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5 화. 어느 나라를 먼저 칠 것인가.
제 335 화. 어느 나라를 먼저 칠 것인가.
3일 동안 조련하고, 열흘 후에 진법(陣法)에 따라
정공(正攻)과 기습(奇襲)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공수(攻守)의 반복적 훈련을 거듭 거듭시켰다.
이에 엄격한 군율이 몸에 배게 되었으며, 극곡(郤縠)은 진법(陣法)의
변화를 마음먹은 대로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장수들은 극곡(郤縠)이 관대할 때는 관대하고
엄하게 할 때는 엄하게 하는데
그 경우가 하나도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이 없어
마음속으로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옛날의 전쟁에서는 진격할 때는 북을 치고 후퇴할 때는 금(金)을 쳤다.
금(金)은 군대에서 사용하던 징, 요(鐃), 나(鑼) 등의 악기를 불거나
두드리는 것으로, 대오를 정렬하거나, 중지시키는 명령이 되었다.
자 이제 훈련을 마치도록 하자!
어서 금(金)을 울려라!
훈련이 끝나 금(金)을 울려 군사들을 거두려는 순간에 극곡(郤縠)이
서 있는 지휘대에서 홀연히 한바탕 사납고 거센 바람이 일어나더니
갑자기 원수 깃대가 부려지면서 원수기가 땅에 떨어졌다.
불길한 징조가 일어나자, 장수들이 안색이 변하여 안절부절하면서,
극곡(郤縠)에게 다가가 위로하는 말을 하게 된다.
원수께선 별일이 없으신지요?
허허, 너무 걱정치 마시오!
주군과 여러분 곁에 오래 머물면서
주공이 대업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오!
장수들은 그가 말하는 뜻을 물으려 했으나, 극곡(郤縠)은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 진군(晉軍)의 선두에 서서 나아갔다.
장수들은 모두 모이도록 하시오!
이제 우리 진군(晉軍)을 둘로 나누어
조(曹)와 위(衛)를 징벌하러 출진할 것이오.
원수 극곡(郤縠)은 의견을 말해 보시 오.
주공, 신 극곡(郤縠)은 선진(先軫) 장수와 함께
여러 작전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주공, 우리의 군사를 양로로 나누어
조(曹)와 위(衛) 나라를 동시에 정벌하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아직은 초군(楚軍)과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주공께서는 조(曹) 나라를 정벌한다고
위(衛)에게 길을 빌려 달라 하십시오.
조(曹) 나라와 관계가 좋은 위(衛) 나라는
우리의 청을 반드시 거절할 것입니다.
주공, 우리가 이미 기내(畿內) 땅을 확보해 놨으므로
태항산(太行山) 남쪽으로 우회하여 신속히 내려가
하수(河水)의 하류 쪽에서 건너가 위(衛) 나라를 곧바로
쳐들어간다면, 이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법이 됩니다.
그리되면 승산은 십중팔구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위(衛) 나라를 정벌한 여세를 타고
거침없는 기세로 조(曹) 나라의 국경에 임합니다.
평소에 백성들에게 신망을 잃고 있는 조백(曹伯)은
위(衛) 나라가 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우리 진군(晉軍)의 위세에 지레 겁먹게 되므로
조(曹) 나라도 역시 쉽게 격파할 수 있나이다.
원수 극곡(郤縠)의 작전은 너무나 좋소!
원수는 참으로 연구를 많이 하였소!
진문공(晉文公)은 크게 기뻐하면서 위(衛) 나라 국경을 지나 위(衛)
나라의 수도인 초구성(楚丘城)이 가까이 바라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행군을 잠시 멈추어라!
우리가 책(翟) 나라를 떠나 제(齊) 나라로 망명갈 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지나가던 바로 그 길이로다.
그땐 정말 배가 너무 고파 암담했었다!
중이(重耳) 공자가 가신들과 굶주리며 갔던 길을, 진후(晉侯)가
되어, 이제 진군(晉軍)을 이끌고 옛날의 그 길을 다시 가게 되니
옛일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가며 잠시 감회에 져졌다.
자, 이제부터 위(衛)를 먼저 칠 것인가?
아니면 앞서 조(曹)를 먼저 쳐야 하겠소?
주공, 호언(狐偃) 이옵니다.
위(衛) 나라는 치기가 만만치 안 사 오니
작은 조(曹) 나라를 먼저 공략해야 합니다.
조(曹) 나라는 송(宋) 나라와 가까워 초군(楚軍)은
반드시 조(曹) 나라를 구원하러 올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 진군의 원정 목표는 달성하게 되며
초군(楚軍)에 대한 대책은 되돌아가면서
그때 따로 세워도 늦지 않나이다.
주공, 하군 부장 선진이옵니다.
처음에 원수 극곡 원수께서 이야기하였듯이
먼저 위(衛) 나라를 쳐야 합니다.
위(衛) 나라를 그냥 두고 조(曹)를 공략했다가
초군(楚軍)과의 싸움이 어려워지게 된다면
위(衛) 나라로 인하여 퇴로를 차단당할 수 있습니다.
