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40 화. 모진 여자를 이길 수 있으랴.

서 휴 2023. 9. 11. 08:50

 240 모진 여자를 이길 수 있으랴

 

이극(里克)은 흥겹지도 않은 노래가 끝나자얼큰히 취한 눈빛으로

()를 쳐다보며 별생각 없이 손뼉을 치고 난 후에 물어본다.

 

      수풀에 우거진 동산(東山)은 무엇이며

      또한완목(菀木)은 무어며

      마른 나무 고목(枯木)은 무엇을 말하는가

 

      완목(菀木)은 무성한 나무를 말하오며

      사람에 비유하면 수풀은 정실부인이며

      완목(菀木)은 세자를 뜻하옵니다.

 

      뿌리가 깊고 잎과 가지가 무성하면

      이른바 수풀이 우거진 동산이 되옵니다.

 

      참화(慘禍)가 닥칠 때는 나무는 흔들리고

      잎은 다 떨어져 마른 나무가 되옵니다.

 

      이처럼 메마른 고목(枯木)이 된다면

      당연히 새들도 깃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극(里克)은 시()가 노래를 부르자마자 서둘러 떠나자마음이

불편해지며가예(暇豫)라는 노래에 무언가 암시하는 뜻이

들어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가 말을 마치고 곧바로 물러가자마음이 편치 않게 된

리극(里克)은 늦은 밤에 혼자 후원을 산책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는 주군과 군 부인에게 총애받고 있다.

       ()가 부른 노래는 필시 말하고 싶은 뜻이 있으리라.

 

이미 한밤중이 되었지만, 리극(里克)의 마음은 몹시 답답해지자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갑자기 종자에게 분부하였다.

 

      아무도 몰래 시()를 불러오라.

      그대 시()는 무슨 뜻으로 그 노래를 불렀느냐

 

      정녕 모르고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주공께서는 세자 신생(申生)을 죽이고

      세자를 받들던 중신과 가신들마저 죽이려 합니다.

 

      (세자뿐만아니라

      그 가신들까지 모조리 죽이려 한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안 된다커다란 참화는 안 된다.

      참화는 꼭 막아내야 한다

 

      군부인께서 주군의 총애를 가득 입고 있으며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두 대부가 따르는바

      군 부인의 뜻을 어찌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허 어참화가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되겠는가

      상경 나리께옵선 깊이 생각하여 보십시오.

      상경 나리께서 하시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 좋다나는 세자 편에도

      주공 편에도 서지 않으리라

 

      중립을 지키신다는 것입니까

      그래그리 생각하여도 좋도다

 

리극(里克)이 중립을 지킨다는 시()의 말에 여희는 크게 기뻐하였다.

찜찜한 이극(里克)은 이른 아침에 서로 친한 대부 비정보(丕鄭父)

찾아가간밤에 있었던 시()의 이야기를 가지고 상의하게 된다.

 

       어젯밤에 시()자가 나에게 말하기를

       주군께서 세자를 죽이고 해제를 세울 거라 하였소.

 

      그래, ()에 무어라 대답하셨소.

      나는 중립을 지킨다하였소이다

 

      허 어이거 이제 큰일 났습니다

      세자를 지켜줄 사람은 그대 이극(里克장수뿐인데

      이제 세자가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여희 일당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앞으로, 여희(驪姬일파에게 냉담하게

       대한다면차마 세자를 죽이지는 못할 겁니다.

 

       내 진작에 상의했어야 했는데 부끄럽소이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가 없지요.

       지금이라도 잘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이극(里克)은 크게 후회하면서, 수레를 달리다 떨어져 크게 다쳤다며

바깥출입도 하지 않으면서조례(朝禮)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군부인 임이극(里克)이 중립을 지킨다 했으니

      이제 강력하게 반대할 중신은 없습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느냐

      이제는 특별한 방법을 써야겠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무엇이냐

      군부인 임덫을 쳐놓는 것이지요.

 

      군부인께서는 이리저리하시면서

      주공이 세자 신생을 믿지 못하게 만드십시오.

 

      그리고 죽기를 각오(覺悟하시고

      꼭 해내셔야만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이지

      할 수 없도다자식을 위하는 일인데,

      내 기어이 해내고 말겠노라

 

여희(驪姬)는 시와 충분히 계획을 짜고 난 후에진헌공(晉獻公)

함께 한 이불에 들어가자마자그동안 고생하셨다며 열심히 피로를

풀어주고 나자본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동안 여러 번 전쟁에 나가 고생한 세자에게

      위로의 술 한 잔도 대접하지 못하였습니다.

