 좋아지겠지.

 

지금까지 얼마나 걷혔다던가.

3천만 원은 겨우 넘겼다고 하는구먼.

 

이제부터 낼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어쩌면 낼 만한 사람은 거의 다 낸 것 같아.

 

십시일반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렇지. 우리 13회는 단결이 잘 되는 편이야.

 

그런데 최소한 30만 원 이상을 내고 있으니

이 정도 못 내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좋겠어.

 

그래도 당연히 참석해야지.

우리, 이 나이까지 살아오다 보면

없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있어.

그만한 비용은 이미 동창들이 다 모아 놨어.

 

60년 만에 처음 보는 얼굴도 많을 텐데.

모두 만나는 기쁜 날이 되어야 하잖아.

 

맞아, 70회 기념식엔 몇 명이나 참석하겠어.

슬픈 말이지만 마지막으로 많이 모인다고 봐야지.

 

지나간 일이지만 50회 때는 노길생의 모친

장 여사님께서 큰일을 해주셨지.

 

2천만 원을 쾌척하셨잖아.

덕분에 여유 있게 치르고도 남았었어.

장 여사님의 큰마음은 참으로 아름다우셨어.

 

장 여사님은 크게 가지고 있었던 건 아녔어.

그래, 마음이 큰 사람만이 해낼 수 있나 봐.

 

가지고도 안 내면 찜찜하게 남는 게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 강요처럼 보이잖아.

아니야, 지나가는 덕담이야.

 

세상은 베풀고 떠나는 거 아니겠어.

베푸는 것도 때와 장소가 있는 것 같아.

 

어찌 보면 크게 베푸는 덕은, 자신과

후손에게 큰 베풂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으며

지나간 역사에서도 수없이 많이 나오지.

 

베푸는 마음만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의 마음도 온화해지며, 주변을 다독여주지.

 

인색하게 굴다가 떠나게 되면, 그 자손이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한다고 하잖아.

그리되면 그 결과가 어찌 되겠어.

 

인생은 베풀 수 있을 때 베풀고

빈손으로 떠나는 거 아니겠는가.

말은 그래도 그렇게 하기가 쉬운 건 아니야.

 

세상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고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 냉엄한 법칙이 있지.

 

사람이 살아가는 인연도 다 똑같은 것 같아.

이제 만나고 나면 헤어질 사람이 많아지겠지.

 

천간(天干)과 지지(地支)가 어울려 세상을

헤아리며 살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듯

80 넘으니 깨달음에 가까이 가려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