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15 화. 민심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서 휴 2023. 10. 24. 16:02

 315 . 민심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진문공(晉文公)이 대사령(大赦令)까지 내리며, 민심을 수습하려고

무던히 애썼으나, 유언비어는 계속 난무하며 안정이 되지를 않는다.

 

진문공이 이 일로 노심초사하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머리를 감고 있을 때 한 내시가 가까이 다가와서 아뢴다.

 

      주공두수(頭須)라는 자를 아시는지요

      주공전날부터 두수(頭須)가 너무 뵙기를 원합니다.

 

      두수(頭須), 그놈이 무슨 낯짝으로 찾아왔다는 거냐

      그놈 때문에 모두 굶주림 속에 떠돌며,

      ()와 위(나라에서 처참한 괄시를 받았도다.

      죽지 않으려거든 썩 물러가라 하여라

 

내관은 궁 밖으로 나가 두수(頭須)에게 이 말을 전했다. 이 말을

듣고난 두수(頭須)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내관에게 물었다.

 

      주공께서는 지금 머리를 감고 계시는 게 아니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시오

 

      대저 머리를 감으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오.

      그러기에 마음도 자연 거꾸로 되게 마련이지요

      마음이 거꾸로 되면 말도 두서가 바뀌게 됩니다.

 

      주공께서 나를 만나지 않겠다고 하신 말씀도

      다 그러한 연유 때문일 것이오.

 

      주공께선 암살자 발제(勃醍)도 용납하시었고,

      반역 무리에게도 대사령(大赦令)을 내리셨는데,

 

      어찌하여 이 두수(頭須)에게만 굳이

      용서의 마음을 베풀지 않으시는 것이오

 

      우리, (나라를 안정시킬 계책을 가지고 찾아왔소!

      주공께서 끝까지 이 두수(頭須)를 만나주지 않으시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고

      마지막 말을 전해주시오

  

이 말을 들은 내관은 궁으로 들어가 두수(頭須)가 한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진문공(晉文公)에게 모두 전하여 주게 되었다.

 

      주공께서는 암살자 발제(勃鞮)도 용납하시고

      반역자들에게도 대사령을 내리셨는데

      두수(頭須만 용서를 베풀지 않는다고 말하며

      민심을 수습할 방안이 있다고 전하랍니다.

 

이때 머리 감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던 진문공(晉文公)

두수(頭須)가 한 말에 퍼뜩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 급히 명하였다.

 

      그래그렇게 말했단 말이냐

      그의 말이 맞도다내가 옹졸했도다.

      어서 두수(頭須)를 빨리 불러 보아라

 

두수(頭須)가 궁으로 들어왔을 때 진문공(晉文公)은 이미 정갈하게

의관을 갖춰 입고 있으면서두수(頭須)를 맞이하였다.

 

두수(頭須)는 진문공(晉文公)의 즉위를 축하하면서 절을 올리게 되자,

벅찬 감격에 엎드려 눈물을 쏟아내며지난날을 사죄하게 된다.

 

      주공이 두수(頭須)가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용서하여 주시면 주공을 위해 몸을 바치겠나이다.

 

      너도 마음고생이 많았었구나

      보내준 무기(武器)는 요긴하게 잘 사용하였도다.

 

      주공주공께서는 도성 안에 반역에 가담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는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도다

      도무지 민심이 수습되질 않는구나

 

      반역에 가담하였던 자들은 자기들의 죄가

      무겁다는 걸 잘 알고 있는바대사령(大赦令)

      내렸음에도 주공의 본마음을 의심하고 있나이다.

 

      주공그들을 안심시킬 방법이 있사옵니다.

      주공주공께서는 한번 시험해보시겠습니까

 

      그래 어떤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

      민심을 가라앉히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

 

      지난날 신()이 주공의 재물을 훔쳐 달아났기에

      주공과 가신들께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심한 고생을

      너무나 하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이 두수(頭須)가 만일 주공께

      붙잡히기만 하면, 곧바로 목이 잘릴 것으로

      모든 백성이 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래어떻게 하면 되겠냐

      주공께서는 외출하실 때마다 신에게

      주공의 어가(御駕)를 몰게 하여

      백성들이 직접 눈으로 보게 하여 주십시오

 

      주공께서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대사령(大赦令)을 내린 것처럼, ()

      용서하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옵니다.

