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51 화. 패한 자의 갈 곳은 어디인가.

서 휴 2023. 11. 15. 14:02

 351 패한 자의 갈 곳은 어디인가.

  

성득신(成得臣)은 휴(땅에 세워둔 대채(待寨진지로 힘없이

걸어가면서도 너무나 억울하게 패한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면서

눈물을 머금으며 진군에 대한 복수심을 더욱 불태우고 있었다.

그때 앞에서 전초병이 달려오더니 급하게 보고한다.

 

       원수님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보라

 

       속히 병거(兵車)를 딴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우리 대채(待寨진지엔 제군(齊軍)과 진군(秦軍),

       두 나라가 벌써 점령하여 깃발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아니 정말이란 말이냐

       언제 그리 빨리 움직였더란 말이냐

 

원수 선진은 제군의 국귀보(國歸父)와 진군의 소자은(小子憖)에게

초군 진영 부근에 매복해 있다가성득신(成得臣)이 중군을 이끌고

나오면, 곧바로 휴(땅의 대채 진지를 급습하여 초군의 군량과

마초와 일체의 치중들을 노획하라고 명령했었다.

 

       (땅의 대채(待寨진지는 모든 군수품과 식량을

       보관하는 곳이므로그곳을 빼앗겼다는 것은 곧

       더 싸우거나 버틸 수도 없다는 뜻이 된다.

 

초군은 감히 대채 진지로 향하지 못하고 할 수 없이 유신산(有莘山)

뒤편의 험한 길을 택하면서, 힘들더라도 우회하여 진군과 싸움을

피하면서 수수(睢水)의 강변을 따라 초나라로 회군하려 하였다.

 

그때 투의신(鬪宜申)과 투발(鬪勃)도 각기 좌군과 우군의 살아남은

패잔병들을 수습하여 급히 오다가 성득신을 만나게 되었다.

 

       성득신 원수님힘을 내십시오

       이곳이 공상(空桑이라는 곳입니다.

 

       이 공상(空桑)을 지나면 우리 초의 땅이 되며

       조금만 더 가면 연곡(連谷城)이 나옵니다.

 

공상(空桑)이라는 곳을 제왕세기(帝王世紀)와 기현지(杞縣志)

실린 기록을 보면, 지금의 하남성 옹구현(雍丘縣이거나, 지금의

하남성 개봉시(開封市) 기현(杞縣)을 그 위치로 보기도 한다.

 

막 공상(空桑)을 지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앞에서 연주포(連珠炮)

소리가 콩 볶듯이 울리면서 한때의 군마가 퇴로를 막으며 나온다.

 

       아니, 저놈들은 또 뭐냐

       아니, 깃발에 대장(大將(라고 쓰여 있다니

 

       아니저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냐

       저자는 맨손으로 맥()을 때려잡은 놈이 아니냐

 

대장(大將()라는 깃발은 곧 위주(魏犨)를 말하는 것으로옛날

중이(重耳)와 가신들이 초나라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초성왕을 비롯한 초의 신료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맥()이라는 짐승을 만난 일이 있었다.

 

그때 그 맥()을 위주(魏犨)가 맨손으로 때려잡은 일이 있었기에

초의 군사들은 그의 귀신같은 용력(勇力)을 알기에 모두 겁을 냈다.

 

       ()이란 동물은 생김새는 곰같이 생겼으며,

       코는 코끼리처럼 생기고, 머리는 작고 다리는 짧으며

       쇠붙이를 먹고 산다는 신화(神話속의 괴수(怪獸)이.

 

이렇듯 험한 곳을 지나던 초라한 패잔병들이 용력이 고강한

위주(魏犨)를 만났으니모두 넋이 빠져 얼어붙는 듯 기절초풍한다.

 

       하하성득신이 이제야 오시는가

       진나라 위주(魏犨)를 알아보겠는가

 

       너희들은 이곳을 지나가지 못한다

       가고 싶은 놈은 나를 이기고 지나가거라

 

앞장서 가던 추월초는 성대심에게 성득신을 잘 보호하라고 하면서

고함지르며 뛰쳐나갔다이에 투발과 투의신도 달려나가 온 힘을

다해, 옆에서 도우면서 일대 싸움판이 벌어지게 되었다.

 

       어느 놈이 먼저 덤비겠느냐

       좋다 모두 함께 덤벼 봐라

 

       좋다위주 여기 성득신이 있다.

       나와 단둘이 한번 겨뤄보자

       허허좋도다기다리던 바다

 

위주와 성득신의 불꽃 튀는 싸움은 천지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재빠르면서 서로 간에 물러서지를 않았다이에 다른 장수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양편으로 갈리어 고함을 질러대며 응원하게 된다.

 

그때 갑자기 먼지가 일면서 한 파발병(擺撥兵)이 북쪽에서부터

비호같이 말을 타고, 큰 고함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멈추시오 싸움을 멈추시오

       위주 장수는 싸움을 멈추시오

 

       한창 싸움이 무르익는데 무슨 일이냐

       주공께서 특명을 내리셨소이다.

