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4 화. 잘못된 소망은 금방 사라지는가.
제 324 화. 잘못된 소망은 금방 사라지는가.
주양왕(周襄王)은 딴마음을 품고 있는 서모 해후(惠后)에게 순진하게
지극한 효도(孝道)를 다 하고 있으므로 해후(惠后)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신(富辰)의 말에 따라 정(鄭) 나라로 피신하기로 정했다.
주상, 부신(富辰)이 다시 주청 드리옵니다.
왕께서 무사히 탈출하지 못할까 심히 걱정됩니다.
적군(狄軍)의 예봉을 뚫고 성 밖으로 나가려면
적군(狄軍)은 온 힘을 다해 앞을 막을 것입니다.
신이 적군(狄軍)과 결전을 벌이겠사오니
그 틈을 이용해 성 밖으로 멀리 탈출하십시오.
부신(富辰)은 즉시 자기 자식들과 그의 형제와 가문의 종족들을 전부
불러들이며, 겨우 5백여 명의 싸울 수 있는 청년을 모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왕실에 충성과 의리를 다해왔소!
이제 왕께서 위험에 처하게 된바,
우리는 목숨을 바쳐 왕을 구해야 하오!
우리는 모두 성문을 열고 나가 왕이 달아나도록
적군(狄軍)을 공격하면서 시선을 끌어줘야 하오.
부신(富辰)과 그의 일족은 용기백배하여 싸웠으나, 적정(赤丁)의
적군(狄軍)에게 포위당하게 되며, 모두 살상당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간사보(簡師父)와 좌언보(左鄢父) 등 10여 명은
주양왕(周襄王)을 보호하며 낙양성을 탈출하여 달아나기 시작한다.
부신(富辰), 끝까지 잘 싸우는구나!
부신(富辰), 상처 입은 그 몸으로 어찌 살아날 수 있겠는가?
태숙(太叔)과 도자(桃子)는 가까이 오지 마라!
나는 두 역적놈을 죽이고 말겠노라!
부신(富辰), 그대의 충성심은 천하가 다 아는 바요.
빨리 항복하여 우리와 함께 나라를 이끌어 봅시다!
나, 부신(富辰)이 누차 왕에게 간했으나,
왕이 듣지 않아 일이 여기에 이르렀도다!
내가 이곳에서 싸우다가 죽지 않는다면
왕과 백성은 필시 나를 원망할 것이다.
태숙(太叔) 대(帶)는 부신(富辰)이 일행들이 적군(狄軍) 싸우는
사이에 주양왕(周襄王) 일행이 낙양성을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되자, 낙양 성문을 열라면서 큰소리로 외쳐대었다.
다 죽기 전에 성문을 빨리 여시오?
나, 주공(周公) 공(孔), 그리고 소공(召公)은 못 열겠소!
우리는 성문을 열어 태숙을 맞이하고 싶지만
적군(狄軍)이 백성들에게 노략질 할까 너무나 걱정되오.
감히 명을 받들지 못하겠으니 알아서 하시오!
적정(赤丁) 장수, 어찌하면 좋겠소?
좋소, 적군(狄軍)은 성밖에 주둔해 있겠소!
고맙소, 부고에서 재물을 꺼내 사례하겠소이다.
적정(赤丁)이 이를 허락하자, 태숙(太叔) 대(帶)는 성안으로 들어가
먼저 냉궁에 갇혀있던 외후(隗后)를 구해내자,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태후(太后)인 어머니 해후(惠后)를 급히 찾아가 위로한다.
어마마마, 일어나셔야 하옵니다.
오호, 기쁜지고. 내 아들이 주상이 되다니!
이제야 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구나!
뜻밖에 태숙을 보게 된 해후는 너무나 기뻐하면서 감격하여 눈물
흘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크게 웃다가 그만 숨이 넘어가 버렸다.
소동(小東)은 어디 있느냐?
어서 당장 소동(小東)을 잡아 오너라!
소동(小東)은 이미 우물에 빠져 죽었나이다.
태숙은 거짓으로 해후의 유명이라 선포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후에 외후를 왕후로 삼아 조당을 열게 하여 군신들의 하례를 받았다.
그리고 부고를 열어 적군(狄軍)에게 많은 예물을 주게 되자,
적정(赤丁)과 적군(狄軍)과 함께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 후 태후(太后)의 상을 치르자, 낙양성 안의 사대부들이 비난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는데, 곧바로 유행하게 되면서 누구나 불러대었다.
暮喪母旦娶婦 (모상모단취부)
저녁에 모친이 죽었는데 아침에 아내를 취하는구나.
婦得嫂臣娶后 (부득수신취후)
아내는 형수이며 임금의 부인을 취한 것이로다.
爲不慚言可醜 (위불참언가추)
부끄러움을 모르니 가히 짐승이라 부르리라.
我與爾左右 (아여이좌우)
누가 쫒아내리 우리가 쫓아내야 하는가.
태숙은 성안에 퍼지고 있는 노래를 전해 듣자, 사대부들과 백성이
복종하지 않으면서 혹시 변란이라도 일으킬까 봐 몹시 두려워했다.
