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5 화. 격분시켜 이성을 잃게 하는가.
제 345 화. 격분시켜 이성을 잃게 하는가.
선진(先軫)이 호언(狐偃)께 말씀드립니다.
성득신 자신은 덕(德)을 베풀려 하는 것이며
원망은 모두 우리에게 넘기려는 수작입니다!
또한, 그들이 내민 강화조건을 거절하는 것은
곧 세 나라를 잃어버리는 일과 같으므로
세 나라의 원망은 모두 우리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또한, 위(衛)와 조(曹)를 복국(復國) 시키라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덕(德)은 모두 초(楚)의 것이 됩니다.
만일 우리가 강화조건을 가지고 망설이는 사이에,
성득신이 송(宋)과 내통하여 화의를 맺는다면,
우리는 송(宋)나라마저 잃게 됩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역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역으로 이용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비밀리에 위(衛)와 조(曹), 두 나라 군주에게
복위시켜주겠다고 약속하여 주면서
초(楚)나라와의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한 다음
다시 완춘(宛春)을 붙잡아 감금해버리게 되면
성득신(成得臣)은 극도로 격노하게 될 것입니다.
성득신(成得臣)은 원래 성격이 강직하고 조급하여
필시 분을 참지 못할 것이며, 반드시 초군을
이동시켜 우리와 결전을 서두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양성의 포위는 풀어달라고
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포위를 푸는 것이지요!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원수 선진(先軫)의 계책을 모두 듣고 나서야!
신이 너무 조급했다는 걸 깨달았나이다.
주공, 선진(先軫)은 연일 초군(楚軍)을 상대로 기막힌
지략을 쏟아 내고 있어 감탄을 금치 못하겠나이다!
과인도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선진의 계략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오!
이때 진문공은 선진(先軫)의 지략(智略)이 모두에게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몹시 흡족하게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초(楚)에 대한 옛날의
약속이 생각났으므로, 이를 상기하면서 말하게 되었다.
원수 선진(先軫)의 계책이 대단히 훌륭하오!
그러나 옛날 초왕에게 깊은 은혜를 입은 바라
과인이 그의 사자를 잡아 억류시킨다면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오?
주공, 장수 란지(欒枝) 이옵니다.
초(楚)가 소국들은 병탄하여 온 지가 오래되었으며,
이제는 큰 나라까지 능욕하고 있사옵니다.
이것은 중원 열국의 큰 치욕이라 할 수 있나이다.
주군께서 패업에 뜻이 없다면,
조용히 계시면 되겠지만!
그러나 장차 패업을 이루려고 생각하신다면
그 치욕은 바로 주군께 돌아오게 됩니다.
주공, 사사로이 입은 은혜에 연연하신다면
중원 열국의 열망을 배신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공, 그렇지 않사옵니까?
허 어, 장수 란지(欒枝)의 말이 아니었더라면
과인은 깨닫지 못할 뻔하였구나!
진문공(晉文公)은 즉시 장수 란지(欒枝)에게 명하여 완춘(宛春)을
오록성(五鹿城)으로 압송하게 하였으며, 그곳을 지키던 수장
극보양(郤步揚)에게 넘겨주면서 철저히 감시하라고 명했다.
완춘(宛春)이 무례하여 끌고가 감옥에 가두리라.
완춘을 따라온 초(楚)의 군사들은 어서 돌아가라!
영윤마저 잡으면 함께 참수에 처한다고 전하라!
장수 완춘(宛春)을 따라왔던 초(楚)의 군사들에게 완춘을 잡아 가둘
내용을 알려주고, 초군 진영으로 돌아가 성득신에게 전하게 했다.
이에 잔뜩 겁이 난, 초(楚)의 군사들은 재빨리 달려가 보고하였다.
이어서 진문공(晉文公)은 조쇠(趙衰)를 불러, 조공공(曹共公)에
대한 계책을 알려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게 하였다.
조공공은 과인의 말을 듣도록 하라!
과인이 유랑할 때 크게 수모를 당했으나
그렇다고 이리 과도한 짓을 하겠는가?
그 연유는 귀군이 초(楚)나라 편에 서서
주 왕실을 배반하였기 때문이노라!
귀군이 편지를 써서 초(楚)와의 관계를 끊고
우리 진(晉)과 수호를 맺겠다고 약속한다면
즉시 조(曹)를 복귀시켜 귀군에게 돌려주겠노라.
조공공(曹共公)은 뜻밖에도 자기를 석방하여주면서, 또한 조(曹)
나라 땅도 복귀시켜준다는 말에 몹시 반색하면서, 즉시 편지를
써서 성득신(成得臣)에게 보낸다.
과인은 우리 조(曹)나라의 사직이 끊어지고
죽음을 면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부득이 진(晉)나라를 섬기기로 하였소!
앞으로 과인은 초(楚)나라를 다시 상국으로
받들 수 없게 되어 미안하오.
