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9 화. 의심이 많으면 회생이 따르는가.
제 359 화. 의심이 많으면 회생이 따르는가.
영유(寧兪)의 보고에 위성공(衛成公)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항상 숙무(叔武)를 음해하던 천견(歂犬)은 만약 위성공이
복위하게 되면, 그동안 두 사람을 이간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벌을 받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또다시 참소하기 시작한다.
주공, 주공의 입국 날짜를 정했다는 것은
빨리 가려 해도 빨리 갈 수가 없나이다.
그 사이에 주군을 해치려는 준비를 위해
그 시간을 가지려는 것으로 볼 수 있나이다.
으흠, 그도 그럴 것이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입국 날짜를 앞으로 당기십시오.
주군께서 정해진 입국 날짜에 앞서서
초구성(楚丘城)에 입성하게 되면,
그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
입국 시에 생길 수 있는 화를 막을 수 있나이다.
주공, 신 영유(寧兪) 이옵니다.
이미 입국하실 날짜를 정해버렸는데
입국 날짜를 어겨 먼저 당도하게 된다면
백성들은 틀림없이 의심할 것이며 또한,
환영식 준비를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주공, 이 천견(歂犬)이 말하겠습니다.
그대 영유(寧兪)는 주공께서 하루속히 환국하여
일찍 군위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가?
빨리 환국하시겠다는 주공의 뜻에 반대하는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이오? 어서 말해보시오!
주공, 주공께서 기어이 지금 당장 출발하시겠다면
이 영유(寧兪)가 먼저 초구성(楚丘城)으로 달려가
신료들과 백성들에게 이 일을 미리 알려 주고
성안의 사람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면서
모두 함께 환영식에 나오도록 독려하겠습니다.
주공, 그건 아니 됩니다!
영유(寧兪)가 먼저 가서, 우리가 약속 기일에 앞서
당도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게 된다면
더욱 의심을 받게 되며,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주공, 주군께서는 마땅히 속히 서둘러야 하오며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빨리 입성해야 합니다.
허허, 영유(寧兪)은 성안의 백성들 만을 위하는구나.
그러나 과인이 서두르는 것은 성안의 신료들과
백성들의 얼굴을 먼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과인은 하루빨리 군위에 복위하고 싶어서이다.
주공, 이 천견(歂犬)이 선도를 맡아 살피면서
뜻밖의 사고에 대비하겠나이다.
알겠소! 어서 먼저 떠나시오!
의심 많은 위성공(衛成公)은 의심을 더욱 충동질하는 천견(歂犬)의
말에 따라 즉시 어가를 출발시키면서, 어가(御駕)를 모는
어자(御者)를 재촉하여 더욱 빨리 달려가게 했다.
서시 오! 여기는 외관이오!
아니 영유(寧兪) 대부께선 어찌 오시는 겁니까?
주군께서 곧바로 당도하실 예정이오!
아니, 영유(寧兪) 임, 신미 일에 들어오기로
하였는데 오늘은 아직 무진 일입니다.
어찌 3일이나 빨리 오시게 되었습니까?
외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부 장장(長牂)은 위성공 일행에 앞서
외관에 당도한 영유(寧兪)에게 외관 문을 열어주며 영접했다.
주군께서 곧바로 뒤따라 당도하실 예정이라면
영유(寧兪) 대부께선 먼저 성안으로 들어가서
이 소식을 숙무(叔武) 임께 빨리 전하십시오?
영유(寧兪)가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발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선발대를 이끌고 당도한 천견(歂犬)이 고함지르며 말한다.
주군께서는 바로 뒤에 오고 계시오!
알겠소! 이 장장(長牂)이 모셔 오겠습니다.
대부 장장(長牂)은 천견(歂犬)의 말에 따라 급히 수레에 올라타고
위성공(衛成公)을 맞이하기 위해 외관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러자 천견(歂犬)은 위성공의 어가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선발대를 이끌고 성안으로 달려갔다.
이에 이상한 예감을 느낀 영유(寧兪)는 급히
혼자서 말에 올라타고 지름길로 달려갔다.
그때 숙무(叔武)는 친히 궁노(宮奴) 들을 거느리고 궁실(宮室)의
곳곳을 청소한 후에 정원의 한곳에서 머리를 감는 중이었다.
숙무(叔武) 임, 주군이 이미 당도하고 있습니다.
아니, 영유(寧兪)는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아니, 주군이 벌써 오신단 말이오?
영유가 위성공이 오고 있다고 말하자, 이때 숙무는 갑작스러운 말에
뜻밖의 일이라며,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잠시 머뭇거리다 머리를 다 감고 나서, 무슨 연고로 기일을
앞당겨 오는지 영유(寧兪)에게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다.
