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29 화. 신의가 무력보다 앞서는가.

서 휴 2023. 11. 3. 09:35

 329 신의가 무력보다 앞서는가.


진문공(晉文公)사흘 간의 포위만을 강력히 명령하고, 그동안에

원성(原城)의 백성이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나오지 않으면, 진군은

그냥 돌아가겠다고 선포했으며, 그 사흘이나 지나가는 밤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성(原城)의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주공병참 담당 군리(軍吏이옵니다.

       주공사흘이 지나는 마지막 날 밤이옵니다.

 

       주공내일 아침 해먹을 양식밖에 없습니다.

       양번(陽樊땅에 가서 구해 오겠습니다.

 

       허그럴 필요 없도다약속한 대로 내일이면

       원성(原城)을 떠나 양번(陽樊)으로 갈 것이다.


진문공은 식량 담당 군리(軍吏)의 말을 듣고는착잡한 심경이

되면서 군리(軍吏)를 그냥 내보냈다.

 

그런데 다음날의 삼경쯤이었다원성(原城안에 있던 백성 몇 명이

밧줄을 타고 내려와 진문공(晉文公)에게 뵙기를 청했다.

 

       저희 들은 어제저녁에서야 양번(陽樊땅 백성들이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원백(原伯)이 조작해낸 헛소문이었습니다.

       진후(晉侯) 저희는 날이 밝으면 성문을 열고

       진군(晉軍)을 영접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저희 들의 항복을 받아주십시오

       아니요사흘 동안 원성(原城)을 포위하였다가

       그안에 원성(原城백성들 스스로 성문을 열지 않으면

       돌아가기로 우리 군사들과 굳게 약속한 바요.

 

       어젯밤으로 이미 사흘이 지난 것이오.

       과인은 아침 일찍이 군사를 이끌고 물러갈 것이오

 

       그대 백성들은 스스로 온 힘을 다하여 성을 지켰으니

       이제 다른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소

       원성 백성들은 잘 있도록 하시오

 

찾아온 원성 백성의 말에도 진문공(晉文公)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절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신하들이 안타까운 듯 건의한다.

 

       주공날이 밝으면 성을 접수할 수 있는데,

       사흘 약속을 꼭 지킬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주공원성 백성들의 호의를 거절하지 마십시오.    

       모두 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백성들의 믿음은 나라의 보배가 아니겠소

       믿음이 없으면 백성은 무엇에 의지하겠소

 

       사흘 기한을 준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하루를 연장한다면 이는 곧 신()을 잃는 것이다.

 

       (땅을 얻는다 해도 신()을 잃는다면

       원성(原城백성들은 뭘 믿고 나를 따르겠소

 

진문공(晉文公)은 좌우 신하들을 크게 꾸짖었으며아침이 되자

원성(原城)의 포위를 풀게 하며, 그 즉시 회군준비를 명령했다.

 

       진군은 양번(陽樊) 백성을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단다.

       진후(晉侯)는 성을 잃을지언정 신의를 지키는 군주란다.

       천하에 이런 훌륭한 군주가 또 어디 있겠는가

 

소문을 들은 원성 백성들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그리되자

누가 말하기 전에 앞을 다투어 백기를 들고 성위에서 흔들어댔다.

 

사세가 이렇게 돌아가자원백 관()도 백성들을 더는 제지할

수 없어마침내 성문을 열고 진문공(晉文公앞에 나와 항복했다.

 

       진후께 원성(原城)을 바칩니다.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 오원백 관()께서는 전처럼

       왕실의 경사(卿士)로 남아 있으시오

 

       그리고 원성(原城)에서 좀 떨어져 있는

       하북(河北)의 기(땅으로 옮겨가 살도록 하시오

 

진문공(晉文公)이 중신들과 함께 원성(原城 )안으로 들어가자

백성들은 모두 나와 북을 두드리고 춤을 추면서 환영했으며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출병한 지 두 달이 채 안 되어

기내(畿內)의 네 땅을 모두 차지하게 되었다.

 

       진문공은 새로 얻은 네 고을의 수장을 임명하려고

       생각할 때 마침 발제(勃醍)와 단둘이 있었으므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 의논하게 되었다.

발제(勃醍)는 지난날 진문공(晉文公)과 함께 생사를 겪었으며

오랫동안 내관(內官)으로 있었던 바이므로, 그 누구보다도

신료들의 성품과 공적과 행적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오늘날 내가 신()으로 이 원(땅을 얻었으니,

       마땅히 신의(信義)가 있는 사람이 다스려야 할 것이다

 

       발제(勃醍), 이 원(땅을 누가 다스려야 좋겠는가

       서슴지 말고 말해보라

 

       주공조쇠(趙衰)야말로 가장 신의(信義)가 있습니다.

       발제(勃醍)가 옳은 말을 하였도다.

