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9 화. 어리석게 말려들면 어떻게 될까.
제 239 화. 어리석게 말려들면 어떻게 될까.
아들 필주(畢犨) 야. 이리 가까이 오너라.
예, 아버님 부르셨사옵니까?
오늘부터 우리의 성은 위(魏) 이다!
아버님, 갑자기 성이 위(魏) 라니 요?
위(魏)는 크고 높다는 우리 영지(領地)의 이름이다.
오늘부터 필(畢)을 버리고 위(魏)로 삼도록 한다.
아들아, 너의 이름은 주(犨) 이다.
아버님, 필주(畢犨)에서 위주(魏犨)라 한다면
아버님, 위주(魏犨)가 훨씬 듣기 좋습니다.
너는 요즘 바쁜 일이 있느냐?
아버님,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잘 되었구나.
지금 당장 포읍(蒲邑)으로 떠나거라!
아버님, 포읍(蒲邑) 이라니요?
이제부터는 중이(重耳) 공자가 네 주인이다.
찾아가 거절당해도 무조건 따르도록 해라!
아버님, 어째서 중이(重耳) 공자이신지요?
이오(夷吾) 공자도 있질 않습니까?
내가 알아본 바에 따라 내 뜻을 정했노라!
그냥 중이(重耳) 공자가 네 주인이라고 생각해라.
너의 급한 성질머리대로 하지 말고
마지막에도 중이(重耳) 공자의 명령에 따르라.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딴마음을 품어선 안 된다.
절대로 배신해선 안 된다!
내 말 알아듣겠느냐?
네 에,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이때부터 필만(畢萬)은 위만(魏萬)이라 불리게 되며, 필주(畢犨)의
이름도 위주(魏犨)로 바뀌게 되었다.
위만(魏萬)은 아들 위주(魏犨)로 하여, 공자 중이(重耳)를
오르지 섬기게 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영지를 대대손손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주춧돌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위만(魏萬)의 자손은 마침내 제후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되며,
더욱 세력이 커져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이르러서는 칠웅(七雄) 중의
하나인 위(魏) 나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성과는 위만(魏萬)의 깊고 냉철한 사려(思慮) 속에서 판단된
결과이며, 침착하면서도 과감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결코, 우연(偶然) 이라 할 수 없으며, 이러한 가풍을
만들어낸 위만(魏萬)의 공이었을 것이다.
위주(魏犨)의 성격은 활달하면서 거친 기질이었으나,
반면에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딴생각을 품지 않는 곧은 성질이었다.
위주(魏犨)는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아버지 위만(魏萬)에게 작별
인사를 올리고는, 중이(重耳)가 머무는 포읍(蒲邑)으로 떠나갔으며,
조숙(趙夙)의 손자인 조쇠(趙衰)가 강성(絳城)을 출발한 사흘 뒤였다.
이처럼 자식이 많은 집안은 각 공자에게 아들을 분산시키기도 하고
호돌(狐突) 이나 극표(郤表), 조숙(趙夙), 위만(魏萬) 등과 같은
이들은 한 공자만을 선택하여 가문의 운명을 맡기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뜻밖에 대사공(大司空) 사위(士蔿)가
스스로 은퇴(隱退)를 선언했다.
사위(士蔿)는 진헌공(晉獻公)이 즉위한 그해에,곡옥성(曲沃城)에 살던
곡옥장백(曲沃莊伯)의 일족을 몰살시키면서까지, 하나의 진(晉)
나라로 통일시켰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사공(大司空)이 되었다.
또한, 취(聚) 땅에 강성(絳城)을 건설하여 진(晉)나라의
도읍지를 곡옥(曲沃)에서 강성(絳城)으로 옮겨가는
큰 공을 세워, 재상의 대우를 받는 원로였으므로,
그의 자진 은퇴(隱退)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위(士蔿)는 이번의 논공행상을 자세히 분석하며, 진헌공(晉獻公)의
마음이 신생(申生)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면서,
스스로 은퇴 선언하고, 고향으로 떠나면서 노래를 지어 불렀다.
여우 가죽의 옷이 갈래갈래 찢어져
장차 한 나라에 세 명의 주인이 있겠구나!
내 누구를 섬겨야 할 것인가?
내 누구를 따라야 할 것인가?
이 노래는 세자 신생(申生), 중이(重耳), 이오(夷吾), 해제(奚齊)에 대한
내용이었으므로 강성(絳城)의 사람들은 네 명의 공자 중에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너무 궁금해지면서, 노래는 더욱 널리 퍼져나갔다.
사위(士蔿)는 네 주인이라 하지 않고,
왜 세 명의 주인이란 말을 했을까?
넷 중 하나는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왜 단정했을까?
그렇다면 셋 중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가?
어느 공자를 따라가야 출세도 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가?
손가락까지 꼽아가며 계산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되어버렸는데,
여희의 그림자라 불리는 시(施)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진헌공은 춤도 잘 추며, 노래도 귀엽게 잘 부르는
배우(俳優)인 시(施)를 아꼈으며,
시(施)는 진헌공의 선물이나 예물을 전하는 등으로
중신이나 일부 대부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여희(驪姬)의 수족 역할을 하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여희(驪姬)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이 순조롭게 끝나게 되자, 그 결과가
궁금해 지면서, 돌아가는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시(施)를 불렀다.