그때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는 천견(歂犬)이
거느리는 선발대의 거마(車馬) 소리가 들려오자,
숙무는 위성공이 이미 당도하였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기쁜 나머지 미처 머리를 감다 말고
한 손으로 머리를 틀어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숙무(叔武)는 자기를 향해 빨리 다가오는
천견을 보고는 위성공과 함께 오는 줄 알고,
기뻐하면서 뛰어나가려 했다.
그때 천견(歂犬)은 숙무(叔武)를 살려 두어서는, 형제가 상봉하게
되어, 일의 내막이 밝혀져 돌아오게 될 후환만을 먼저 두려워했다.
천견은 자기 쪽으로 오고 있던 숙무를 향해
활에다 화살을 재어 재빠르게 힘껏 쏘았다.
화살은 태숙 숙무를 향해 순식간에 날아갔으며
정확히 명치에 꽂히면서 안타깝게 즉사했다.
명치는 가슴뼈 아래 한가운데의 오목한 곳으로, 인체의 급소(急所)
중 하나이며, 명치의 안쪽에는 신경총(神經叢)이 있다.
명치는 몸의 중심을 흐르는 임맥(任脈)의
구미(鳩尾)라는 경혈(經穴)을 말한다.
영유(寧兪)가 황망 중에 숙무(叔武)를 부축하여 구하려 했으나,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원훤(元暄)은 뜻밖의
일에 매우 놀랐으며, 사건의 내막을 알고는 크게 분노하였다.
무도하고 어리석은 군주야!
어찌 무고한 숙무를 함부로 죽인단 말이냐!
하늘이 너 같은 사람을 어찌 용납하겠느냐?
내 마땅히 진후(晉侯)에게 달려가, 이 일을
호소하여 숙무(叔武)의 원수를 갚고 말 것이다!
원훤(元暄)은 정신을 놓고 오랫동안 통곡을 하더니, 급히 행장을
꾸려 진(晉) 나라로 달려갔다.
한편 대부 장장(長牂)은 외관(外關)에서 기다리다가, 천견(歂犬)의
말을 듣자마자 달려나가 위성공(衛成公)을 정중히 영접한다.
주군께선 어서 오십시오!
신 대부 장장(長牂)이 마중 나왔나이다.
대부 장장(長牂)은 어떻게 알고 마중 나왔는가?
태숙 숙무(叔武) 임께선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으시다며 신을 이곳 외관(外關)에서 기다리게
하시면서 주군을 정중히 모셔 오라 하였나이다.
주군께서 3일이나 먼저 오시게 되니
숙무(叔武) 임께선 더욱 반가워하시겠나이다!
숙무(叔武)가 과인을 그렇게 기다렸단 말이냐?
주공, 정말 그러하옵니다.
숙무(叔武) 임께서는 감히 옥좌에도 앉지 않으시고
주공께서 오시기만을 무척 기다리셨나이다.
과인이 그동안 공연히 동생을 의심하였구나!
이제야, 내 동생의 마음을 알게 되었구나!
위성공(衛成公)은 동생인 숙무(叔武)를 그동안 의심하였던 일을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대부 장장(長牂)의 인도에 따라 초구성에 당도했다.
주공, 어서 오십시오!
영유(寧兪)는 어찌하여 울고 있는가?
주공, 태숙(太叔) 숙무(叔武) 임은 죽었습니다.
죽다니! 멀쩡한 숙무(叔武)가 왜 죽었단 말이냐?
주공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이 되어
머리를 감다 말고 영접을 하러 나가시다가
뜻밖에 주군께서 보내신 선발대가 도착하면서
천견(歂犬)이 쏜 화살을 맞고 즉사하고 말았나이다.
소신 영유(寧兪)는 이제 조정과 백성들에게
신의를 잃었으니 만 번 죽어 마땅하나이다.
영유(寧兪)의 말을 다 듣고 난 위성공(衛成公)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면서도 너무 애통한 일에 몹시 분개하면서 소리쳤다.
내 동생, 숙무가 원통하게 죽다니 애통하구나!
숙무(叔武) 야, 숙무(叔武) 야!
내가 너 때문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나를 위해 죽다니, 하, 너무 원통한 일이로다!
숙무(叔武)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 마치 산 사람처럼 보였다.
위성공(衛成公)이 숙무(叔武) 를 붙잡고 울면서 흘리는 눈물이
얼굴에 떨어지자, 숙무(叔武)의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내 숙무의 원수를 반드시 갚을 것이다.
영유, 그대는 너무 슬퍼하지 말라!
주공, 신 장장(長牂)이 천견을 잡아 오겠나이다.
옳도다. 어서 당장 잡아 오도록 하라!
위성공은 말을 마치고는 조당으로 들어가자, 그때까지 입국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신료들은 갑자기 위성공이 나타나자
몹시 당황하면서, 한꺼번에 엎드려 배알(拜謁)을 올리게 된다.
제 360 화. 모든 일에는 명분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