       선진 원수께서 주공의 명을 전하라는 명이오

 

       초군을 쫓지도 죽이지도 말라고 하셨소

       주공께서 초성왕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뜻이오

 

위주(魏犨)는 초군의 성득신(成得臣)과 장졸들을 모두 사로잡을

참이었는데, 몹시 아쉽게 되었다고 하면서 싸우던 창을 거두었다.

 

       초군에게 길을 비켜줘라

       빨리 사라지지 않고 무얼 꾸물대느냐

 

       이번엔 살려서 돌아가게 한다만 

       다시는 내 앞에 절대로 나타나지 마라

 

위주(魏犨)의 진군이 양쪽으로 물러서며 길을 열어주자초군은

공상(空桑)의 험지를 겨우 빠져나왔으며, 이윽고 연곡성(連谷城)

당도하자성득신(成得臣)은 초군의 실태를 점검하도록 명했다.

 

       원수님중군은 살아남은 자가 6할은 돼 오나

       좌우 군은 3할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신읍(申邑)과 식읍(息邑), 두 고을의 군사들은

       살아남은 자가 1할 정도밖에 안 되며

       거의 다 참혹하게 전멸당하였습니다.

 

성복(城濮전투는 진()과 초()가 크게 싸우는 전쟁이면서

춘추시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때 퇴피삼사(退避三舍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난다.

       표면상으로는 진문공이 초성왕에 대한 은혜를 갚는

       도의적인 행동이라고 인식하게 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예봉을 피해 도망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적을 교만에 빠지게 하면서

       적을 유리한 지형으로 계속 유인하며지치기를

       기다렸다가 제압하는 책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열세의 병력으로 우세한 적의 병력을 격파한

       최초의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퇴피삼사(退避三舍)는 후세의 병법가들에게 강적과 대치할

, 먼저 일보를 후퇴하면서적의 약점을 잡아내어 일격에

분쇄하는 전술의 기본 사상으로 삼게 하였다.

 

성득신은 연곡성(連谷城)으로 들어가 군사들을 정비하고 쉬게

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되자비로소 자신의 패배를 절감하고는 

땅을 치며 원통 해하면서 장수들에게 말하게 된다.

 

       초나라의 위엄을 만 리 밖에 세우려 하였더니

       뜻밖에 진(나라 놈들의 계략에 빠져버렸도다

 

       이는 공을 탐하다가 군사들만 잃어버렸으니

       이 죄를 어떻게 고해야 하겠는가

 

성득신(成得臣)은 차마 초성왕이 머무는 신성(申城)으로 갈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수하 장수인 투발투의신투월초 등과 함께

연곡성(連谷城)에 머물며 죄를 청하고자 아들 성대심을 보낸다.

 

       대왕이시여소신 성대심 이옵니다.

       모든 잘못이 저희에게 있어 죄를 청하나이다.

       부디 살피시어 용서하여주시옵소서

 

       과인의 명을 거역하면서까지 승리를 장담하더니,

       오히려 초(나라의 위신만 땅에 떨어뜨렸구나

 

       싸움에 이기지 못하면 군령을 달게 받겠다고 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대왕이시여대단히 죄송하나이다.

       신의 부친은 그 죄를 알아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자

       하시었으나, 실은 소신이 잠시 만류시켰나이다.

 

       아버님께서는 대왕의 직접 명을 받고 죽어야

       나라의 법을 밝히는 일이라고 말하셨나이다.

 

       싸움에서 진 장수는 죽음으로써 사죄함이

       초나라의 국법인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이번 싸움에 패전한 장수들은 책임을 지고

       마땅히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것이다

 

       죽음을 머뭇거리지 말라

       짐의 부월(斧鉞)을 써야 하겠느냐

 

       성대심 아너는 가서 전하라

       패장은 자결하여 부월(斧鉞)을 더럽히지 말라

 

부월(斧鉞)은 예전의 왕들이 살생권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중요한 사람을 죽일 때 사용하는 작은 도끼와 큰 도끼를 가리킨다.

 

       , 하늘은 왜 진문공을 택한 것인가

       , 하늘은 왜 나를 택하지 않았는가

 

       그 열대여섯 밖에 안 되는 위가(蔿賈)라는 놈이

       나 성득신(成得臣)이 초의 전군을 지휘하고

       나랏일을 맡길 만한 큰 재목이 못 된다고 하였던가

 

       나를 그렇게밖에 평가하지 않았단 말인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작은 그릇이 아니다

       내 운명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결코지지 않을 싸움에 지고 만 것이다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나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말 것이다

 

성득신(成得臣) 성복(城濮싸움의 내용을 회상해보면서통한의

탄식으로 눈물을 삼키며 혼자의 생각을 되씹고 있었다.

 

       초성왕(楚成王)이 패장들의 죄를 단호하게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자성대심(成大心)은 흐느끼면서

       아버지 성득신을 찾아 연곡성으로 가게 된다.

 

 352 위여신의 혜안을 어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