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7 화. 덕을 베풀지 못해 침공 당한다.
제 337 화. 덕을 베풀지 못해 침공 당한다.
위(衛) 공자 개방(開方)은 들으시오?
진(晉) 나라에서 동맹을 맺자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좋은 제안을 받은 것입니다.
주공께서 이제 즉위하셨으므로 백성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좋은 돌파구가 되시옵니다.
주공, 진(晉)과 동맹을 맺어 초(楚)에게 빼앗긴
양곡(陽谷)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선포하시면서
백성들의 환심을 사십시오!
제소공(齊昭公)은 즉시 진군(晉軍)을 수소문하여, 염우(斂盂) 땅에
진채를 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곧바로 위(衛) 나라 국경을
통과하여 진문공(晉文公)을 만나자마자 동맹을 맺게 되었다.
주공, 큰일이 났습니다.
진군(晉軍)이 오록성(五鹿城)을 함락시키고는
턱밑인 염우(斂盂) 땅에 진채를 세웠나이다.
보아하니 진군(晉軍)은 강군인데
우리가 어떻게 저 진군(晉軍)을 당할 수 있겠는가?
주공, 우리는 진군(晉軍)을 도저히 당할 수 없나이다.
더구나 진(晉) 나라는 제(齊)와 동맹을 맺었으며
제군(齊軍)이 연합하러 곧 온다는 소문도 있사옵니다.
주공, 화의(和議)를 맺어 위급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진후(晉侯)가 화의(和議)를 받아 주겠는가?
누가 진후(晉侯)를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주공, 대부 영유(寧兪)가 적임자이나이다.
당황한 위성공(衛成公)은 옛날 상경 영속(寧速)이 유랑 중인 중이와
가신들을 잘 대접해주자고 주장하였던 걸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아들 영유(寧兪)를 사절로 보내게 된다.
신의 위후(衛侯)께서 용서를 빌고 있사옵니다.
위후(衛侯)가 우리에게 길을 빌려주지 않더니
이제 두려운 마음이 생긴 것이로구나!
화의(和議)를 맺자고 청하는 것인가?
예 예, 진후(晉侯)께 간절히 청하옵니다.
이는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고 할 수 없도다!
어찌 위후(衛侯)의 마음을 믿을 수 있겠는가?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고 돌아가라!
초구성(楚丘城)을 허물어 평지를 만들고 말리라!
영유(寧兪)가 돌아가 보고 하자, 진군이 곧 공격한다는 소문이
초구성(楚丘城) 안에 퍼지면서 백성들은 불안에 떨게 되었다.
주공, 신 영유(寧兪) 이옵니다.
진후(晉侯)가 분노하여 곧 공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성이나 사대부들이 불안에 떨고 있나이다.
차라리 주군께서 성 밖으로 몰래 나가시어
잠시 피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주공께서 성 밖으로 탈출하였다는 사실을
진후(晉侯)가 알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 초구성의 백성은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주공, 신들의 충성심을 믿으시고
잠시만 양우(襄牛) 땅에 나가 계십시오?
진후(晉侯)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려
다시 사정하면 복귀하실 수 있사옵니다.
허 참, 선군께서 유랑하며 떠돌던 중이(重耳)에게
예로써 대접하지 못하였고,
과인도 사리에 밝지 못하여 길을 빌려주지 않아
일이 이 지경까지 되다니 정말 한탄스럽구나!
과인의 잘못이 백성과 사대부들에게 미치다니
과인이 성안에 남아 있을 면목이 없게 되었구나!
위성공은 대부 손염(孫炎)을 초(楚)의 성득신(成得臣)에게 보내
구원을 청하게 하고, 대부 원훤(元咺)과 동생 숙무(叔武)에게 위(衛)
나라를 섭정하게 하고는, 양우(襄牛) 땅으로 달아나 머물렀다.
그때가 주양왕(周襄王) 20년이며 기원전 632년 봄 2월의 일이었다.
다음 3월에 시의(侍醫)에게 치료받던 원수 극곡(郤穀)은 일어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자, 진문공은 몹시 애석해하며 울었다.
극곡(郤穀) 만한 인재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일찍 가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원통하구나!
어서 극곡(郤穀)의 관을 강성(絳城)에 보내고
비록 전쟁 중이나 성대한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
진문공(晉文公)은 극곡(郤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나자, 갑자기
비게 된 중군 대장에 대해 누구를 임명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장수 선진(先軫)을 중군 대장에 임명하노라!
하군, 부장에는 서신(胥臣)을 임명하노라!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주공, 너무 파격적인 인사에 모두 놀라고 있나이다.
주공, 신은 아직 젊은 나이에 있으며
부족함이 많으므로 중군 대장의 자격이 없나이다.
아니다! 앞으로 큰 전쟁을 많이 치러야 하므로
선진(先軫)은 사양치 마라!
