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0 화. 왜 곁에서 만나지 못하나.
제 230 화. 왜 곁에서 만나지 못하나.
옛날처럼 거문고 실력을 더 키워야 해.
옛날처럼 노래도 솔솔 나오도록 더 연습해야 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하늘도
바라는 바를 알아준다는 하였어.
남편을 떠나보내고, 숱한 고생을 하다가, 빨래를 빠는 완부(浣婦)가
되었다가, 거문고를 잡게 된 두씨(杜氏) 부인은, 연회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마음을 가다듬으려 하지만, 가까이 있는 남편을 만나지
못해 애타는 마음속으로 아버님의 말씀이 스며들어 온다.
큰 시련
큰, 일을 할 사람은
큰, 일을 올바르게 잘하라며
큰 시련을 주어 단련시켜나간단다.
큰 시련을 받은 연후에야
큰, 일할 자세가 갖추어지는 거란다.
큰 외로움과 서러움을 주는 것은
큰 행복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란다.
큰 행복과 기쁨도
큰 고비를 잘 넘어가야 찾을 수 있단다.
큰 시련은 아무나 주지 않으니
큰 시련은 넘기가 참으로 어렵단다.
아버님. 고맙습니다만, 큰 외로움과 큰 서러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힘든 줄 모르실 거예요.
몸과 마음이 요동치도록 힘든 세월이
얼마나 서럽게 넘어가는지 모르실 거예요.
그래요. 아버님. 아버님의 말씀이 옳아요.
이 어려운 고비도 최선을 다하여 넘기고 말겠어요.
두씨(杜氏) 부인은 마음속 깊이 아버님의 말씀을 새기며, 거문고의
현(玄)에 손을 올리는데 또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픈 노래
너무나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마라.
너무나 슬픈 노래는 맺힌 한(恨)을 머물게 하며
없던 한(恨)이 맺힐 수가 있느니라.
밝고 즐거운 노래를 불러야 마음이 개운해지고
살아가는 힘이 생겨난단다.
가슴 속을 비워내라
지난날의 외로움과 슬픔과 애통함을 다 쏟아내라
빈 가슴만이 새로운 인연이 다가와
새로운 즐거움과 기쁨을 담아줄 수 있느니라.
아버님. 정말 하늘나라에도 애틋한 사랑이 있을까요. 아버님
하늘나라에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연이 정말 있을까요. 아버님.
옥황상제의 외동 손녀인 직녀(織女)와
소를 키우는 목동(牧童)인 견우(牽牛)
서로 너무나 깊은 사랑을 하게 되어
직녀(織女)의 물레 소리는 들리지 않고
견우(牽牛)의 소들은 꽃밭의 아름다운 꽃들을
먹어 치우며 뭉개고 다니니
화가 난 옥황상제(玉皇上帝)님은
둘 사이에 넓고 긴 은하수(銀河水)를 두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멀고도 뽀얀 은하수(銀河水)를 건널 수 없어
멀리서 서로 보고파 하는
그 애타는 마음이 어떠하였겠어요.
나는 왜,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서로 보고파 하는, 애절한
노래인 오작루(烏鵲淚)를 어릴 적부터 흥얼거렸으며
사랑하는 백리해가 성공하여 돌아오면 좋으련만,
평범한 사람이 되어있다 하더라도,
날 사랑하는 남편이기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도
나는 왜, 오작루(烏鵲淚) 노래를 흥얼거렸으며
나는 왜, 내 남편을 애타게 찾아 돌아다니며,
때로는 거지가 되어 온갖 수모를 당하여
구곡간장(九曲肝腸)이 끌이면서
세상사 아홉 고비를 힘들게 넘기려 하면서도,
나는 왜 오작루(烏鵲淚) 만을 부르며 살아왔을까.
두씨(杜氏) 부인은 거문고의 현을 키다가 지나온 과정이 불현듯
스치며 애타는 마음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게 된다.
두씨(杜氏) 부인이 연습하다가 지난 과거를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을 때 악단장이 다가온다.
두씨(杜氏) 부인. 악단장이 이야기하겠소.
많은 사람이 모인 연회 자리이니만큼
오작루(烏鵲淚)를 너무 애처롭게 뽑지 말고
고상한 목소리로 은은하게 불러야 하오.
육소(蓼蕭) 라는 노래는 기분 좋게 소리 높여
한껏 흥을 돋우어가며, 흥겹게 불러야 하오.
거문고를 현금(玄琴)이라 부르는데, 두꺼운 오동나무 널빤지를
달걀처럼 둥그스름하게 다듬고, 그 속을 온통 파내어 엷은 밤나무
판을 뒤에 붙여 소리가 울리는 공명동(共鳴胴)인 조(槽)를 만들고
누에고치의 실을 꼬아, 소리 줄인 비단(緋緞) 현(玄)을 만들어
걸고, 현(玄)을 한 손으로 누르며 다른 손의 손톱으로 튕겨낸다.
