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9 화. 작은 은혜에 너무 큰 걸 받다니.
제 339 화. 작은 은혜에 너무 큰 걸 받다니.
진군(晉軍)은 듣도록 하라!
성벽에 내건 시체들을 거두어들일 것이다
우리 무덤을 더는 파헤치지 마라!
그대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리라!
그걸 어떻게 믿느냐?
너희들이 죽은 우리 군사들의 시신을 거두어
염(殮)을 한 후에 관에 넣어 우리에게 보내준다면
우리도 무덤을 파헤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관을 짜고 염을 다 마치려면
5일간의 말미가 필요하오.
좋다. 5일간의 약속을 지켜라!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너희 조상들을
더 욕보이더라도 우릴 탓하지 말라!
조공공(曹共公)은 성벽에 내건 시체들을 당장 거두어들이라 명하고
그날부터 진군의 시체를 염(殮) 하면서 열심히 관을 짜기 시작했다.
장수들은 들으시오!
저 대부 우랑(于郞)과 조공공(曹共公)은 둘 다
치사한 꾀를 쓰니 믿을 사람이 못 되오!
이번에 조(曹) 나라를 정리해 버립시다.
상군의 일부는 조성(曹城) 오른편 숲에 매복하고
하군은 왼편 구릉 뒤에 숨어 있으시오.
성안의 조군(曹軍)이 관을 짜고 염을 하느라 분주할 때 선진(先軫)은
조성(曹城)을 점령할 수 있도록 계책을 마련해 준비하고 있었다.
기다리던 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조공공(曹共公)은 관을 내보내려
하다가, 성루에 올라가 진군을 향해 고함친다.
진군은 들으시오! 거의 준비가 끝나가오!
약속대로 진군의 관을 돌려주겠다.
대신 너희들은 외성에서 5리 밖으로 후퇴하라!
좋다. 두말없이 5리 밖으로 물러가겠다.
약속대로 어서 관(棺)을 내보내라!
조공공(曹共公)이 진군(晉軍)을 5리 밖으로 후퇴하라고 고함지른
것은, 조성(曹城)의 성문을 여는 순간 진군(晉軍)이 공격해올 것을
염려해서였다. 이에 선진(先軫)은 이미 모든 계책을 세워두었기에,
두말없이 진군(晉軍)을 5리 밖으로 물러난다.
자, 지금부터 관(棺)이 나간다!
진군은 잘 세어보며 관(棺)을 받아가라!
조성(曹城)의 내성에서 300개의 관(棺)이 나오다 보니, 수레들이
길게 늘어서게 되고, 진군(晉軍) 또한 관을 받아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1개 관씩 인수하여 싣느라 일대 혼잡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다! 매복군은 조성(曹城)을 덮쳐라!
본대는 조성(曹城)을 공격하라!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관(棺)을 인수하던 진군(晉軍)의 군사들이
숨겨온 칼을 빼 들었으며, 매복 병들이 서로 경쟁하듯 신속하게
수레를 비켜 가며 물밀 듯이 조성(曹城) 안으로 들어갔다.
저리 비켜라! 성문을 빨리 닫아라!
관 실은 수레와 진군이 엉키어 닫을 수가 없소!
갑자기 진군의 매복 군뿐만 아니라 진군의 본대까지 일제히 성문을
향해 공격하며 달려들자 도저히 성문을 닫을 수가 없게 되었다.
조공공(曹共公)은 성루에서 조군을 지휘하며 진군을 막으려 했으나,
이를 잔뜩 노려보고 있던 위주(魏犨)가 수레에서 몸을 솟구쳐
성루에 올라가더니 조공공을 내동댕이치며 포승줄로 묶어 버렸다.
주공, 이 위주(魏犨)가 조공공을 끌고 왔습니다.
주공, 이자가 조공공(曹共公) 입니다!
주공, 이 전힐(顚頡)이 우랑(于郞)의 목을 잘랐습니다.
주공, 이것이 우랑(于郞)의 수급입니다!
주공, 전리품들은 저쪽에 정리해 놓겠습니다.
알아서 하라! 모두 고생하였도다!
조공공(曹共公)을 과인 앞에 꿇려라!
지금도 변협(騈脅)이 보고 싶은가?
자! 지금이라도 내 가슴을 만져보겠느냐?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조(曹) 나라 사대부들의 명부를 보고 하라.
주공, 초헌(軺軒)을 타는 벼슬아치가 300이 넘습니다.
진문공은 초헌(軺軒)을 타고 다니며 거들먹거리던, 300여 명의
소인배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도륙해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진군의 노고에 답하는 상으로 나눠주게 하였다.
초헌(軺軒)은 명거(命車), 목마(木馬), 초거(軺車)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긴 줏대 밑으로 외바퀴가 달려있다.
