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애강의 노래

서 휴 2025. 1. 13. 17:55

       애강의 노래

       서 휴

 

 

       오라버니, 여자를 아시나요,

       오라버니, 여자는 다 그래요.

 

       태어나 걸음마를 걸을 만하면,

       머리에 예쁜 고깔을 씌워주고

       어여쁜 때때옷으로 치장 해주지요.

 

       자라며 어여쁘게 꾸미는 걸 배우며

       몸단장도 살랑살랑 나부끼도록 걷게 하지요.

 

       오라버니, 여자가 어여삐 꾸미는 것은

       앞으로 만날 사랑을 위해서지요.

 

       오라버니, 여자는 사랑을 기다리며 사나 봐요.

       오라버니, 그래요. 여자에겐 사랑이에요.

 

       여자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사랑을

       홀로 기다리며 사는 것인가 봐요.

 

       오라버니, 아름다운 사랑이 이처럼 어려운가요.

       오라버니, 나는 지아비의 사랑을 못 받다가

       이제 겨우 사랑을 찾은 것이었어요.

 

       그러나 오라버니, 슬픈 사랑이었어요.

       오라버니. 왜 슬픈 사랑이 찾아온 걸 까요

 

       오라버니, 나도 여자예요.

       여자는 찾아온 사랑을 따라가는 거예요.

 

       오라버니, 저세상에 가면

       아름다운 사랑을 만날 수 있나요.

 

       오라버니, 이제 찾아가는 저세상에서라도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게 해주면 안 되나요.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연한지 수초(竪貂)의 간장마저 다 끊어내는

듯했다. 문득 통곡 소리가 그치면서,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초승달이 오동나무 이파리에 걸려 바동거릴 때

       애강의 방 한가운데 의자가 넘어지고

       애강의 몸이 대들보에 매달려 고개를 숙였다.

 

       애강이 빗어낸 경보와의 사랑은

       호롱불에 깜박이다가 꺼지고 말았다.

 

 

***서휴, 춘추열국지, 제154 화. 악연의 사랑은 어찌 되었을까.에서 발췌

글이며, 본 남편인 노장공의 사랑을 받지 못 하다가, 시동생 경보를 

사랑하면서 반역을 일으켜 성공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에 오라비 

제환공으로부터  자결할 것을 권유 받으면서 혼자 목을 메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