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7 화. 좋은 베풂은 어떤 것인가.
제 227 화. 좋은 베풂은 어떤 것인가.
내사(內史) 요(寥)는 그렇게 만들 수 있겠는가?
주공, 맡기시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좋소, 꼭 그렇게 만들어 보시 오.
주공. 수일 내에 어여쁜 여자들을 골라 보내
서융주 적반을 망가트려 놓겠습니다!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요여(繇余)가
궁금하여, 진(秦) 나라에 머무는 이유를 아랫사람에게 묻고 있을
때 진(秦) 나라에서 공자 칩(縶)이 찾아오게 된다.
요여(繇余)는 진(秦) 나라에 왜 오래 있는 것인가?
글쎄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적반(赤班) 임, 진(秦) 나라에서 공자 칩(縶)이
아름다운 여인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공자 칩(縶)은 어떤 일러 오시었소?
저의 주공께서 노래와 춤과 악기를 다루는
여인들을 골라 선물로 보내셨습니다.
허 어. 고맙구려!
지난번에도 잘 대접하여 주었는데
또 선물까지 보내주다니 고맙소이다.
어찌 보답하면 좋겠소?
다만, 지금처럼 서로 평화롭게 지내면 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국경을 침범치 못하도록 단속할 것이오.
요여(繇余)는 그곳에서 무얼 하고 있소?
풍류(風流)를 즐기고 있습니다.
풍류(風流)가 무엇이오?
아름다운 산천을 다니며 구경한다거나
술 마시며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이지요.
허 어, 그렇게 한가로이 놀고 있단 말이오?
나중에 돌아오면 직접 물어보시지요!
진목공(秦穆公)은 순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곧바로 백리해(百里奚)와 상의하고는, 요여(繇余)를 부른다.
요여(繇余)는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오?
너무 잘해주시어 부담스럽습니다.
우리 진(秦) 나라의 형편이 어떻게 보입니까?
신은 번거로운 것을 싫어합니다.
허 어, 번거롭단 말은 무슨 뜻이오?
물샐틈없이 짜인 조직이 참으로 부담되나이다.
서융(西戎)의 생활은 어떻소.
서융(西戎)은 번잡하지 않으므로 산천을 유람하듯
조용히 살며 책이나 읽고 있습니다.
큰일을 할 수 있는 그릇이라 하던데
왜. 가슴속의 큰 뜻을 펼치지 않으시오?
큰 나라마다 유능한 재상들이 있는바
신은 이미 번거로운 생활을 버렸으며
영달에 뜻을 접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긴 그렇소. 굳이 번거롭게 살 필요가 없지요.
어찌 보면 인생은 짧은 것이 아니겠소?
허허, 요여(繇余)께선 내일 무얼 하시겠소?
그저 잠시 책을 보고 있을까 합니다.
내일은 공손(公孫) 칩(縶)과 공손(公孫) 지(枝)와
함께 기산(崎山)으로 사냥이나 다녀오시구려.
진후(秦候)께선 신을 어찌 자꾸 붙드십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아니요. 돌아가 봐야 급한 일도 없을 테니
좋은 이야기나 좀 더 나누고자 하오.
조금만 더 좀 머물러 주시 오?
진목공(秦穆公)은 요여(繇余)와 늘 자리를 같이하며, 음식을 먹을
때도 한자리에서 같이하는 등으로 붙들어 놓다가, 일 년이나 넘게
지나가자, 많은 예물을 실어주며 돌아가게 하였다.
적반(赤班) 임, 이제 돌아왔습니다.
허 참, 오래도 있다 왔구려!
그보다는 여자들을 멀리하십시오.
여러 해괴한 소문이 많이 퍼져있습니다.
전처럼 나랏일을 잘 보살펴야지
너무 소홀한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허 허, 진(秦) 나라에서 실컷 놀다가 오고서는
오자마자 무슨 잔소리를 그리 하는 거요?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은 요여(繇余)를 의심하고 있었는데, 그때
요여(繇余)가 돌아와서는 곧바로 잔소리하자 화가 치밀어올랐으며,
그가 하는 말을 듣지도 않으면 엉뚱한 말로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잔소리하지 마오.
왜 그리 늦게 돌아왔는지나 말해 보시 오.
신이 밤낮으로 귀국을 졸랐으나
진후(秦候)께서 보내주지 않아 늦었습니다
진(秦) 나라에서 무얼 하고 있었소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말할 게 뭐 있소?
허 참, 풍류를 즐기고 있었지 않소!
