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52 화. 우유부단한 결정이 죽음을 불렀다.

서 휴 2023. 9. 17. 09:00

 252 우유부단한 결정이 죽음을 불렀다.

 

여이생(呂飴甥)과 극예(郤芮)에게 동조한 진혜공(晉惠公)은 마침내

하서(河西) 5개 성을 주지 못하겠다는 국서를 여이생(呂飴甥)에게

쓰게 하였으며, 모두 여러 번 읽어보고는 단단히 밀봉하고 난 후,

()나라의 진목공(秦穆公)에게 보내기로 했다

 

       누가 과인을 위해 진()에 사신으로 다녀오겠는가

       주공비정보(邳鄭父)는 지금까지 외교를 맡아온

       훌륭한 외교의 전문가입니다.

 

       허허여이생(呂飴甥)은 별걸 다 인정하여 주는구먼.

       주공좋습니다신이 다녀오겠나이다.

 

       비정보(邳鄭父)는 진후(秦侯)에게 잘 말해주시오.

       넉넉히 준비하여 잘 다녀오도록 하시오.

 

진혜공(晉惠公)은 사전 계획대로 비정보(邳鄭父)를 사신으로 진(

나라에 가도록 예물을 챙겨주며 떠나게 했다.

 

       비정보(邳鄭父)의 임무는 진목공에게 약속했던

       하남의 다섯 성에 대한 진상을 연기하는 일이다.

 

       그러나비정보(邳鄭父)는 남에게 전혀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하여이번의 사신으로 나선

       의도는 진(나라에 가서 호소하고자 함이었다.

 

이때 이극(里克)은 조정에서 극예(郤芮)와 말다툼을 벌인 후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며칠째 집 안에만 틀어박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공연히 이오(夷吾)를 불러들여 화를 자초하였구나.

       처음 생각대로 중이(重耳)를 불렀어야 했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정리해보자.

       시종은 빨리 쫓아가 의논할 일이 있다고

       비정보(邳鄭父)에게 만나자고 전하여라.

 

단단히 결심한 이극(里克)은 비정보(邳鄭父)를 만나 의논하여 좋은

방도를 찾고자 급히 시종을 보냈다.

 

       나리비정보(邳鄭父)께선 조금 전에

       (나라로 떠나셨다 합니다.

 

       아차이거 한발 늦었구나.

       어서 빨리 쫓아가 보자.

 

시종의 보고를 받은 이극(里克)은 재빨리 수레에 올라탔으며그의

뒤를 쫓아 교외까지 나가보았으나끝내 비정보(邳鄭父)의 행렬을

따라잡지 못하고 성안으로 돌아와 집으로 가게 된다.

 

       아니집 앞에 웬 무장 군사들인가

       이극(里克장수어서 오십시오.

 

       여이생(呂飴甥) 우리 집에 웬일인가

       주공의 명을 받들고 왔소이다.

 

       무슨 일인가 어서 말해보시오

       주공의 칙서(勅書)를 받으시오

 

이극(里克)은 여이생(呂飴甥)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안 좋은

예감을 직감하면서 칙서(勅書)를 읽기 시작하였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과인이 어찌

       군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그대는 두 군주와 한 대신을 죽였다.

       그런 신하로 인하여 백성들 앞에서

       군주 노릇 하기가 얼마나 곤란한지 아는가

 

이극(里克)은 칙서(勅書)를 읽으며 잠시 순식(筍息)이 떠올랐으나,

이미 진혜공(晉惠公)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날이 이리 빨리 닥칠 줄은 미처 몰랐구나.

       그러나 이런 죄목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누구를 탓하랴 모두 나의 탓이로다.

       이제 와 후회한들 무얼 하겠는가

 

       세자 신생(申生)의 원수를 갚지 않았는가

       내가 할 일은 이제 다 한 셈이다.

 

       어차피 굴욕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도다.

       민심이 흉흉하니 나의 원수는 백성이 갚아줄 것이다.

       이제미련 따위는 두지 말고 떠나자

 

이극(里克)은 조용히 웃으며 자세를 바로 하고는 여이생(呂飴甥)

내미는 단검을 받아 들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단검은 시퍼렇게 햇살에 번뜩였다.

       이극(里克)은 단검을 입에 물었다.

 

       순간 하늘을 우러러보다가 엎어졌다.       

       단검의 칼끝이 목 뒤에서 보였다.

 

이극(里克)이 지난날 두 어린 군주와 충신이었던 순식(筍息)을 죽인

일로 뉘우치면서스스로 자진(自盡) 했다고 방을 붙여 공표했으나

그러나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이 방을 본 많은 군신이 불만을 품게 되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자진(自盡)하게 강요하지 않았는가

 

       이 나쁜 놈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우리 칠여대부는 반드시 복수해야 하오

 

       참으시오 비정보(邳鄭父)가 진(나라에 있소.