 

      반역의 잔당들 또한 어가(御駕)를 모는

      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모든 의심을 풀 것이며,

 

      주공께서 약속한 것에 어떤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백성들 모두가 알게 될 것이옵니다.

 

      주공그때부터 의심을 풀게 될 것이며

      그때부터 민심이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너를 용서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란 말인가

      주공그렇사옵니다.

      그거 좋은 방법이다그렇게 하여보자.

 

      빨리 순시할 채비를 갖추어라

      어가(御駕)를 모는 어인(圉人)은 두수(頭須이다.

 

진문공(晉文公)이 어가(御駕)를 타고 강성(絳城)을 돌아다니자,

백성들은 어인(圉人두수(頭須)의 얼굴을 모두가 보게 되었다.

 

      저놈은 그 옛날 주공의 재물을 몽땅 훔쳐 달아난

      두수(頭須라는 놈이 아닌가

 

      저런 놈도 죽이지 않고 다시 불러 쓰는데

      우리가 의심하고만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정말 맞네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의심만 하지 말고,

      마음 놓고 편안히 살아도 되겠어

 

그로부터 강성(絳城거리에 나돌던 유언비어는 씻은 듯 사라지며

성안의 민심이 조용히 가라앉으면서 안정되어 가게 되었다.

 

진문공(晉文公)은 두수(頭須)에게 궁중의 재물을 관리하게 하였으며

두수(頭須)가 재물담당이 되면서 옛날처럼 좋은 사이가 되었다.

 

      휴 우사람 사는 게 다 그래

      왼 한숨이야무슨 일이 있었나

 

두수(頭須)는 어느 날 저녁에 친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몹시

술에 취하게 되자자기도 모르게 옛날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만다.

 

      발제(勃鞮)가 암살하러 온다니, 갑자기

      책() 나라를 떠날 때 참으로 암담했었소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거야.

      갈 곳도 없는 하염없는 방랑길을 떠나게 생겼었어.

 

      엉겁결에 떠나야 한다니 책(나라 왕에게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도망가야 했었어

 

      조금 남아있는 비단과 금붙이로는 많은 일행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게 된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한 거야

      인원이 좀 많아. 40여 명이나 되잖아

 

      저 많은 인원의 수레와 말도 사야지

      삼시 세끼 먹을 것도 사 먹어야지

 

      얼마 못 가 황금과 비단을 다 쓰고 나면

      모두가 빈털터리가 되고 마는 거야

 

      나는 그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지

      어떤 결심을 하였었는데

 

      저 많은 사람이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

      내가 없어도 알아서 살아가겠지

 

      나는 모든 걸 챙겨서 달아나고 말았지.

      챙겨간 돈을 키워보답하는 길을 찾기로 한 거야

 

      포읍성(蒲邑城)에는 누님이 살고 있었어.

      포읍성(蒲邑城)이 제일 안전한 곳으로 생각한 거야.

 

      포읍성(蒲邑城)은 내가 지금의 주공을 모시고 있다가

      그때도 발제(勃鞮때문에 책()으로 도망간 곳이지

 

      포읍성(蒲邑城)의 누님 집에 찾아 들어가 돈을 불려

      나가며 솔솔이 재미를 많이 보고 있을 때이었어.

 

      어느 날 시장 거리를 지나다 어린 남매가 손을

      꼭 잡고 얻어먹으러 다니는 걸 보게 된 거야

 

      어린 남매라니 누구 애들인데

      이야기를 더 좀 들어보게

 

      아무리 봐도 맞는 거야

      나는 깜짝 놀랐지나는 뛰어갔어.

 

      너희들 환()과 백희(伯姬)가 맞지

      정말 맞는 거였어맞는 거야

      나는 눈물이 핑 돌며 울고 말았어.

 

      남매가 누구 자식인데

      그래놀라지 마라. 우리 주공의 자식이란다.

 

      에 이설마. 그럴 리가

      아니야맞아!  맞다니 까

  

두수(頭須)는 술에 취하여 자기도 모르게 과거를 회상하는 듯이

친구에게 술김에 모두 털어놓고 마는 것이었다.

 

 316 과거는 정리하기가 그리 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