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7 화. 범주의 아름다운 마음을 아는가.
제 257 화. 범주의 아름다운 마음을 아는가.
진혜공(晉惠公)은 몇 년째 흉년이 들자, 굶주린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겨 몹시 불안하였다.
주공, 신 경정(慶鄭) 입니다.
신이 진(秦) 나라를 다녀오겠습니다.
이웃의 진(秦) 나라는 혼인으로 맺어진 인척의 나라였기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그때까지 하서(河西)의 5개 성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이극(里克)과 비정보(丕鄭父)를 비롯한
칠여대부를 죽인 사실을 이미 진(秦) 나라가 알고
있는 바이므로, 이러한 일로 체면이 서지 않아
진(秦) 나라에 도움을 요청 못 하는 실정이었다.
강직하고 올바른 대부 경정(慶鄭)은 진혜공(晉惠公)의 실정을 바로
잡고 싶었으며, 진秦과 진晉의 원만한 관계를 건의하려 하였으나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에게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경정(慶鄭)은 진(秦) 나라에 구원을 요청할 체면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백성이 굶어 죽어 나가니
끝내 참지 못하고 자청하여 나선 것이다.
이런 딱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진혜공도 체면 불고하고, 즉시
대부 경정(慶鄭)을 사신으로 삼기로 했으며, 귀한 보물과 벽옥을
주어, 진(秦) 나라에서 양식을 구해오길 바라면서 보냈다
진후(秦侯)께 문안드리옵니다.
진(晉)의 사자는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오.
우리진(晉) 나라가 오 년간이나
흉년이 들어 기근이 몹시 심하옵니다.
양곡을 빌려주시면 잊지 않고 갚겠나이다.
대부 경정(慶鄭)은 진(秦) 나라에 도착하자, 체면(體面) 불고(不顧)
하고 진목공(秦穆公) 앞에 엎드려 공손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진목공은 그때까지 진혜공에 대한 감정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천하 패권을 꿈꾸는 군주답게 도량이 좁지는 않았다.
일단 경정(慶鄭)을 관사에 물러가 있게 하고 중신들을 불러 모았다.
자, 모두 들어보시오.
진(晉) 나라는 하서(河西)의 땅을 주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양식을 빌리러 왔소이다.
신의 없는 진(晉) 나라에 식량을 빌려주어야 하겠소?
아니면 보내지 말아야 하오?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빌려주는 것이 옳다고 보나이다.
허허. 빌려주다니 말이 되겠소?
진(晉) 나라를 도와준 게 적지 않은 바이나
하나도 돌려받은 게 없지 않소.
그래도 빌려주어야 한단 말이오?
주공, 빌러 가고도 갚지 않으면 그들의 잘못입니다!
주공, 이번에도 도우면 받을 것이 더 많아집니다.
은혜를 갚지 않는 군주라면 백성들이 신의 없는
군주로 보게 되어, 민심이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하면 진(晉) 나라 백성들은 자신들의 주공인
진혜공을 미워하게 될 것이며,
진(晉) 나라 민심이 진혜공(晉惠公)과 멀어질 때
우리가 그들을 치면 어찌 승리하지 않겠습니까?
으흠, 일단 진혜공(晉惠公)과 백성들의 사이를
아주 멀어지게 하자는 말인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주공, 신 비표(邳豹) 이옵니다.
하늘이 내린 진晉 나라의 재앙입니다.
얼마나 못됐으면 이리 큰 재앙을 내렸겠습니까?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벌을 받는 것이지요.
이는 민심이 이미 진혜공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에게 영지를 내리겠다고
약속해놓고는 오히려 죽음을 주었고,
충신들인 칠여대부를 모조리 죽였습니다.
또한, 주기로 약조한 내용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진군(秦軍)으로 진(晉) 나라를 무찔러버리십시오.
지금 쳐들어가면 진晉 나라를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주공, 신 요여(繇余)가 말씀 올리겠나이다.
올바른 사람은 남의 위기에,
남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 것이며,
요행수(僥倖數)로 성공하려 들지 않습니다.
정도로써 양곡을 빌려주시어
주공의 덕을 쌓으셔야 할 때이옵니다.
비표(邳豹)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비정보(丕鄭父)의 원수를 갚고
싶어서 하는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이번에는 백발 성성한 노재상 백리해(百里奚)가 의견을 내놓는다.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어느 나라나 천재지변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옷 나라를 돕는 것은 올바른 처사입니다.
모두 옳은 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오!
