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6 화. 천토 회맹의 맹주가 되는가.
제 356 화. 천토 회맹의 맹주가 되는가.
이때 위(衛)나라 공족(公族) 중에 천견(歂犬)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천견(歂犬)은 사람됨이 경박하여 누구에게도 신임을 받지 못했다.
그는 태숙(太叔) 숙무(叔武)가 임시로 군위를 양도받은 사실을
알게 되자, 원훤(元暄)을 조용히 찾아가 신중한 듯이 말한다.
대부 원훤(元晅)은 내 말을 들어보시오!
공자 천견(歂犬)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요?
지금의 주공이 양우(襄牛)에서 돌아와
위후(衛侯)의 자리에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이다!
원훤(元晅) 대부는 어찌하여 주군이 양위한 일을
우리 위(衛) 나라의 사대부들에게 왜 알리지 않으며
또한, 숙무(叔武) 임을 왜 옹립하지 않는 거요?
더구나 천토(踐土)의 회맹에 참석하게 되면
진후(晉侯)에게 정중한 환대를 받을 것이오.
그리되면 원훤(元晅) 대부께서는 숙무(叔武) 임과
이 나라를 함께 다스릴 수 있지 않겠소이까?
그리하면 그대 원훤(元晅)은 재상이 될 것이며
자손 대대로 세도를 부릴 수 있지 않겠소?
공자 천견(歂犬)의 갑작스러운 말에 원훤(元晅)은 깜짝 놀라며
얼굴빛을 확 바꿔가면서 단호하게 대답하게 된다.
공자 천견(歂犬)은 무슨 말을 그리 하시오?
우리에게 주공은 오직 한 분뿐이오!
숙무(叔武)께서는 감히 형님을 저버리지 못하고,
나 또한 주군을 감히 저버리지 못할 것이오!
이번 행차에는 오로지 진후(晉侯)에게 청하여
주군을 복위시키려는 일 외에는 다른 뜻이 없소!
공자 천견(歂犬)은 원훤(元晅)의 단호한 의지의 말을 듣게 되자,
말문이 막혀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점점 더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만약 후일에 위성공이 복위하게 되었을 때
그때 원훤이 내가 한 말을 고해 바치게 된다면
나는 그 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대로 놔두다간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크게 걱정하게 된 천견(歂犬)은 그 즉시 아무도 몰래 진(陳) 나라에
머무는 위성공을 찾아갔으며, 그는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말한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천견(歂犬)은 무엇이 큰일 났다는 말이냐?
주공, 원훤(元暄)은 이미 태숙(太叔) 숙무(叔武)를
군위에 옹립하기로 계획을 짜놨으며
맹회에 참석하여 그 군위를 인정받기 위해
진후(晉侯)에게 간청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원훤(元暄)이 아들 원각(元角)을 이곳으로 보낸 것도
주공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란 걸 아셔야 됩니다.
의심이 많은 위성공(衛成公)은 천견(歂犬)의 천박한 말을 믿게 되며,
더욱 의심이 커져, 즉시 재빠른 세작(細作)을 뽑아 천토(踐土)로
보내면서, 숙무와 원훤의 동태를 확실하게 살피고 오라고 명했다.
손염(孫炎)은 원훤(元暄)이 숙무(叔武)를 위후(衛侯)로
세우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가?
그럴 리가요? 주공 신은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원훤(元暄)의 아들 원각(元角)이 주군 곁에 있으니
만일 그의 아비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자식 된 원각(元角)은 반드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주군께서 직접 불러서 한번 물어보시옵소서.
원각(元角)은 아비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는가?
주공,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아버님께서는 어떤 말씀도 연락도 없었나이다.
위성공은 원각을 급히 불러 물었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원각(元角)은
갑작스러운 위성공의 질문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주공, 신 영유(寧兪)가 말씀드리겠나이다.
원훤(元暄)이 만약 주군께 불충한 마음을 품었다면
어찌 기꺼이 그의 자식을 주군께 보내면서
주군을 잘 모시라고 했겠나이까?
주군께서는 아무 의심도 하지 마십시오!
위성공(衛成公)이 영유(寧兪)의 말을 믿고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또다시 천견(歂犬)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모함하는 말을 한다.
주군의 복위에 반대한 원훤(元暄)의 소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원훤(元暄)이 그의 자식을 이곳에 보낸 것은
주군에게 충성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군의 동정을 엿보게 하는 것이며, 틈을 보아
태숙 숙무(叔武)를 군위에 앉히려는 수작입니다.
주공, 진후(晉侯)에게 주군을 복위시켜 달라는
청은 이뤄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잘 아는 태숙 숙무(叔武)와 원훤(元暄)은
감히 회맹의 참석을 사양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버젓이 회맹에 참석하는 것은
주군이 믿게 만드려는 나쁜 태도입니다.