시施 야. 이번 논공행상을 어떻게 보느냐?
마마, 해제(奚齊)의 앞날이 탄탄해졌나이다.
어째서 그렇게 보느냐?
군부인 마마, 순식(筍息)을 일등 공신으로 인정하면서
대부(大夫)에서 경(卿)의 지위로 올려줌으로써
해제의 정치적 배경을 구축하여 주신 것입니다.
또한, 이극(里克)에게 아낌없는 상을 내려준 것은
세자 신생(申生)에게서 떼어놓으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극(里克)은 진헌공의 무리한 뜻에도
감히 맞서지 못할 것입니다.
조숙(趙夙)과 필만(畢萬)은 중립적 위치에 있었기에
세자 신생(申生) 편에 들지 못하게 만들면서,
해제 편으로 끌어들인 높은 술수를 쓰신 겁니다.
사람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지위를 지키려 하고
보존하려는 본능이 있지 않겠나이까?
진헌공(晉獻公)이 괵(虢)과 우(虞)를 병탄하고 돌아와 논공행상까지
실행하고 나자, 여희(驪姬)는 그녀의 아들 해제(奚齊)를 세자로
세우려는 일념이 더욱 강해지면서 초조해지고 점점 조급해졌다.
시(施) 야. 이로써 해제(奚齊)의 앞날이 탄탄해졌다고 하나
이번에 주공께서 직접 나가시어 큰 공을 세우셨으나,
좋은 기회를 놓친 것과도 같도다!
이번에 세자 신생(申生)이 나가 죽어줘야 했는데
이번에는 내보내지도 않았으며, 또 나갔다 하면
승리만 하니 저 신생(申生)을 어찌하면 좋겠냐?
이제 앞으로는 신생(申生) 뿐만 아니라,
중이(重耳)와 이오(夷吾)도 제거해야지 않겠느냐?
군부인 마님, 너무 염려치, 마시옵소서.
때가 한발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공의 의견에 반대하면서 세자 신생(申生)을
감싸는 중신들을 먼저 포섭해야 합니다.
그렇구나. 순식(荀息)은 우리 편이 되었으나,
세자 신생의 둘째 스승인 이극(里克)이 문제로다.
어떻게 포섭해야겠느냐?
군부인 마님, 이극(里克)은 보기보다 마음이 여리오며
술을 좋아하니 저에게 생각이 있습니다.
여희(驪姬)는 시(施)의 말에 따라, 우(虞)와 괵(虢)을 점령하느라
고생하셨다며 음식과 술을 준비하자, 시(施)를 시켜 비복(婢僕)과
함께, 이극(里克)의 집으로 가지고 가서 인사를 올리게 한다.
상경(上卿)이 되심에 감축드리옵니다.
앞으로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두 분께서는 맛있게 드셔보시지요.
주공의 뜻으로 군부인이 보낸 것인가?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고맙게 먹겠다고 전하도록 해라.
이 시(施)가 한잔 술을 올리겠사옵니다.
맛있게 도시옵소서.
상경 나리. 맹(孟) 부인께옵서
이 시(施)에게 술과 안주를 내려주시오면,
새로 지은 노래를 불러드리겠나이다.
맹(孟 ) 부인은 이미 시(施)의 재주에 빠져있었으므로, 말한 즉시
무소의 뿔 술잔에 얼른 가득 부어주며, 염소 내장 요리를 권했다.
새로 지은 노래의 제목이 무언가?
가예(暇豫) 라고 하오며 편안하게 지냄을 뜻합니다.
시(施)는 맹(孟) 부인이 건네준 술잔을 비운 후 천천히 걸어나가며,
몸을 추스르더니 나비가 나는 듯이 접무(蝶舞)를 추다가, 부채를
활짝 펴 흔들면서 청아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暇豫之吾吾兮 不如鳥烏 (가예지오오혜 불여조오)
여유 있다고 남과 친해지려고 하지 않으니
날아다니는 짐승보다 생각이 못 미치는구나!
衆皆集于菀兮 爾獨于枯 (중개집우완혜 이독우고)
사람들은 잎이 무성한 나무 밑에 모였는데
그대만 유독 고목 나무 밑에 앉아있는구나!
菀何榮且茂兮 枯招斧柯 (완하영차무혜 고초부가)
무성한 나무는 영화와 번영을 불러오지만
말라비틀어진 고목은 도끼에 찍혀 나가리라.
斧柯行及兮 奈爾枯何(부가행급혜 나이고하)
그대가 어찌 성할 수 있겠는가? 도끼를 불러올 따름인 것을!
모두 완목(菀木)에 모이는데. 홀로 꽃도 피지 않는 고목(枯木) 밑에
남아, 무엇을 어찌하며 살아가려는가 하는 심각한 노래였다.
제 240 화. 모진 여자를 이길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