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1 화. 마음을 고쳐먹으면 어떻게 될까.
제 311 화. 마음을 고쳐먹으면 어떻게 될까.
이 말을 들은 진문공(晉文公)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발제(勃醍)의
외치는 소리 속에 충격적으로 머리에 와닿는 것이 있었다.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이란 말이지!
그래 발제(勃醍)가 관중(管仲)을 말한단 말이냐?
진문공(晉文公)이 혼자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호언 (狐偃)을 보자,
호언(狐偃)은 진문공(晉文公)의 흔들리는 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주공, 호언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발제는 뭔가 중대한 말을 하고자 합니다.
주공께서 발제 같은 자 하나를 용납하지 못하고
어찌 천하를 경영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까?
주공께서는 발제를 꼭 만나보십시오.
알겠소. 발제를 들라 하시오!
그러나 발제는 진문공을 보고서도 지난날의 일에 대해 사죄를
청하지도 않고, 군위에 오른 것에 축하의 말도 하지 않았다.
과인은 다시 괘씸한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구나!
너는 어찌하여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축하의 말을 하나도 올리지 않는 것이냐?
지금이라도 당장 죽고 싶다는 심정이냐?
주공, 주공께서 군위에 오르셨다고는 하지만
아직 축하를 받기에는 너무 빠르옵니다.
이 발제의 말을 들으셔야만, 비로소
축하를 받을 만큼 군위가 튼튼해질 것입니다.
좋다, 지금부터 너의 말을 들어보리라!
주공, 정말로 긴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호언 대부는 상관없습니다만
나머지 시종들도 모두 내보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말씀드리지 못하겠나이다!
발제(勃醍)가 요구하자, 힘이 장사이면서 칼도 잘 쓰는 걸 잘 알고
있는 진문공(晉文公)은 옛날 일이 생각나게 의심이 들었으나
항상 호언(狐偃)을 믿고 있었으므로, 발제(勃醍)도 믿기로 했다.
침방에 근무하는 너희들도 모두 물러가라!
자, 이제 아무도 없노라.
과인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주공, 반역을 꾀하며 반란을 일으키려 합니다.
발제(勃醍),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누가 반역을 일으킨단 말이냐?
주공, 반란은 가깝고 믿는 곳에서 일어납니다!
주공,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일당이
동조자를 끌어모아 반란을 일으키려 합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이미 다 용서하여 주었는데 웬 반란이란 말인가?
주공, 이들이 동조세력을 많이 모아 놔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 대부의 문중마다 가병(家兵)을 상당히 모아놔!
수습하기가 대단히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반란을 일으켜도 강성(絳城)에는 근위병(近衛兵)과
상비군(常備軍)이 1만여 명이나 있지 않은가?
언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단 말이냐?
거사 일은 바로 내일인 2월 그믐날 밤이옵니다.
궁 여러 곳에서 큰불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강성(絳城)은 이미 방비를 튼튼히 하고 있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15년간이나 나쁜 뿌리가 깊게 박혀있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은 바가 없었으므로
짐작 못 하는 반란도 일어날 수 있사옵니다.
주공,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잘못하면 회생 자가 너무 많이 생길 수 있사오니
이참에 모두 정리할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주공, 근위병과 상비군이 있어, 반란이 일어나더라도
수습할 수 있으므로, 이참에 반란자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이 기회에 발제(勃鞮)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믿고 맡겨보시면 어떠시겠는지요?
발제(勃鞮). 그대가 알아서 할 수 있겠는가?
주공,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목숨을 걸겠습니다!
진문공(晉文公)이 발제(勃醍)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발제(勃醍)는 얼른 눈치를 채고 다시 간곡히 말했다.
신은 목숨을 걸고 주공을 찾아온 것입니다.
신을 믿지 못하신다면 크게 후회하는 일이 생깁니다.
신 발제(勃鞮)는 주공께 이 한 몸 바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 정리하여 놓겠습니다!
발제(勃醍)는 진문공(晉文公)이 놀리는 걸 쳐다보았으며 그동안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히 알려주며 수습책까지 말하여 주었다.
주공, 저들은 군부 내부에도 손을 쓰고 있으며,
그들 각 문중의 가병(家兵)이 만만치 않습니다.
