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7 화. 큰일은 꿈속에서 먼저 보인다.
제 237 화. 큰일은 꿈속에서 먼저 보인다.
빨리 내사(內史) 요(寥)를 부르라.
군부인 마마. 부르셨사옵니까?
태의(太醫)가 진맥해 보니 평상시와 같다고 하나?
왜 움직이지 않고 깨어나지 않는 것이오?
군부인 마마. 귀신이 붙은 것이 맡습니다.
지금은 인사불성(人事不省) 이오나
아마도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사옵니다.
깊은 잠을 자는 것이오니 기도하며
공(供)을 올린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사옵니다.
스스로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려 보시옵소서.
조금 기다리시면 깨어나실 것입니다.
이일이 소문이 나자, 신료(臣僚) 들이 모두 모여들기 시작하였으나,
그저 안부만 묻고는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세자 앵(罃)은 진목공(秦穆公)의 침상 곁에서
사흘 낮 밤을 떠나지 않으면서, 마음속 깊이
빨리 깨어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닷새째 되는 날의 이른 아침이 되자, 그때 진목공(秦穆公)은 몸을
뒤척이기 시작하며, 비 오듯이 땀을 흘리면서 비로써 깨어났다.
아바마마. 옥체 만강하시옵니까?
어떤 일로 이리 오래 주무시었나이까?
잠시 잠을 잤을 뿐이로다.
기이하도다. 기이해.
아바마마. 무엇이 그리 기이하나이까.
혹여, 좋은 꿈이었사옵니까?
아니, 네가 꿈꾼 걸 어떻게 아느냐?
내사(內史) 요(寥)가 말해주었습니다.
그러한가. 어서 내사(內史) 요(寥)를 부르라.
주공. 이제 깨어나시었나이까?
내사(內史) 요(寥)는 들어보시오.
과인은 꿈에서 귀한 부인을 만났소.
얼굴은 단정하고 아담하였으며
얼굴과 피부는 백설 같아 무척 아름다웠소.
손에는 천부(天符)를 들고 나를 부르는 것이었소.
부르기에 다가가니 갑자기 구름이 다가오며
귀부인과 함께 구름을 타고 가게 되었소.
어느 날 진목공은 산천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속을 거닐다가
화려한 옷에 어여쁘면서 정중한 여인이, 하늘나라 사람의
표시(標示) 인 천부(天符)를 들고 부르자 다가가게 되었다.
상제(上帝)의 명으로 부르는 것이오.
이 구름을 타면 옥황상제(玉皇上帝)가 계시는
천계(天界)에 가게 될 것이오.
진후(秦侯)는 어서 구름에 오르시오.
갑자기 구름을 타게 되면서, 멀리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게 되자,
갑자기 단청이 찬란한 하늘의 궁궐에 들어가게 되었다.
궁궐의 높은 옥 계단을 오르자, 전내(殿內)의 호화로운 황금 기둥이
즐비한 복도를 지나가며, 한참을 따라가니 주렴(珠簾) 장막이 걷히고,
면류관에 곤룡포를 입은 옥황상제가 앉아 있고, 그 양옆에 천상의
왕들도 서 있는데 그 위엄이 대단했다.
자, 진후(秦侯)는 벽옥(碧玉) 잔을 받아라.
벽옥잔(碧玉盞)의 천주(天酒)를 마셔보아라.
가까이서 옥황상제(玉皇上帝)의 성지(聖旨)를 받들라.
앞으로 그대는 진(晉) 나라의 소란을 평정할지어다.
진목공(秦穆公)은 벽옥잔을 받들어, 향기롭고 감미로운 천주(天酒)를
마시고 잔을 놓자, 시종을 통하여 죽간(竹簡) 한편을 내려주었다.
자. 이제 가실 때가 되었습니다.
상제(上帝) 임께 인사 올리시오.
진목공(秦穆公)은 상제에게 두 번 절을 올리고, 천계에서 내려오며,
천부(天符)를 들고 있는 여인에게 궁금해져 물어보게 되었다.
그대를 어떻게 불러야 하오?
나는 보부인(寶夫人) 이라 하오!
태백산(太白山)에 있으니 진(秦) 땅에 있는 것이오.
군후(君侯)는 아직도 들어보지 못하셨소?
내 남편 섭군(葉君)은 남양(南楊) 땅에 있는데
일이 년 만에 겨우 한번 만나고만 있소.
만약 나를 위해 사당(祠堂)을 세워준다면
진후(秦侯)는 만세에 빛나는 패자(覇者)가 될 것이오.
보부인(寶夫人), 그리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반드시 사당(祠堂)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물어봅시다.
진(晉) 나라에 무슨 난리가 나기에
상제께서 이렇게 명하시는 것이오.
진(晉)에 어떤 난리가 나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하늘의 비밀이라
천기(天機)를 누설(漏泄) 할 수 없소이다.
이윽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이때 뇌성벽력(雷聲霹靂) 같은 소리가 들리어
마침내 놀라며 깨어나게 되었소.
이게 무슨 조짐(兆朕)의 꿈인지 모르겠소?
내사(內史) 요(寥)는 알 수 있겠소?
진목공(秦穆公)은 닷새 만에 일어나, 잠자는 사이에 꾼 꿈 이야기를
빠짐없이 하여 주니, 내사(內史) 요(寥)가 꿈풀이를 하기 시작한다.
주공, 진헌공(晉獻公)이 여희(驪姬)를 지나치게 총애하여,
세자 신생(申生)을 죽이면서까지 폐하려 하니
어찌 변란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주공. 하늘에서 천하를 제폐(制覇) 하라는 명을
내려주시는 것은 큰 복이 되옵니다.