줏대 위로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덮개가 있고
줏대 밑으로 두 개의 긴 채가 달려있으며
채 중심의 의자는 사슴 가죽으로 등받이와 방석을
만들고, 한사람이 타면 앞뒤에서 세 명 이상이
한 조를 이뤄 채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민다.
지체가 높은 사람의 과시용이기도 하므로 이것만 보더라도 작은
조(曹) 나라가 얼마나 엉망으로 운영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왜 희부기의 이름이 보이지 않느냐?
주공, 희부기는 화의를 권유했다가
벼슬을 박탈당하고 이제 집에 있다고 합니다!
조공공, 너는 단 한 명의 현신도 능히 쓰지
못하고 소인배들과 놀고만 있었구나
아이들 장난치듯 나랏일을 하였으니
어찌 조(曹) 나라가 망하지 않겠느냐?
저 조공공(曹共公)을 밀폐된 방에 가둬놔라!
초(楚)와 싸워 이긴 후에 처분을 내리겠노라!
희부기 어서 오시 오! 반갑소!
이렇게 진후를 뵙게 되어 감개무량하옵니다.
진문공은 옛날 희부기(僖負羈)의 정성스러운 음식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을 높이 샀으며, 또한 아끼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므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북문 지역에서 가장 큰 저택을 하사하였다.
북문 일대는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마라!
만일 희부기(僖負羈)를 놀라게 하거나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린다면 참형에 처하리라!
지금까지 이렇게 파격적인 일이 없었으므로,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진문공(晉文公)이 19년간의 긴 망명 생활을 하며,
은원(恩怨) 관계에 쌓인 한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진문은 중요한 일이 끝나자, 조성 안의
경비와 치안은 상군 대장 호언(狐偃)과
하군 부장 서신(胥臣)이 맡도록 명령했다.
장수들의 반은 조성에 남아 지키게 하였으며,
나머지 인원은 선진(先軫)과 함께 조성 밖의
진군 본채로 돌아갔다.
한편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두 장수는 평소에 자기들의 공이
큼을 과신한 나머지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주공은 희부기에게 큰 저택을 하사하다니!
너무 과분한 보답이 아니겠소?
우리는 조공공(曹共公)을 사로잡았고
또 우랑(于郞)의 목을 베었잖소!
위주(魏犨) 장수, 우리에게 포상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시고, 그깟 한 끼 얻어먹은 저녁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리 큰 저택을 주는 것이오?
전힐(顚頡) 장수, 주공께선 장수들이 목숨 걸고
싸운 걸 가볍고 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소?
위주(魏犨) 장수, 만일 희부기(僖負羈)가 후일에
벼슬하게 되면, 틀림없이 우리보다 중용될 것이오.
나중에 그가 주공의 총애를 믿고 우리를
업신여긴다면 우리의 체면이 뭐가 되겠소?
위주魏犨 장수, 화가나 참지 못하겠소이다.
차라리 희부기僖負羈 집에 불을 놔버립시다.
아예, 죽여버려 후환을 없애버리는 게 어떻겠소?
전힐(顚頡) 장수의 말에 일리가 있소만!
주공이 가만히 계시겠소?
주공이 나중에 아시더라도 말씀하신 대로
우리를 차마 참수형에 처하기까지 하겠소이까?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두 장수는 몹시 술에 취하게 되자, 서로
의기가 투합되어, 전힐(顚頡)은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술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희부기의 집을 에워싸 불을 질러라!
하하, 잘도 타는구나!
앞문과 뒷문에서부터 동시에 불을 놓게 하자, 희부기의 집은
갑자기 화염이 충천했으며, 이때 위주(魏犨)는 술에 취했음에도
용감하게 뛰쳐들어가 희부기(僖負羈)를 찾아내어 죽이려 했다.
잘난 희부기(僖負羈)는 어디 있느냐?
네놈이 대체 무슨 공을 크게 세웠다고
이런 커다란 집을 하사받는단 말이냐?
어이쿠! 불기둥이 쓰러지다니 큰일 났구나!
에구구, 또 덮치는구나!
그때 별안간 화염에 휩싸인 대들보가 불에 탄 나머지 갑자기
밑으로 큰소리를 내면서 무너져 내리다가 위주를 덮치고 말았다.
큰일이다! 불기둥에 꼼짝을 못하겠구나!
아이 구! 나, 죽겠구나!
위주는 불기둥에 깔려 꼼짝을 못하는 데 다른 또 다른 불기둥이
가슴을 때리자 죽을 만큼의 통증이 심하게 왔으나 입에서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내고는 마지막 힘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불기둥을 밀어내고 몸을 솟구쳐 가까스로 불길에서 빠져나간다.
에잇, 내가 어찌 죽을 손가!
으라차차, 불기둥아 저리 비켜라!
위주(魏犨)는 불붙은 옷을 벗어 던지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버렸으나, 타죽는 것만 면하고 마당에 쓰러졌다.
제 340 화. 모든 공이 일순간에 날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