 

      첩은 세자에게 처음으로 덕을 베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사옵니다.

 

      세자를 강성(絳城)으로 불러올려

      간략한 연회를 베풀며 위로해줄까 하나이다.

 

      으음그거 잘 생각하였소.

      내 세자를 부를 테니 그리해보시오.

 

진헌공(晉獻公)이 여희(驪姬)의 말을 듣고 곡옥(曲沃)에 파발을 보내,

신생(申生)에게 강성(絳城)에 다녀갈 것을 통보하자세자를 옆에서

보좌하는 대부들이 한사코 만류하게 된다.

 

      갑자기 강성(絳城)에 올라오라니요

      이는 뭔가 음모가 있을 것입니다.

      가지 마시고 타국으로 망명하십시오

 

      죄 없이 떳떳한데내가 왜 가지 못하겠소.

      오히려 가지 않으면 의심을 더 살 것이오.

 

세자 신생(申生)은 보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스스로

올라왔으며여희(驪姬)는 신생(申生)이 강성(絳城)에 도착하자마자,

정성껏 연회를 베풀어 대접하였으며연회가 끝나자 인자한 듯이

아름답게 미소 지으며 위로의 말을 하는 것이다.

 

      세자 임그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잠시 궁원(宮園)을 거닐면 어떠시겠습니까

      세자께 할 말도 있고요

 

      주공께서 세자를 보신 후에 옛날 생각이 나셨는지

      간밤에 생모이신 제강(齊姜)을 보았다고 하십니다.

 

      곡옥(曲沃)에 돌아가시면 생모께 제사를 올리시고  

      제사를 지낸 고기와 술을 주공께 올려보내시면

      주공께 큰 위로가 될 겁니다.

 

세자 신생(申生)은 여희(驪姬)가 생모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자,

금방 눈에서 이슬이 맺히며 몹시 감격스러워했다.

 

      군부인 마마너무 감격하옵니다.

      곡옥(曲沃)에 가자마자 제사를 올리겠습니다.

 

      군부인 마마조금 조심하시옵소서.

      머리에 왼 벌들이 자꾸 모여듭니다.

 

      에구머니 나왼 벌들이 이렇게 모여들지요

      훠이훠이벌들 아저리 가거라

 

세자 신생(申生)은 여희(驪姬)의 머리에 자꾸 다가오는 벌에게 손을

흔들며 쫓아주고 있는데공교롭게도 이 모습을 진헌공이 보게 된다.

 

여희(驪姬)는 머리에 약간의 꿀을 바르고 나갔으며궁원(宮園)에서

세자와 이야기 나눌 때벌들이 다가오게끔 함으로써이를 멀리서

보면마치 세자가 여희를 희롱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든 것이다.

 

      여희(驪姬)는 궁원(宮園)에서 세자와 무슨 짓을 하길래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였는가

 

      주공께서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시었나이까

      그래 사실대로 말하도록 하라.

 

      주공세자가 자꾸 희롱하여 겨우 피하였습니다.

      주공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부디 용서하시옵소서.

 

      어 흠거참모를 일이로다.

      세자에게 엉뚱한 그런 구석이 있었구나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이 세자 신생(申生)를 의심하게 하며,

둘 사이를 자꾸 벌어지게 만드는 반면에신생(申生)은 여희가

생모인 제강(齊姜)의 이름을 말하자먼저 눈물이 솟았으며, 몹시

감격하여곡옥(曲沃)으로 돌아가자제사를 지내고 그 고기와

술을 강성(絳城)으로 올려보내었다.

 

      군부인 마마곡옥(曲沃)에서

      제사 지낸 고기와 술이 올려보냈사옵니다.

 

      주공께서 며칠 후 사냥에서 돌아오신다.

      그때까지 잘 보관하여 두어라.

 

진헌공(晉獻公)은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와 같이 순수(巡狩)

겸하여 사냥하고 돌아와서는 여희(驪姬)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이번 순수(巡狩)는 즐거웠나이까.

      으흠그런대로 재미가 있었노라.

 

      군후(君侯)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세자께서

      생모인 제강(齊姜)의 제사를 지내고

      며칠 전에 고기와 술을 보내왔나이다.

 

      그러한가기특한 세자로구나.

      내가 잡아 온 사슴 다리도 다 익어갈 거야.

      사슴 다리가 다 익으면 같이 먹게 하자.

 

 241 죽음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