 

진문공은 며칠 후 조례가 열리자 문무백관이 모두 모인 가운데

새로 얻은 네 고을의 수장을 임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 며칠이나 굶어가며 망명 다닐 때

       우리는 얼마나 배고파 하였던가

 

       조쇠(趙衰)는 그렇게 배가 고팠으면서도

       가지고 다니던 호찬(壺饌, 호로박에 든 죽)

       먹지 않고 과인에게 주었도다.

 

       조쇠(趙衰)는 배고 품을 얼마나 참았겠는가

       그리고 언제나 믿음을 지키며 살아왔도다.

       이야말로 신의(信義) 있는 선비라 할 것이오

 

       과인이 신의(信義)로써 원성(原城)을 얻었으니

       신의 (信義) 있는 선비에게 주노니 잘 지키도록 하시오.

       또한조쇠(趙衰)를 대부로 임명하노라.

 

       , 호모(狐毛)는 들으시오

       그대는 나와 함께 19년 망명 생활 동안

       음양으로 나를 많이 도와주었도다.

 

       그대의 공적은 호언(狐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과인은 그대의 보이지 않는 공을 잘 알고 있노라

 

       (땅을 그대 아들 호진(狐溱)에게 다스리게 하라

       이에 호모(狐毛)를 대부로 임명하노라

 

       이제, 극곡(郤穀)은 들으시오

       난순(欒盾) 함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소.

 

       그대 극곡(郤穀)은 그대의 극씨 종족도 돌보지 않고

       난순(欒盾)과 같이 마음을 통하여 나를 맞이하였으니

       과인은 결코 그대들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노라

 

       극곡(郤穀)과 난순(欒盾)을 대부로 임명하는 바이며

       양번(陽樊땅은 극곡(郤穀)이 다스리며,

       찬모(攢茅땅은 난순(欒盾)이 잘 다스리도록 하라.

 

       기내의 땅에 군사 2천 명을 두어 지키도록 하고

       앞으로 이 기내(畿內)를  남양(南陽)이라 부르도록 하라.

 

이때부터 조쇠(趙衰)와 호모(狐毛) 영주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로써 국내에 기반이 없던 망명 파들도 국내에 확고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진(나라가 너무나 큰일을 해낸 것이다.

       기내(畿內)의 네 고을을 획득함으로써

       중원으로 직접 나갈 수 있는 길을 뚫은 것이다.

 

       이 네 고을은 모두 태항산(太行山남쪽에 있는

       매우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이다.

 

       그 이전까지는 중원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태항산(太行山북쪽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이제는 낙양까지 직통로를 개설하게 된 셈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중 진문공(晉文公)이 제환공(齊桓公)에 이어

번째로 패공(覇公)의 반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교통로를 확보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주양왕을 복위시킨 것은 의()를 실천한 것이요,

       원읍(原邑)을 공격함에 신()을 보여줌으로써

       덕(德)이 많은 군주라는 소문이 중원으로 퍼져나갔다.

 

유랑자에 불과했던 중이(重耳) 진후(晉侯)가 되자마자, 한 순간에

왕실의 분란을 깨끗하게 해결하면서단숨에 낙양의 남양(南陽땅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중원의 제후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반하여 제(나라는 제환공(齊桓公이후,

       자식들의 내분으로 몰락하였다가 송양공(宋襄公)

       도움으로 세자 소()가 제효공(齊孝公)이 되었으나,

 

       몇 해가 지나도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의 모습이 진()나라와 비교되면서,

       더욱 높아진 진(나라의 위상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이후로 진(나라 조정 신료들은 한마음으로 뭉쳐계속해 정책을

쇄신시키면서 국정을 안정시켜나갔다이에 진문공은 백성들도

믿음을 가지고 따르고 있는 바이므로이대로 계속 진행해 나가게

된다면천하 패업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신료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이제 나라도 안정되고 있는바 주변의 못된 제후들의

       나쁜 버릇을 고쳐줄까 하오

 

남양(南陽) 땅을 접수하고 돌아온 그 해의 겨울이었다진문공은

조례가 열리자지난 유랑 시절에 당했던 수모를 말하면서반드시

(), (), (나라를 쳐서 복수하고 싶다는 결심을 말한다.

 

       주공신 호언(狐偃이옵니다.

       주공아직은 때가 아니오니 기다리셔야 합니다.

 

       어째서 때가 아니라고 하오?

       주공일국의 군주로서 개인적인 과거의

       원한을 갚기 위해 군사를 동원한다고 하면

       백성들이 잘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주공조금만 기다리시오면

       적당한 명분이 생기게 될 것이옵니다.

 

호언도 진문공의 심정을 당연히 알고 있으나, 백성들을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할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약하다면서 만류한 것이다.

 

 330 . 작은 욕심이 큰 걸 잃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