우리를 배반한 자는 진(晉) 나라 군주이고
굶주리는 사람은 진(晉) 나라 백성뿐이오!
진혜공(晉惠公)은 근본이 악해서 경우를 모르지만,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어 굶어 죽어야 하겠소!
나에게 빚진 자는 진(晉)의 군주이고
기아에 허덕이는 자는 그의 백성이리라!
나는 그 군주로 인해 그 화가 백성에게
미치는 모습은 차마 보지 못하겠노라!
경(卿) 들의 말대로 양곡을 빌려주도록 합시다.
주공, 신들은 진실로 감축드리옵니다.
주공의 넓으신 마음과 베푸시는 아량은
우리진(秦) 나라의 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진(秦)나라는 진(晉) 나라에 많은 양곡을 보내주기로 하였다. 이에
수만 곡(斛)의 곡식을 배에 실어 보내주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 당시는 곡식 열 말(斗)을 담은 1가마니를 1 곡(斛) 이라 하였다.
위수(渭水)는 진(秦) 나라 땅을 적시며
진(秦) 나라 도성인 옹성(雍城)을 지나가다가
흘러 흘러 황하(黃河)와 합류하게 된다.
황하(黃河)와 합해져 동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황하(黃河)의 지류인 회수(澮水)를 만나게 되며
회수(澮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진(晉) 나라의 도성인 강성(絳城)에 닿는다.
1천3백여 리의 이 긴 물결을 온통
진(秦) 나라의 양곡 배들로 가득 채웠다.
진(晉) 나라 백성의 굶주림을 해결할 배들이다.
진(秦) 나라 배들이 모두 출동하여
옹성(雍城)과 강성(絳城) 사이에 수많은 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춘추지(春秋誌)에도 그 당시 배에 실어 운반하는 큰일을 대역사라고
하였으며, 범주지역(汎舟之役)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일로 진목공(秦穆公)은 덕이 있는 군주라며,
소문은 소문을 낳으면서 중원(中原)에 널리
퍼져나가면서 칭송을 받게 되었다.
비로써 기근을 면하게 된 진(晉) 나라 백성들은 하나같이 진(秦) 나라의
도움에 감격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주린 배를 채웠다.
진(秦) 나라의 양곡 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소이다.
진(秦) 나라는 참으로 고마운 나라요.
진(秦) 나라에 큰 빚을 지고 있소이다.
우리진(晉) 나라가 다 갚아야 할 빚이 아니겠소.
우리진(晉) 나라는 하루빨리 갚아야 할 터인데.
우리진(晉) 나라는 문제가 많아 큰일이오.
진(晉) 나라 백성들은 다 같이 진(秦) 나라의 도움에 크게 감동
하였지만, 진혜공(晉惠公)과 그 일행들만은 달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줄 리가 있겠는가?
하서(河西)의 다섯 성을 받아내기 위한 수작 이야!
고운 마음으로 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때 진(秦)나라에서 강성(絳城)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황하(黃河)를
건너온 난진(欒軫)은 한 촌락에서 큰 싸움이 벌어진 광경을 만난다.
도둑놈들을 죽여라. 모두 죽여라.
한 놈도 빼놓지 말고 죽여라.
시퍼런 긴 칼을 든 도둑들을 몽둥이만 든 마을 사람들이 겁 없이
몰아내고 있었으며, 이를 본 난진(欒軫) 일행도 뛰어들며 합세하여
주니, 도둑때들은 몹시 당황하면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난진(欒軫) 아! 난진(欒軫) 이가 아니냐?
아니 매형.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
이곳에 내 친구가 있어 찾아왔다.
너는 뭐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시온지 정말 고맙습니다.
난진(欒軫) 아. 인사 올려라.
내 친구 부친이시며, 촌장님이시다.
저. 난진(欒軫) 이라 불러주십시오.
이 두 사람은 저와 같은 일행이옵니다.
젊은이들 정말 고맙소.
하온데 촌장(村長) 임, 도둑들은 칼을 들고 설치는데
왜. 죽이지 않고 몽둥이로 때리십니까?
허 어. 죽이면 보복이 따라오지 않겠소!
몇 년 전에도 몽둥이로 쫓아냈으며
이번에도 죽이지 않고 보내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내 아들 친구 서리보(胥利父)가 있어
단단히 혼을 내줬으니 또 못 올 것이오.
자. 다 같이 들어가 식사라도 합시다.
제 258 화. 왜 은혜를 갚으려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