강성(絳城) 안의 상비군만으로 내란을 수습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사오며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진(秦) 나라에서 다시 군사 원조받아야만
안전하게 진압할 수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지금 곧 미복(微服)으로 갈아입으시고
성을 빠져나가, 진(秦) 나라에 도움을 청하십시오.
신은 이곳에 남아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을
안심시켜 놓고, 반란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막겠습니다.
진문공은 발제의 말을 다 들어보니 군위에 오르자마자, 가장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을 깨닫게 되며, 이일은 운명적인 판단으로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공, 반역의 일은 발제(勃醍)에게 맡기셔도 되겠사오니
이 호언(狐偃)이 주공을 모시고 진(秦) 나라로 가겠습니다.
발제(勃醍), 나는 지금 진(秦) 나라로 가겠노라!
나머지 일은 발제(勃醍), 그대가 알아서 처리하라!
나는. 그대의 마음을 믿겠노라!
주공, 믿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나이다.
발제(勃醍)가 곧바로 돌아가자마자, 호언(狐偃)은 비밀리에 심복
몇 명을 불러들여, 궁궐 뒷문에다 수레를 마련하여 놓았다.
진문공(晉文公)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한밤중이 되자, 몇몇 시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게 해놓고는 궁궐의 뒷문으로 빠져나가
호언(狐偃)을 만나면서 진(秦) 나라로 향했다.
호언(狐偃)은 담당 내시에게 단단히 이야기하고, 심복 호위무사
몇 명과 함께 대기시킨 수레에 진문공(晉文公)을 모시고, 직접
말 고삐를 잡았으며, 호위무사의 말들도 앞뒤로 따라가고 있었다.
발제(勃鞮)는 아무도 몰래 궁에서 나왔으며,
의심을 피하여 극예(郤芮)의 집에서 잠을 자며
다음 날에도 실행계획을 함께 점검하였다.
호언(狐偃)과 진문공(晉文公)이 진(秦) 나라로 떠나버린 다음 날,
조당을 담당하는 내시가 중신들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하였다.
주공께서 간밤에 한질(寒疾)을 얻어
조례는 며칠 후에 하시겠답니다.
며칠간은 푹 쉬시겠다. 하시오니!
아무도 찾지 말아 주십사. 말씀드립니다.
참으로 사람의 화복은 조석(朝夕) 사이에
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구려
즉위한 지 얼마되지 않았잖소!
아,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쌓였는데
갑자기 병이 나셨다고 하시니 어쩌겠소?
어쩔 수 없지요. 며칠 기다려 봅시다.
조쇠(趙衰)의 탄식 소리를 전해 들은 극예와 여이생은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몹시 기뻐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중이도 벌써 60이 훌쩍 넘었지 않은가?
늙은 나이에 너무 과로하셨구먼!
이는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겠소?
계획대로 아주 잘 되어 가고 있소이다.
내일 밤에 거사를 꼭 단행합시다!
드디어 결행할 날이 되었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계획이
차질없이 잘 진행되자, 크게 만족하며 날이 저물기만을 기다렸다.
벌써 오늘이 되었습니다.
심복 내관은 중이(重耳)가 아직도 차도를 보이지 않고
지금도 침상에 누워있다고 보고해 왔소이다.
군부는 나중에 연락하기로 하고 이번엔
우리 양가의 가병(家兵) 만으로 쳐들어가도 되겠습니다.
자, 이제 계획한 대로만 하면 됩니다.
정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같소이다!
이 극예(郤芮)이 또 말하겠소이다.
궁중의 불은 제 심복들이 차질 없이 일으킬 것이니,
궁에 불이 붙게 되면 궁인들이 밖으로 뛰어나오게 됩니다.
여이생(呂飴生) 대부께서는 앞문을 담당해 주시 오.
나 극예(郤芮)는 뒷문을 장악하겠소이다.
불이 나면 그것을 신호로 궁중 안으로 쳐들어갑시다.
소인 발제(勃鞮)는 조문(朝門) 밖에 숨어 있다가
불을 끄러 오는 사람들을 저지하겠소이다.
좋소! 그리되면 중이(重耳)는 도망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우리 손에 죽게 될 것이오!
제 312 화. 심복은 어떨 때 증명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