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1 화. 배은망덕은 어떻게 하는 걸까.

제 251 화. 배은망덕은 어떻게 하는 걸까.

 

진혜공(晉惠公)은 즉위하자마자, 호돌(狐突)과 괵사(虢射)를 상대부로,

삼으며, 양유미(梁繇糜), 여이생(呂飴甥), 극예(郤芮)는 중대부로 삼고

도안이(屠岸夷)는 하대부로 삼으면서, 망명 생활 중에 그를 따르던

측근들만을 요직에 임용하고, 나머지 자리는 그냥 두었다.

 

        그동안 군주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움에

        왕실과 제환공에게 모두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한다.

 

        양유미(梁繇糜)는 왕자 당(黨)을 모시고 왕실에 다녀오라.

        한간(韓簡)은 공손습봉(恭遜襲封)을 따라 제(齊)에 다녀오라.

 

진혜공(晉惠公)은 양(梁) 나라에서 모든 가솔(家率)을 불러들였으며,

아들 어(御)를 세자로 정하고 나자, 모처럼 궁실을 살피러 다녔다.

        별궁은 세자 신생(申生)과 어린 백희(白姬)였던 목희(穆姬)를

        키워냈으며, 진헌공(晉獻公)의 부인인 가군(賈君)의 처소이다.

 

        가군(賈君)은 나이가 들었으나 아이를 낳지 않아서인지

        옛날의 아름다운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가군(賈君)은 여희(驪姬)가 살아있을 때는 온갖 수모와 구박을 받았으나, 

여희(驪姬)가 죽자, 별궁에서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다.

       지내시기에 불편하지는 않으신지요？

       진군(晉君), 축하하오. 찾아주어 고맙소.

 

진혜공(晉惠公)이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올리자, 가군(賈君)은 모처럼

만에 반가운 인사를 받게 되자,  얼굴을 활짝 펴며 기뻐하였다.

이때 진혜공(晉惠公)은 가군(賈君)의 새하얀 가슴에 드러난 젖무덤을

보자마자, 갑자기 눈길이 뒤집히며, 주체할 수 없는 음욕을 느꼈다.

 

      진혜공(晉惠公)은 촌수도 어머니뻘이며,

      나이도 어머니뻘인 가군(賈君)에게

      잘 보살펴드리겠다고 말하고 돌아서다가

 

      가군(賈君)의 어여쁜 동안(童顔)과 풍만한 육체에

      갑자기 성욕을 품으면서 달려들었다.

 

      가군(賈君)은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진혜공(晉惠公)에게 강제로 강탈당하고 말았다.

 

      다음날 가군(賈君)은 수치심을 참지 못하며

      스스로 자결하고 마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가군(賈君)을 잘 보살펴주기로 하였으며, 타국에 나가 있는 공자들을

불러들이기로 한 목회(穆姬)와의 약속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한낱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되고 말았다.

 

이오(夷吾)는 진혜공(晉惠公)이 되자마자, 신의마저 저버리는 첫 번째

일을 가군(賈君)에게 벌린 것이며, 이는 곧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은 어진 덕(德)을 잊고(忘) 

      은혜(恩)를 배반(背反) 한다는 뜻이다.

 

      베풀어 준 은혜(恩惠)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원수에게 하듯이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오(夷吾)는 진혜공(晉惠公)이 되자

      제일 먼저 배은망덕(背恩忘德)을 저지른 것이다.

 

여희驪姬의 지나친 욕심에 나라가 망가졌으며, 이에 또, 불행히도

나라와 백성을 더 배신하는 이오(夷吾) 같은 배신자가 나타나,

진(晉)나라는 앞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때 진(秦)나라 공손지(公孫枝)는 진혜공(晉惠公) 일행을 호송하고

나서는 진(晉) 나라의 강성(絳城) 밖에 머물며, 약조한 하서(河西)의 

5개 성의 할양을 받아 가기 위해, 돌아가지 않고 머물고 있었다.

 

       공손지(公孫枝)가 강성(絳城) 밖에 머물고 있소.

       약조한 하서(河西)의 5개 성을 받아 가려 하는 것이오.

 

       이 문제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신 여이생(呂飴甥) 이옵니다.

 

       주공, 하서河西의 5개 성을 주기로

       약조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본국에 들어와

       군주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돌아와 이미 군주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 나라는 이제 주공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주공 맘대로 하셔도 됩니다.

 

       주공, 비록 진(秦 )나라가 힘이 있다고 하나？

       우리가 약속한 땅을 할양하지 않는다 해서

       이제는 그들이 어찌하겠습니까？

 

       주공, 일단 진(秦)의 공손지(公孫枝)를 돌려보내고

       하서(河西)의 5개 성의 진상을 후일로 미루십시오.

 

       주공, 신 이극(里克) 입니다.

       주군께서 나라를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힘이 강한 이웃에 신의를 잃으려 하십니까？

 

       이미 약조까지 하셨으면 이행해야 합니다.

       주공, 신 극예(郤芮) 이옵니다.

 

       하서(河西)의 5개 성은 우리 영토의 3할에

       해당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결코, 진(秦) 나라에 할양할 수 없나이다.

 

       진(秦) 나라가 비록 군사의 수가 많다지만

       힘으로 빼앗아 갈 만큼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하서(河西)의 5개 성은 선군께서

       괵(虢)과 우(虞)를 멸하며 힘들게 얻은 땅입니다.