두씨(杜氏) 부인이 연주하는 악기는 우리의 거문고가
아니라, 진(秦)나라 때에 만들어진 13현의 쟁(箏)이며,
이해를 돕기 위하여 비슷한 거문고라 번역했다.
그때의 공연장인 노천극장(露天劇場)은 요즘의 극장 같은 실내
무대가 아니라, 야외의 기울어진 비탈에 층층으로 계단을 만들어
그곳에 앉아서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야외극장이다.
맨 위쪽 계단에서부터 내려오며
옹성(雍城)의 유지들이 앉게 되며,
맨 밑으로는 병풍(屛風)처럼 낮은 울타리를 쳐두고,
울타리 밑 중앙에 무대가 잘 보이는 앞쪽으로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가 앉으며
그 양옆으로 조정의 대부(大夫) 들과
공실(公室)의 종친(宗親)들을 앉게 하였다.
노천극장은 높은 분들이 단상(壇上)에 앉아 잘 내려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예인(藝人) 들이 낮은 평평한 곳에서 연기하며, 뒤에서
악공(樂工) 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도와주는 형태이다.
진목공(秦穆公)의 명령으로 진(秦) 나라가 생긴 이래
가장 호화롭고 풍성한 연회를 만들라 하여, 넓은 곳의
기울어진 언덕을 다듬으며 가설무대를 만들었다.
공연하는 날이 되자, 이른 아침부터 바빠지며
군사들이 장내를 엄하게 감시하며 질서를 유지한다.
마당 옆으로 음식을 장만하는 취사장(炊事場)과 음식을 내보내는
찬(饌) 방이 있고, 그 뒤에 커다란 가마솥들을 걸어놓은 곳이
있으며, 이 모두 초막(草幕) 집이지만 그럴듯한 규모이다.
시녀들은 음식을 장만하랴,
술통을 쌓아놓고 표주박에 담으랴
탁자와 의자를 정리하여 놓으며 그 위에
음식과 술잔과 술이든 표주박을 갖다 놓으랴.
수십 명의 내시가 많은 종친을 맞이하랴.
몇백 명의 옹성(郢城)의 유지들을 맞이하랴.
넓은 노천무대(露天舞臺) 마당 옆에 있는 취사장(炊事場)과 찬방이
있고, 건너편 초막(草幕) 집에는 예인(藝人) 들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화장을 하고 있으며, 무대(舞臺) 인 마당에 악공(樂工)들이 천천히
걸어 나와 악기들과 함께 한편에 즐비하게 앉는다.
악단장(樂團長)은 출연할 순서를 정하여 주며, 가사와 음정과 박자가
서로 다르지 않도록 몇 번을 강조하며 일일이 부탁을 한다.
한사람이 두 가지 노래를 부르고 잘한다.
재창(再唱)이 나오면, 한 가지를 더 불러야 하니
세 가지 노래를 준비하는 걸 명심(銘心) 하시 오.
상(商) 나라의 수도(首都)로 추정되는 지금의 중국 동부의 하남성
은허(殷墟)라는 곳에서, 흙 피리의 원형으로 보이는 고대 악기가
발굴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흙 피리는 진흙만으로 구워 만들었으나
잿물을 입히지 않아,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잿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것이므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졌다 할 만큼
아주 오래된 고대 악기 중의 하나인 것이다.
질 나팔 훈(壎)은 점토를 옹기처럼 구워 만든 아악기(雅樂器)로,
좁은 취구(吹口)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 여러 개의
구멍을 여러 손가락으로 열고 막으며 소리를 만들어낸다.
경(磬)은 나무틀에 납작한 돌을 여러 개 걸어놓고
나무망치로 두들기면, 서로 다른 맑은소리가
울려 나오는 타악기(打樂器) 이다.
사면고(四面鼓)는 왼쪽에 소가죽을, 바른쪽에는
돼지가죽을 붙여, 양쪽 면을 두드리는 북이며,
한쪽만을 사용하는 북은 고(鼓)라고 부른다.
뇌고(雷鼓)는 원뿔 모양의 작은 북 여섯 개를 매달아
두드리면, 서로 다른 소리를 번갈아 내게 된다.
약(籥)은 갈대 대롱을 엮어 만든 관악기이며, 막목(莫目)은 나무속을
파내어, 작은 방망이로 두들기는 타악기이며, 그리고 소라로 만든
소라 나팔. 물소 뿔로 만든 뿔피리 또는 뿔 나팔도 있다.
퉁소는 동소(洞簫)라 쓰는데, 대나무 속의 마디를
모두 뚫어내고, 입구를 조금 파내어 입으로 부는,
죽부(竹部)에 속하는 공명(共鳴) 악기이다.
지(篪)라는 악기는 본래 새의 주둥이를 말하는데, 단소(短簫)나
피리와 다른 점은 취구(吹口) 부분이 단소 윗부분을 잘라 붙인
것처럼 생겼으므로, 그 모양을 보고 의취적(義吹笛)이라 부른다.
제 231 화. 급할수록 침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