여러 가지로 그대의 마음을 알 수가 없구려!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은 요여(繇余)의 간청을 듣지도 않으며
이제는 부르지도 않으면서, 진(秦) 나라 내사(內史) 요(寥)가 보내준
여자들과 어울려, 음탕한 일로 매일 즐기기만 하고 있었다.
주공, 요여(繇余)가 떠난 지 3개월이나 되었습니다.
이제 요여(繇余)를 부를 때가 된듯합니다.
좋소. 요여(繇余)를 초청해 보시 오.
백리해는 세작을 통해 알아본바, 요여(繇余)가 적반(赤班)에게
옛날처럼 정사에 몰두하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 간청하였으나,
적반(赤班)은 요여(繇余)의 말을 물리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자, 요여(繇余)를 정중히 초청하게 하였다.
진(秦) 나라에서 요여(繇余)를 부른다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사자의 말에 따르면
적반(赤班) 임께 선물을 보내고자 한답니다.
선물을 보내려면 그냥 보내면 될 일을
요여(繇余)를 굳이 부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요여(繇余)를 부르라. 내 따져봐야겠다!
그대는 어찌하여 정사를 게을리하며
진(秦) 나라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신도, 진후(秦候)께서 왜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풍류를 즐길 기회가 온 것인가?
풍류라니 요. 무슨 말입니까?
내 이미 다 알고 있소!
진(秦) 나라에 마음을 두고 있다면
진(秦) 나라에 가서 아예 돌아오지 마시오!
요여(繇余)는 적반(赤班)에게 괄시를 받으며, 진(秦) 나라에 가게
되니,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가
반갑게 맞이하여, 간략한 주연을 베풀며 뜻깊은 말을 하게 된다.
큰 뜻은 큰 곳에서 이룰 수 있소이다.
큰일을 맡아야만 큰 뜻을 펼 수 있지요.
우리 한번 같이 일해봅시다.
초록동색(草綠同色) 이라는 말이 있잖소
우리 서로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모여
같이 살아가면 어떻겠소.
진목공秦穆公은 요여繇余에게 아경亞卿의 벼슬을 내려 머물게 하며,
얼마 후 중신 회의에서 참고 있던 가슴속의 야망을 털어놓는다
우리 진(秦) 나라가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으나
언제 또 융족(戎族) 들이 쳐들어올지 모르오.
유민(流民) 들이 몰려오는데 융족(戎族)들이
쳐들어온다면 모든 면에서 큰 차질이 생길 것이오.
주공, 지금. 우리가 먼저 공격하여
모든 융족(戎族) 들을 통합시키면 어떻겠습니까?
그렇다면 서융(西戎) 적반(赤班)이 가장 강력한
융족(戎族) 들의 영수(領袖) 인바
적반(赤班)을 먼저 굴복시켜야 할 것이오.
요여(繇余)가 서융(西戎)의 지리(地理)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여
주게 되자, 진군(秦軍)은 익숙한 길을 가듯이 기습적으로 공략하여
서융(西戎)의 적반(赤班)을 굴복시켰다.
서융(西戎)의 적반(赤班)이 항복하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나머지
융족(戎族) 들은 모두가 진(秦) 나라의 위세를 두려워하여 그들의
영토를 바쳐가며, 끊이지 않고 줄을 이어 복속해 들어왔다.
진목공(秦穆公)은 중원의 현자와 인재를 불러들이자
하루가 다르게 인재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이에 한 시인이 진목공(秦穆公)을 칭송하는 멋진 시(詩)를 지어
노래하니 사람들이 또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였다.
옛날에 진목공(秦穆公)은 선비들을 구함에 있어,
미루나무 골의 백리해(百里奚)를 얻었으며,
송(宋) 나라에서는 건숙(蹇叔)을 맞아들였고,
서쪽의 융(戎) 땅에서 요여(繇余)를 구하였고,
진(晉)에서는 비표(丕豹)와 공손지(公孫支)를 구하니
이 다섯 사람은 진(秦)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진목공(秦穆公)은 그들을 과감히 등용하여
이십여 융적(戎賊) 나라를 병합시키면서
마침내 서융(西戎)을 제패(制霸) 하였다네.
태산(泰山)은 한 줌의 흙도 양보하지 않아
저리 높아지고 커졌으며,
하해(河海)는 한 줄기 세류(細流)도 가리지 않아
저렇게 깊어져 짙푸른 옥빛이 되었다네!
제 228 화. 세월을 원망하며 사는가.