오록 땅을 점령한 공이 크며, 지금까지 한 솜씨로 보아
그대가 아니면 누가 전략을 짤 것이며
누가 방책을 세워 진군(晉軍)을 이끌겠는가?
각 군의 장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이는 문제가 안 되나이다.
좋소. 앞으로 선진(先軫) 대장의 명령에 복종하시오!
주공, 모두 즐거이 따르겠사옵니다.
조쇠(趙衰)의 천거가 있었긴 하지만 제일 젊은 나이에 중군 대장이
된 건 파격적인 인사라고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선진(先軫)은
문무백관 사이에 인정을 받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위(衛) 나라를 지금 공격하면 어떻겠는가?
주공, 선진(先軫)이 아뢰나이다.
주공, 초(楚)에 공격받는 송(宋) 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가 왔지만,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공께서 천하의 패업(覇業)을 생각하신다면
위(衛)와 조(曹), 이 작은 두 나라를
우리 손으로 망하게 해서는 아니 됩니다.
주공께서는 방백(方伯)의 임무를 생각하시어
작은 나라의 위험을 먼저 구해주어야 하나이다.
그렇다면 위(衛) 나라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주공, 위(衛) 나라가 무도하기는 하나!
위성공(衛成公)이 이미 나라 밖으로 탈출해 버렸으며
위(衛) 나라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려있어.
퇴로를 막는 등의 허튼짓은 못 하게 되옵니다.
주공, 위성공(衛成公)이 초(楚)에 구원을 청하여
초군(楚軍)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바, 이제
우리는 조(曹) 나라를 정벌하러 가야 합니다.
초군(楚軍)이 위(衛) 나라를 구원하러 왔을 때는
우리는 이미 조(曹) 나라에 있게 되므로
초(楚) 나라의 의중에서 벗어날 수 있사옵니다.
선진(先軫)은 어찌하여 그리 소상히 알고 있는가?
위(衛)의 대부 영유(寧兪)가 비밀리에 알려 왔으며
신 또한 세작(細作)을 풀어 알아봤사옵니다.
선진(先軫)의 작전이 훌륭하도다!
어서 조(曹) 나라로 가도록 하라!
진문공은 선진(先軫)의 작전에 따라 초구성(楚丘城)에 대한 포위를
풀어주고는, 방향을 바꾸어 극진(棘津) 나루터로 돌아갔으며,
남하(南河)를 건너자, 재빠르게 조(曹)의 조성(曹城)에 당도했다.
진군(晉軍)이 우리 조성(曹城) 앞까지 왔소!
어찌하면 저 진군(晉軍)을 몰아낼 수 있겠소?
주공, 상경 희부기(僖負羈) 이옵니다.
진군(晉軍)이 공격하는 것은 옛날 원한 때문이옵니다.
대부 희부기(僖負羈)는 암군(暗君)인 조공공(曹共公) 밑에서 유일한
충신이었다.
주공, 옛날 진후(晉侯)가 가신들과 유랑할 때
우리 조(曹) 나라에 들린 일이 있지 않습니까?
주공께서는 그때 한 번도 대접하지 않으면서
주공은 대부들과 철없는 장난이 너무 심했습니다.
심한 모욕을 당한 그 일로 진후(晉侯)의 분노가
매우 깊어 원한을 풀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주공, 잘못하면 나라와 백성이 환난을 겪게 됩니다.
신이 진후(晉侯)를 찾아가 주공이 범한 죄에 용서를
빌면서, 화의를 청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진후(晉侯)가 위(衛) 나라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찌 우리 조(曹) 나라인들 용서하겠는가?
조공공(曹共公)은 정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므로, 소인배 들에게
감투를 나눠주고, 그들과 장난질이나 하다가, 송양공(宋襄公)이
소집한 회맹 때는 아무 권한도 없는 대부를 대신 보냈다가,
송양공(宋襄公)의 분노를 사게 되어 침략을 받은 적도 있었다.
또한, 중이(重耳) 일행이 유랑 다니다가,
조(曹) 나라에 들렸을 때는 공관에 있게 하고는
환영의 연회도 베풀어주지 않는 홀대를 하면서,
중이(重耳)가 발가벗고 한창 목욕하고 있을 때,
조공공(曹共公)과 대부 우랑(于郞)을 비롯한
측근들이 평복으로 변장하고
예의도 없이 욕당(浴堂)의 문을 밀치고 들어가
발가벗은 중이(重耳)의 알몸을 빤히 들여다보고는
변협(騈脅)에 대해 낄낄거리다가 나가버린 일도 있었다.
상경 희부기(僖負羈)는 중이(重耳) 일행이 푸대접받는 걸 알게
되자. 현명한 아내 여씨(呂氏)의 도움으로 중이(重耳)의
노여움을 풀어주고자 정성껏 음식을 대접한 일이 있었다.
제 338 화. 시체를 어찌 성루에 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