외후(隗后), 아무래도 낙양성은 불안하오!
나라의 국사는 주공과 소공에게 모두 맡기고
우리는 온(溫) 땅으로 거처를 옮깁시다.
주상, 온(溫) 땅이 어디에 있어요?
낙양(洛陽)에서 동쪽 약 60km 떨어져 있소.
이제부터 그곳으로 왕성으로 정합시다.
태숙(太叔) 대(帶)는 모든 국사를 주공(周公) 공(孔)과 소공(召公)에게
맡기면서, 온(溫) 땅의 작은 궁을 더 크게 지으면서, 항상 외후(隗后)와
붙어 다니며 음락(淫樂)을 즐기고 있었으므로, 비록 왕이라고는 하나
백성이나 신하들과는 한 번도 접견하지 않는 이상한 왕이 되었다.
주상,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이 탈옥했나이다.
뭐라고, 어서 빨리 잡아들이라고 전하라!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은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서 탈옥하여
자기의 영지인 원성(原城)으로 갔으나 잡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원성(原城)은 지금의 하남성 제원현(濟源縣) 북쪽 약 10km 지점이다.
한편 주양왕(周襄王)과 10여 명의 신료 일행은, 부신(富辰)이 그의
문중 사람들까지 동원해 적군(狄軍)과 처절하게 싸우는 그 사이에
겨우 낙양성을 탈출하여 정신없이 며칠을 달려나갔다.
유달리 대나무가 많은 곳이로구나!
주상, 공관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곳이옵니다.
여기가 어디인가?
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아라!
여보시오. 이곳이 어디요?
이곳은 대나무가 많아 죽천(竹川) 이라 불리며
정(鄭) 나라 영토인 범(氾) 땅이오.
범(氾) 땅은 어디쯤 있는 것이오?
정(鄭) 나라 신정(新鄭) 보다 훨씬 남쪽에 있소.
허 어, 아니 신정(新鄭)으로 간다는 것이
엉뚱하게 이곳 범(氾) 땅으로 왔단 말인가!
주양왕(周襄王) 일행은 얼마나 정신없이 달아났는지 정(鄭) 나라
수도인 신정(新鄭)으로 간다는 것이 엉뚱하게 범(氾) 땅으로 왔다.
범(氾) 땅은 지금의 하남성 양성현(襄城縣) 안에 있는 곳이다.
이곳은 초(楚) 나라와 가깝습니다.
왜 초(楚) 나라로 가시려 하십니까?
아니 오, 우리는 정(鄭) 나라 신정(新鄭)으로
간다는 것이 엉뚱하게 범(氾) 땅에 오게 됐소!
소인은 봉씨(封氏)라는 농부입니다.
머물 곳이 없으시면 저의 초당을 빌려 드리겠소.
그렇소이까, 정말 고맙소이다.
주양왕(周襄王) 일행은 수레를 멈추게 하고 봉씨(封氏)라는 농민의
초당을 빌려 임시로 그곳에 머물기로 하였다.
잠시 물어보겠소?
보아하니 높은 관직에 계신 것 같은데
혹시 무슨 벼슬을 하고 계시는지요?
우리는 낙양성의 천자를 모시고 있소!
나라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 잠시
몸을 피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소!
참말로 정말이시옵니까?
아이코, 소인의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허허, 괜찮도다. 무릎 꿇지 말고 일어나도록 하라.
선선하게 거처를 마련해주니 고맙기도 하구나.
봉씨(封氏)가 매우 놀라면서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자기가 몰라본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면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 동생이 어젯밤 꿈속에 붉은 해가
초당을 비추는 꿈을 꾸었다고 저에게 말했는데
지존하신 천자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셨나이다.
동생아, 어서 쫓아와 인사 올리어라!
지엄하신 천자를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허 어, 괜찮도다. 오히려 과인이 고맙도다!
봉씨(封氏)가 즉시 동생을 불러 알현시키고는 집에 있는 염소를
잡아 성심껏 저녁을 준비하게 했다.
그대의 동생은 어떤 사람인가?
소인의 계모가 데려온 동생이 되옵니다.
소인과 이 집에 같이 살면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리 형제는 사이좋게 계모님을 봉양하고 있습니다.
허허, 그러하구나.
그대 농부 형제도 이렇듯 화목하게 지내는데
짐은 귀한 천자의 몸이 되었으면서도
오히려 어머니와 동생으로부터 해를 입어
도망 다니는 처지가 되었으니
아, 진실로 그대 형제에게 부끄럽게 보이는구나!
주양왕은 봉씨(封氏) 형제의 서로 아끼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고
처연한 마음이 들어 자기 처지를 한탄하면서 눈물을 흘리었다.
주상, 신 대부 좌언보(左鄢父) 이옵니다.
주상 너무 슬퍼하지, 마시옵소서.
선조이진 주공(周公) 단(旦)은 성인이셨지만
살아 계실 때 골육의 난을 당하시어
친동생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죽이셨나이다.
제 325 화. 어려울 때는 전환점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