주군께서는 아무도 몰래 회맹 장에
사람을 보내,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위성공(衛成公)은 이미 비밀리에 세작을 보냈으므로, 숙무(叔武)와
원훤(元暄)의 행동을 살펴보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주양왕은 그해 여름 5월 정미 일에
어가를 움직여 천토(踐土)의 회맹 장소로 향했다.
전갈을 받은 진문공은 제후들을 거느리고
천토(踐土)에서 30리나 되는 곳까지 나와서
영접하여 새로 지은 왕궁으로 모셨다.
주양왕(周康王)이 임시 궁궐의 어전 옥좌에 앉게 되자, 이에따라
제후들은 머리를 숙여 배알(拜謁) 하는 의식을 거행하게 된다.
만세, 만세, 만세, 하시옵소서!
주상, 성복 전투에서 노획한 전리품 중
무장을 갖춘 병거 1백 승과 포로인 보졸 천 명과
기타 치중과 갑옷 등을 실은 3십여 대의
수레를 천자께 바치나이다!
고맙도다! 조상 대대로 원한이 많았던 초나라를
제환공이 세상을 뜬 이후로 형만의 초가 더욱
커져서 중원을 능멸하고 있던 차제에, 숙부가
격파하였으니, 너무나 좋고 기쁜 일이로다.
조상이신 주문왕과 주무왕 이래로 이제야
숙부의 노고에 힘입어 팔다리를 뻗고
편안히 쉴 수 있게 되었는데
짐인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상, 요행히 오랑캐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천자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어찌 신 중이(重耳) 만의 공이라 할 수 있겠나이까?
다음날 주양왕(周康王)은 진문공을 위해 주연을 베풀면서, 왕실의
상경 윤무공(尹武公)과 내사(內史) 숙흥(叔興)을 시켜 진문공을
방백(方伯)으로 임명한다는 칙명과 함께 하사품을 내렸다.
진문공에게 대로(大輅,수레)에 천자만이 치장할
수 있는 장막과 천자가 제사를 지낼 때 입는
의복인 별면(鷩冕)과 모자인 면류관(冕旒冠),
또한, 천자만이 사용하는 붉은 칠로 장식한
동궁(彤弓) 한 개와 동시(彤矢) 열 개와
검은 칠을 한 활(弓), 열 개와 화살 천 개,
기장 쌀에 울금을 넣어서 빚은 향기로운 술로써
천자가 제사 지낼 때 쓰는 거창주(秬鬯酒) 한 통과
그리고 천자처럼 3백 명의 호위무사를 거느리고
행차할 수 있는 의전을 허락했다.
왕실의 상경 윤무공(尹武公)과 내사(內史) 숙흥(叔興)은 주양왕이
내리는 칙서와 하사품을 전하면서, 주위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천자의 명을 큰 소리로 읽으면서 선포한다.
진후에게 이르노니 천자의 명을 거역하는 자는
스스로 판단하여 짐의 허락 없이 토벌할지어다!
진문공이 겸양하여 세 번을 사양하고 나서야, 주왕의 하사품과
칙명을 받았다. 이에 주양왕은 그 즉시 이를 글로 써서 방을 붙여
포고하도록 했으며, 이때 천자의 명을 받은 왕자 호가 진문공을
맹주로 지명하고 난 후 제후들을 규합하여 맹회를 주재했다.
진문공이 천자와 같이 걸어서 임시 왕궁의 어전에
들어가자, 제후들은 회맹장으로 직접 행차하지 못하고
어전에서 차례로 천자를 배알 하고 난 후에 향했다.
맹단 위로 진후가 먼저 등단하여 희생으로 잡는
소머리의 귀를 잡고 베어내자, 다른 제후들도
작위의 순서에 따라 맹단 위로 올라갔다.
위(衛)나라의 원훤(元暄)도 숙무(叔武)를 인도하여 진후 앞으로
가게 하였으며 인사를 올리도록 했다.
그날 태숙(太叔) 숙무(叔武)는 위(衛)나라 군주 위성공(衛成公)을
대신하여 맹회의 서약문에 맨 마지막으로 서명할 수 있었다.
서약문의 서명이 모두 끝나자, 왕자 호(虎)가 낭독하기 시작한다.
무릇 맹회에 참석하여 서약한 제후들은 다같이
맹세하노니, 왕실을 받들고 서로 해치지 말 것이며
이 맹세를 저버리는 자는 천지신명께서 용서치 않으시어
그 재앙은 자손 대대로 이어받아 그 제사가 끊어지리라!
주상, 주상께서 제후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라고
하시는데, 누가 감히 지키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제후들이 답하기를 모두 마치자, 작위의 순서에 따라 맹단(盟壇)에
올라가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며 그 징표로 삼았다.
제 357 화. 신상필벌은 어떤 결과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