 

       주공, 이극(里克) 입니다.

       선군이 힘들여 경영해 얻은 땅을

       어찌하여 쉽게 떼어준다고 약조했소이까？

 

       주기로 약속하고 주지 않는다면

       진(秦) 나라가 노하게 되지 않겠소이까？

 

       옛날 선군들께서 곡옥(曲沃)에 나라를 세우실 때는

       우리 진(晉)의 땅은 한 뼘도 되지 않을 만큼 작았습니다.

 

       그런데도 오로지 선군들께서 바른 정치에 힘쓰시어

       작은 나라들을 차례로 합쳐 큰 나라가 된 것입니다.

 

       주군께서 능히 국내 정치를 쇄신하시고

       이웃 나라들과 우호 관계를 맺으신다면

       어찌 그까짓 다섯 성이 걱정되겠습니까？

 

       주공, 이 극예(郤芮)는 참을 수가 없나이다.

       이극(里克)이 진(秦)을 위해 약속을 지키라는 것은

       주공에게서 받기로 한 분양의 땅을 걱정해서입니다.

 

이극(里克)이 크게 분개하며 또 말하려 하자, 이때 비정보(邳鄭父)가

이극(里克)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은근히 만류하였다.

 

       이극(里克)은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며 조당(朝堂)에서

       나왔으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진혜공과 그 일당을 원망하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극예(郤芮)의 간교함은 양오(梁五)나 동관오(東關五)나 우인(優人) 

시(施) 보다 한 수 위였으며, 더구나 강력하기까지 하였다.

 

       주공, 신 극예(郤芮) 이옵니다.

       이극(里克)을 제거하지 않으면 위태롭겠사오니

       하루속히 제거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렇긴 하도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비정보(邳鄭父)는 외교 전문가입니다.

       그자를 진(秦) 나라에 사자로 보내십시오.

 

       비정보(邳鄭父)를 사신으로 보내다니 무슨 뜻인가？

       주공, 하서(河西)의 5개 성의 진상을 미루는 것입니다.

 

       으흠, 구체적으로 말해보라.

       비정보(邳鄭父)는 이극(里克)의 당(黨) 입니다.

 

       비정보(邳鄭父)를 이극(里克)과 떨어지게 한 후

       먼저 이극(里克)을 제거하고,

 

       그다음 비정보(邳鄭父)가 돌아왔을 그때

       마저 제거하면 조정은 쉽게 안정될 것이며

 

       또한,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에게 주기로

       약조한 분양 땅과 부규 땅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더구나 비정보(邳鄭父)가 진(秦)나라에 가면

       진후(秦侯)가 분개하여 참수시킬 수도 있습니다.

       호 오, 과연 극예(郤芮) 다운 훌륭한 발상이로다.

 

       그러나 이극(里克)을 죽이면 칠여대부를

       비롯한 일당들이 가만히 두고만 보겠는가？

 

칠여대부(七閭大夫)는 진헌공(晉獻公)이 2군으로 증설할 때, 상군과

하군으로 나누었다. 하군은 세자 신생(申生)이 포성에서 거느렸었다.

 

하군의 대부들은 세자 신생(申生)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경(耿), 곽(藿), 위(魏), 세 나라뿐만 아니라, 

 

주변의 작은 나라들도 병합시키고, 동산(東山)의 고락씨(皐落氏)까지

토벌하던 장수들로써, 서로 간에 목숨을 버릴 만큼 결속력이

대단하였던 일곱 대부를 칠여대부(七閭大夫)라 말하는 것이다.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의 제거는 신중해야 한다.

       칠여대부(七閭大夫)를 섣불리 건드려

       자칫 반역이 일어나서는 아니 된다.

 

       주공, 이극(里克)이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자결한다면 큰 반발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한 명분이 있겠는가？
       

       이극(里克)은 해제와 탁자를 죽인 불충한 자입니다. 

       주공, 두 군주를 죽인 자가 어찌

       벌건 대낮에 살아갈 수 있겠나이까？

 

진혜공(晉惠公)은 다음날 조례를 열어 신료들과 하서(河西)의

5개 성을 주느냐, 안 주느냐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주지 않는다면 신의를 잃게 되고 또한,

       떼어준다면 우리가 너무 약한 나라로 보일 것이오.

 

       다섯 개의 성 중에서 한두 개 정도 할양하면

       진(秦) 나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주공, 신 여이생(呂飴甥) 이옵니다.

       우리가 비록 한두 개의 성을 바친다 해도

       어차피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말은 듣게 됩니다.

 

       오히려 진(秦)나라의 분노만을 사게 되어

       자칫 전쟁을 도발시키는 일이 될 수 있으나

       주공, 이 판에 진(秦) 나라가 전쟁을 걸겠습니까？

 

       주공, 아예 주지 못하겠다고 선언하십시오.

       그렇기는 하나 전쟁은 안 된다.

       좋은 방안을 찾아 국서를 써보도록 하라.

 

이를 지켜보던 비정보(邳鄭父)는 자신이나 이극(里克)에게 약속한

약조도 지키지 않을 것이란 걸 깨닫게 되면서 속으로 분개했다.

 

제 252 화. 우유부단한 결정이 죽음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