       그가 돌아오거든 결행합시다

 

       우리가 결행하는 비밀은 꼭 지켜야 하오.

       그렇지요반드시 비밀을 지켜 복수 해야 합니다.

 

이극(里克)과 노선을 같이하던 칠여대부 들은 분노했으며더구나

이 같은 비극이 자신 들에게도 언제 닥칠지 몰라 불안하게 되었다.

 

칠여 대부는 당장 진혜공(晉惠公)과 대항하여 자신들을 지켜낼 만한

힘이 없었으므로모두 모여 대책을 세우게 된다.


       이참에 칠여대부(七閭大夫)도 죽여버리시오

       주공아직은 시기적으로 빠릅니다.

 

       비정보(邳鄭父)가 없는 사이에

       칠여대부(七閭大夫), 그 일당을 모두 제거하면,

       비정보(邳鄭父)가 이를 알게 될 것이며,

 

       틀림없이 의심하여 자기 계획을 짤 것이므로

       (나라에서 무슨 흉계를 꾸밀지 모릅니다.

 

진혜공(晉惠公)은 내친김에 이극(里克)을 추종하던 칠여대부는 물론

반대편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모조리 죽여 없애려 했다.

 

그러나 모신(謀臣극예(郤芮)는 머리도 좋고 술수도 뛰어났으므로

진혜공(晉惠公)을 진정시키면서 모든 일을 조정해 나갔다.

 

       주공일단 기다려보셔야 하옵니다.

       비정보(邳鄭父)가 돌아오면그 동태를 보아

       칠여대부와 함께 처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사이에 칠여대부가 백성을 선동하여

       반역을 일으키면 어찌하겠는가

 

       주공백성들이 이극(里克)을 동정하는 것은

       세자 신생(申生)의 억울한 죽음 때문이지,

       결코이극(里克)을 위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주공세자 신생(申生)의 시신이 포성(袌城풀밭에

       쓸쓸히 묻혀 있다는 소문입니다.

 

       주공세자 신생(申生)의 묘를 개장하여 주시고,

       시호를 내리시어그 원통한 원혼을 위로하십시오,

 

       그러면, 백성들은 주공의 어진 덕을 칭송할 것이며

       이극(里克)의 죽음 따위는 금방 잊어버릴 것입니다.

 

       허 어정말 묘책이로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했는데

       민심도 흉흉 한판에 정말 좋은 방안이로다.

 

       누구를 보내 신생(申生)의 묘를 개장할 것인가

       주공저의 동생 극걸(郤乞)을 보내시옵소서.

 

진혜공은 극걸(郤乞)과 원로대신 호돌(狐突)에게 포성(袌城)에 있는 

세자 신생(申生)의 묘를 개장하고 돌아올 것을 명했다.

 

       세자 신생(申生) ()와 경()을 두루  갖추면서도

       공손 하였다는 뜻으로, 공세자(恭世子)로 정하노라.

 

       극걸(郤乞)은 세자 신생(申生)의 묘를 개장하고

       원로대신 호돌(狐突)은 묘비를 세우고 돌아오시오.

 

극걸(郤乞)은 좋은 관()과 수의(壽衣등을 준비하여포성(袌城)

들판에 묻혀 있는 신생(申生)의 무덤을 개장하기 시작했다.

 

       나리이거 보십시오.

       세자 신생(申生)의 모습이 산 사람과 같습니다

 

       아니이게 어찌 된 일이냐

       산 사람과 같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다.

 

       아니이건 또 무슨 냄새가 이리 심한가

       나리코를 틀어막아도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극걸(郤乞)은 신생(申生)의 시신이 흡사 잠자고 있는 듯한 모습에

놀라며 또한견딜 수 없는 악취가 나고 있자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신생(申生)의 시신 앞에 엎드려 향을 피우며 기도를 올렸다.

 

       세자께서 살아생전에 한없이 정결하시더니

       죽어서는 어찌 이다지도 불결하십니까

 

       이 불결한 냄새가 세자의 것이 아니라면

       일꾼들을 놀라게 하지 말아주시옵소서.

 

극걸(郤乞)이 분향을 마치자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악취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아름다운 향기가 묘 주위로 퍼지기 시작했다.

 

      포성(袌城사람들은 모두가 성안을 비우고

      교산(喬山)의 고원(高原)으로

      슬픈 곡을 하면서 장례 행렬을 따랐다.

   

극걸(郤乞)은 신생(申生)의 시신을 정성스레 염하고 입관을 하자,

교산(喬山)의 고원(高原)에다 새로운 묘를 마련하며 이장을 끝냈다.

 

      장례가 끝난 지 3일 만에 호돌(狐突)이 제사를 지내며

      위패를 세우고 제사를 지낸 다음

       진공태자의묘(晉共太子之墓라 쓴 비석을 세웠다.

 

 253 원한 맺힌 혼은 정말 나타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