위(衛) 나라를 먼저 쳐서 퇴로를 확보한 후에
조(曹) 나라를 공략하는 것이 마땅한 조치이옵니다.
하오나, 지금 위(衛) 나라는 방비를 튼튼히
잘 하고 있어 어려운 싸움이 됩니다.
우선, 위군(衛軍)의 방비를 허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先軫 장수는 선군께서 시행하신
가도멸괵(假道滅虢)을 생각하는 것인가?
주공, 바로 그렇사옵니다.
가도멸괵(假道滅虢)은 진군(晉軍)이 우(虞) 나라의 길을 빌려 괵(虢)을
멸하고 난 후에 우(虞) 나라마저 점령해버렸던 옛일을 말하는 것이다.
대부 서신(胥臣)은 앞으로 나오라!
주공, 신 서신(胥臣) 이옵니다.
서신(胥臣)은 지금 곧 위(衛) 나라에 가서
조(曹) 나라를 공략하고자 하니 지나갈 수 있도록
위(衛) 나라의 길을 빌려 달라고 청하라!
이때 위(衛) 나라는 위문공(衛文公)이 죽고 그 아들 위성공(衛成公)이
위(衛) 나라를 다스린 지 3년째 되고 있었다.
진(晉) 나라가 조(曹) 나라를 정벌하겠다며
우리보고 길을 빌려 달라고 하오!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지난날 진후(晉侯)가 유랑 시절 우리 위(衛) 나라를
지날 때 선군께서는 예를 갖추어 접대하지 않았습니다.
주공, 지난날 진후를 괄시하였던 바가 있었으므로
이번에는 진후의 요구를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먼저 치려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저 진군(晉軍)을 막을 수 없나이다.
이렇게 주장한 사람은 영유(寧兪)와 원훤(元暄) 이라는 사람이었다.
영유(寧兪)는 진문공이 유랑하던 시절 위 나라에 들렀을 때
잘 대해주어야 한다고 간언했던 영속(寧速)의 아들이다.
주공, 진후(晉侯)는 몹시 무례하옵니다.
우리는 조(曹) 나라와 동맹국일 뿐만 아니라
초(楚) 나라와는 혼인한 사이옵니다.
만일 우리가 조(曹) 나라를 치라고 길을 빌려주면
초(楚) 나라의 노여움부터 먼저 사게 됩니다.
옳은 말이로다.
초(楚) 나라의 분노를 먼저 사게 된다면
그때는 누구를 믿어야 하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초(楚) 나라 장수 성득신(成得臣)이
가까운 곳에서 송(宋) 나라를 공략하고 있지 않은가?
초군이 올 때까지만 방어하면 진군을 물리칠 수 있다.
절대로 길을 빌려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화가 난 위성공(衛成公)은 영유(寧兪)와 원훤(元暄)의 간언(諫言)을
무시하고, 사자로 온 대부 서신(胥臣)을 냉대하며 돌려보냈다.
진문공(晉文公)은 그리될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거절당하고 나자,
위나라에 대한 감정이 더욱 상했으며 또 한 번 짓밟힌 기분이었다.
과연 극곡(郤穀) 원수의 생각에 벗어남이 없구나!
저 무례한 위(衛) 나라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주공, 너무 노여워 마시옵소서.
주공, 하루를 가게 되면 남하(南河) 땅이 나오며,
그곳엔 극진(棘津) 이라는 오래된 나루터가 있습니다.
그곳은 삼거리로 북으로 향하면 위(衛) 나라요,
남으로 향하면 조(曹) 나라가 됩니다.
주공, 그곳에서 우리 진군(晉軍)을 되돌려 오면
위(衛) 나라는 방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공, 그때 위(衛) 나라를 정벌하시옵소서.
과연 선진(先軫)의 계책은 귀신과도 같구나!
위성공이 선진(先軫)의 계책에는 못 당하리라!
진군(晉軍)은 선진(先軫)이 세운 계책대로 방향을 틀어 남하하기
시작하였으며, 극진(棘津) 나루터에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때 위성공(衛成公)은 몹시 걱정되어 성루에 올라 까맣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몰려가고 있는 진군(晉軍)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공, 파발이옵니다.
진군은 극진(棘津) 나루터에서 남하(南河)를 건너
조(曹) 나라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참, 우리 위(衛) 나라는 다행히 피할 수 있겠으나
이제 조(曹) 나라가 큰일이 나겠구나!
이제 좀 들어가 쉬어야 하겠노라.
위성공(衛成公)은 안심이 되어 궁으로 들어갔다. 그때 진군(晉軍)은
극진(棘津) 나루터에서 남하(南河)를 건너가려는 듯 좀 쉬고 있다가
별안간 방향을 돌려 위(衛) 나라 국경을 돌파하는 것이 아닌가.
위성공(衛成公)은 궁에 들어가 안심하고 쉬고 있다가 진군(晉軍)이
되돌아와 갑자기 침공하려는 바람에 몹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336 화. 옛날의 원한을 갚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