꿈속의 보부인(寶夫人)은 어떤 여자요?
들꿩의 정(精)으로 암놈을 얻은 자는
천하의 패자(覇者)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내사(內史) 요(寥)는 진목공(秦穆公)에게 지난날의 선군(先君)이신
진문공(秦文公) 때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려주게 되었다.
주공, 진문공(秦文公) 때에 일어난 일이옵니다.
진창(陳倉) 사람이 땅속에서 이상한 짐승을 잡았답니다.
그 모양이 마치 가득 찬 주머니같이 둥글고
그 짐승의 겉에는 황색과 백색이 섞여 있었으며
꼬리는 짧으며 네 개의 다리가 있고
주둥이는 뾰족이 날카로우며 온몸은 큰 바늘 같은
큰 침들이 에워싸여 아주 위험한 짐승이었답니다.
진창(陳倉) 사람이 이 짐승을 선군께 바치러 가던 중에, 길에서
두 동자(童子)를 만났는데, 그들은 손뼉을 치며 소리로 말했나이다.
네가 죽은 사람에게 포악하게 굴더니
이제 산 사람에게 잡히고 말았구나.
에이, 정말 나쁜 놈이로다
.
아니, 동자(童子)는 이놈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저놈은 커다란 고슴도치로, 위(猬) 라는 놈이오!
땅속에서 죽은 사람의 골수(骨髓) 만 파먹고
그 정기(精氣))를 얻어 사람이 되려 하니
잘 끌고 가서 꼭 죽여야 할 것이오!
두 동자가 이처럼 말을 하자, 그 위(猬) 라는 놈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두 동자를 향하여 큰 소리로 말하였답니다.
그래. 내가 고슴도치 태위(太猬) 가 맞다.
저 두 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진보(陳寶) 요!
진보(陳寶)가 무엇이오.
진보(陳寶) 란, 들꿩의 정(精) 을 말하는 것이오.
한 놈은 수꿩이고 한 놈은 암꿩이오.
수꿩을 얻는 자는 왕이 되고
암꿩을 얻는 자는 천하를 제패(制覇) 한답니다.
나를 풀어주시오.
내가 둘 다 잡아드리리다.
진창(陳倉) 사람은 고슴도치 위(猬)의 말을 믿게 되었으며, 욕심이
나서 진보(陳寶)를 잡으려 쫓아가자, 두 동자는 한참 도망을
가다가 갑자기 들꿩이 되어, 진창산(陳倉山)으로 날아갔답니다.
진창(陳倉) 사람은 욕심을 내다가 다 놓친 거지요.
진창(陳倉) 사람은 이 이야기를 선군께 고하였으니
부중(府中) 내부(內府)에 이를 기록한 문서가 있을 겁니다.
문서고(文書庫)에서 기록을 어서 찾아보아라.
호 오. 과연 보부인(寶夫人)의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내사(內史) 요(寥)는 이 기록에 덧붙여
나의 꿈 이야기도 적어 비장하도록 하시오!
대관절 진창(陳倉 )이 어디에 있는 곳이오?
주공, 태백산 자락 서편에 있습니다.
좋도다. 태백산으로 한번 가보자.
주공, 사냥으로 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주공, 시험 삼아 그 꿩의 자취를 찾아보십시오.
진목공(秦穆公)은 친위대를 거느리고 태백산 서쪽으로 가볍게
사냥을 하면서 지나가며, 드디어 진창산(陳倉山)에 이르렀다.
이곳이 진창산(陳倉山) 이라고 한다.
모두 조심스럽게 그물을 치도록 하라!
주공. 꿩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렸나이다.
꿩은 온몸이 연녹색의 옥빛이 나옵니다.
어디 보자. 옥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던 암꿩이
잡히자마자 옥돌이 되다니 신기한 일이로다.
암꿩은 옥돌 꿩인 옥치(玉雉)로 변하였으나
화려하고 찬란한 그 빛만큼은 그대로구나.
주공, 신 내사(內史) 요(寥) 이옵니다.
이것이 바로 보부인(寶夫人) 이옵니다.
암놈을 얻으면 천하를 제패(制覇) 한다, 하였으니
이 어찌 기쁜 징조가 아니겠나이까?
주공께서는 진창산(陳倉山)에 사당을 세우시고
이제부터 봄가을에 제사를 올리시면
반드시 큰 복을 받으실 겁니다.
진목공(秦穆公)은 크게 기뻐하였으며, 보부인(寶夫人)인 옥치(玉雉)를
난초(蘭草)에 달인 물로 깨끗이 목욕시키고 옥의 궤에 넣었다.
나무를 베어 사당을 짓도록 하라.
이제 사당을 다지었다고 하였느냐.
그래, 어서 진창산(陳倉山)으로 가보자.
보부인(寶夫人) 인 옥치(玉雉)를
사당(祠堂)에 정중히 안치시키고
사당(祠堂)을 보부인사(寶夫人祠)라 하라.
또한, 진창산(陳倉山)을 보계산(寶鷄山)으로
이름을 바꾸고 유사(有祀)를 두어
일 년에 두 번 제사를 올리도록 하라.
진창산(陳倉山) 보부인사(寶夫人祠(에서 봄가을로 제사를 올리게 하니,
제사를 지내는 날 새벽이면, 밝은 빛이 십여 길이나 솟아올랐으며,
그럴 때마다 커다란 우렛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졌다고 한다.
이는 곧 보부인(寶夫人)의 남편인 섭군((葉君)이
찾아와 서로 반기면서 서로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즐거움을 화답하는 것으로 알려지게 된다.
제 238 화. 정확한 후계자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