영윤께서 진작에 진군(晉軍)을 몰아내었더라면
과인이 이런 고생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렇게 노심초사하며 마음 졸이면서
감히 어찌 두 마음을 품을 수 있었겠소?
진문공(晉文公)은 양우(襄牛)에도 조쇠(趙衰)를 보내, 피신하고
있던 위성공에게도 초(楚)와 단교하는 편지를 보내게 된다면,
복귀을 허락한다고 전하자, 위성공(衛成公)은 크게 기뻐하였다.
주공, 신 영유(寧兪)가 진심으로 간하나이다.
이것은 진문공의 반간계(反間計) 입니다.
쉽게 믿으시면 아니 됩니다!
위성공(衛成公)은 영유(寧兪)의 간곡한 주청에도 말을 듣지 않고
역시 조공공(曹共公)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써서 보낸다.
초군(楚軍)을 상대로 한 선진(先軫)의 지략과
진군(晉軍)을 상대로 한 완춘(宛春)의 책략은
상대의 전략을 정확히 기만하는 싸움이었으므로
현실에서 잘못 적용하면 실패도 클 수가 있었다.
선진(先軫)은 상대의 계략을 꿰뚫어 보며 대응 전략을 짜지만,
성득신(成得臣)은 완춘(宛春)을 진군에 보내고 나서, 진후(晉侯)의
답이 오기만을 느긋하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진후(晉侯)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좋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손해 볼 건 없도다.
수양성(睢陽城)에 대한 공격은 일단 멈춰라!
송군(宋軍)이 우리가 왜 공격을 멈췄냐고 물으면
우리가 진후(晉侯)에게 화의를 제안한바
진후(晉侯)가 화의를 받아들이면
포위를 풀어주고 돌아갈 것이며,
만약 화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시 총공격할 것이라고 큰소리로 알려 주어라.
이처럼 송군(宋軍)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라.
진후(晉侯)의 판단을 빨리 끌어내야 한다!
이렇게 명령한 성득신은 수양성(睢陽城)에 대한 공격을 멈추게
하고, 완춘(宛春)이 진후(晉侯)의 답을 가지고 오기만을 기다린다.
초군(楚軍)이 갑자기 수양성(睢陽城) 공격을 멈추자, 이상하게
생각한 송군(宋軍)은, 비로서 성득신(成得臣)이 진후(晉侯)에게
화의를 제안한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송성공(宋成公)은 진후(晉侯)를 믿고 있는바
더욱 초군(楚軍)의 동태를 살피게 되는데,
문윤반(門尹般)과 화수로(華秀老)가 움직이는 소문을
듣게 되자, 더욱 긴장하면서 경계를 강화하게 되었다.
이때 완춘(宛春)을 따라갔다가 돌아온 군사들이 뜻밖의 말을
전하자 성득신(成得臣)은 몹시 분개하며 길길이 뛰게 된다.
지금 뭐라고 말하였느냐?
장수 완춘(宛春)을 억류시켰으며
영윤 임, 마저 잡으면 함께 참수시킨다고.
반드시 전하라 하였나이다.
뭐라고 중이(重耳)란 놈이 그리 말했단 말이냐?
그래 완춘(宛春)은 어찌 되었느냐?
지금 옥에 가둔다며 끌고 갔습니다.
중이(重耳)라는 놈은 늙은 도적놈이 아닌가!
그 늙은 도적놈이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우리 대왕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은 놈이 아닌가!
그놈이 우리 초(楚) 나라에서 빌어먹고 있을 때
내가 한칼에 요절을 내 죽이려 했었는데
대왕이 만류하여 살려주었잖느냐!
이제 진후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듯 우리 초(楚) 나라를 기만하는 것이냐?
더구나 두 나라가 교전하고 있을 때는
사자로 온 사람의 죄를 논하지 않거늘
감히 사자를 잡아 가둔단 말이더냐?
내 당장 초군을 이끌고 저 늙은 놈을 찾아가
결판을 내면서 아예 죽여 버리고 말리라 !
내 결코 중이(重耳)를 죽이지 않으면
결코 초(楚) 나라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성득신(成得臣)이 몹시 화가 나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한 군사가 장막 안으로 들어오더니 정중히 보고한다.
영윤 임, 위(衛)와 조(曹) 나라의 사신이 찾아왔습니다.
어서 들라고 하여라!
두 나라 사신이 같이 오다니 무슨 일이오?
같이 온 건 아니고 오다가 만난 것입니다.
영윤 임, 위(衛)와 조(曹)에서 편지를 보내 왔습니다.
위(衛) 나라의 위후(衛侯)는 양우(襄牛) 땅으로 도망가 있고
조백(曹伯)은 잡혀서 진(晉)의 군영에 갇혀있는데
무슨 내용의 편지를 보냈단 말인가?
제 346 화. 드디어 성복 전투가 시작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